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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6굴림실패 님의 서재입니다.

성칭 밑의 피와 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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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6굴림실패
작품등록일 :
2023.05.20 20:59
최근연재일 :
2023.08.13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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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7.24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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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화

DUMMY

728년 12월 24일.

다시금 한 해의 가장 어두운 날이 찾아왔다.

태양이 힘을 회복하는 한 해의 끝을 예고하는 12월의 태양절 전날.

동시에 레아의 생일인 오늘은 파우스와 레아 둘 다 휴가를 내고 집에서 오붓하게 가족들과 생일파티를



"남쪽 해안가 의뢰는 1~4번 창구로 가! 나머지 일반 의뢰는 5번과 6번! 벌써 며칠 째 말하는데 아직도 모르냐 이 얼간이들아!"


"하지만 레아 씨"


"그래서 1~4번 창구만 남쪽 해안가 의뢰라고 여기 표지판도 세워놨잖아!"


"까막눈 모험자들이 그걸 어떻게 압니까. 차라리 알기 쉽게 그림으로 좀 그려줘요."



즐기지 못했다

게누아 백작이 남쪽 해안가 개발을 공식 선포하고 3주하고도 4일이 지난 오늘, 게누아 모험자 길드는 관련 의뢰를 받은 모험자들로 북적거렸다.

도저히 휴가를 낼 상황이 아니었기에 레아와 파우스는 둘 다 길드에 출근해서 연일 격무에 시달렸다.


게누아 백작이 남쪽 해안가 개발을 공식 선포한 뒤 가장 먼저 한 것은 가도 정비였다.

게누아 시의 공병대와 장인 길드의 장인들이 정글에 집어삼켜진 남쪽 해안가로 통하는 길을 정비하고, 다시 만들고, 지도를 수정하는 동안 모험자들은 길 인근의 모든 몬스터를 때려잡아야 했다.

게누아 시에서 남쪽 해안가까지는 겨우 하루 거리에 불과하지만 그 하루 거리의 길을 정비하는 일은 꼬박 2주가 걸렸다.


더 큰 문제는 길을 정비하기만 한다고 끝난 게 아니라 그 길이 이전처럼 난장판이 되지 않도록 유지하는 것이었다.

갑자기 자신들의 영역권으로 삼고 있던 방치된 가도를 잃은 몬스터와 짐승들은 전진하는 모험자들에게 달려들거나 도망쳤고 이로 인해 연쇄반응이 일어나 남부 지방의 정글 일대에 급격한 생태계 변화가 일어났던 것이다.

이를 진압하는데 다시 1주일이 더 걸렸고 간신히 가도 인근의 안정화에 성공한 뒤에는 남쪽 해안가에 거점을 마련하는 작업에 들어가야 했다.


불과 2일 전에 길드마스터인 나나스 멜린이 남쪽 해안가 인근 정글에 모험자 길드 임시 사무소를 설치하는데 성공했다고 연락을 해왔고 파우스는 지금 길드의 서브마스터로서 나나스 멜린이 채터박스를 통해 보낸 지원물자와 지원병력 요청서에 맞춰 물자와 인원을 끌어모으는 중이었다.



"레아 씨, 그래서 그 2차 지원대는 언제 출발하는 겁니까?"


"나도 잘 모르니까 저 안쪽에 물어봐."



어제 아침에 남쪽 해안가의 거점 마련을 위한 지원 병력 모집에 응한 엘프 모험자 하나가 계속 대기 중인데 대체 언제 출발하는 거냐고 묻자 레아는 바로 남편에게 문제를 떠넘겼고 집무실에서 업무를 보지 않고 길드 로비에 나와서 하나하나 일을 지시하고 있던 파우스는 즉각 대답했다.



"내일 아침에 출발한다."


"내일 아침? 아까 물어봤을 때 5명 모자란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벌써 모은 겁니까?"



엘프 모험자는 아까 지나가면서 듣기에 최소 동 등급 모험자 5명을 더 모아야 한다는 말을 들었는데 그새 모집이 끝난 거냐며 말했으나 파우스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혹시 몰라서 내 쪽에서 따로 수배해놨다. 물론 여기서 5명이 채워지면 그 인원들은 다른 업무로 빠지겠지만"


"그럼 내일 아침에 보죠"


"저..."



