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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6굴림실패 님의 서재입니다.

성칭 밑의 피와 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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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6굴림실패
작품등록일 :
2023.05.20 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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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8.13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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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7.21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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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화

DUMMY

A.J. 728년 11월 22일

게누아 시의 포션 공장에 공업용 골렘 3기가 놓여진 건 백작이 서류에 결재를 하고 불과 3일만이었다.

단순 반복작업 밖에 할 수 없는 설치형 골렘 2기와 하반신은 마력으로 움직이는 8개의 바퀴를 달고 상반신에 거대한 집게 2개와 사람을 닮은 팔 2개씩, 전부 더해서 팔 4개가 달린 다용도 공업용 골렘 1기는 대륙 남부 엘프들에게는 굉장히 생소한 물건이었다.


파우스는 공장 직원들에게 설치형 골렘 행동 설정방법을 설명한 뒤 다용도 공업용 골렘의 조종간을 직접 움직이며 조종법을 가르쳤고 의외의 사실이 판명되었다.

이상하게도 공장에 근무하는 젊은 엘프 연금술사들보다 늙은 엘프 연금술사들의 골렘 조종 적응속도가 빨랐던 것이다.


파우스는 자신이 빙의한 주교가 가지고 있던 기억과 마법 관련 자료를 기반으로 하는 지식을 많이 가지고 있었다.

그 지식들을 다른 이들과 교류하며 갈고 닦아 최신화할 시간도 없이 대부분의 시간을 우로스 산맥에서 혼자 지내며 독학했기에 당연히 기반 지식이 낡을 수밖에 없었다.

당연하게도 골렘에 적용한 조종용 마법과 조종간의 형식이 알바롱가 왕국이 멸망하기 전에나 사용되던 꽤 오래된 타입을 파우스가 현장사정에 맞춰 개조한 것이라 되려 최신식 마법과 골렘 조종에 익숙한 젊은이들이 적응하지 못했던 것이다.

반면, 오래된 지식을 가지고 있던 늙은 엘프 연금술사들은 처음에는 헤매는 분위기였으나 오래된 기억이 되살아나는 건지 경험과 가물가물한 기억 속에서 필요한 지식을 되찾아 빠르게 적응한 것이다.


그 광경을 옆에서 보고 있던 엘프 원로 쿠루갈라드 옹은 혀를 차면서 '요즘 젊은 것들은...'으로 시작되는 잔소리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폭풍 같은 잔소리가 지나가고 골렘조종 숙달을 위해 더 연습하라고 현장에 남겨진 젊은 엘프 연금술사들은 골렘에 적용된 마법과 조종방식이 오래된 것이라는 이야기를 듣고는 파우스가 소문대로 인간이 아니라 하프엘프고 자기들보다 훨씬 나이가 많은 주름귀*1가 틀림없다며 투덜거렸다.


파우스는 며칠동안 공장에서 산업 및 공업용 골렘 사용을 가르치고 동시에 모험자 길드 업무를 처리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래서 한동안 글로르나르를 가르치지 못했으나 11월 22일, 백작은 돌연 파우스를 저택으로 호출하였다.



"잘왔네 부길드장, 공장 쪽 일로 바쁠 텐데 그대를 부른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글로르나르 때문일세."



게누아 백작은 응접실에서 파우스와 만나자마자 바로 본론을 꺼내들었다.

주저하는 기색도, 허례허식도 없는 그 모습에서는 약간의 다급함이 엿보였고 파우스는 잠깐 뜸을 들이다 말했다.



"도련님의 교육 문제입니까?"


"그렇다네... 그런데 내가 좀 성급했군 차라도 들게."



백작은 뒤늦게 자신의 실수를 깨닫고 파우스에게 차를 대접하였고 파우스와 함께 홍차를 반쯤 마신 뒤에 가까스로 진정이 되었는지 조급함을 지워버리고 다시 평소의 모습으로 돌아와 말했다.



