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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입니다.

반전여신

웹소설 > 일반연재 > 로맨스, 판타지

벨라송
작품등록일 :
2019.12.23 21:10
최근연재일 :
2020.04.17 14:59
연재수 :
5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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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158
글자수 :
402,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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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2.28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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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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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6쪽

왜 이렇게 애볐냐?

DUMMY

● ● ●


이온의 차는 사브르 신 모델 LJ1이었다.

차체는 바다의 금빛 물결 같이 반짝이는 파란색.

가까이 다가가자 차는 원격시동에 의해 으르렁거리는 엔진음을 내고 있었다. 마치 사냥감을 노리고 있는 호랑이처럼.

와우-.


‘섹시.’


유럽감성과 미국감성의 스포츠카의 특징이 골고루 섞여 있어 오묘한 매력까지 느껴진다. 물론, 미국 쪽 감성이 조금 더 우세해 굉장히 남성적이지만.

이리 뜯어봐도 저리 뜯어봐도 내가 보아온 차 중에서도 손에 꼽힐 정도로 단연 독보적이야.

그나저나 이 모델, 수제로만 소량 100대 생산한다더니. 장인이 만든 게 아니라 기계가 만들기라도 했나, 싶을 정도로 자주 눈에 띄네.

것도 이틀 연속이나.

어제 고속버스 휴게소에서 만난 로얄 엔터테인먼트 대표라던 사기꾼의 차도 LJ1이었고.

백수 아닌, 부동그룹 면접관 이온도 이 모델을 타는 걸 보면······ 실제로는 암암리에 자동화로 양산되고 있는 거 아닐까?

하물며 아직 출시도 전이니 의심이 안 될 수가 없다.


“LJ1 수제 맞아요?”


앞뒤 설명 없이 바로 질문을 던지자, 캐리어를 차 트렁크에 싣고 막 운전석 쪽 문 손잡이를 잡던 이온이 뭔 생뚱맞은 질문이냐는 듯이 나를 빤히 쳐다봤다.


“수제치곤 꽤 자주 보여서요.”

“그래? 딱 2대 미리 출고되긴 했지. 하지만 백프로 수제야. 외관만 보면 잘 모르겠지만 내부만 봐도 알 수 있을 거다. 타. 문 열렸으니깐.”


아. 뭔가 말에 명쾌한 힘이 있어 더 이상 물어볼 수가 없네.

LJ1의 문손잡이를 잡자 순간 귀에서 실로폰 소리가 ‘딩동’하고 청아하게 울린 것 같았다.

운명의 만남이라도 되는 것 마냥.


‘뭐지?!’


사람도 아니고 내 차도 아닌 남의 차에 ‘딩동’이라니.

당황스러웠다.

출시도 전에 LJ1을 타볼 수 있다는 뜻밖의 행운에 너무 좋아 정신줄이 실로폰줄이라도 된 건가.

딱 내 스타일이긴 하지만. 그래도 남의 찬데.

······물욕을 버릴 때가 됐구나.

아, 그래도 LJ1, 너만은······ 차마 못 버리겠다. 중고로라도 언젠가 만나 삶을 같이 나누자꾸나.

꼭 입양할께.


‘원아.’


내 부름에 응답하듯이 차 문이 유연하게 열렸고 보조석으로 한 발을 넣자마자 시원함이 쏜살같이 다리를 타고 올라왔다.

이내 그것은, 완전히 좌석에 앉자 엉덩이와 등까지 선선한 파도처럼 밀려와 한순간에 초여름 더위를 날려버렸다.


“시원해욧!”

“어. 시원하라고 한 거니깐.”

“에어컨도 에어컨이지만. 쿨시트가 굿시트네요.”

“그래. 차의 기능들은 편하라고 탑재하는 거니깐.”


손가락으로 운전석 옆의 기능버튼들을 가리키며 이온이 말을 계속 이었다.


“필요하면 여기 온도 조절하면 돼. 특히 이 버튼이 메인버튼이라 차 안의 전체 온도를 조절하니깐 유념하고.”


