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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전여신

웹소설 > 일반연재 > 로맨스, 판타지

벨라송
작품등록일 :
2019.12.23 21:10
최근연재일 :
2020.04.17 14:59
연재수 :
5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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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14 2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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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8쪽

신입사원 연수 (5)

DUMMY

● ● ●


에메랄드 호텔 VIP 룸.

긴 샤워를 마치고 나왔을 땐 시간은 이미 자정을 가리키고 있었다.

폭우가 내려도 끝도 없이 타들어가는 산불처럼 마음의 열기는 샤워를 끝낸 후에도 여전했다. 새까맣게 타들어가야 멈출 모양인가······.


‘독하다, 오여수, 너 참 독하다.’


시원한 맥주라도 먹어야겠다 싶어 냉장고 문을 열면서 스마트 와치에 명령을 내렸다.


“싱싱, 여수를 틀어줘.”


잔잔하면서 소울 충만한 여자의 목소리가 자장가처럼 조용한 룸 안을 일각에 가득 메우며 포근한 안개처럼 자욱하게 깔렸다.

그 노래로 만들어진 안개 속을 걸어 창가까지 걸어갔다.


- Met you by surprise, I didn't realize that my life would change forever. Saw you standing there······. (예기치 못하게 당신을 만났죠. 내 인생이 영원히 바뀔 거란 걸 그땐 몰랐어요. 당신이 거기 서 있는 모습을 봤어요······.)


닫힌 커튼을 열고 소파에 깊게 몸을 묻었다.

치익, 캔맥주을 뚜껑을 땄다. 긴 한 모금을 마신 후 소파 테이블에 캔맥주를 놓았다.

탁. 그 옆으로 마트료쉬카 인형이 놓여있다.

제일 바깥 목각 인형에는 ‘백조의 호수’ 속 한 장면이 그려져 있다. 무릎을 꿇은 지그프리트 왕자가 오데트 공주의 허리 잡고 지지하자 오데트 공주가 다리와 팔을 공중에서 길게 뻗어 파드되 자세를 우아하게 취하고 있다.

그들의 뒤는 마치 오늘 밤처럼 어둡지만 보름달이 환하게 떠 있다.

그때도 이 목각 인형에 내린 밤처럼 깜깜한 밤이었다.

모스크바에서 출발한 기차는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모스콥스키역으로 밤새 자지 않고 달렸고, 나 또한 기차와 마찬가지로 깨어있었다.

속된 말로 한번 생성된 아드레날린은 야리꾸리한 마음으로 바뀌었고, 그 마음은 기차보다 빠르게 여수에게로 달려가고 있었으니깐 잠이 왔겠는가.

쌕쌕거리며 잘도 자는 잠자는 여수를 가만히 바라보다 결국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었다.

바람이라도 쐬어야겠다 싶어 기차간 연결 통로에 한두 시간 정도 시간을 보내며 흙탕물처럼 흐려진 마음을 정화시켰다.

다시 객실로 들어가려고 문을 조심히 여는데 여수의 우는 소리가 들렸다.

그러다 울먹이는 목소리로 여수가 말했다.


「엄마······. 신문에서만 이렇게 웃고 있기야? 엄마 끼 같은 거 하나도 물려받지 않을래. 옆에 있어주지 않으려면······. 그런 거 다 필요 없어.」


살짝 열린 문틈으로 여수가 작게 잘려진 신문을 들고 있는 모습이 보였고, 또 다른 신문이 테이블 위에 놓여 있었다.

그녀의 시선은 테이블 위의 신문에 가 있었다.


「엄마······, 이 기사 거짓말이잖아. 다 거짓말이잖아. 엄마······. 이 모든 게 설령······ 진실일지라도, 엄마······ 죽지 말지. ······죽지 말고 살아있지······. 내 곁에 있어주지. 엄마 딸 여수가 있었잖아. 흐흐흑······.」


여수는 한참을 흐느껴 울었다.

그러다······.


「엄마······ 엄마··· 엄마··· 한 번만··· 딱 한 번만··· 볼 수 있었으면······.」


울다 지친 여수가 중얼거리다 책상에 엎드린 채 그대로 잠에 든 거 같았다.