"자네도 알다시피 우리 엘프들은 인간보다 오랜 세월을 살아가지만 불노불사인건 아닐세. 아직 세계수가 남아있던 신화시대에는 수천년도 넘게 살 수 있었다던 우리 종족은 이젠 신의 은총이나 흑마법, 고위마법의 힘을 빌리지 않으면 불과 수백년 밖에 살지 못하는 몸이 되었지. 나 역시 마찬가지고."



어쩐지 백작이 한 말의 '우리'에는 파우스가 포함되어 있는 것 같았다.

그러나 파우스가 살짝 의문스러운 얼굴로 백작을 바라보았으나 백작은 파우스가 아니라 응접실 구석에 있는 작은 바구니 크기의 조각상을 바라보았다.

그것은 다름이 아니라 세계수의 자식으로 생각되는 이 게누아 시의 고목에서 나온 잔가지와 솔방울을 마법을 쓸 수 있는 장인이 깎아만든 것이었다.

마법이 걸린 조각상은 먼 옛날 엘프가 세계수와 함께 섬겼다고 여겨지는 이름 모를 여신이 나뭇가지를 들고 있는 모습을 묘사하고 있었다.


그러나 조각상은 단순히 묘사만을 한 것은 아니었다.

조각상에 걸린 마법은 계절에 따라 조각상의 모습을 바꾸게 하였고 그 변화 중 하나인 나뭇가지에 달려있는 나뭇잎은 진짜 살아 숨쉬는 것처럼 칙칙한 노란색과 거무스름한 붉은색을 띄고 있었다.

분명 몇 개월 전까지만 해도 푸르른 초록빛 나뭇잎들은 어느새 단풍이 들다못해 나뭇가지에서 떨어져나가기 직전인 겨울의 모습을 하고 있는 것이다.



"모든 것에는 끝이 있는 법일세. 나 역시 세월을 피해가지는 못하겠지. 하루라도 더 글로르나르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야 하네."


"짧은 세월을 사는 종족처럼 생각하시는군요. 너무 서두르시는 것 아닙니까?"



백작은 파우스의 말에 화내는 대신 오히려 동의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말했다.



"인정하네. 지금 내가 인간처럼 행동하고 있다는 걸. 하지만 느긋하게 기다리기에는 상황이 좋지 않네. 자네도 알다시피 이 사비니 왕국의 지배자인 루이 왕은 아직 팔팔하고 자식도 일찍 보았네. 대외적으로는 최근 밸리안 왕국과 크게 한바탕 하긴 했지만 잘 수습되었고 왕국 내부의 정치 상황도 일부 귀족들이 다투고는 있지만 어디까지나 영지와 영지 사이의 신경전에 불과하니 왕국 전체적으로 본다면 상당히 안정되었지. 하지만 폭풍이 몰려들고 있네. 밖에서가 아닌 안에서, 그것도 왕국의 심장부에서부터 말일세."


"수도에서 무슨 일이 생겼습니까?"



파우스는 백작이 수도인 이 왕국의 수도인 엘레키움을 말하고 있다는 걸 깨닫고 물었고 백작은 잠깐 파우스에게 말해도 되나 마지막으로 망설이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그 고민은 오래 가지 않았고 백작은 다시 표정을 가다듬고 파우스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아주 기괴한, 기괴하기 짝이 없는 일일세. 아직 젊은 1왕자와 몇년 전에 성인식을 치른 2왕자가 벌써부터 경쟁에 돌입했다는 이야기는 귀족들 사이에서 비밀조차 아니었네. 그런데 최근 2왕자 본인이 손수 1왕자의 심복 중 하나를 고발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네. 사유는 무고한 시민을 이유도 없이 폭행했다는 것이었네. 피해자는 2왕자와는 아무런 관계도 없었다고 하더군."



그건 파우스가 듣기에도 이상했다.

아니, 이 사비니 왕국의 정치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자라면 누구나 이상하다고 생각하리라.



"이상하군요. 2왕자 본인과는 상관도 없는 귀족과 시민 사이에 벌어진 일을... 살인이나 강도 같은 중범죄도 아닌데 끼어들었단 말입니까? 만약 겉으로는 공표할 수 없는 끼어들어야 할 이유가 있다고 하더라도 대리인을 내세워서 조용히 처리하지 이렇게 대놓고 일을 벌이지는 않습니다."