러시아에서도 그랬지만 가끔씩 자상한 면이 무뚝뚝함 속에서 불쑥 튀어나올 때마다 어색하고. 이 사람이 왜 이러나 싶으면서도······.

나도 모르게 어떤 기대라는 걸 하게 된다.

하지만······.


‘아냐.’


23년 동안 사람들을 그렇게 겪어봤으면서 또 오해하려 하다니.

친절은 사람간의 예절 같은 거잖아.

마음을 두면 거절만 돌아올 뿐이야.

잘 알면서.


“감사합니다. 추워지면 조절할 게요.”


그가 짧게 ‘어’라고 대답하곤 손목에 찬 스마트워치를 조작하고선 네비게이션 화면을 터치했다.


“뭐해요?”

“주소 찍으려고.”

“아참, 아까 면접 때는 말 못했지만······ LJ1 정말 예뻐요. 그리고 제가 무진장 좋아하는 최애차에요.”


찰나로 그의 긴 손가락이 정지했다 움직였고, 함께 입꼬리가 슬쩍 승천했다 사라졌다.


“예쁘지. 누가 디자인 한 건데.”

“누가 디자인한 건데요?”


안 그래도 나도 궁금했다.

아직 LJ1의 디자이너는 이슈가 되지 않았기에.

이렇게 예쁜 차를 만들고선 세상에 그 대단한 금손을 드러내지 않다니.

금손은 숨길려야 숨길 수도 없는 건데.


‘샤이 디자이너 나빴어, 나빴어.’


생각하는데 이온이 조금은 당황한 듯 보였다.


“······뭐. 디자이너가 했겠지. 그나저나 차에 관심이 많나보다. 아까 면접 때 LJ1 스펙 줄줄 외우는 거 보고 조금 놀랐다.”

“아까도 말했지만 좋아해요.”


순간 그의 얼굴이 붉게 타올랐다. 아까 전부터 붉게 물든 차 지붕 위 노을처럼.


“어?!”

“네. 굉장히 좋아해요.”

“······!”

“LJ1. 아까 말했었는데. 최애차라고. 그러면 당연히 그 정돈 가볍게 알고 있어야죠.”

“······어.”


얼빠진 게 꼭 더위 먹은 사람 같이 왜 저럴까.


“혹시 더워요? 온도 좀 내릴까요?”

“덥긴! 전혀.”

“그럼 뭐 이제 슬슬 출발할까요?”

“잠깐. 메시지 하나만 보내고.”

“천천히 하세요.”


고개를 가볍게 숙이고 그가 또 스마트워치를 손가락 끝으로 톡톡 두드리며 질문은 던졌다.


“운전은 할 줄 아냐?”


나도 의자를 수평으로 밀어 다리가 뻗을 공간을 더 만들며 대답했다.


“음··· 그건 비밀에요. 저도 궁금한 거 있어요. 오늘 어떻게 면접관으로 참석한 거예요? 팀장이에요? 아님. 사긴··· 진짜 아니죠? 뭐 그런······.”


혹시나 해서 다시 물어봤다.


“사기? 어느 세상에 면접 가지고도 사기를 치냐. 칠 건수가 있기라도 하냐.”

“있긴 하더라고요.”

“그럼 일단 안심해. 부동그룹 면접은 진짜 아니니깐.”

“아님 천만다행이고요.”


그가 메시지를 다 보낼 때까지 심심해 매끈하게 빠진 실내를 이리저리 보다가 내내 궁금했던 것을 물었다.


“백수 아니고 부동그룹에서 일하는 건 맞죠······?”

“아. 요 맹꽁이. 그래서 사기냐고 자꾸 물어본 거냐? 내가 백순데 면접관으로 떡하니 앉아 있으니.”

“네···. 앞뒤가 맞지 않아서요.”

“백수도 맞고. 부동그룹에서 일하는 것도 맞아.”