내일 아침까지 여유가 있다는 걸 확인한 엘프 모험자는 모험자 길드 건물에서 나왔고 파우스는 옆에 있던 다크엘프 모험자가 질문을 하기도 전에 대답하였다.



"지원 물자 호위대 의뢰는 예비병력 편성까지 전부 마감되었다. 게누아 시 인근에서 활동하고 싶다면 북서쪽의 몬스터 스탬피드 잔당 처리 의뢰를 받도록"



다크엘프 모험자는 호위대 의뢰만 해서 다시 게누아로 돌아오고 싶었던 건지 찝찝한 얼굴로 일반 의뢰를 받기 위해 6번 창구로 향했다.

파우스는 그 젊은 다크엘프 모험자가 아까부터 계속 길드 로비의 게시판에 붙어있는 지원 물자 호위대 의뢰서의 [마감됨] 도장을 보고 망설이고 있던 걸 봤기에 그가 혹시 지원 물자 호위대에 자길 추가해줄 수 있나 눈치를 보고 있었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바로 대답을 했던 것이다.



"그나저나 지원 물자 호위대는 순식간에 마감되었는데 남부 해안가 주둔 지원병력 모집은 드럽게 안되네."



지금 게누아 모험자 길드의 가장 큰 골칫거리는 당연히 남부 해안가 주둔 지원병력 모집이었다.

호겐 지방에서 살아온 엘프들 대다수는 남부 해안가가 꽤 위험하다는 걸 알고 있기에 잠깐 물자 호송대를 지키는 호위 임무만 하고 다시 게누아 시로 돌아오는 지원 물자 호위대 의뢰를 선호하고 남부 해안가 주둔 의뢰는 상당히 꺼려했다.

거기에 쓸데없는 희생자를 내지 않기 위해 해안가 주둔 지원병력은 동 등급 이상의 모험자로 제한을 해놔서 안 그래도 부족한 지원자가 더 줄어버렸다.



"씁, 타우리엘은 남겨놨어야 했는데"



한창 길드 로비에서 소란을 정리하던 레아는 나나스 멜린을 따라 남부 해안가 인근 모험자 길드 임시 사무소로 가버린 타우리엘이 그리워지기 시작했다.

일 잘하고 강하고 싹싹한 타우리엘이 없어지니 길드 로비는 안그래도 사람이 미어터지고 있는데 레아와 길드 직원 3명으로 정리를 해야 했다.



"새꺄! 지금 뭐라고 했냐? 앙? 내 일처리가 느리다고?!"


"으아악! 길드 직원이 모험자를 팬다!"



그러나 길드 로비 정리 정도면 그래도 나은 편이었다.

지금 사무직들은 더더욱 지옥이었다.

성격 나쁜 길드 직원 놀디엘이 자신을 열받게 하는 모험자의 멱살을 잡고 후려치려고 하는 소동은 이젠 일상이나 다름 없었다.

다른 길드 접수원들이 놀디엘을 뜯어말리는 동안 멱살을 잡혔던 인간 모험자는 후다닥 길드 밖으로 도망쳤다.



"놀디엘, 벌점 1점이다. 2점만 더 받으면 1주일동안 점심시간 간식 제외다."


"누으으읏!"



파우스는 소란을 일으킨 놀디엘에게 무자비한 패널티를 부과했다.

놀디엘은 화를 내고 싶지만 강약약강의 비열한 성격이기에 눈물을 삼키며 점심시간 디저트를 위해 꾹 참고 다시 일을 했다.

그렇게 오전과 오후 내내 바쁘게 돌아가던 길드가 제12주간시가 되자마자 문을 닫아버렸으나 파우스와 몇몇 직원들은 여전히 길드에 남아있었다.



"아마리엘 씨, 이만 퇴근하셔도 됩니다."


"저보다는 부길드장님께서 먼저 퇴근하셔야 하지 않을까요?"



