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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6굴림실패 님의 서재입니다.

성칭 밑의 피와 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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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6굴림실패
작품등록일 :
2023.05.20 20:59
최근연재일 :
2023.08.13 23:55
연재수 :
10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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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805,7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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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7.01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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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1화

DUMMY

명예와 안위 중에 무엇이 더 중한가?

안정과 재물 중 무엇이 더 중요한가?

득과 실 중 무엇이 더 문제인가?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저마다 대답이 다를 것이다.

어느 한 소녀는 그에 대한 답을 구하며 계속 달려갔다.


소녀는 안위를 택했다.

어른들이 떠들어대는 명예에는 관심이 없었기 때문이다.


소녀는 재물을 택했다.

가난한 마을이 싫었기 때문이다.


소녀는 득만을 바라보며 달려왔다.

나누고 함께 살아가야 하는 촌동네에 실증이 났기 때문이다.

그렇게 이기적이고, 만족을 모르며 인생을 살아온 소녀는 세월이 흘러 여인이 되었다.



"하, 뭐가 산(우로스) 산맥이야. 옛날 사람들은 동음이의어라는 개념을 몰랐나?"



여인이 된 소녀는 옛 신 중 한명의 시체로 만들어졌다는 전설이 전해지는 우로스 산맥의 봉우리 중 하나에 서서 밑을 내려다보고 있다.

타오르는 것 같은 붉은 머리카락이 얹혀 있는 어깨는 억센 괴물의 가죽을 다듬은 견갑이 달려있었다.

그녀의 전신을 감싸는 경화시킨 가죽으로 된 경장 갑옷에서는 땀냄새와 유지보수용 기름의 냄새가 풍기고, 허리춤에는 독을 발라놓은 단검 3자루가, 손에는 족히 15리브라(약5kg)는 될 것 같은 대검이 들려있었다.


이곳은 대륙 북부에 위치한 에트루리아 왕국 동쪽의 우로스 산맥.

대지모신이 낳은 아들 중 하나인 산의 신이 쓰러져서 만들어졌다는 전설이 잠들어있는 산맥은 지금껏 수천년 이상 미개척지로 남아 있었다.

문명을 쌓아올린 지성체들이 숫하게 개척을 시도했으나 산맥이 지금도 온갖 야수와 괴물들의 거처이자 요람이자 무덤으로 남아있는 것을 본다면 개척자들의 운명이 어떨지 능히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높은 봉우리 위에 서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평선이 제대로 보이지 않을 정도로 굴곡진 산맥에 채워진 빽빽한 원시림은 경외심이 들기보다는 녹색의 지옥처럼 보였다.



"지금 옛날 사람들의 작명 철학에 대해 시시콜콜 따질 때냐? 임무에 집중해."



꽤 두툼한 금속으로 된 전신갑옷을 입고 커다란 타워실드를 든 남자는 허리춤의 물주머니 끈을 풀고는 목을 축이며 말했다.

타워실드를 든 전사 뒤쪽에는 나무에 등을 기대고 있는 챙이 넓은 모자를 쓰고 채찍과 짐승포획용 지팡이를 짊어진 남자, 피켈 헬멧을 쓰고 숏소드와 지팡이로 무장한 여자, 두건을 쓰고 건틀렛을 낀 남자 세 사람이 대검을 든 여자가 보는 곳과는 다른 방향을 보고 있었다.

그들이 바라보는 봉우리 바로 밑의 깎아지른 절벽 근처 동굴 앞에 새끼곰 2마리가 서로 장난을 치며 힘겨루기를 하고 있었다.



"어미는 어디있지?"


"동굴 안에 뭔가의 움직임이 보여. 안에 있는 것 같아."


"아빠곰은?"


"이 시기면 서로 떨어져 있을 시기지. 엄마곰 눈에는 아빠곰도 새끼곰한테 위험한 존재거든."



이들 일행은 겉보기에는 평범하게 몬스터를 사냥하는 모험자 파티로 보였다.

허나 이들은 사실 모험자 길드에 소속을 두고 있으면서 길드 몰래 위험한 몬스터를 잡아다 외부로 밀반출하는 범죄조직에 이중소속된 범법자들이었고 오늘 그들의 표적은 불법 투기장에 사용될 타이런트 베어 새끼들이었다.