다시 객실문을 조용히 닫고 나는 연결 통로에서 아침을 맞았다.

기차승객들의 시끄러운 소리에 쪽잠에서 깨, 객실을 다시 찾아갔을 땐 여수는 여전히 자고 있었다.


「여어. 오여수. 상트페테르부르크 도착 5분 전이다. 일어나지. 안 일어나면 슈퍼마리오 닮은 경찰 부른다!」


여수가 잠에서 깨 세안을 위해 화장실로 간 사이.

객실 테이블 위에 벗어둔 스마트 와치를 다시 손목에 차는데, 화면에 녹음시간이 표시되어 있는 게 아닌가.


[3:48:51]


기억 속에 내가 녹음을 직접 한 적은 없었다.

언뜻 스쳐지나가는 장면이 있긴 있었다.

자기 전 여수에게 시간을 물었을 때, 여수가 실수로 스마트 와치의 오른쪽 버튼 중 하나를 두 번 눌렀을 게 분명했다.

수업용으로든 사업용으로든 필요할 때 상대방과의 대화를 녹음하기 위해 설정해둔 와치의 기능 중 하나인데, 어쩌다 여수의 실수 덕분에 나는 여수의 비밀스러운 밤을 들여다 볼 수 있게 되었던 거다.

그리고 지금 듣고 있는 이 음악,

내 윗세대들의 연인이었던 소피 마르소를 일약 스타로 만들었던 영화, 라붐의 OST 중 가장 유명한 곡인,


[Reality (현실)]


여수가 그 밤에 속삭이듯이 부른 노래이자 지금 내 핸드폰의 벨소리이다.

마침 방안을 가득 메우고 있는 노래가 벨소리의 시작부분 구간에 진입했다.


- Dreams are my reality. The only······. (꿈은 나의 현실. 오직······.)


부동그룹 5개 계열사 합동면접을 끝내고 에메랄드 베이커리에서 다시 여수를 만나 핸드폰에 전화번호를 찍어 통화버튼을 눌렀다가 소리모드로 된 나의 벨소리가 부지불식간에 울려 얼마나 놀랬던지.

어떻게 잘 넘어가긴 했지만, 마음을 한 순간에 들킨 건 아닐까 싶어 얼마나 또 조마조마했던가.

한국에 돌아와서도 다시 만나기를 학수고대했었다. 마지막으로 헬싱키 항에서 헤어지며 우연히 만나자는 미친 객기를 부렸지만, 서류전형이 시작 될 때까지 피를 말리는 시간을 보내야만했다.

분명히 여수가 올해 하반기까지는 계속 구직활동을 한다고는 했었지만, ······혹시나 그녀가 부동그룹에는 지원을 다시 안하면 어쩌지, 하는 생각 때문에 얼마나 밤잠을 설쳤던가.

원서 마감일에 드디어 여수의 원서가 접수된 걸 알고는 또 얼마나 좋아했었던지.

손꼽아 기다린 그 날, 면접을 위해 얼마나 멋을 부렸던가.

그리고 다시 면접에서 만났을 땐.

여수의 얼굴을 쳐다볼 수가 없었다.

과부만 바늘로 허벅지를 찌르는 건 아니다. 철인도 바늘로 허벅지를 찌르고 또 찌르는 수많은 밤을 보내다, 마침내 마음에 고이 담아두었던 정인을 다시 만났으니 눈이 부셔 제대로 볼 수나 있었겠나.

그런데.

그녀가 변신 아닌 변신을 해서 나타났으니 두 눈이 아예 멀 듯 했다.

고개를 들지 못했다.


‘아름답다. 여수야.’


면접관으로 참석했으면서 그녀를 보지도 못하고 손가락 사이로 애꿎은 볼펜만 미친 듯이 돌렸다.

너무도 사랑스러워 보면 물거품처럼 사라질까 겁나는, 내가 그렇게 아끼는 여수를 그것도 내가 보는 앞에서, 고필문 자문위원이 성희롱에 가까운 식으로 면접을 진행하자 자제를 하지 못하고 거의 폭주 할 뻔했다.

