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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6굴림실패 님의 서재입니다.

성칭 밑의 피와 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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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6굴림실패
작품등록일 :
2023.05.20 20:59
최근연재일 :
2023.08.13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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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7.16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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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화

DUMMY

대륙 최남단 도시 중 하나인 게누아의 기후는 중부에 가까운 대륙 남부의 도시 타티아와 달랐다.

9월이 지나가면 그래도 날씨가 선선해지는 타티아와 달리 게누아는 10월 초까지 비가 많이 내리는 우기에 해당된다.

11월이 되어도 날씨가 추워지지 않고 비가 계속 내리는 해도 있을 정도인 이 게누아의 8월 하순은 그야말로 더위가 절정에 이르러 내려오지 않는 그런 때다.


8월 29일, 아직 찜통 같은 더위가 채 가시지 않은 날 파우스는 포션과 연금술 물질을 대량 생산할 공장 건물의 안에서 게누아 백작 일가와 함께 있었다.

오전에 소나기가 내렸다가 그쳐서 바깥은 습도가 평소보다 훨씬 높았지만 공장 내부는 제습장치를 깔아놓은 건지 축축하고 후덥지근한 느낌이 없었다.



"정말로 놀랍군. 이 정도 시설을 겨우 1개월 하고도 보름도 안 걸려 완성할 줄이야."



공장 내부는 수많은 마법 도구와 연금술 장비, 오랫동안 살아온 게누아 백작조차 본 적도 없는 용도를 알 수 없는 장치로 가득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이 어지럽게 널려있는 것이 아니라 구역을 가르는 벽과 층계로 나뉘어 정돈되어 있었다.

입구의 벽에 파우스가 직접 그린 시설배치도는 각 층과 방들이 어떤 용도의 기기와 장비가 들어가 있는지 간략하게 설명하고 있었고 백작은 이게 마음에 든 모양인지 시설배치도와 현장의 배치상태를 계속 비교하면서 미소지었다.



"대신 어마어마한 예산이 투입되었습니다. 습기에 강한 특수한 모르타르 재료 매입 및 최신형 연금술 장비들을 구입하고 장비를 만들 재료를 수급하느라 올해 배정된 특별 예산 대부분이 소모되었습니다. 아직 9월이 되지도 않았는데 말이죠."



게누아 백작의 장녀이자 게누아 시의 행정관인 미니엘은 연신 서류를 확인하면서 파우스를 날카롭게 노려보며 말했다.

파우스는 미니엘의 추궁하는 듯한 시선에도 불구하고 별로 개의치 않은 눈치였으나 그런 파우스의 태도가 되려 미니엘을 자극한 것 같았다.



"비공식적인 것이지만 쿠루갈라드 님으로부터 포션 공장 건축을 비밀로 진행한 것에 대한 항의가 있었습니다."



쿠루갈라드는 게누아에서도 위에서 세는 것이 빠를 정도로 나이가 많은 엘프 원로이자 뛰어난 치유사이며 연금술사였다.

그런 거물이 공장이 완공되기도 전에 비공식적인 항의를 할 정도로 최신식 포션 공장은 지금껏 게누아 백작가와 사비니 왕국에 대한 항의의 의미로 중상급 이상의 포션과 연금술 재료를 만들지 않고 있는 엘프 연금술사들의 목을 옥죄는 위협이었다.

미니엘은 포션 공장을 세우는 것이 아퀼레이아의 모험자 길드장 브란트의 처형으로 절정에 이르렀다가 이제야 소강상태에 접어든 엘프와 다른 종족의 갈등 상황을 다시 부추기는 행동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미니엘, 너는 이 결정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하느냐?"


"잘못되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시기가 조금 이르다고 생각할 뿐입니다. 저였다면 차근차근 엘프 연금술사들 중 재정적으로 어려운 이들을 회유 및 포섭한 뒤 엘프 연금술사 집회에 내분을 일으키고 공장을 세웠을 겁니다. 이렇게 너무 급진적인 방식은 그들의 결속을 강하게 해줄 뿐입니다."