마법사와 전사, 야수조련사(테이머)가 목표물을 보면서 대화하는 사이 두건과 건틀렛을 낀 로그는 기다리는 게 지루했는지 허리춤의 주머니에서 연초를 꺼내 불을 붙이려 하였다.

그러나 그 순간 테이머는 한손으로는 로그의 목을, 다른 손으로는 연초를 꺾으며 말했다.



"미친새꺄, 저 곰탱이들은 최대한 집중하면 1000파수스(약 1480미터) 밖에 있는 물건의 냄새도 맡을 수 있다고. 게다가 새끼들이 있어서 내 전 마누라만큼이나 사납고 까탈스럽지. 그런데 이렇게 가까이에서 연초를 피려고 해? 이래서 도둑 놈들은!"


"어허! 도둑이라니, 난 탐사 전문가야. 탐색자!"


"그만! 목표물을 확인했으니 다시 계획이나 검토하자고. 임무 실패해서 어디 부러지기라도 하면 인간말종인 우리 의뢰인이 보험금이라도 줄 거 같아?"



전사는 로그와 테이머의 싸움을 말리고 작전을 검토하기 시작하였다.



"타이런트 베어의 공격은 아무리 나라고 해도 4번 연속으로는 못 막아. 정면 승부는 자살행위야. 그러니 우리는 계획대로 유인조가 어미곰을 꾀어낸 사이 포획조가 새끼들을 붙잡고 이탈한다. 지급받은 장비 점검해."



유인조는 방패 전사, 대검 여전사, 마법사 3인.

포획조는 로그, 테이머 2명이었다.

유인조는 의뢰인으로부터 후각이 뛰어난 타이런트 베어를 괴롭게 만드는 온갖 향이 나는 약초가루를 폭발마법을 심은 마석으로 감싼 약초폭탄을, 포획조는 몬스터의 목에 씌우는 몬스터 조련용 마법 재갈을 점검하였다.


폭탄의 사용법은 간단했다.

그냥 목표물을 향해 전력으로 던져서 맞추면 폭탄 안의 마석이 충격에 반응해서 폭발하는 심플한 물건이었다.



"이것보다 더 쉬운 방법은 없어?"



하지만 폭탄을 사용한 뒤는 결코 간단하지 않다.

어미곰은 자기가 싫어하는 냄새 때문에 발광할 것이고 유인조는 그 어미곰을 새끼곰으로부터 떨어뜨려야 한다.

물론 3명이 돌아가면서 약초폭탄을 던져대며 주의를 분산시킬 예정이기에 위험부담은 높지 않지만 만약의 사태가 일어날 가능성도 있기에 여전사는 투덜댔고 전사는 여전사의 손에 들려있는 약초폭탄을 힐끔보며 말했다.



"조금 복잡하지만 성공률이 높은 방법, 쉽지만 성공률이 낮은 방법 너라면 어느쪽을 선택할 거지?"


"당연히 성공률이 높은 방법이지."


"그러니까 닥치고 네 역할에 집중해."



여전사는 전사의 말에 조금 짜증이 난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굳이 입밖으로 불만을 토로하지는 않았다.

이전에 다른 멤버들을 속이고 몫을 더 가져가거나, 다른 인원에게 비밀로 하고 전리품이나 노획품을 빼돌린 적이 몇 번 있었기에 이번 임무는 그때 가불받은 임금만큼 조금 더 일하는 셈치기로 한 것이다.



"좋아, 어미곰이 밖으로 나왔다. 시작하지."



그때 테이머가 동굴 밖으로 나온 어미곰을 포착하였고 그들은 예정된 대로 움직이기 시작하였다.

포획조는 재갈과 소음차단 주문이 담긴 스크롤을 들고 냄새를 지우기 위해 몸에 근처의 나무에서 미리 채취한 진액과 풀잎을 으깬 액체를 바르기 시작했고 유인조는 어미곰의 주의를 끌기 위해 천천히 정면을 향해 접근하기 시작하였다.


봉우리 위에서 아래로 천천히 내려간지 100걸음쯤 되었을 때 바람의 방향이 바뀌었다.

동굴 밖에 나와서 새끼곰들이 투닥거리는 걸 보던 어미곰의 털의 윗부분이 바뀐 바람의 방향에 따라 쓸리는 순간, 어미곰은 고개를 들고 봉우리 쪽을 바라보았다.


냄새로 먼저, 눈으로 다시 밀렵꾼들의 존재를 파악한 어미곰은 뒷다리로 몸을 일으켰다.

