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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입니다.

반전여신

웹소설 > 일반연재 > 로맨스, 판타지

벨라송
작품등록일 :
2019.12.23 21:10
최근연재일 :
2020.04.17 14:59
연재수 :
5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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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21
추천수 :
158
글자수 :
402,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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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20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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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6쪽

여신은 에코 프랜들리해

DUMMY

● ● ●


팔짱을 끼고 삐딱하게 고개를 기울인 채, 함 부장은 출발선 상에 서 몸을 풀고 있는 오여수를 바라봤다.

이상해. 이상하단 말이야.

오여수, 그녀의 조가 수상해.

마치 누군가 일부러 짜놓은 것처럼.

철인3종경기에 있어서는 절묘할 정도로 완벽한 구성이란 말이지.

137개의 조는 사내 자체 제작 프로그램을 이용해 랜덤으로 구성했는데.

그것도 내가 직접.

인사팀 내 다른 직원들도 크게 신경 쓰는 직원이 없었고······.

그렇다고 이온 사장님이 따로 직접 지시를 내려 챙긴 적도 없다.

그러고 보니······.

어떤 조는 전원 해외우수인재 출신으로 이루어진 조도 있었고, 어떤 조들은 아예 전원 운동선수거나 음대 출신으로 이루어지기도 했었구나.

이거 참.

분명 다양한 배경 출신의 사람들이 고루 섞이도록 프로그래밍했는데.

기계만 믿을 게 아니라 결과를 직접 챙겨보지 않은 내 잘못이 크구나.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조가 이렇게 편향되게 만들어진 걸까.

특히, 오여수 조가 다양하게 구성이 된 것까진 좋은데 하필 전체 신입사원 중 유일하게 뽑힌 국대 출신의 수영선수 위도현과 사이클 선수 출신의 서주완이 소속되게 된 걸까.

알다가도 모를 일이네.


‘음······.’


혹시 프로그램에 악성 바이러스라도 침투한 걸까?

귀신이 곡할 노릇이야, 중얼거리던 함 부장은 팔짱을 풀고 목에 걸어둔 하얀 호루라기를 입에 문 후, 세게 날숨을 불어넣었다.


● ● ●


삐이-익!

차량이 통제된 도로 위.

마침내 출발 신호가 떨어졌다.

한 떼의 무리들이 촘촘한 그물에서 풀려난 물고기들처럼 순식간에 흩어져 전방으로 질주한다.

거즌 한 달 동안 준비한 마라톤 기량을 뽐내듯이, 그들은 빠르고 날쌔다.

137명의 선수들뿐만 아니라 자원해서 마라톤에 참석하는 신입사원들이 어울려 거의 500여 명에 가까운 인원이 마라톤 겨기에 참석했다.

나도 그 중에 한 명이다.

이렇게 많은 인원들이 참석하게 된 것도 다 뛰어야 할 거리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10km.]


이 거리만 뛰면 된다.

신입사원 오리엔테이션으로부터 거의 3주 이상을 준비했지만, 안전상의 이유로 인사팀에선 실제 철인3종경기의 거리에 반의반도 안 되는 거리를 제시했고.

이에 자발적으로 경기에 참여하겠다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물론, 기록은 오직 철인3종경기에 참석하겠다고 공식적으로 인사팀에 제출한 사원들의 기록만 사용할 예정이다.

수영, 사이클, 마라톤 그 어느 경기에도 참여하지 않는 나머지 신입사원들에게는 강당에서 명사의 강의가 제공된다고 들었다.

뭐, 소위 말해 ‘허니 잼잼’을 만끽하는 거지.

우리 조원은 아쉽게도 전원 명사의 강의를 선택했다. 솔직히 대실망이었다.