“백수는 맞는데 부동그룹에서 일한다고요? 말이 안 되잖아요.”


백수 뜻을 헷갈릴 사람도 아니고.


“어. 합격하면 알게 될 거야. 내가 어떤 백순지.”


백수면 백수지 어떤 백수란 게 뭘까? 백순댄가? 홀홀홀.

그나저나 합격이라······.

어쩌면 답을 모른 채 영원히 수수께끼로 남을 수도 있겠구나.


“서울로 이제 출발한다. 안전벨트는 기본이다. 매주랴?”

“어우- 아뇻!”


이윽고 이온이 고개를 들고 빨간 시동버튼을 가볍게 눌렀다.

그르릉- 그르릉-.

아! 이 하이퍼카다운 듣기 좋게 흥분한, 차 엔진소리.

듣자마자 심장이 미친 듯이 들끓었다.

좀 전까지만 해도 나를 안절부절못하게 만들었던 걱정과 불안들을 다 잊어버릴 만큼.

격렬하게.

반면에 차는 미끄러지듯 호텔 정문을 지나 도로로 순식간에 진입했다.

내 몸을 감싸주는 편안한 가죽의자. 조용한 승차감. 다리를 쭉 뻗을 수 있는 좌석 공간.

이 모든 것들의 완벽한 조합 덕분에 잠이 밀려왔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의자를 뒤로 젖히고······ 한숨만 자려고 했는데······.

결국 그러지 못했다.

왜냐하면 그가 더 할 얘기가 있었던지 말을 했기 때문에.


“오여수.”

“네? 절대 자려고 한 게 아···.”

“너······.”

“뭐요?”

“너······.”

“나 뭐요?”

“사알······.”

“사알?”

“그러니깐. 사알이··· 왜 이렇게 애볐냐?”

“애뱄냐고요? 이런 미친.”


순간 조신하고 교양 있는 소녀 이미지와 이성은 ‘이런 미친’을 외치며 자의에 의해 달나라에 퍼펙트하게 날려 보내버리고.

더 나아가 운전자한테 잽을 날려 피까지 볼 뻔 했지만, 다행히 이것만은 일어나지 않았다.

다만 이온의 설명을 듣자 갑자기 미친 듯이 민망함이 밀려왔다.


“아깐 교양 어쩌고 하더니. 사투리다, 사투리. 경상도 사투리. 내가 워낙 다양한 언어를 구사해서. 그러니깐, 애뱄다가 아니라 애볐냐고. 살이 왜 이렇게 빠졌냔 말이다.”


아-.

내 이미지······.

에라, 모르겠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앞으로 편하게 가자.

어차피 러시아에서 볼 거 다 보고 성격 보일 거 다 보였는데 이제 와서 교양은 무슨.

대답이 없자 그가 진지한 얼굴로 다시 한 번 물어왔다.


“진짜. 왜 이렇게 야위었냐.”

“그냥 ······빠졌어요.”

“그냥 빠져? 운동한 거 아니고? 약 먹었어? 다이어트 약 안 좋다. 잘못하다 요요 심하게 와.”

“운동은 아니에요. 약도 아니에요.”

“······의술?”


사실 가장 신빙성 있는 의견 어필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래도 그렇지 의술이라니.


‘원판 그대론데.’


못 알아본 게 어쩐지 섭섭해 단호하게 대답하려는데 그가 뒷말을 꺼냈다.


“아무리 봐도 의술은 아닌데. 그럼 뭐냐? 이유가.”


운전석 옆으로 보이는 그의 눈썹이 진심 궁금하다는 듯이 올라갔다.


‘사실 그 이유를 정말로 알고 싶다고요.’


이유도 없이 면접 전날 갑작스럽게 48kg이 된데다 이게 꿈인지 생신지도 아직 모르겠는데.

내일 아침이면 또 어떻게 변해 있을지 모르고.

잠깐만.

아하. 이러면 되겠구나.


“백수가 어떤 백순지 알려주면 왜 살이 빠졌는지 알려줄게요.”