지금 2왕자는 국왕의 묵인 하에 형에게 싸움을 걸고 있는 것이다.

이번 사건은 격투기로 따지자면 상대와의 거리를 재기 위해 가볍게 날리는 잽, 전쟁으로 따지자면 선전포고 같은 것이었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이상하다.

그걸 2왕자 본인이 직접 나서서 할 필요는 없었다.

선전포고를 하기 전에 미리 해놓는 밑작업이 끝났다면 모를까 수도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다는 소식이 파우스의 귀에 들려오지 않은 것으로 보아 2왕자는 대책없이 일을 저지른 것으로 추측되었다.

파우스가 여전히 이해를 할 수 없다는 듯이 말하자 백작은 잠깐 한숨을 내쉬더니 찻잔을 마저 비워버리고 힘겹게 말했다.



"더 가관인건 왕자들의 아버지인 루이 왕에게 보고가 들어갔는데 알아서 처리하게 내버려두라고 명했다는 것일세. 왕이 멀쩡하게 통치를 하고 있는데 자식인 왕족 사이의 분쟁을, 동생이 형에게 견제를 대놓고 날린 걸 막을 생각조차 하지 않고 있다는 게 뭘 의미하는지 아나?"


"타티아 시에 있을 때부터 왕자들 사이에서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고는 들었습니다. 하지만 경쟁이 과열되어 수면 위로 떠올랐는데 국왕 폐하께서 그걸 방치하고 있단 말입니까? 그렇다면..."



그게 뭘 의미하는지는 너무나도 명확했다.

1왕자는 왕세자로 책봉되지는 않았지만 장남에 별다른 결격사유도 없다.

누구보다도 왕좌에 가까운 것이 바로 1왕자였다.

그런데 그런 1왕자에게 2왕자가 대놓고 도전하는 일을 터트렸는데 국왕이 묵인해줬다는 건 단 하나의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그렇다네. 폐하는 자식들을 경쟁시켜서 제일 강한 자식을 왕으로 올릴 생각이야."



이 적자생존식 계승법은 나라를 강하게 만드는데 효과적이나 그리 자주 사용되는 것은 아니었다.

경쟁을 잘 조절한다면 자식들의 효과적인 성장을 기대할 수 있겠지만 조절에 실패하는 순간 정국이 혼란에 빠지게 되기 때문이고, 또한 무한 경쟁의 결과가 결국 암살과 반역, 승리한 차기 국왕이 패배한 형제자매를 몰살시키는 과격한 피드백으로 돌아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었다.


갑자기 루이 왕에게 어떤 심경변화가 생겨 자식들을 경쟁시키려고 한 것인지는 모른다.

하지만 이미 일이 터진 상황이니 게누아 백작도 대비를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결판이 나는건 짧으면 몇 년, 길어봤자 20년 이내겠군요."


"지금 당장은 루이 왕이 건재하고 루이 왕의 묵인 하에 경쟁이 천천히 가열되고 있지만 만약 왕의 신변에 이상이 생긴 상태에서 일이 터진다면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남부 호겐 지방도 휘말릴 가능성이 있네. 지금은 내가 집권하고 있으니 대처가 가능하지만 만약 루이 왕의 신변에 이상이 생긴 것처럼 내 신변에 이상이 생긴다면? 그냥 권력투쟁도 아니고 왕세자 자리를 둘러싼 다툼은 나라 전체를 휘말리게 하는 법이니 지금 당장은 아무 일도 없을거라고 낙천적인 생각만 하며 가만히 기다리고 있을 수 없네. 그렇지 않나?"



파우스는 북부 타티아 시에서 타티아의 지배자인 세네카 백작과 그의 형 카피토 공자의 대립을 떠올렸다.

겉으로 보기에는 별 문제 없어보이지만 뒤에서는 서로 첩자를 심어놓고 상대의 정치적 영향력을 악화시킬 정치적 도구를 찾는 그들의 행동보다 더한 권력투쟁이 수도에서 이미 시작된 것이다.