「세 사람 모두 화이팅이에요, 특히 여수야 응원할게. 같이 달려주지 못 해서 미안해. 훙-.」

「너무 무리는 하지 말고. 꼭 뭐 어딜 가고 싶은 곳은 없으니깐. 난······ 사우디아라비아도 괜찮아. 정말로.」

「나훈. 머슨 서리야. 힙하게 뉴욕은 가져야지. 도혀니랑 주와니는 잘 할 거 같고. 오! 여수. 매러쏜 넘벌원, 알지?」


조원들을 억지로 데려가진 못하니 아쉬운 마음으로, 오전 회사에서 배급해준 선물 중 반바지와 반팔 형태의 트레이닝복으로 갈아입고 달리는 중이다.

위도현과 서주완은 나와 마찬가지로 종목에 맞는 경기장에서 동시다발적으로 경기에 참여 중이다.

보지 않아도, 듣지 않아도 그들의 성적은 좋을 것이다. 무슨 일이 생기지 않는 한.

아마도 각 종목에서 1등이겠지.

그러니 나만 잘하면 된다.

각오를 다지며 좀 더 스피드를 내어 뛰기 위해 크게 숨을 내쉬고 앞을 봤다.

그런데 그 순간.

무늬하나 없는 체다치즈 색의 성묘 한 마리와 눈이 마주치자마자 눈앞에 자욱한 안개가 깔려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시야 확보가 어려워졌다.

물론 안개는 치즈 고양이도 한 입에 삼켜버렸다.

화들짝 놀라, 주변을 살피며 더 빨리 뛰었다.

물고기 떼 마냥 한데 몰려 뛰던 동기들도 보이지 않고······.

다들 어디로 사라진 거지?

······아님,

말도 안 되지만.


‘내가 갇힌 건가?’


의심과 함께 나는 무심결에 뛰기를 멈추고 걷기 시작했다.

타박타박.

느리고 무거운 발걸음 소리가 청각을 두드렸고 정신을 깨웠다.

걸음걸이를 더 늦췄다.


‘안개 속에 갇힌 게, 나?’


나라고?

하기야, 이젠 8월도 지나가고 9월 초에다, 이렇게도 화창한 날이 없다 싶을 정도로 오늘 날씨는 쨍쨍했다.

여전히 한여름인 것처럼.

심지어 습기 하나 없이 마른 날씨···.

였었지.

그렇담 도로에서 피어오르는 건 안개가 아니라 뜨거운 아지랑이여야 하는 게 상식 아닌가.


‘그런데 안개라니?!’


완전 화생방 수준이잖아?

아, 뭐. 군대는 다녀온 적 없지만.

상상에 그렇다는 거다. 핫핫핫.

음······ 그러고 보니 미세먼지일 수도 있잖아.

요즘 미세먼지는 구름이 지상에 내려앉은 것처럼 짙은 하얀색이니깐.

하지만 사람들이 갑자기 사라진 건 뭐람.

그러다 체다치즈 털색의 고양이와 눈이 마주친 게 떠올랐다.

고양인 영물이라고 했는데.


‘혹시······.’


차원이동이라도 한 걸까?

영화 <인스터텔라>에서 벽하나 두고 아버지와 딸의 시공간이 달랐던 거처럼?

왠지 맞을 지도 모르겠구나.

같이 마라톤에 참석했던 동기들이 다 사라졌으니.

48kg이 된 이후. 다른 방식으로 이계에 있단 느낌을 받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차원이동 중이라면 굳이 뛸 필요가 있을까 싶어 안개가 나에게 무엇을 원하는지 생각하며 차분히 걸었다. 안개가 이끄는 대로······.

그런데 걱정이 앞섰다.

여기에 영영 갇힌 거라면 어쩐다지.

나도 모르게 불안이 엄습해 오며 심장이 벌렁거렸다.

돈이고 뭐고 다 없어져서 생존을 위해 알바를 했다지만, 안개 속에선 어떻게 살아야하는 거지?

커피샵도 치킨가게도 없을 텐데.

아니, 돈이 문제가 아니잖아.

뭐 먹어?

무슨 광고처럼.


‘이슬만 먹어?’


그 순간 난 그 자리에서 뭉크의 절규를 얼굴로 뿜었다.


“어엌-앜-!”


쫄깃한 공포는 뇌를 타고 흘러 목젖까지 순식간에 닿았다.