하지만 고필문 위원의 입막음을 위해 우발적으로 LJ1의 광고카피를 3분 만에 만들어보라는 질문에 여수는 또 얼마나 놀랍도록 임시웅변적인 대처를 잘했던가.

여수의 아이디어를 그대로 마케팅 회의에 넘겼을 때, 그 누구도 토시하나 대지 못했다.

그 이유는······.

사브르에서 의도하여 디자인한 LJ1의 모습을, 말로 풀어낸 것이 곧 여수의 아이디어였으니깐.

강함.

히어로.

연인.

이 세 가지 이미지를 염두에 두고 3년 전 이탈리아에서 내가 손수 디자인한 차가 바로 LJ1이었고,

여수가 원이라고 부르는 바로 그 ‘원’이었으니까.

그리고 어찌저찌하다 동거 아닌 동거도 시작했지만, 여수를 피하기 위해서 집에서는 더 차갑게 굴었다. 일부러 10시 보단 늦게 퇴근하고, 또 일부러 일찍 출근하는 여수를 보지 않기 위해 늦게 출근했다.

최대한 여수와 마주치지 않기 위해 죽을 힘을 다했다.

그 순간, 한 곡 반복 재생되고 있던 여수의 ‘Reality’가 잠시 잠깐 끊기고 문자알림 메시지 소리가 들렸다.

신 실장이었다.


[특별히 지시하신 부녀의

위치는 미국 뉴욕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세상에 갈 곳이 미국뿐인가.

전혀 예상을 뒤엎지 못하는 부녀네.

신 실장에게 답장을 보냈다.


[치킨 2마리 제 룸으로

배달주문 부탁해요.

ASAP.]


슬슬 가봐야겠네.

냥줍······ 아니, 수줍하러.


● ● ●


에메랄드 호텔 807호.

실눈을 뜨고 핸드폰 화면을 봤다.


‘새벽 1시가 다 되어가네.’


아직 1시도 안되었는데, 초등학생도 아니고 모임이 시작할 때인 10시부터 졸렸다. 여전히 졸리긴 마찬가지고.

운동을 너무 격하게 했나? 졸려도 너무 졸립다.

마음은 조금만 더, 이렇게, 자지 않고 이 사람들과 함께 있고 싶은데······.

이 사람들이라면,

807호의 룸 주인이자, 이젠 우리 A-5조의 조장이 된 미국에서 온 존.

그리고 나의 귀여운 룸메이트 금젤리, 학교 선배라지만 초면인 박나훈,

마지막으로 벌써 골아 떨어져 존의 침대를 점령하고 있는 위도현과 서주완이다.

이렇게 우리 조는 6명뿐이다.

다른 조는 7명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우리 조의 7번째 멤버는 오늘 오후 조모임 후. 외국계 컨설팅 회사에 합격해 부동그룹을 팽개치면서 우리 조에서 자동 탈퇴됐다.

뭐. 어쨌든 축하할 일이고.

남은 6명. 짝수라 앞으로 생활할 때 나름 편할 거 같다.

그렇게 우리는 함께였고 나이에 따라 말을 놓았으며 밤을 샐 준비가 되어 있었다.

이 모든 것이 이루어질 수 있었던 건, 내일은 교육에도 특별한 일정이 없고 합숙 규칙에도 술과 조모임에 대한 별다른 제재가 없어서였다.

고로 우리는 부동기업이라는 거대한 배에 올라타 한 마음 한 뜻으로 노를 저어갈 선원들로서 앞으로의 순항을 빌며 마음 놓고 취했다. 나를 제외하고 말이다.

왜냐고?

캔 맥주의 따개를 따는 순간, 무슨 영화의 파노라마처럼‘안 본 눈 삽니다’ 사건 다음 날 나를 보며 신신당부하던 선배들의 간곡한 말들이 눈앞으로 스쳐지나갔기 때문이다.


