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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입니다.

반전여신

웹소설 > 일반연재 > 로맨스, 판타지

벨라송
작품등록일 :
2019.12.23 21:10
최근연재일 :
2020.04.17 14:59
연재수 :
56 회
조회수 :
4,923
추천수 :
158
글자수 :
402,501

작성
20.01.20 20:28
조회
50
추천
2
글자
14쪽

신입사원 연수 (11)

DUMMY

나는 만면에 그득한 미소를 머금고 그를 바라봤다.

그러나 그의 표정은 심드렁하기만 하다.

궁금하긴 한 걸까?


“궁금해서 물어본 거 맞죠?”

“맞는데. 왜?”

“그냥 할 말 없고 심심해서 물어보는 거 같아서요.”

“아닌데.”


작게 조각난 감자튀김 하나를 하늘에 던졌다 입으로 받아먹고는 이온이 얄밉게 씹는다.


“60초 지났다.”


어휴. 능구렁이.


“문송해서요.”


이번엔 이온이 햄버거를 크게 한 입 먹고는 입 주변에 묻은 햄버거 소스를 혀로 닦는다. 그리곤 그가 아무렇지도 않게 말한다.


“문송이라면. 문과라서 죄송합니다?”


으잉? 문송도 알아?

이온이 ‘볼매’를 알고 있었다에 내 햄버거 세트를 건다.


“수학 싫어했나 보네? 맹꽁이.”

“수학······ 선생님을 좋아했죠.”

“보통 선생님 좋아하면 그 과목 백점 맞고 그렇잖아.”

“맞아요. 저도 그럴 줄 알았죠.”


근데 인생은 생각대로 되는 게 아니더라고요.


“문이과 융합 인재는 이 마음 모르겠죠. 수학 잘 하고 싶은 이 맘.”

“하하. 내가 진정한 문이과 융합 인재 맞지. 알파 Lee는 못하는 게 없다.”


알파 Lee는 모르는 것도 없는 거 같네요.

볼매, 알면서도 모른 척했다라······.

왜 그랬을까?

내가 호감이 아주 조금··· 아니, 조금 보다는 조금 더 많이 그에게 있다는 걸 알면서도 모른 척하는 걸까?

아니면. 단순히 그 순간 자신의 외모에 대해 겸손하고 싶었던 걸까?

알다가도 모르겠다, 이 사람의 행동 패턴을···.

그러거나 말거나 또다시 등장한 그의 자아도취 타임. 일명 ‘자타’가 왔다.


“눼눼.”


혼자 아이언맨도 하고 날파리도 하고 톰 크루즈도 하고 터미네이터도 하고 반전남도 하고 요섹남도 하고, 다 하셈.


“그래도 마케팅 수업 때, 마케팅 시뮬레이션 팀 배틀 1등 했거든요. 뼛속 깊숙이 문송하면 이런 거 1등 못하는 거 알고 있죠? MBA 학위 있으니깐 더 잘 알 테지만.”

“그걸 모르겠냐. 내가 너 보고 수학 싫어하냐고 물어봤지, 못하냐고 물어보진 않았다.”


그건 그러네.

머쓱.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여수. 너는 노래 잘 하잖아. 얼굴도······ 잘 하고.”

“얼굴이 잘 하고요?”

“······예쁘다고.”


화끈.

온 몸이 달아오른다.

콜라에 꽂힌 빨대를 코에 꽂아 코피가 날 뻔했다.

레프트 훅이 엄청 강했기에.


“연예계 쪽도 재능이 있는 거 같은데 왜 굳이.”

“직장인 되고 싶었냐고요?”

“어.”


입안의 햄버거를 꼭꼭 다 씹고 왼쪽으로 고개를 틀었다.


“지금 맨입으로 그 긴 썰을 풀라고요?”

“왜? 술 땡겨. 바닷가도 왔겠다. 조개구이집 가? 그리고 술 먹고 오늘 연수는 없는 걸로 할까?”

“술 먹지 말래매요.”

“그랬지. 근데 나랑은 괜찮다.”

“이상한 논리네요.”

“이상해도 논리는 논리다.”


어휴. 잘났어.


“근데요. 줬다 뺏으면 뭔지 알아요?”

“뭔데?”


이걸 하려면 비장한 각오가 필요하다. 이전 모습에서도, 또 외모가 바뀐 이후에도 실험해본 적 없는 미사일을 발사할 예정이다.

어떤 반응이 나올지 사실 상상할 순 없지만.

나는 차 안에 울릴 정도로 크게 침을 꿀꺽 삼켰다.

그리고.

미사일 조준. 발사!


“뀨~!”