차기 울테리올 공작이 될 카피토 공자는 동생을 감시하고 타티아 시에 뒷공작을 하기 위해 자기가 심어놨던 첩자인 경비대장 티겔리를 로드리고와 파우스에게 넘기고 축배를 들 만큼 냉혹하기 짝이 없는 자였다.

아직 보지는 못했지만 1왕자와 2왕자, 그 주위의 귀족들이 그보다 더하면 더했지만 못할 리는 없으니 호겐 지방의 맹주인 게누아 백작으로서는 도저히 신경쓰지 않을 수가 없었다.



"제가 알기로는 2왕자의 세력은 형보다 약하지만 나름 기반이 탄탄하다고 들었습니다. 하지만 이것도 몇 년 전의 정보입니다. 현재 상황은 어떻게..."


"주군! 큰일입니다!"



그러나 게누아 백작이 파우스의 질문을 끝까지 듣고 있는 동안 갑자기 응접실의 문이 덜컹 열리더니 누군가가 들어왔다.

들어온 것은 게누아 백작가를 시중드는 필두기사 카란앙가 경의 부하 중 하나였고 그 얼굴에는 다급함이 서려 있었다.



"무슨 일인가?"


"오르갈 남작께서 돌아오셨는데 그게..."



그러나 기사가 말을 끝내기도 전에 누군가가 기사를 옆으로 조심스럽게 밀치고 응접실 문 앞에 멈춰섰다.

파우스는 그자가 누구인지 알아보았고 상대는 너털 웃음을 지으며 정중한 인사를 하였다.



"허허허, 처음뵙겠소 백작. 위대한 케일런 님을 모시는 미천한 종 부르노 슈미트요."



그건 다름이 아니라 케일런 교단의 주교인 부르노였다.

아무래도 오르갈 남작은 개인적인 원한을 뒤로 미루고 자신에게 내려진 명령을 제대로 수행한 모양이었다.

백작은 뒤에서 대기하고 있던 집사 로메시르에게 차를 더 가져오라고 지시했고 방에서 나오려는 파우스를 붙잡고 같이 있어달라고 요청했다.


응접실 테이블에는 결국 게누아 백작, 브루노 주교, 파우스 세 사람이 앉게 되었고 파우스는 들키지 않게 브루노의 시선이 백작에게 향할 때만 곁눈질로 그를 관찰하였다.

전에 게누아 시의 성벽 위에서 내려봤던 잔뜩 열이 받아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던 때와 인상이 달라보이는 브루노 주교는 나름 여유가 있는 얼굴이었지만 목 근처 근육이 살짝 경직되어 있었다.


파우스는 그것이 긴장을 해서 그런건지 아니면 본심을 감추고 웃는 얼굴을 유지하느라 그런 것인지 판단을 보류한 채 그가 입을 열기를 기다렸다.

그러나 브루노는 계속 차를 음미하고 있을 뿐 입을 열지 않았고 결국 그렇게 시간이 지나가다 누군가가 응접실 문을 노크하고서야 브루노는 입을 열었다.



"세상에는 정말 많은 우연이 있소이다. 그런 것들 하나하나가 엮여서 인연이 되고 그 인연들이 얽히고 꼬여 운명이 되는 법이외다. 원치 않은 방향이어도 말이지."


"무슨 뜻이오?"


"설마 우리가 잠깐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던 자들이 표정 하나 안바꾸고 우리들의 뒤통수를 후려갈길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소이다."



파우스는 브루노가 지금 속이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걸 참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그러나 그 분노의 대상이 눈앞에 있는 백작이 아니라는 것 또한 이해하였고 백작 역시 그 사실을 깨달았는지 의아한 눈으로 브루노에게 물었다.

그동안 문 밖에서 누군가가 노크를 한 번 더 했으나 백작은 대충 집사에게 알아서 대응하라고 하고는 브루노에게 물었다.



"대체 누굴 말하는 거요 주교?"