미니엘은 이번 공장 건설은 포션 수급 안정화의 목적도 있긴 하지만 아버지인 게누아 백작이 아직까지 호겐 지방 정복 당시 다크엘프의 배신을 잊지 않고 비협조적으로 구는 엘프들을 압박하는 카드로 생각하는 것 같다고 추측했다.

물론 그 생각은 정확했지만 미니엘이 간과하는 것이 있었다.



"폐하께서 자신이 직접 나서면 많은 피가 흐를테니 내 선에서 처리한다면 다소 피가 흐르는 것 정도는 얼마든지 무마할 수 있다고 확약해주셨다. 솔직히 말해서 엘프도 아니고 인간인 폐하께서 지금까지 참아주신 것도 기적이지."


"예?"



게누아 백작은 지난 달 말에 수도 엘레키움을 다녀오더니 국왕과 뭔가 거래를 한 모양이었다.

장녀이자 후계자인 미니엘에게까지 비밀로 하고 뭔가를 진행하고 있다는 분위기를 대놓고 풍기는 백작의 태도에 미니엘은 당황을 감추지 못했으나 파우스는 이미 채터박스를 통해 다른 모험자 길드 지부로부터 정보를 얻었기에 별로 놀라는 기색이 없었다.


비록 사비니 왕국에 정복되긴 했지만 대륙 남부의 호겐 지방은 아직도 엘프의 땅이라고 부를 수 있는 지역이다.

대륙 남부 엘프가 사비니 왕국에게 패배하고 복속된지 30년이 지난 현재도 갈등의 씨앗은 남아있으나 지금껏 대규모 인종청소나 학살이 없었기에 많은 엘프들이 여전히 호겐 지방에서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사비니 왕국 국왕인 루이의 인내심에 한계가 왔다.

호겐 지방을 정복하고 호게누스라는 칭호를 얻은 국왕의 입장에서 3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엘프 일부가 사비니 왕국의 백성과 엘프 부족 일원이라는 정체성을 양립불가능한 요소로 보고 있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 건 어찌보면 당연했다.

뭔가 심각한 이야기로 전환되자 레아는 남편인 파우스의 옆구리를 쿡쿡 찌르면서 뭐가 어떻게 되어가는 거냐는 뜻으로 물었다.



"어떻게 된 거야?"


"마스터 브란트가 저지른 정치공작 및 암살 사건에 대한 진상이 국왕의 귀에 들어갔다. 2달 전에 그랜드마스터가 왕성으로 호출되서 해당 사건에 대해 설명하라고 명령이 떨어졌다더군. 그랜드마스터 베르너는 최대한 부드럽게 설명하려고 했지만 보고를 다 들은 국왕의 표정이 그리 좋지 않았다고 한다."



레아는 파우스의 말을 듣고 납득했다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엘프를 노예로 삼아서 학대한 것도 아니고, 엘프들을 대대적으로 학살한 것도 아니고, 분리주의자들이 선을 넘기 전에는 건드리지도 않는 온건 정책을 실행한지 30년이나 지났는데 모험자 길드의 길드 마스터 중 한 사람이자 엘프 온건파 거두라는 마스터 브란트가 게누아 수복을 명분으로 내세워 정치공작 및 암살을 시행하다 발각되서 체포된 사건이 국왕의 귀에 들어갔다면 국왕의 심경에 변화가 있어도 이상하지 않았다.


마스터 브란트가 마스터 네르비나를 암살한 건 어디까지나 우발적이고 충동적인 행동이었으나 그 뒤에 저지른 일들은 게누아 시에서 정치공작 및 암살로 게누아 백작가를 몰아내고 엘프들이 다시 게누아를 차지하겠다는 목적을 지니고 있었기에 이는 게누아 백작에게 게누아를 맡긴 국왕에 대한 불충이자 반역으로 비춰질 수도 있었다.

마스터 브란트 건에 대해 상세한 보고를 받은 국왕은 온건파라는 브란트가 저런 짓을 저지를 정도이니 엘프 분리주의자와 과격파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게 분명했다.