두 손으로 턱을 받치고 눈을 깜빡이며 그를 향해 ‘뀨’를 시전했다.

내가 상상하고 있는 그런 새하얀 귀염뽀짝한 토끼를 생각하면서 말이다.


그 순간.


이온이 차 바닥에 햄버거를 집어던졌고.

그래. 집어던졌다는 게 맞는 표현일 거다.

잠시 움직임이 정지되는 가 싶다가······.

그가 차문을 벌컥 열고 뛰쳐나가버리는 게 아닌가.


‘이게 무슨 일이지?’


나는 어리둥절해졌고.

단 1초 만에 지구가 멸망한 기분이 들었다.

예쁘다며. 방금 예쁘다고 해서······ ‘뀨’했는데.

뀨가 잘못한 걸까? 내가 잘못한 걸까?


‘그렇게 흉했어요?’


귀가 막히고 코가 막혀 그렇게 차에서 뛰어내릴 정도로?

차문은 닫혔지만 열린 창문으로 그가 크게 숨을 고르는 소리가 들린다.

그렇다고 저렇게 격렬한 거부반응을 보일 필요까지 있을까······?

싶다가도.

머릿속으로 미스터 그린, 헐크의 얼굴이 스쳐지나간다.

배너 박사가 갑자기 헐크로 변해 몸이 2배 이상으로 커지는 장면을 보면, 옷도 찢어지고 얼굴도 험상궂게 변하잖아?!

그럼 혹시······.


‘나도?!’


아찔해진다.

모습이 변한 게 아닐까?

‘뀨’가 몸무게 반전의 주문이 되어서?

손으로 몸 여기저기를 만져보고 사이드미러로 내 얼굴을 비춰봤다.

옷도 찢어지지 않고 멀쩡하다.


‘아직 그대론데······.’


그리고 이온은 내 예전 모습도 알고 있잖아. 근데 왜 저래?

그의 반응이 미스터리라고 생각할 때 즈음 그가 다시 차문을 열고 차에 올라탄다.


“놀랄 정도였나···보죠? 많이 힘들어요? 속도 안 좋고 막 그래요?”


토하고 싶으냐고 까진 못 묻겠다.


“햄버거 다 먹었냐?”


다 안 먹었지만. 분위기상 다 먹은 걸로.


“아··· 뭐. 다 먹었어요.”

“도로연수는 다음에 하자.”


기분 많이 상했나 보네.

사람 참······.

뻘쭘하게시리.

오늘의 교훈. 앞으로는 안 써본 무기는 좋아하는 사람 앞 말고 비관계자에게 실험을 먼저 해봐야겠다.



차를 타고 가는 내내 입술을 잘근잘근 씹어대던 이온은 나를 에메랄드 호텔 입구에 내려주고선 휑하니 인사도 없이 가버렸다.

말할 땐 그렇게 높임말 예의를 찾더니 정작 본인은 인사도 없이 가버리다니.

괜히 내 맘도 상한다.

쓸데없이 ‘뀨’는 왜 해가지고. 뀨를 주워 담을 수도 없고······.

기분도 다운되고. 잘까?

그래도 스쿼트는 삼백 개 하고 자자.

약속은 약속이니깐······.


● ● ●


LJ1을 미친 듯이 몰았고.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새 사브르 서울본사다.

본사 지하 1층 주차장에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사장 자리에 LJ1을 전방주차로 박고 운전대에 머리를 파묻었다.

밤은 깊었지만, 겨우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일에 몰두하는 것뿐이다.

지라도에서도 회사 웹메일을 통해 순조롭게 일처리를 하고 있지만······.


‘그깟 ‘뀨’에 정신을 놓아버리다니.’


나답지 않게 도저히 지라도에 머무를 수가 없을 정도로 이성이 마비되었다.

여수가 ‘뀨’를 날리는 순간, 너무도 사랑스러웠다. 내 눈에만 넣고 싶은 여수를 어딘가로 감금시켜 만두만 먹이고 싶을 정도로······ 설레었다.

도저히 얼굴을 쳐다볼 수도 없어 여수를 거의 내팽개치듯이 숙소에 내려주었다. 그래서 여수가 혹여나 상처를 입었을까, 싶다가도 우습게도 오히려 스스로가 걱정되었다.

이러다 정말 돌아버리는 게 아닐까 싶어서 말이다.

예정과 달리 오늘은 오여수랑 너무 오래 같이 있었다. 하나를 같이 하니, 하나를 더 같이 하고 싶었다.

다빈치 타워에서 같이 살면서는 항상 조심했었는데······.