게누아 모험자 길드에서 꽤 오랫동안 일해온 베테랑 아마리엘은 마지막으로 남은 서류의 검토를 시작하면서 말했고 파우스는 옆에서 기다리고 있는 레아의 눈치를 슬쩍봐야 했다.

오늘은 레아의 생일이고 집에는 아이들이 열심히 엄마의 생일 축하 준비를 해놨을 텐데 일이 도저히 줄어들지 않는 것이다.



"먼저 가봐라 금방 가겠다. 애들이 걱정되는군."


"그럼 먼저 가볼게 무리하지마."



파우스는 레아를 먼저 퇴근시키고 남은 서류들을 처리하기 시작했다.

남부 해안가 개발에 관련된 의뢰 내역을 하나하나 상세하게 분류해서 보고서와 함께 정리한 뒤 그에 관련된 색인을 만들고, 목록을 갱신하고 이를 종합하여 얻어낸 현재 남부 해안가 인근 상황에 대해 정리를 끝마쳤을 때는 정말 다행스럽게도 제1야간시가 끝나기 전이었다.

마지막으로 아마리엘이 퇴근하는 걸 본 파우스는 길드 건물의 문단속 및 알람과 방범 마법 점검을 끝내고 집으로 향했다.

집에 도착해서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자 안에서는 아이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건 내 선물이에옹!"


"고마워 딸. 좀 있다가 아빠한테 보여줄게"



아무래도 생일 축하는 아까 끝났고 선물 개봉 시간이었던 모양이다.

파우스가 거실에 들어오자 삼남매 준비한 것들이 보였다.

이미 개봉되어 옆으로 치워진 선물 상자에는 작은 목걸이가 보였다.

희귀한 꽃과 식물 줄기를 엮어 만든 그 목걸이에는 정령의 기운이 느껴지는 것으로 보아 정령을 부릴 줄 아는 장녀 헤르가 준비한 선물인 것 같았다.


지금 레아가 들고 있는 상자의 내용물은 작은 주먹크기의 돌이 들어 있었다.

겉보기에는 평범한 돌 같아 보이지만 갈라진 틈새에서 반짝거리는 무언가가 있었고 파우스는 지금까지의 경험과 지식을 통해 그것이 보석의 원석이라는 걸 눈치챘다.

아이들의 표정을 보아하니 루스티가 준비한 선물인 것 같은데 대체 어디서 구해왔는지 의문이나 루스티가 나름대로 노력해서 구해온 건지 루스티는 자신만만한 얼굴이었다.



"생각보다 일찍왔네?"



그때 거실에 들어온 파우스를 발견한 레아가 옆에 와보라고 손짓하였고 파우스는 자연스럽게 레아 옆으로 가서 레아가 건네준 루스티의 선물을 받았다.



"보아하니 갈라진 틈새에 뭔가 반짝거리는 게 보이는 걸로 봐선 평범한 돌은 아닌거 같은데 뭔지 알겠어?"


"검사해봐야 알겠지만 강옥 계통의 원석인 것 같다. 크기를 보아하니 불순물만 없다면 그럭저럭 값이 나가겠군."



파우스가 말하는 그럭저럭 값이 나간다는 소리는 10살도 안된 어린애들은 꿈도 꾸지 못할 정도의 금액이라는 걸 알고 있는 레아는 대체 이걸 어디서 구해온거냐는 눈으로 루스티를 바라보았고 루스티를 쑥쓰럽게 머리를 긁적거리면서 말했다.



"땅 파다 발견했쪄!"



루스티는 선천적으로 운이 좋았다.

남동생인 아이데스가 유일하게 루스티에게서 질투하는 것이 저 운이 좋다는 것이었고 지금까지 루스티의 고민은 운빨로 해결되지 않은 것이 없을 정도였다.



"엄마 이건 내 선물"



마지막은 아들의 선물이었다.

아이데스는 선물상자도 없이 종이 한 장을 건넸고 처음에는 이게 뭔가 하는 얼굴로 종이를 받아든 레아는 눈을 부릅뜨고 아들에게 물었다.

그건 다름이 아니라 게누아 백작과 미니엘 행정관의 사인이 들어간 일정량의 황금을 빌렸줬다는 증서였다.