두 다리로 일어선 어미곰은 거대하기 짝이 없었다.

비탈길을 내려가는 여전사가 대충 보기에도 이 암컷곰의 크기는 4파수스(약 5.92m) 가까이 되어 보였다.



"꾸어어어엉!"



적의 존재를 제대로 확인한 곰이 다시 네 다리로 서서 위협의 울음소리를 내뱉는다.

새끼들은 엄마가 내는 포악한 소리가 생소한지 움직임을 멈추고 어미를 바라보지만 뭘 해야 할지는 모르는 눈치였다.



"기억해, 어디까지나 유인한 후에 시전하는 거야 수. 순서를 착각해서 곰의 주의를 먼저 끌면 안돼."


"알고 있어."



전사의 말에 마법사는 뭘 그리 신신당부 하냐는 듯이 대꾸했고 여전사는 약속되어 있는 마법사의 마법 보조를 생각하며 옆에서 바짝 긴장한 채 약초폭탄을 손에 쥐고 어미곰과의 거리를 쟀다.

이제 어미곰과 그들의 거리는 60파수스(약 89미터) 정도 밖에 남지 않았다.

멀어보이고 중간에 장애물이 될 나무와 풀뿌리도 많이 있지만 흉폭한 몬스터로 유명한 타이런트 베어가 전속력으로 질주한다면 채 4초도 걸리지 않을 거리다.

중간에 있는 장애물들은 타이런트 베어의 압도적인 힘과 질긴 모피 앞에서 겨울철의 앙상한 나뭇가지처럼 부러져나갈 게 뻔했다.



"그럼 내가 먼저 한다."



여전사는 이 이상 접근하면 위험하다는 판단하에 55파수스(약 81미터) 정도의 거리에서 멈춘 뒤 자신이 지급받은 약초폭탄을 어깨 넘어로 들어올린 뒤 힘껏 투척하였다.

타이런트 베어는 여전사의 기척을 느낀 건지 고개를 홱 돌렸고, 그러고는 자신에게 날아드는 약초 폭탄을 발견하고 날아드는 폭탄을 쳐내기 위해 앞발을 휘둘렀다.



펑!


"꾸어엉! 꾸엉! 쿠오오오오!"



폭탄은 충격을 받으면 마석이 작동해 폭발하는 방식이었기에 타이런트 베어의 굵은 나무도 부러뜨리는 앞발 휘두르기에 즉각 폭발했다.

폭발의 위력은 약하지만 그 대신 곰이 싫어하는 온갖 냄새가 나는 가루와 약초 잔해는 그대로 어미곰의 얼굴을 뒤덮었고 어미곰은 몸부림치며 얼굴에 묻은 가루와 약초잔해를 털어내려고 하였다.



"됐다! 난 이탈한다!"


"왼쪽으로 가. 그쪽이 탁 트여서 우리가 상황보기 쉬우니까."


"알았어 알았어"



마법사는 아마도 보조를 위한 것인지 주문을 외우면서 마법을 준비하였고 전사는 자신의 약초폭탄을 만지작거리면서 타이밍을 노리려는 것 같았다.

여전사는 곰이 몸부림치는 걸 보면서 옆으로 빠져나갔고 어미곰은 괴로워하면서도 달아나는 여전사를 눈으로 쫓았다.



"야! 곰탱아! 괴로운거 같은데 편하게 해줄까?"



여전사는 2번째 약초폭탄을 건들거리면서 어미곰을 도발하였고 그때 마법사의 마법이 완성되었다.



"...짐승이 따르기를! 동물 현혹!"



그러나 마법사가 사용한 마법은 전혀 예상 밖의 마법이었다.

그 마법은 동물들을 매혹시켜 아군으로 만들기로 유명하기에 테이머들이 주로 쓰는 마법이었다.

하지만 지금 이 상황에서 나올 마법은 절대 아니었다.

현혹 계통 마법은 시전에 실패하면 사람에게 그다지 적대적이지 않던 짐승도 격렬한 증오를 보이며 달려들게 만드는 부작용이 있고, 무엇보다 타이런트 베어는 원체 마법내성이 높기로 유명한 괴물이었기 때문이다.



"뭐하는 거야! 귀중한 마력을 왜 낭비하고 있어! 나한테 걸어줄 보조마법은?!"


"아니, 제대로 시전한거 맞아."