“그게 궁금했냐?”

“네. 저한텐 엄청난 충격이긴 했어요. 백수가 아무 일도 안하는 사람으로 알고 있었는데 떡하니 면접관으로 앉아 있으니 궁금한 건 당연하죠.”

“백수가 꼭 그런 뜻만 있는 건 아닐 텐데.”

“······?”

“궁금해?”


무슨 질문 콘서트 하는 것도 아니고.


“몰라요. 안 궁금해요. 이젠.”


너무 쉽게 끝났네.


“그래. 그럼. 너. 일단 건강하게 살 뺀 건 아닌 느낌이다?”


건강한 것도 아니고 아닌 것도 아니라 뭐라고 해야할지 몰라서 가만히 있었다.


“피곤할 텐데 자라.”

“믿고 자도 되죠······?”

“러시아에서도 믿었잖아. 손도 잡고 어깨도 기대고, 크리스마스이브엔 기차 안에서 같이 자고. 헬싱키 행 페리에서도 날밤도 같이 새고.”

“뭐래. 저 자요. 진짜로.”


막상 자려니 잠이 오지 않는다.

이모랑 나영이는 도대체 어떻게 된 걸까?

어서 빨리 서울로 가서 이모랑 나영이가 괜찮은지 알고 싶다.

그리고 통장에 입금되어 있던 사라진 현금의 행방도 궁금하고.


‘이모, 저 지금 올라가고 있어요. 무슨 일 있는 건 아니죠? 무사하길 바라요.’


● ● ●


붉은 석양이 하늘을 한가득 물들일 때쯤 지라도 에메랄드 호텔에서 출발해 잠깐 오창휴게소에 들른 걸 제외하곤 줄곧 이온은 말이 없었다.

나 또한 말이 없다.

생각하느라. 그리고 말할 힘이 없어서.

다른 건 다 괜찮았지만.

이모와 나영이의 전화는 ‘없는’ 번호다. 왜일까?

도대체 왜일까?

이모는 나의 후견인이었다.

만석꾼의 아들이자 정치인이셨던 할아버지는 점잖지 못하게 영화 나부랭이를 찍는다는 이유만으로 외동아들과 왕래를 끊었다. 할머니는 오래전에 돌아가셨고······.

핏줄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할아버지는 부모님의 연이은 불행한 소식에 나를 맡아주셨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갑작스럽게 돌아가셨다.

엄마는 연탄가스 누출사고로 외조부모님이 돌연 돌아가시자 연년생인 이모와 서로 의미하며 살았고, 그래서 두 자매는 한 마음같이 자신들의 가정을 일찍 꾸리게 되었다고, 이모가 이야기 해준 적이 있다.

할아버지는 돌아가시기 전에 외동아들의 손녀인 나에게 전 재산을 물려주셨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당시 이미 나는 엄마에게서도 막대한 유산을 상속받은 몸이었다고.

고로, 난 세 살 때부터 평생 먹고 살 걱정은 없었다.

하지만 막대한 재산은 어린 아이에겐 브루마블의 종이 지폐보다 못했고 세계여행은커녕 혼자서 집밖도 못 나갔다.

결국 미운 세 살 어린이는 미운 짓을 할 시간조차도 없이 또 다시 누군가에게 짐이 되어야만 했다.

그때 덥석 나의 후견인을 자처한 사람이 고맙게도 바로 이모였다.

나와 나영이는 딱 3개월 나이차가 나는 동갑내기니깐, 이모는 실상 지옥문을 스스로 연 거나 마찬가지였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모는 얼마 있지 않아 이혼까지 했다. 왜 이혼했는지 나는 들은 바가 없다.

말 그대로 이모는 독박육아를 시작했던 거다.

내 눈에 비친 이모는 청춘을 바쳐 나를, 나영이를 길러주신 천사였다.

그래서 난 이모가 쇳가루와 쌀을 섞어 밥을 지어줘도 ‘쇳밥이네’라며 맛나게 먹을 자신이 있다.