밖에서 만나니 마음이 느슨해지고 말았다. 철저하게 닫아뒀던 여수에 대한 내 마음이 바닷길처럼 쭉 뻗어 막힘없이 달려갔다. 어디가 지평선인지도 모른 채.

하지만 실수다. 마음이 너무 강해서. 같이 있는 게 좋아서.

괜찮을 줄 알았다.

아니, 사실은 모른 척하고 싶었다.


“하아······. 일이나 하자.”


차문을 열고 내려 입구 쪽으로 몸을 트는데, 그 아이였다.

스댕의 동생.

또한, 나의 약혼녀.

염하연.

그녀가 반갑게 손을 흔들며 내게로 나풀나풀 날아온다.


“온이 오빠!”


나비가 날아와 혈관을 막아버린 것처럼 심장이 콱 막힌다.

작아도 나비는 나비다.

숨을 못 쉬게 할 정도로 나를 옭아맬 수 있는······.


“오빠!”

“······.”

“온이 오빠!”

“······.”


마침내 코앞까지 날아온 그녀가 날갯짓을 멈춘다.

오여수와는 상반되는 작고 가냘픈 목소리로 그녀는 나를 채근한다. 늘 그래왔던 것처럼.


“왜 대답을 안 해······.”

“어.”

“정신 나간 사람 같아.”


그녀가 가냘픈 웃음소리를 내며 나를 요리조리 뜯어본다.


“오빠 이런 모습 처음 봐. 신기해.”


나는 걷기 시작했다.

그녀의 얼굴을 피하기 위해.

걸으면 앞만 볼 수 있겠지.


“이렇게 밖에 돌아다녀도 괜찮은 거니?”

“응. 민 박사님이 한두 시간은 괜찮대.”

“나 여기 있는 줄은 어떻게 알고 이 시간에 여기까지 올 생각을 다 했어.”

“너무 놀라진 마. 나 사실은.”

“······.”

“여기 매일 왔었어. 근데 오늘에야 오빠를 만난 거 있지.”

“매일?”

“······집에 거의 발길을 끊었던 태성 오빠가 어느 날 집에 떡하니 나타난 거야. 그래서 집 안이 완전 쑥대밭이 되었지 뭐야. 오랜만에 돌아온 탕자에게 밥 해먹이겠다고 엄마랑 아빠랑 난리법석이었어. 그때 태성 오빠가 오빠 사브르 출근한다고 알려줬어. 나중에 알고 보니깐, 아빤 벌써 아시고 계셨는데 말씀을 안 해주신 거였어.”

“······.”

“왜 그러셨는지 모르겠어.”

“······.”

“아무튼 그래서 내가 얼마나 깜짝 놀랐는지 몰라. 오빠가 이제 해외로 안 나가고 한국에 계속 있게 되는 거잖아. 한 회사의 오너라면.”


엘리베이터로 연결된 유리문을 열었다.


“그러고 오매불망 오빠를 기다렸지. 근데 연락도 없고 한 번도 찾아오질 않아서······.”


엘리베이터의 상행 버튼을 눌렀다.


“그래서 매일 여기로 나도 출근했지. 비록 여느 직장인들처럼 아침 출근은 못했지만···.”

“그러다 나도 없는데서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어쩌려고.”


그녀의 도토리만한 얼굴이 작게 좌우로 움직이자 허리까지 내려오는 풍성한 파마머리가 가볍게 흔들린다.


“한 번도 그런 적 없어. 한 번도······.”


띵. 1층에 있던 엘리베이터가 도착했다.


“타.”

“응. 사브르는 언제부터 출근한 거야? 태성이 오빠 말로는 한 달 정도 되었다고 하던데.”


타자마자 35층을 눌렀다.

6개월이 지났다고 말하면 마음이 많이 상하겠지.


“한 달 보다는 조금 더 되었어···.”

“응.”

“······.”

“근데··· 저기 오빠.”

“어?”

“···왜 안 왔어. 나 보러.”


하연이는 자신이 던진 방금 그 질문이 나와 그녀 사이의 관계의 근본을 흔들 수도 있는 위험한 질문이라는 걸.

정말 모르고 묻는 걸까.

피할 수만 있다면 최대한 대답을 피하고 싶다.


“엄청, 진짜 엄청 기다렸는데······.”

“······.”

“아빠도 그렇고 엄마도 그렇고. 다들 오빠 지금 엄청 바쁠 거라고 전화도 못하게 하잖아.”

“······.”

“그래서 몰래 연습실 오다가 한 번씩 들렀어. 계속 어긋나기만 했는데. 오늘 이렇게 만나서 너무 좋아.”


그녀의 시선이 내내 내 옆얼굴에 머물러 있다.

내가. 내가······.