그러면서 마법사는 자신이 쥐고 있던 약초 폭탄을 여전사를 향해 투척했고 여전사는 급히 몸을 틀어 폭탄을 피했지만 여전사 옆의 바닥에 떨어진 폭탄이 충격에 폭발을 일으켰다.



"쿨럭! 토니우스! 대체 무슨 짓을..."


"꾸어어어엉!!!"



타이런트 베어는 현혹마법에 저항한 것 같았고 즉각 광분해서 전속력으로 돌진하였다.

그러나 그 방향은 마법사가 아닌 여전사 쪽이었고 남아있는 전사는 당황하고 있는 여전사에게 말했다.



"레비롱, 니년이 지난번에 막스 놈이랑 짜고 바실리스크를 잡고 해체과정에서 제일 비싼 독샘을 빼돌린 걸 우리가 모를 줄 알았냐? 네놈들이 고의로 독샘이 있는 목 부위를 집중공격한 의도를 정말 내가 모를 줄 알았나?"


"이..."



여전사가 뭐라고 외치기도 전에 광분한 어미곰이 달려들어 여전사의 왼팔을 갑옷째로 물어뜯기 시작하였다.

여전사가 저항하기 위해 곰의 목덜미를 노리고 검을 휘둘렀으나 거대한 곰의 너머로 전사와 마법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수, 처리해."


"...적의 앞에 휘몰아쳐라! 매의 돌풍!"



마법사 수잔의 역량으로는 마법저항력이 높은 타이런트 베어의 가죽을 뚫을 수 없다.

게다가 지금 시전된 마법은 이름은 거창하지만 인간이 정면에서 그대로 맞아도 최악이어도 뼈에 금이 가는 정도로 끝나는 수준 낮은 마법.

하지만 밀어내는 정도는 얼마든지 가능하였다.

눈앞의 표적에 신경쓰느라 뒤는 생각하지 못하는 완전히 광분한 타이런트 베어를 휘청거리게 하는 것 정도는 얼마든지 가능한 것이다.


거구의 타이런트 베어는 갑자기 날아든 돌풍에 휘청거렸고 거기에 마지막으로 전사가 방패를 들고 달려들었다.

타워 실드를 앞세워 타이런트 베어의 엉덩이에 전력으로 몸을 부딪치자 이미 균형을 잃은 상태였던 타이런트 베어는 여전사와 함께 절벽 밑으로 떨어져내렸다.



"이게 바로 내가 말한 조금 복잡하지만 성공률이 높은 방법이다 레비롱."


"뭐? 뭐야? 레비롱이 왜 추락하고 있... 아악!"



여전사 레비롱은 절벽 밑으로 추락하기 직전, 새끼곰을 포획하다가 뒤늦게 이쪽 상황을 보고 기겁하는 로그 막스의 등 뒤로 접근한 테이머 시세로가 그의 등에 칼을 박아넣는 광경을 보았다.

배신의 광경은 중력에 의해 순식간에 절벽의 벽면으로 바뀌었고 몇 초 후에는 절벽 밑의 심연으로 바뀔 것이다.

레비롱이 타이런트 베어 어미와 함께 추락하는 걸 본 전사 토니우스는 속이 후련한지 아까보다 짜증이 줄어든 목소리로 말했다.



"막스 놈의 시체도 아래로 던져버려."



절벽 위에서 아래로 추락하는 그 짧은 몇 초간 레비롱은 여러 생각을 하였다.

대체 왜 막스랑 둘이서 바실리스크 독샘을 빼돌린 걸 들킨 건지, 대체 저들이 언제부터 그들을 처리할 계획을 세운건지 궁금했지만 그보다 더 먼저 떠오른 것은 추락하는 와중에도 왼팔을 물고 있는 이 타이런트 베어를 어떻게 떼어낼지였다.

흉폭한 괴물곰은 입에 문 걸 놔줄 생각이 없고 오히려 물고 있는 팔을 잡아당겨서 레비롱을 확실하게 죽여버리려고 하고 있었다.

추락한지 2초 정도 지났을 때 레비롱은 고민할 틈이 남아있지 않다는 걸 깨닫고 자신의 팔꿈치 밑을 검으로 잘라내버렸다.



"꾸엉?"



마침 타이밍 좋게 현혹 마법 실패로 인한 광분 상태가 풀린 건지 곰은 어리둥절한 얼굴로 팔이 잘려 멀어지는 레비롱을 바라보다가 입에 물고 있던 왼팔을 떨어뜨렸다.