실제로 이모는 작은 손을 가진 큰 손이었고, 한 번 요리를 시작하면 음식이 산을 이루곤 했다. 그것도 매번.

입이 짧은 나영이는 많이 먹질 못했고, 내가 그 음식들을 다 먹어야하는 즐거운 단점이 있긴 했지만 나의 맛있는 첫 번째 손이었다.

나의 두 번째 손은 자매의 손 같았다. 그 손은 이종사촌 나영이가 내민 손이었다.

로얄 엔터테인먼트에 연습생으로 들어가기 전까지 나영이는 늘 내 손을 잡고 등하교를 함께 해주었다. 그때가 중학교 입학 전까지였지, 아마?

추억 돋네. 새록새록······.

그러나 이제 나는 그런 손들과 원하든 원치 않던 작별을 고해야할지도 모르겠다.

처음 작별을 예감한 건 내가 러시아 여행을 갔을 때였다.

지갑을 도둑맞아 급하게 연락을 했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나를 항상 기다리고 있을 줄만 알았던 두 손과는 한국으로 돌아올 때까지 끝내 닿지 못했다.

그땐 그래도 연락두절이었지 없는 번호까진 아니었는데.

그때부터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다. 둘이 언젠간 내 세상에서 사라져버릴지도 모른다고.

그리고 오늘이 바로 그 날일지 모른다.

아니, 이건 빼박이다.

왜냐하면······.

느낌이 이상해서 휴게소에서 짬을 내 오피스텔 주인에게도 연락을 해봤다.


「아니, 학생 몰랐어? 몇 달 전에 이모가 연락을 해서는 오피스텔 뺀다고 계약된 기간까지 월세 완납했어. 다음 세입자 구해주기는 어려울 것 같다면서. 언제 뺄지는 나중에 전화 준다더니. 어제 낮에 오늘 짐 다 빼간다고 전화 왔었어.」

「······.」

「안 그래도 낮에 가봤더니 이삿짐센터에서 와가지고 짐 빼고 청소까지 싹 다 해주고 갔었는데.」

「······그래요. 이모가······ 혹시 다른 말씀은 없으셨나요?」

「없었는데.」

「그럼. 짐은 어디다 보낸다고 하시던가요?」

「그건 나도 모르지. 뭐. 이모네로 보낸 거 아니고? 이삿짐센터 이름이······ 수철이네 이사센터였던 거 같은데? 내일 전화 한번 해보든가.」


왜 오피스텔까지 뺀 걸까? 그렇게도 많은 돈을 가지고 떠났으면서······.

이모는 가르쳤다.

돈은 인생의 전부가 아니다, 외모도 마찬가지다, 그러니 전문성을 가진 여성이 되어라. 꿈을 가져라. 예체능계가 아닌 공부를 해라. 그래야 내가 가지고 싶은 걸 가질 수 있다고.

내가 가지고 싶은 거?

······사랑이었다.

그래서 토하나 달지 않고 이모가 원하는 공부. 참 열심히도 했다.

이모가 준 비전이 이모에게 닿을 수 있는 영원한 길이라고 생각했으니깐.

한 가지 이모가 해줬으면 했던 이과는 가지 못했다.

아니 한 가지가 아닌가.

러시아여행도 가지 말랬는데도 갔고 취업도 못했으니깐.

잘못한 게 한 두가지가 아니었구나······.

그래도, 그래도······. 그래도······.


‘안녕, 인사조차 없이 떠날 수가 있어요······.’


고프다.

가족이. 사람이. 사랑이. 세상의 온갖 정이란 정은 다 고프다.

너무도 고프다.

가족을 잃어버린다는 것은 슬픈 일이란 걸 잘 알고 있기에. 그래서 나는 힘이 없다.

또 한 가지.

내가 힘이 없는 이유는 버려질, 혹은 버려졌을 짐 속에 엄마가 두고 간 아빠의 결혼반지가 있다는 걸 기억해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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