침을 꿀꺽 크게 한 번 삼키고 눈을 끔뻑거렸다.

그래도 불안은 없어지지 않았다.

한 번 더.

삼켰다.

그러자 흐릿하던 눈이 아주 조금은 맑아졌다.


‘정신 차리자.’


일단 걸어보자.

뭐라도 나오겠지.

불안해하지 말자.

귀곡산장이라던지, 뭐 그런 거 있잖아. 외딴 곳에 음산한 오두막 같은 거.

그럼, 그 귀곡산장에서 망구망구 망망구 홍렬이 아저씨가 나타나서 ‘뭐 필요한 거 없수? 없음 말구.’하고 웃겨주면 좋을 텐데.

이게 다 한바탕 코믹 꿈이라고.

웃다가 깨면 좋겠다.

생각하며 다시 발걸음을 재촉하는데 여전히 안개 속에서 공기를 타고 이동 중인, 좀 전 입 밖으로 낸 나의 절규가 미세하게 들려 와 몸을 흠칫 떨었다.


‘이상한 공간이라서 그럴까. 꽤나 공기 속 에코가 심하네.’


그때 러시아 반원형 돔 같이.

게다가 습하지도 않고 덥지도 않아.

마치 포근한 가을날 같아.

그렇게 걷고 또 걷던 중 잠깐 쉬어가기 위해 갓길에 앉아 쉴 때였다.

앞 쪽으로 히끗하는 움직임이 보였다.

드디어 뭔가가 나타났구나, 하는 순간.

저 익숙하고, 세상 너르고 딱딱하고 두꺼운 바다거북이 등짝을 가진 저 사람은,

다름 아닌 이온이었다.

반팔, 반바지 트레이닝 복을 아래위로 입은 남자는 분명 백수 사장이 틀림없었다.

등은 거북이었지만 뛰는 모양샌 큰 토끼였다.

순식간에 사라졌으니깐.


‘젠장!’


철인이랬지.

잡을 수 있을까?

생각과 함께 나도 팝콘 튀듯 자리에서 일어나 쏜살같이 그를 뒤따랐다.


‘안 보여.’


어디까지 간 거야.

어쩐다지.


“사장님!”


무응답.


“사장! 야, 이노오오오온.”


귀를 쫑긋했지만, 역시.

대답 없음.


“사장아! 사장놈아! 이온! 이오오오오온! 날파리! 안 오면 내가 파리채 들고 가서 한 방-.”


죽여 버리긴 좀 그렇고.


“먹일 거다! 그러니깐 미리 자수하고 날아오라고.”


이 말을 끝으로 인기척을 느끼기 위해 잠시 소리치던 걸 멈추었다.

그러나 짙은 안개가 ‘고오오오오’하고 소리를 내는 것 같단 미친 생각만 들뿐. 다른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지금 이렇게 몇 마디 말하고 생각하는 동안에도 그는 엄청 멀리 갔겠지, 라는 생각에 순간 온몸에 소름이 가시처럼 돋았다.

그를 놓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인지 무섭고 괴괴한 기운이 나를 휩싸는 느낌마저 들었다.

하지만 나의 정신만은 섬뜩한 기운이 범접할 수 없었는지.

나의 생각은 계속되었다.

내 뜀박질론 그를 잡을 수 없어.

그냥은 안 돼.


‘이렇게 보낼 수 없어!’


에코가 심한 이곳은 소리가 공기를 타고 뻗어나가니깐.

······이거면 될까.

뛰던 걸음을 멈추고 큰 보폭으로 걸으며 나는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띵곡 중의 띵곡, 휘트니 휴스턴 <I will always love you>다.

1절을 끝내고.

벌써 2절로 진입했다.

불안감으로 목소리가 저절로 떨렸다.

잔잔한 구간도 평소 보다 더 힘을 줘서 불렀지만.

이 노래의 가장 유명한 반복구간에서 나는, 저세상 폭풍 가창력을 내기 위해 드래곤볼 악당 베지터가 전투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려 장풍을 쏘듯 두 주먹 불끈 진 후.