빌려준 사람은 아이데스, 황금을 빌려간 쪽은 미니엘 행정관이었다.



"너 이거 어디서 났어?"


"백작가 사람들한테 돈 받아서 미니엘 행관관님 대신 교역 상품 투자한 거로"



아이데스는 별거 아니라는 얼굴이었으나 레아의 얼굴을 새파랗게 질려버렸다.

그게 무슨 의미인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파우스는 눈을 감고 땀이 차기 시작하는 앞머리를 뒤로 쓸어넘겼고 아직도 엄마와 아빠의 반응이 왜 이런지 이해 못한 아이데스가 눈을 꿈뻑거리자 파우스는 아들이 잘 알 수 있도록 설명했다.



"아들아, 혹시 행정관님이 투자금 현금화가 끝난 다음 웃고 있지 않았니?"


"그랬는데요 왜요 아빠?"


"그때 증빙 서류 작성은 누가 했니?"


"제가 했는데요?"


"혹시 행정관님 웃음이 가식이 아니라 진짜 환한 웃음이었니?"


"예, 아주 기뻐하시던데요?"



파우스는 처음으로 한숨을 푹 내쉬며 말했다.



"미니엘 행정관은 최근 일거리가 폭증해서 스트레스 수치가 임계점을 넘어가기 직전이었다. 심지어 행정 인력 수급은 벌써 30년 째 지지부진한 상태였지. 그런데 그런 행정관 앞에서 3살 짜리가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를 교역 상품 투자를 성공적으로 끝마친 것도 모자라서 증빙 서류 작성까지 직접해서 바쳤다고? 심지어 아들 친구라고?"


"어... 어어..."


"나 같았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부하로 삼은 다음 절대 못 도망치게 한다."



그제야 아이데스는 자기가 무슨 짓을 저지른 건지 깨닫고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버렸다.



"하, 하지만 난 아직 3살인데..."


"10년 정도는 엘프들에게 아주 짧은 시간이란다 아들."



레아는 인간과 엘프의 시간의 흐름에 대한 인식이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 말했고 아이데스는 미니엘 행정관의 히스테릭한 성격을 떠올리고는 그 부하로 들어가게 되면 얼마나 생고생을 하게 될지 상상하며 두려움에 떨었다.

스스로 굶주린 사자 우리 안에 들어가서 스스로에게 양념까지 하고 드러누운 아들은 처음으로 자기 나이에 맞는 반응을 보였고 레아는 지능과 지혜가 늘 비례하는 건 아니라는 걸 느끼며 아들을 안아주며 말했다.



"괜찮아 혹시 몰라? 앞으로 10년 동안 기적적으로 행정관 부하들로 쓸만한 사람이 많아져서 우리 아들한테 별 신경 안쓰게 될지도 모르잖아?"


"히잉"



아이데스는 두려움에 떨면서 엄마 품에 안겨 얼굴을 부비부비 했지만 엄마 품에 얼굴을 비비는 것으로는 두려움이 씻겨내려가지 않았다.

여전히 머릿속에서는 미니엘 행정관이 서류 뭉치에 파묻힌 자신을 갈구는 무시무시한 환영이 재생되고 있던 것이다.

레아는 두려움에 떠는 아들을 토닥여주다가 침실로 가서 아들을 곰돌이 인형과 함께 먼저 재우고 다시 거실로 돌아왔고 그동안 신나게 파티 음식을 포식한 루스티도 배가 불러서 졸린지 남동생 옆으로 가서 잠들었다.

거실에는 헤르와 레아, 파우스만 남았고 레아는 웃으면서 말했다.



"어휴 진짜... 머리만 좋지 아직 애라니까."


"그런데 미니엘 아줌마 밑에서 일하면 좋은거 아니에요? 미니엘 아줌마는 이 도시에서 훌륭한 사람이잖아요."



헤르는 아직 미니엘 행정관의 밑에서 일한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 모르는지 순진하게 물었고 레아는 헤르의 은빛털이 자란 귀를 빗질해주며 말했다.



"훌륭한 사람 밑에서 일한다고 늘 좋은 건 아니란다. 훌륭한 사람 밑에서 일하려면 본인도 훌륭해야 하는데 훌륭해지는 건 쉽지 않으니까."