「여수 씨 우리 다시 만날지 모르겠지만, 회식자리에서······ 앞으로 쭈욱 물 마셔. 어느 곳을 가든 꼭 명심해.」


양 대리님의 말이었다. 곧이어 울먹이는 정 대리님이 나타나서는,


「백만 불짜리 내 허리 물어내, 오 사원. 와이프가 허리가 더 부실해졌다고 보약 짓는데······. 어쩔······.」


라고 말을 맺지 못하자 그 틈을 타 하 과장님이 자신의 100일된 아기 사진을 바라보다 나를 보며 말했다.


「오 인턴은 술이랑은 좀 안 맞는 거 같네. 술 없는 회사 생활은 단팥빵에 단팥 빠진 거나 마찬가지지만······, 오 인턴은 절주도 하지 마. ······그냥 끊어.」


마지막으로 신 실장님이 내 어깨를 톡톡 두드렸다. 뒤를 보자 다크서클이 콧잔등까지 내려와 칙칙한 얼굴로 그가 말했다.


「만약에 어떠한 그런 잔혹한 피의 복수가 내게 닥친다면 이게 다 여수 씨로부터 시작되었다는 걸 잊지 마. 여. 수. 씨.」


나는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피의 복수에 대해 물었지만, 신 실장님은 끝내 그것에 대해 얘기해주지 않았다.

파노라마가 사라지자 이번에는 귓속을 간지럽히는 이온의 마지막 말이 떠올랐다.


「오늘 밤 술 먹냐?」

「마실 건데요. 왜요?」

「술 먹지 마라.」


한 명도 아니고 여러 명이 말리는데 술 먹지 말자, 라는 마음으로 나는 새벽 1시가 다 되어갈 동안 맥주 한 캔을 따놓고 도를 닦는 중이다.

다행히 강요하는 술 문화가 없어서 조원들과는 조화롭게 술자리를 가지고 있다.

술을 한 모금도 안 마셨는데도 다들 함께 둘러 앉아 있으니깐, 분위기에 취한다.


‘기부니가 참 좋으다. 헤-.’


졸려 실눈을 뜬 채 잠을 깨기 위해 내가 막 과자 하나를 입에 넣는 순간, 젤리가 말했다.


“여수야, 졸려?”

“···아···니이.”

“얼씨구. 졸린 게 확실한데. 뭐가 아니래. 술도 안 마셨으면서. 너 자면 나도 재미없어서 이제 우리 그럼 파한다.”

“안 조올려어. 안 졸렷!”


젤리가 내가 안고 있는 소파를 빼앗아 가면서 말했다.


“소파 쿠션을 안고 고개를 푹푹 꼬라박으면서 아니래. 쿠션 압수.”

“깼어!”


내가 눈을 부릅뜨고 젤리에게 얼굴을 들이대자 젤리가 내 얼굴을 양 손으로 부드럽게 감싼다.


“아까 헬스만 하고 쉬라고 했더니 굳이 수영하러 간다고 나설 때부터 알아봤어. 피곤하지?”

“······아니.”


만난 지 하룬데 왜 이렇게 따뜻한 거니. 젤리, 젤리, 젤리야.


“근데 수영 안하고 뭐했어? 혼자 밖에서 마라톤 연습이라도 한 거야?”

“아닌데······. 수영했어.”


젤리가 얼굴에서 손을 떼며 놀란다.


“진짜? 너 나가자마자 수영장으로 금방 뒤따라갔는데 수영장 문에 ‘Closed’ 팻말로 되어 있더라. 그래서 옆 동 수영장도 가보고 헬스장도 여기저기 다 갔었어. 너 찾으러. 없어서 결국 방으로 다시 돌아왔고.”

“엥?”


그 순간 잠이 확 달아났다.

그리고.

귀족백수 사장이 스치듯 툭 내뱉은 말이 떠올랐다.


「철인3종경기가 예정되어 있는데도 수영장에 왜 개미새끼 한 마리도 없는지 곰곰이 생각해보길 바란다. 이 맹꽁아.」


이 말인즉슨.

이온이?!

그런데 왜?!

그럴 필요가 없잖아?