눈을 질끈 감고 전방을 향해 소리를 있는 힘껏 내질렀다.

제발.

듣기를.

내 목소리를 듣기를!

안개 속 에코야, 울려라, 울려!


“앤 다~~~이아 윌 올웨이즈 러 뷰~~우우우아아아······.”


그러나 노래는 어느새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고.


“유, 달링, 아이 러 뷰.”


온 몸의 감각은 그 어느 것도 감지하지 못했다.

그리고 마지막 소절.


“우우, 아일 올웨이즈, 아일 올웨이즈 러 뷰우우우우우우우우우.”


노래는 끝났다.

나는 눈을 뜨지 못했다.

이 안개 속 고요가 비자발적으로 얻게 된 영구적인 평온이 되어,

‘오여수, 기묘한 안개 속에서 편히 잠들다’가 될까봐.


● ● ●


“하아······. 못 들었나봐. 이제 어쩐다. 눈을 뜨고 현실을 직시할까? ······뜨면 뭐해. 안개밖에 더 있겠어. 안개가 솜사탕이면 먹어서 없앨 자신 있는데.”

“이 와중에 또 먹는 거 생각하냐? 이 맹꽁아. 입맛은 왜 다시냐?”


‘히익!’하며 그녀가 주름이 질 정도로 세게 감고 있던 눈을 떴다.


“사장님!”

“오여수.”

“······!”

“오여수. 왜?”

“······불렀어요. 엄청. 사장님 이름. 엄청 불렀어요.”

“어. 들었어. 욕하고 반말하고, 사장놈아, 까지. 아. 파리채 들고 뭐라고 했더라? 죽여 버린다고 했었나? 저번엔 에프킬라도 죽이려고 하더니.”


거의 울 것 같은 얼굴을 하고 있던 그녀의 눈이 반달처럼 가늘게 접혔고, 복스러운 입술에선 안도의 한숨이 길게 뿜어져 나왔다 이내 어색한 웃음이 입꼬리에 걸렸다.


“죽이려 하다뇨. 그건 속으로만 생······ 아니. 그니깐 한 방 먹이겠다, 뭐 그런 말······은 하긴 했었나? 내가요? 아닐 껄요?”

“확실히 내 귀로 똑똑히 들었거든. 목소리가 좀 컸어야지. 마이크 잡고 부르는 줄 알았다.”

“아, 그랬단 말이죠. 그럼 사장님 본인이 날파리인 거 인정하시는 건가요?”

“이게 인정하고 말고의 문제냐? 이 맹꽁아. 어디 한 번 파리채로 때려 봐. 죽나, 안 죽나 정 보고 싶으면.”


‘아니 뭐······. 굳이 또 없는 파리채를 어디서 가져와요’하며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먼 산을 보다, 그래도 민망한지 목 뒤로 하나로 묶은 포니테일의 긴 머리채를 손으로 스윽 훑어 내렸다.

그러고도 부끄러움이 남았던지 시선을 내리깔며 볼 쪽으로 삐져나온 한 가닥의 긴 머리카락을 귀에 살포시 걸었다.

사실 좀 전. 그녀가 노래를 부르던 모습을 보다 그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겨주고 싶어 다가가던 손을 제어하느라 꽤나 애를 먹었다.

혹여······.

저 새하얀 목덜미에 손이 닿을까······봐.


“어쨌든 그랬구나. 아유, 덥네. 만나서 다행이에요. 그리고 날파리 죽이는 방법이 꽤 다양하더라고. 친환경 방법으론 식초도 있다더라구요.”


조금 많이 놀랐는지 여수는 횡설수설 거렸다.

놀랄 만도 하지.

이토록 짙은 안개를 만난 게 처음은 아니지만 갑작스럽게 내리깔린 안개에 나도 무척 당황스러웠으니깐.

신입 중에는 나보다 빠르게 달리는 사람이 없는 걸 알았기에 경기가 시작되고 30분 후에 출발했다.