"그 갈아서 바람 피우는 것들의 무덤에 비료로 써먹어도 모자랄 라르사 왕국 놈들 말이오!"



그 말을 들은 파우스와 백작은 자신들도 모르게 서로를 바라보고는 동시에 브루노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주교는 이젠 더는 분노를 참지 못한 건지 이전에 고래고래 고함을 내지르던 표정으로 라르사 왕국에 대한 욕을 내뱉으려고 했으나 그때 집사 로메시르가 연 문에서 오르갈 남작이 나타나 말했다.



"일이 단단히 꼬여버렸습니다. 각하."


"보고하게."


"일단 협상 자체는 잘 끝났습니다만 하필 우리가 고용한 모험자들에게 원한이 있는 라르사 왕국군 잔당으로 추측되는 암살자들이 협상장소 인근 산맥의 몬스터들을 약품과 마법으로 유인해서 몬스터 스탬피드가 발생했습니다."


"...."


"케일런 님의 이름에 맹세코! 내 그놈들을 용서치 않을 거요! 2개월 전에 그것들이 아나비 왕국에서 헤매고 있을 때 도움을 준 게 바로 우리였소! 그런데 그것들은 은혜를 원수로 갚았어! "



브루노는 이를 갈면서 아나비 왕국에서 있었던 일을 말하기 시작했다.

듣자하니 모험자 존에게 원한이 있는 라르사 왕국군 잔당이 아나비 왕국의 복잡하게 얽혀있는 숲에서 헤매고 있을 때 우연히 그곳을 지나가던 케일런 교단 사제들이 그들을 사비니 왕국 북서부까지 데려다줬다는 듯 하였다.



"라르사 왕국군 잔당의 대부분을 섬멸했습니다만 몇 놈 놓쳐버렸습니다. 인근 마을로 들이닥치려는 몬스터들을 막아내느라 부대 일부가 빠져나간 틈을 노리더군요."



오르갈 남작은 씁쓸한 얼굴로 솔직하게 보고를 하였고 한숨을 푹 내쉬며 피해상황을 말했다.



"데려간 인원 일부가 몬스터 스탬피드에 휩쓸려 실종되었습니다. 그 중에는 우리가 고용한 모험자 파티와 케일런 교단 성직자들도 껴있었습니다."



케일런 교단 성직자 중에서도 희생자가 나왔다는 말을 듣고서야 파우스와 게누아 백작은 브루노 주교가 왜 저렇게 열을 내는지 이해하였다.

라르사 왕국군 잔당은 자기들 원한을 풀겠다고 문자 그대로 은혜를 원수로 갚았던 것이다.



"수색은?"


"지금 인근 영지의 군부대의 협조를 받아 수색 중입니다."


"마을들의 피해는?"


"미처 피난하지 못해서 몬스터 무리에 휩쓸린 사망자가 셋, 도망치다가 타박상, 찰과상을 입은 마을주민이 32명입니다."


"모험자 파티는 전원 실종 상태인가?"


"예, 카라니보르 파티 중 누구도 귀환하지 못했습니다. 시신을 확인하지는 못했고 카라니보르는 그렇게 쉽게 죽을 녀석은 아니니 살아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오르갈 남작이 이와중에도 차마 생존 가능성이 높다고는 말하지 못하고 가능성이 있다고 말하는 것으로 보아 현장 상황이 어떤지는 대충 짐작할 수 있었다.



"수색을 위한 증원은 얼마나 더 필요하지?"


"최소 3개 중대에 수색 전문가 일곱 이상 필요합니다."


"로메시르, 당장 카란앙가에게 오르갈 남작을 지원할 병력을 구성하고 모험자 길드에 수색 전문가 모집 긴급 의뢰를 내주게."



집사 로메시르는 백작의 명령에 즉각 움직이기 시작했고 파우스는 백작이 왜 부길드장인 자신을 통하지 않고 모험자 길드에 의뢰를 하려고 하는지 의아하게 생각했다.

그런 파우스의 분위기를 읽은 건지 백작은 눈짓으로 잠깐 기다리고 신호를 보내고는 브루노 주교에게 말했다.