"공장 가동은 언제부터 할 수 있겠나 파우스 부길드장?"


"장비와 시설의 조정은 제가 끝내놨고 재료 운송 및 공장 청소 등의 잡무를 맡을 일꾼들 역시 고용한 상태입니다. 저급에서 중급 포션 제조를 위한 원료 확보도 끝내놨습니다. 공장 내부의 장비를 운용할 전문적인 지식이 있는 연금술사 셋과 기초지식이 있는 보조인원 열 명 정도만 있으면 안정적으로 가동할 수 있습니다."



지금 게누아에 만들어진 포션 공장은 사실 타티아의 모험자 길드에 설치한 마력과 원료만 보충해주면 정해진 레시피대로 약을 자동 조제하던 연금술 시험대를 크게 확장하고 특수한 용도의 장비와 설비를 추가한 것에 가까웠다.

비록 이 자동화 설비로는 저급에서 중급까지의 포션과 연금술 재료 밖에 만들 수 없지만 자동화된 설비 외에도 고전적인 연금술 장비가 배치된 방도 있기에 실력있는 연금술사를 고용할 수 있다면 상급 포션과 연금술 물질 및 소재도 소량이나마 생산할 수 있다.

문제는 시설 관리를 할 능력이 있으면서 동시에 충성스런 연금술사를 고용하는 것이 굉장히 까다롭다는 것이다.



"기초지식이 있는 보조인원 열 명은 얼마든지 준비할 수 있지만 연금술사 셋이 문제로군. 그런데 왜 셋인가?"


"일주일 중 하루는 휴무로 정하고 나머지 6일을 2명이 3일씩 나눠서 맡는 형식으로 운영할 생각입니다. 사실 2명만 있어도 되지만 둘 중 한 명의 신변에 이상이 생기거나 경조사에 의해 휴가를 가야하는 상황이 올 수 있으니 예비 인원 한 명을 더 추가해서 3명입니다."


"연금술사 A,B,C가 있으면 첫째 주는 A와 B가, 둘째 주는 B와 C가, 셋째 주는 C와 A가 돌아가며 근무를 서는 형태인가요? 근무시간이 다른 연금술사들에 줄어든 만큼 월급을 줄일테니 인건비가 줄어든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인원이 셋이라면 비용은 거기서 거기겠군요. 포션 공장을 짓는데 들어간 돈을 생각하면 차라리 고용인원을 더 늘려서 1년 동안은 3교대로 공장을 24시간 굴리는 쪽이 원금 회수하는데 시간이 덜 걸릴 것 같습니다만?"



파우스의 말을 들은 미니엘의 질문에 파우스가 고개를 끄덕이자 미니엘은 주 3일 근무면 너무 인력 낭비가 아니냐며 하루 3교대를 제안했으나 나나스 멜린이 기겁하며 뜯어말렸다.



"이모님, 그런 빡빡한 조건으로 하면 사람 구하기가 쉽지 않아서 부길드장이 저런 근무 조건을 내건 거에요."


"나나, 가만히 있어 너한테 물어본 게 아니야. 파우스 부길드장, 그런데 만약 두 명이 동시에 문제가 생기면 어쩔 생각입니까?"


"그때는 제가 나올 생각입니다."


"본업인 모험자 길드 부길드장 업무는 어쩌실 생각이죠?"



미니엘의 날카로운 질문에 파우스가 답변을 내놓으려고 했지만 나나스 멜린이 먼저 앞으로 나서서 말했다.



"공장의 연금술사 2명이 동시에 신변이상이 생기고 파우스 부길드장이 모험자 길드를 비울 수 없는 상황이라면 게누아 시에 큰 위기가 닥쳤다는 의미인데 그런 일이 벌어질까요?"


"국왕 폐하의 의지대로 대규모 엘프 숙청이 벌어진다면 얼마든지 가능하단다 나나. 그런 일이 당장 일어나지는 않겠지만 현재 상황을 개선하지 않고서는 몇 년 내로 실현되겠지. 우리 엘프들은 오래 사는만큼 느긋한 성향인 자가 많지만 지금은 느긋하게 굴고 있을 때가 아니란다."