이 죄인인 내가 너를 보고 어떻게 웃을 수가 있니.

제발, 그렇게 나를 보고 해맑게 웃지 마···.


“오빠 저녁 아직 안 먹었지?”

“어?”


그녀가 왼손에 들고 있던 하얀 봉지를 흔든다.


“반응 보니깐 안 먹었구나. 안 그래도 그럴까봐 초밥 포장해왔어.”

“매일 올 때 마다 음식 포장해온 건 아니지?”

“응······. 아니···. 매일 메뉴는 내가 먹고 싶은 걸로 바꿔서.”

“너. 진짜. 어르신들이 못하게 해도 그냥 전화를 하지. 오빠가···.”


잘못했다.

또다시 심장이 무거운 무게 추를 단 거처럼 저 심연 깊숙히로 꺼져간다.


“바쁠까봐.”

“······.”

“오빠 화난 건 아니지?”

“화는 무슨.”

“오빠 나한테는 화 낸 적 한 번도 없잖아. 그렇지?”

“그래···.”


숨이 막힌다.

그 순간 엘리베이터가 드디어 사장실이 있는 층에 도착했다.

후-.


“앉아.”


소파에 앉으며 갑갑했던 스마트 워치부터 벗어 소파 테이블에 놓았다.


“응. 오빠 집무실 상상했던 거 보다 더 크고 좋아. 집에서 매일 상상했었거든. 오빠가 어떤 모습으로 일을 할지. 후훗.”

“······.”

“오빠가 양복 입고 출근하는 모습을. 수천 번도 더 상상 했을 거 같아.”

“쓸데없이 그런 걸 왜 상상하냐.”

“······내 약혼자니깐. 어디서 무얼 하고 있는지 궁금한 게 당연한 거 아냐?”


그러면서 그녀가 헤실 웃는다.

그런 그녀의 미소를 보지 않기 위해 괜히 초밥 포장을 풀어헤쳤다.


“근데 오빠, 오늘은 양복 안 입었네. 어디 다른 곳이라도 다녀왔어? 일요일이라서 그런가, 뭔가··· 여행이라도 다녀온 것 같은 옷차림이야.”

“여행은 아니고. 신입교육이 있었거든.”

“신입교육?”

“지라도 에메랄드 호텔에서 지금 진행 중이고, 교육 끝날 때까지 나도 참여할 예정이라서.”


그녀가 고개를 갸웃거린다.


“그런데 서울은 왜 왔어? 계속 지라도에 있어야 되는 거 아니야?”

“······!”

“계속 참여할 거라면서.”


무슨 대답을 듣고 싶은 거냐.

오여수 때문이라고.

도망치듯 지라도를 떠나왔다고.

그래서 그랬다고.

그런 말을 듣고 싶은 거니.


“오빠.”

“어.”

“저기 오빠 책상에.”

“······.”


그녀가 다음 말은 하지 않고 소파에서 일어나 나를 스쳐 등 뒤로 걸어갔다.


“오빠. 이거 마트료쉬카 인형. 인형 안에 인형이 나오는 그 목각 인형이잖아. 이 인형에는 발레리나 그림이 그려져 있어.”

“······.”

“나 주려고 샀구나. 러시아 다녀왔다는 이야기는 들었는데. 후훗.”


그 순간 나는 몸을 틀어 그녀가 서 있는 곳을 돌아봤고.

그녀가 책상 위에 놓여 있던 마트료쉬카 인형을 하나씩 꺼내 일렬로 정렬하고 있는 모습을 목격했다.

인형에 그려진 그림을 보아하니 이제 그녀는 마지막 남은 제일 작은 인형을 꺼낼 차례였다.


“나 발레 다시 시작한지는 어떻게 알았어? 나 모르게 부모님한테 내 소식 물었구나. 나한텐 이 마트료쉬카가 굉장히 의미 있는 선물이 될···.”


소파를 박차고 일어나 뛰듯 걸어가 그녀의 손을 저지했다. 그녀가 작게 비명을 내지른다.


“꺄앗!”


그녀의 얼굴이 한순간에 겁에 질린다. 마치 리트머스 종이가 산성용액을 만나 퍼렇게 질린 것처럼.

그와 반대로 그녀의 눈망울은 두려움과 당황으로 붉게 얼룩진다.

그러나 나는 그런 그녀를 난생 처음으로 모른 척하려 한다.

왜냐하면 최소한 내 마음만은······.


“만지지 마!”


내거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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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뉴 타이타닉 레이디를 찾아요 (1) 20.01.31 51 3 17쪽
36 여신은 철벽도 춤추게 해 20.01.30 46 2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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