그리고 광분이 해제된 곰이 뒤늦게 추락하고 있는 자신의 상황을 깨닫고 공중에서 허우적대기 시작하고 아주 잠깐, 10초도 안되는 자유낙하가 끝나고 뭔가가 찢겨나가는 소리와 충격, 고통이 몰려들며 레비롱은 눈앞이 깜깜해졌다.

찰나의 순간이 지나고 다시 정신이 돌아온 레비롱은 아래쪽에서 느껴지는 극심한 고통에 비명을 질렀다.



"끄아아아악!"


"꾸어어엉! 와아아앙! 꾸앙!"



그러나 그녀의 비명소리를 파묻히게 하는 굉음이 저 앞쪽에서 들려왔다.

고개를 간신히 든 레비롱이 본 것은 날카로운 창처럼 위로 솟아있는 날카로운 돌기둥에 꿰뚫려 버둥대는 타이런트 베어였다.



"아... 아아아..."



그 다음으로 본 것은 박살난 작은 석순 조각 위에 널부러져 있는 그녀의 두 다리였다.

아무래도 떨어질 때 다리부터 떨어진 것까지는 좋았지만 마침 추락 지점에 있던 날카로운 돌기둥과 충돌하는 바람에 두 다리가 부러지는 걸 넘어서 아예 찢겨나간 게 분명했다.



"아악! 으아아아!"



눈으로 보지 않을 때도 강렬했던 아픔이 눈으로 상처부위를 보자 더 선명하게 그녀를 덮쳐왔다.

고통으로 인해 더는 누운 채로 고개를 들고 있을 수 없어서 강제로 하늘을 바라보게 되었고 그녀는 햇빛이 잘 들어오지도 않는 절벽의 그늘과 실 같은 푸른 하늘만을 볼 수 있었다.



"꾸어어엉!!!"



그때 앞쪽에서 돌이 부숴지는 소리가 들려왔고 다시 힘을 쥐어짜 고개를 든 레비롱이 본 것은 정말 예상 밖의 광경이었다.

뾰족한 돌기둥 3개에 몸이 관통된 타이런트 베어가 끝내 힘으로 돌기둥들을 부수고는 피를 흘리면서 그녀 쪽으로 천천히 걸어오고 있던 것이다.



'저 높이에서 떨어지고도, 몸통이 관통되고도 움직일 수 있다고?'



레비롱은 왼팔을 잘라내고 두 다리가 떨어졌건만 타이런트 베어는 몸에 돌로 된 창이 3개나 박히고도 멀쩡하게 움직일 수 있던 것이다.

괴물 곰은 상처를 치료할 영양분을 보급하기 위해서인지 레비롱에게 다가갔다.



"이렇게, 이렇게 끝날 수는 없어!"



레비롱은 발버둥치려고 했지만 그녀에게 남은 것은 추락하면서 충격받아 멍이 든 오른팔 하나뿐이었다.

그녀의 왼팔은 반쯤 뜯어먹힌 채 저 멀리 버려져 있고 그녀의 두 다리는 원통하게도 몸에서 떨어져서 옆에서 구르고 있었다.



"이런 꼴로 죽기 위해 고향을 떠나온 게 아니야!"



두 다리와 팔의 절단면에서 흘러나오는 피의 양과 비례하게 그녀의 시야가 점점 어둠이 늘어났다.



"제발 누가! 살려줘! 제발!"



절벽에서 떨어질 때도 보이지 않던 그녀의 인생의 순간들이 눈앞에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갔다.

그러나 이제는 곰의 거친 숨결을 피부로 느낄 수 있을 만큼 녀석이 접근해왔다.

녀석의 앞발이 머리 위에 펼쳐진 절벽의 틈새마저 가려버릴 때 레비롱은 눈을 감는 것과 뜨는 것을 구분할 수 없을 만큼 눈이 어두워졌다.

그리고 뜨거운 피가 얼굴에 뿌려지는 것을 느끼는 걸 마지막으로 그녀는 정신을 잃었다.


작가의말

이 글은 전투나 설득판정 등은 일정 규칙에 의거해 작성됩니다.

갑자기 작중에서 등장인물들이 급발진을 한다면 D20에서 1이나 20이 나왔다는 의미이니 너그럽게 봐주세요.


이 글은 비정기적으로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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