미니엘은 아까 아버지인 게누아 백작이 직접적인 언급은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국왕과 백작 사이에 어떤 대화가 오고갔는지 깨닫고 나나스 멜린에게 말했다.

미니엘이 3교대 방식으로 공장을 24시간 굴려서 빨리 원금을 회수하자고 주장한 것도 대규모 숙청이 몇 년 내로 일어날 것이라고 예측했기 때문이었다.



"공장 가동과 무관한 이야기는 이제 그만하도록 하지. 일단 1개월 정도 시험가동을 하면서 공장에서 일할 연금술사를 모집하고 문제가 없으면 10월부터 본격적으로 공장을 가동하도록 하세."



백작은 이야기의 주제가 공장 운용에서 너무 벗어나려고 하는 것을 저지하고 이야기를 끝냈고 미니엘을 데리고 공장에서 나갔다.

백작과 행정관이 공장에서 나가자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인부들이 마무리 내장 작업을 하기 위해 들어왔고 나나스 멜린이 한참이나 조부와 큰이모가 나간 문을 바라보다 일꾼들이 듣지 못하도록 파우스에게 조용히 말했다.



"그런데 파우스 부길드장, 폐하께서 오랫동안 참으시기는 했지만 당장 과격파 중 진짜 과격한 이들은 호겐 지방 병합 직후 몇 년에 걸쳐 쓸려나갔고 최근에 과격파라는 소리를 듣고 있는 자들은 대규모 활동은 하지 않고 점조직 형태로만 남아있는데 대체 어떻게 이들을 한꺼번에 모아서 군사력 투사로 쓸어버릴 생각이실까요?"


"그건 굉장히 간단한 일입니다. 백작께서도 벌써 이 공장으로 포석을 깔아두셨으니 우리는 최악의 사태가 벌어지지만 않기를 기도해야 할 겁니다."


"그게 무슨..."



나나스 멜린은 거기까지 말하고 이 공장의 존재가 누구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는지 깨닫고 입을 다물었다.


수면 밑에서 조용히 때를 기다리고 있는 엘프 과격파의 목적은 사비니 왕국에 대한 복수, 게누아 수복, 엘프 독립 등 여러가지가 있다.

그러나 이것들 중에서 사비니 왕국에 대한 복수를 제외한 다른 2가지는 과격파의 힘만으로는 어림도 없고 일반 엘프 대중의 호응을 얻어내야 하는 것들이다.


결국 과격파 중에서 게누아 수복이나 엘프 왕국 독립이 목적인 이들은 언젠가는 수면 위로 올라와야 한다는 의미다.

그러나 이들은 때가 되기 전까지는 수면 위로 올라오지 않으려고 할 것이고 이들을 전면으로 끄집어내려면 이들이 일반 엘프 대중에게 영향력을 확대할 계기가 될 사건이 벌어져야 한다.

아직 게누아에 남아있는 고명한 엘프 연금술사이자 엘프 원로인 쿠루갈라드의 신변에 이상이 생긴다면 과격파의 영향력 확대 계기로는 충분하고도 넘쳐날 것이다.



"쿠루갈라드 옹은 엘프 과격파와 커넥션이 남아있다는 의혹이 있는 엘프 원로입니다. 이번 공장 건설 건으로 쿠루갈라드 옹 쪽에서 반응을 보였으니 쿠루갈라드 옹과 그 제자들 주위에는 백작 각하께서 보낸 첩보원들이 잔뜩 깔려서 그 행동 하나하나를 관찰하고 있을 겁니다."


"만약 쿠루갈라드 님이 과격파와 그리 깊은 관계가 아니었다면 조부님은 어떻게 나올까요?"


"그건 가족인 길드마스터께서 더 잘 아시지 않습니까?"