그때 젤리가 빛의 속도로 떨어지는 운석보다 빠르게 새로운 주제를 술판에 냅다 던진다.


“됐고. 아무튼 이번에 사브르 LJ1 광고 엄청 대박치지 않았어요? 광고 카피 때문에 재밌는 패러디도 엄청 많더라고요.”

“패러디가 다 생겼어?”

“응. ‘지키려는 자, 그 똥집을 견뎌라.’, ‘지키려는 자, 그 냥펀치를 견뎌라.’, ‘지키려는 자, 그 입냄새를 견뎌라.’ 등등.”


나는 무흣한 미소를 지으면 고개를 끄덕였고, 박나훈이 젤리의 말에 수긍하며 칭찬의 말을 보탠다.


“LJ1 자체도 국내최초로 스포츠카를 한정판매하면서 이슈의 중심에 서긴 했었는데, 진짜는 광고가 다했지. 사브르 브랜드 가치가 어마하게 상승했어. 심지어 광고모델 조차도 이 광고 찍고 광고가 줄을 잇는다고 들었어.”

“오, 나더 봐써. 친짜, 광고 마들 친짜 베리 베리 뷰티풀.”


존이 박나훈의 말에 맞장구를 친다. 단지 그의 칭찬 포인트는 여자 모델에게 가 있었을 뿐.


“이번 광고 카피 만든 사람, 난 누군지 알아.”


박나훈의 시선이 내 쪽을 일각에 스치고 젤리에게서 멈췄다.


“이 방에 있어.”


어···? 어떻게 알지?

박 선배는 전혀 기억에 없다. 그 날 하도 많은 일이 있어서······.


“쟤, 졸려 죽겠다는 쟤, 오여수.”


잠은 아까 깼지만 눈이 번쩍 뜨였다.


“어···떻게 알았어요?!”


박 선배가 내 얼굴을 빤히 본다.


“모를 수가 없지.”

“······.”

“너랑 같은 면접조였어. 그때 다 듣고 다 봤어.”

“아···.”

“너 진짜 3분 만에 그 광고카피를 만들다니. 대단했어, 그 날. ······멋졌어.”


그의 갑작스러운 칭찬에 내 얼굴이 화끈해지는 듯했다.

뭘, 또 이렇게 대놓고 칭찬한디야. 부끄럽게시리.


“뭐야, 뭐야. 왜 둘만 아는 멜랑꼴리한 비밀이야. 우리한테도 알려줘요. 이 분위기에 나도 끼고 싶돠아아아.”


젤리가 젤리처럼 말랑말랑하게 내게 엉겨 붙는다.


“별거 아냐. 그 날 LJ1 광고카피 한 번 해보라고 사장님이 질문했었거든.”

“진짜? 나한테도 그런 질문 했으면!”

“······.”

“······멘붕님이 딱하고 왔지. 그러고 바로 나가떨어지고. 댕! 불합격 문자 받고 또 멘붕님 재접신하고. 생각하면 할수록 완전 불행의 뫼비우스 띠잖아.”


그녀의 귀여운 말에 모두가 동시다발적으로 소리를 내 웃었다.


“멘붕이 무슨 붕어야? 멘붕님이 뭐야. 너도 대답 잘 했을 거야. 그냥 어쩌다 보니······. 그때 갑자기 똬, 하고 그 광고카피가 머릿속에 떠오른 거야.”

“3분 만에 그 멋진 걸 그래도 해냈어. 멋진걸, 오여수-. 오오.”

“오! 여수, 친짜 덩기들 사이에서도 히트걸인데, 또 애드벌타이즈먼츠 까지. 오 마이 갓! 잇츠 크레이지!”

“무슨 멋진걸에 히트걸 씩이나.”


존이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노노노. 동기넘 중에 한 넘은 유한테 프러퍼즈도 할 거란 소리도 들었어.”


마침 500미리 생수를 마시고 있던 나는 스프링클러처럼 물을 뿜었다.


“뭐라고요?!”

“유 청말 멀라? 유 그 애드벌타이즈먼츠 마들 보다 예쁘찮아. 우리 남자 덩기들 사이에서 비쥬얼 랭킹 터킹했는데, 여수가 넘벌 원 됐어.”