여수를 따라잡기 위해 꽤나 속력을 내고 뛰고 있는데 갑자기 이렇게 안개가 심해졌다.

오늘자 일기예보에 안개관련 소식은 들은 적이 없는 거 같은데.

어쨌든 큰 사고라도 날까 걱정 되어 경기 중단을 명령하려 했지만.

주변에는 그 누구도 없었다. 진행요원도, 경기에 참석한 신입들도.

게다가 스마트 폰, 스마트 워치 할 거 없이 다 먹통.

그 순간 여수에 대한 걱정이 전체 신입에 대한 안전사고 문제를 완벽히 짓눌러버렸다.

일단 뛰었다.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는 그 다음에 알아보면 될 테니깐.

그런데 아무리 뛰어도 같은 길을 맴돌고 있는 거처럼 똑같은 도로를 무작정 뛰고 있단 생각이 들 때 즈음이었다.

간헐적으로 내 이름을 부르기도 하고 욕 같기도 한 소리가 희미하게 들렸다.

뒤이어 노래 소리도 들렸다.

익히 알고 있는 노래였고.

목소리였다.

오여수!

꽤나 멀리 달려왔는데도 소리가 들리는 게 신기했지만, 당장은 노래가 끝나기 전에 소리를 따라 달리는 게 우선이었다.

그리고 도착했을 땐 그녀가 어정쩡하게 구부린 다리와 팔에 온 힘을 주며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그 모습이 어찌나 사랑스럽던지.

작고 귀여운 토끼 같아 그만 와락 안아줄 뻔했다.

하지만 나는 그저 가만히 그녀가 하는 노래를 듣고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

듣고 있자니 노래 실력이 놀라울 정도로 뛰어났다.

마치 휘트니 휴스턴이 살아 돌아온 거처럼 폭발적인 가창력과 호소력 짙은 목소리.

나만 듣기엔 너무도 아까운, 하나의 공연이었다.


“그나저나 노래 듣고 온 거에요?”


좀 전 일을 떠올리고 있자니 그녀가 말간 얼굴을 하고선 물어왔다.

이런 순진무구한 표정을 지으면 그녀를 놀리고 싶다, 왠지.


“어. 울림이 꽤 크더라고. 근데 넌 뭔 사랑이 그렇게 많냐?”

“네?”

“언제나 사랑한다며.”

“······!”

“날. 사랑해?”


여수가 몹시 황당하다는 듯 눈도 입도 동그랗게 뜨더니 이내 꾸민 듯 배를 잡고 웃었다.


“무슨 소리에욧! 어허. 큰일 날 소릴. 노래 가사일 뿐이잖아요. 오해는 금물이에요.”

“오해가 금물이면 난 평생 오해만 하고 살까 싶은데.”

“네?!”

“오해도 금물이라며. 금물이면. 물 안에 금이 있단 말 아냐? 헤엄도 치고 금도 채취하고-. 일석이조네.”

“뭐래. 그런 물 아니거든요. 그리고 그거 똥물이에요. 거기서 목욕하면 두드러기 일어날 걸요?”

“그래도 좋다면?”

“몰라요. 맘대로 해요.”


그녀가 매우 억울해 죽겠다는 표정을 지으며 큰 한숨을 지었다.

귀여워 또 안아주고 싶은 걸 간신히 참고 있자니 여수가 주변을 살피며 수심이 짙은 얼굴이 되었다.


“무슨 걱정있냐?”

“걱정은 무슨요. 1도 없어요.”


여수는 거짓말을 잘 하지만, 또 잘 못하기도 한다.

늘 얼굴에 좋은 거, 나쁜 거, 행복한 거, 즐거운 거, 슬픈 거를 담고 다니며 필요할 때마다 꺼내 감정을 드러낸다.


“아무것도 없는 게 아닌데?”


그녀는 잠시 말없이 없더니 이내 하늘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그냥 안개가 언제 걷힐까, 생각하고 있었어요.”


나도 따라 하늘을 바라봤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곧 없어질 것이다.

왜냐하면.


“안개는 태양이 뜨면 없어지는 거니깐.”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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