"듣자하니 라르사 왕국군 잔당 일부가 도주했다고 들은 것 같은데 그대들 케일런 교단은 어떻게 할 생각인가?"


"뭘 당연한 걸 묻는거요? 당연히 케일런 님의 이름 아래에 피의 복수를 할 뿐!"



브루노는 협상을 통해 돌려받은 성서를 펼치더니 척살 대상 목록을 펼쳐서 거기에 적혀있는 단어를 보여주었다.

거기에는 피로 쓴 것으로 추정되는 큼직한 세 이름이 있었다.


말로브로드

에우상투스

체르드웰


"현장에서 도망친 이 세놈의 이름은 우리가 그놈들을 아나비 왕국에서 도와줬을 때 들어놨지. 얼굴도 기억하고 있고 케일런 님의 이름 아래에! 내 명예를 걸고! 이것들의 팔다리를 뽑은 다음 산채로 갈아버리고 말겠소! 반드시! 우릴 도와준다면 우리도 그대를 도와주겠소 백작!"



브루노는 부하인 케일런 사제들의 죽음에 눈이 뒤집힌 상태였고 백작은 이 분노를 잘 이용하면 이득이 될 거라는 계산하에 남아있는 기사들에게 당장 브루노의 증언을 토대로 몽타주를 만들어 현상수배서를 배포하라고 명했다.

브루노 주교는 그런 게누아 백작의 태도에 당연히 해야할 일을 했다고 여기는 눈치였고 간신히 분노가 조금 식고서야 옆에 있는 파우스에게 처음으로 시선을 보냈다.



"응? 그대는?"



분노가 식고서야 주변을 제대로 돌아볼 수 있었는지 브루노 주교는 파우스가 마치 순간이동으로 옆에 나타난 것 같다는 반응을 보이며 갑자기 시야에 들어온 파우스를 천천히 바라보더니 이상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브루노 주교는 파우스의 얼굴을 더욱 더 유심히 살피기 시작했고 파우스는 아무 말도 없이 주교를 바라보았다.



"우리 전에 만난 적이 있지 않소?"


"전에 주교가 게누아 성벽 아래에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성서를 내놓으라고 할 때 성벽 위에 있었다만..."


"아니아니아니, 그보다 더 오래 전... 분명 어디서 봤는데"



주교는 분노로 잠깐 머리가 훼까닥 돌아갔다가 간신히 이성이 돌아온 상태라 제대로 머리가 돌아가지 않는 것인지 도통 기억이 나지를 않는다는 얼굴로 잠깐 고민하다가 말했다.



"혹시 형제자매가 있지 않소? 내가 분명 대륙 중부인가 북부에서 전도활동을 하다가 그대와 닮은 사람을 봤던 것 같은데 말이외다."


"전혀 짐작가는 바가 없다만 착각 아닌가?"



브루노 주교는 파우스의 딱히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지도 않은 분위기에 자신이 잠깐 착각했나 생각했고 파우스에게 괜히 붙잡고 물어봐서 미안하다고 사과를 하고는 응접실에서 나갔다.

옆에서 파우스와 브루노 주교의 대화를 듣던 게누아 백작은 브루노 주교의 발소리가 더는 들리지 않게 되고서야 파우스에게 물었다.



"원래 아는 사이였나?"


"아닙니다. 단지, 브루노 주교가 본 자가 제 얼굴과 비슷하게 생겼다는 건 확신할 수는 있군요. 그 주인은 이미 이세상 사람이 아니지만"



파우스는 아마 브루노가 알바롱가 왕국이 멸망하기 전에 이 육신의 주인과 아는 사이였을지도 모른다고 짐작하며 백작에게 말했다.

백작은 파우스의 형제자매가 브루노의 지인이 아니었나 추측할 뿐 진실에 대해서는 전혀 짐작도 하지 못한 채 그냥 넘어가버렸다.


작가의말

*1 노환으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나이 많은 엘프들 중 극히 일부에게 노화가 심각하게 진행되어 귀에 주름이 생기는 현상을 빗댄 말, 유의어로 틀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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