멜린은 잠깐 생각하다가 조부인 게누아 백작이 만약 쿠루갈라드가 엘프 과격파를 지원하고 있는 게 아니라 진짜 무고한 이라면 어떻게든 쿠루갈라드를 아군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엘프 과격파가 쿠루갈라드를 공격하도록 유도하고 그를 구하려고 할 거라고 생각했다.



"조부님이라면 쿠루갈라드 님이 과격파를 지원하고 있었다는 게 확인되면 주저하지 않고 과격파를 끌어낼 미끼로 사용한 뒤 목을 처버리시겠죠. 하지만 만약 쿠루갈라드 님이 과격파와 관련이 없다면..."


"없다면?"



레아의 물음에 나나스 멜린은 잠깐 망설이다가 레아와 파우스를 천천히 한번씩 바라보고 말했다.



"그분을 아군으로 끌어들이려고 하겠지만 그 과정에서 과격파가 쿠루갈라드 님에게 상처를 입히거나 죽이려고 하는 걸 고의로 방치하실 겁니다."



가족인만큼 나나스 멜린은 조부인 로히르 멜리프 게누아 백작의 성격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평소에는 자제하는 편이지만 만약 최대의 이득을 얻을 수 있다는 판단이 들 때는 과격한 수단도 서슴없이 사용하는 엘프였다.



"만약 쿠루갈라드 님이 과격파의 공격을 받고도 살아남는다면 어차피 과격파와 완전히 갈라서게 된 쿠루갈라드 님은 조부님께 협력해야 할 것이고 만약 쿠루갈라드 님이 돌아가신다면 조부님은 쿠루갈라드 님의 제자들을 포섭한 뒤 쿠루갈라드 님의 죽음을 엘프 과격파 토벌의 명분으로 삼아 국왕폐하의 묵인 하에 아퀼레이아에 합법적으로 영향력과 군사력을 투사하시겠죠. 여기에 저항하는 이들은 종족을 가리지 않고 엘프 과격파나 분리주의자와 협력하고 있다는 의혹으로 처리하기도 편할테고요."



게누아 만이 아니라 아퀼레이아에까지 국왕의 묵인 하에 합법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되면 게누아 백작가는 그야말로 남부 전체를 아우르는 대귀족이자 실세가 되게 된다.

아마 그렇게 된다면 게누아 백작가는 후작가로 승작해도 이상하지 않은 수준의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될 것이니 게누아 백작이 파우스에게 포션과 연금술 물질 생산 공장을 세우는 걸 의뢰한 건 결코 생각 없이 저지른 일이 아니었다.



"설마 우리가 마스터 브란트를 체포한 게 이렇게까지 사태를 악화시킬 줄은 몰랐는데 그냥 타티아에 남아있을 걸 그랬나?"



여기까지 설명을 들었으면 돌대가리 오우거도 상황 파악을 할 수 있다.

지금 레아와 파우스는 격변의 소용돌이 한가운데에 있었다.

그것도 발만 걸친 수준이 아니라 꽤 깊숙히 개입해버린 상황이다.

파우스는 레아의 말에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며 대답했다.



"마스터 브란트를 체포하는 걸 도운 시점에서 우리 가족이 타티아에 남아있었어도 어떻게든 영향이 왔을 거다. 여기까지 왔으니 이번 일이 최대한 조용히 끝나길 비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


"하아... 나는 가늘고 길게 내 아이들이 크는 걸 보면서 살고 싶은데 왜 자꾸 인생이라는 이름의 줄이 꼬이고 꼬여서 자꾸 굵어지는 걸까?"



레아는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쉬며 투덜거렸고 파우스와 멜린은 그런 레아에게 어떤 말도 해줄 수가 없었다.

지금 인생이라는 이름의 줄이 꼬여서 강제로 굵어지고 있는 건 레아만이 아니라 파우스와 멜린 역시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이들 세 사람은 한참동안이나 말없이 서로를 바라보다가 내장 작업이 끝났다는 인부의 외침이 들려오자 현장 확인을 위해 공장을 둘러보고 이상이 없는 걸 확인하고 퇴근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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