"아하"


"헤르는 누나니까 아이데스가 가끔 바보짓하면 따끔하게 혼내줘야 해? 알았지?"


"응응!"



레아는 마지막으로 헤르를 재우고 다시 거실로 돌아왔다.

파우스는 레아가 자식들을 재우는 동안 거실과 주방을 싹 정리정돈과 설거지까지 마무리하고 기다리고 있었다.

레아는 거실 소파에 앉아서 파우스에게 물었다.



"올해도 순식간에 지나갔네. 5월에 타티아를 떠나올 때만 해도 이렇게 빨리 적응할 수 있을지는 몰랐는데"



레아는 어느새 파우스가 와인잔을 채워서 건네자 웃으면서 받아 한모금 마셨다.

살짝 쌉쌀한 향과 함께 확 올라오는 풍부한 향이 느껴졌고 레아는 이 익숙하면서도 굉장히 생소한 느낌에 잠깐 기억을 파헤치다가 파우스가 남부의 대표 와인 알리아니코를 준비했다는 걸 깨달았다.


예전에 니키치나가 선물해준 적당한 선물용 알리아니코 와인과 기본적인 베이스는 유사하지만 더 풍부하고, 더 깊고, 더 복잡한 향은 물론이고 맛 역시 문외한이 비교해도 몇 단계나 더 고급스럽다는 느낌을 받을 정도였다.

게누아 백작에게 납품되는 꽤나 비싼 물건이 분명했기에 이걸 어떻게 구한거냐는 질문이 담긴 눈빛을 받은 파우스는 간단히 대답했다.



"백작의 개인적인 부탁 몇 개를 들어주고 받았다. 아직 한병 더 있는데"


"그거 절대 열지마! 나중에 귀한 손님 왔을 때 개봉할 거니까."



북부의 왕이라 불리는 네비올로 와인과 쌍벽을 이루는 알리아니코의 오리지날 와인이 한병 더 있다는 말에 레아는 기겁하며 외쳤고 파우스는 품속에서 작은 상자 하나를 꺼냈다.



"뭐야 그거?"


"선물이다."


"무슨 소리야? 지금 마신 알리아니코 와인만으로도 이미 엄청난 가격인데?"


"그건 함께 마시는 거고 이쪽이 진짜 선물이다."



파우스가 손바닥 크기의 작은 나무 상자를 열자 안에는 한쌍의 귀걸이가 있었다.

적색의 작은 보석 여러 개가 박힌 은빛 귀걸이는 귀를 뚫지 않고 착용할 수 있도록 귀를 감싸는 이어커프 타입이었는데 레아는 귀걸이에서 마력의 잔향을 느낄 수 있었다.

세공도 수준급인데 마법이 내장되어 있는 매직아이템이 분명했다.



"수도에서 사건 해결하고 길드장에게 받았던 루비와 남은 미스릴 합금으로 만들어봤다. 하나에 한번씩 밖에 충전한 마법을 쓸 수 없지만 대신 매번 충전할 수 있는 마법을 바꿀 수 있다."



예전에 그랜드마스터 선출 때 나나스 멜린을 구해주고 답례로 받았던 루비를 쪼개고 다시 세공해서 만들었다는 말에 레아는 그런 것도 있었지 하고 고개를 끄덕이고는 바로 이어커프를 착용해봤다.



"흔들려도 무게가 거의 안 느껴져서 떨어뜨려도 눈치 못 챌거 같아 무서운데"



대체 무슨 마법을 걸어놓은 건지 몰라도 귀 뒷쪽을 타고 올라가는 형상임에도 불구하고 무게가 거의 느껴지지 않았는데 파우스는 뭐가 걱정이냐며 말했다.



"걱정마라. 잃어버리면 다시 만들면 된다."



그 말을 들은 레아는 잠깐 생각하다 잔에 남은 와인을 비우고 파우스의 옆으로 바짝 붙어서 파우스의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

레아는 내일도 일거리가 넘쳐날 모험자 길드에 대한 걱정은 싹 머릿속에서 지워버리고 마음이 이끄는대로 행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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