대우주급 친화력을 뿜뿜하던 존이 하고 다닌 일이 겨우 여자 동기들 외모 순위 매기는 거였다니······. 대우주급 실망이네.

그 와중에도 옆에 있던 젤리가 부러움의 눈짓을 내게 보냈다 존을 보며 말했다.


“저는요? 저는욧?”

“젤리는 내 맘 속 퍼스트.”

“어우, 너끼해요. 도대체 한국말은 어디서 배웠어요? 느끼했다가 초딩 같았다가 깍쟁이 아가씨 같았다가. 도통 종잡을 수 없는 그 말투 말예요.”

“비밀. 어쨌뜬 오! 여수가 1뜽이야.”


외모로 순위를 매긴 동기가 불순해보이지만 뭐, 기분은 나쁘지 않네.

그리고.

인정.

내가 이쁘긴······ 하죠. 근데 예쁘다고 무작정 프러포즈를?


“누가 그런 허무맹랑한 말을 해댄대요?”

“휴먼 라잇츠가 이찌. 멀 물어. 차라리 LJ1 디자이너가 누구인지 물어.”


그럼 말을 꺼내지를 말던가. 궁금하게시리.

가만히 듣고만 있던 젤리가 재빨리 존의 말을 치고받는다.

젤리는 정말 패스트 젤리구나.


“맞아요. 이번에 LJ1 디자인 엄청 파격적이었잖아요. 진짜 디자이너 누구에요? 사브르에서 세계적인 디자이너를 스카웃하기라도 한 거예요?”

“스카웃은 아니고. 그자는······.”

“빨리 빨리.”


젤리가 재촉을 하든 말든 존은 계속 뜸을 들이며 말을 하지 않았고, 룸 안은 쥐 죽은 듯이 조용해졌다. 꼭 궁금증 귀신이라도 튀어나올 것 같다.


“yo 피플, 궁그매?”


젤리와 나는 동시에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네!”

“넵!”

“메디치가 죠반니.”

“그 유명한 메디치가 가문?”


박나훈이 아는 척하고 끼어들었다.


“마자. 나후나도 아는 구나. 그 디자이너는 다 비치와 미켈란젤로의 후손이란 말이지. 즉, 유명한 패밀리의 후손이란 말이지. 게다가 죠반니는 페라리 다자이너 피닌파리나의 제자이기도······.”


그때였다.

띵동, 울리는 벨소리.

모두의 시선이 일시에 룸 현관문으로 향했다가 금방 다시 서로의 눈을 일사분란하게 바라본다.

모두의 눈 속에는 ‘누구’라고 표면에 쓰인 풍선이 하나씩 둥둥 떠 있다.

그러게······. 누구지?

이 늦은 시간에 올 사람이 있었던가?

우리 7명의 조원들은 이 방안에 모두 함께 있는데.

도대체 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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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여신도 운동은 필요해 (1) 20.01.06 73 3 16쪽
14 여신은 알바 중 (6) 20.01.05 67 3 16쪽
13 여신은 알바 중 (5) 20.01.04 87 3 15쪽
12 여신은 알바 중 (4) 20.01.03 105 4 17쪽
11 여신은 알바 중 (3) 20.01.02 98 4 16쪽
10 여신은 알바 중 (2) +2 20.01.01 131 4 16쪽
9 여신은 알바 중 (1) 19.12.31 141 4 15쪽
8 가자 (2) +1 19.12.30 168 4 16쪽
7 가자 (1) +2 19.12.29 166 4 16쪽
6 왜 이렇게 애볐냐? 19.12.28 189 5 16쪽
5 러시아에서 만난 그 남자 (3) +1 19.12.27 218 4 17쪽
4 러시아에서 만난 그 남자 (2) 19.12.26 239 4 15쪽
3 러시아에서 만난 그 남자 (1) +1 19.12.25 300 6 19쪽
2 반전 시작 (2) 19.12.24 364 6 16쪽
1 반전 시작 (1) +3 19.12.23 697 7 2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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