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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6굴림실패 님의 서재입니다.

성칭 밑의 피와 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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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6굴림실패
작품등록일 :
2023.05.20 20:59
최근연재일 :
2023.08.13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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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7.23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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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화

DUMMY

728년 11월 30일

실종되었던 카라니보르의 파티가 자력으로 아페닌 산맥을 탈출해 인근을 수색하던 오르갈 남작의 부대에 합류하고, 게누아로 복귀한 것은 꼬박 일주일이 지나서였다.



"그래서? 결국 마지막으로 남은 암살자 말로브로드의 행방은 묘연한 상태라고?"



11월 말, 이제 심판력 728년의 마지막 달이 다가오는 걸 준비하는 날에 게누아 시로 복귀한 카라니보르의 파티에게 그동안 있었던 일에 대한 설명을 듣는 길드장 나나스 멜린은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이 말했다.

라르사 왕국 잔당 소속의 암살자 3명에게 습격당했으나 2명을 죽이고 한명을 퇴각시킨 카라니보르의 파티는 도망치던 중 우연히 고대 드워프 유적을 찾아낸 것이다.


페른이 유적 통로로 추락하면서 다리 뼈에 금이 간 것 말고는 그나마 몸성히 귀환한 것도 기적이라고 할 수 있는데 거기에 더해서 고대 드워프 유적을 탐사해 마법이 걸린 아이템을 가지고 복귀했다는 건 정말 새옹지마라는 말이 모자랄 정도였다.

길드장 멜린은 부길드장 파우스에게 아이템 감정을 해달라고 하고는 카라니보르에게 말했다.



"그래서 너희가 라르사 왕국 잔당에게 노려진 이유는?"


"그거에 관해서는 모험자의 룰에 따라서 노코멘트로 하겠습니다."


"이번 일로 케일런 교단과 군에서도 피해가 나왔어. 우리야 업계의 룰 때문에 더는 묻지 않겠지만 그럼 케일런 교단이 이번 사태가 일어난 이유에 대해 말하라고 너희들에게 달려들면 보호해줄 수 없다는 것만 알아둬."



케일런 교단이라는 말에 케일런 교단에게 엉망진창으로 당한 적이 있는 존을 제외한 나머지 파티원들의 얼굴이 핼쑥해졌지만 그래도 그들은 파티원인 존에 대한 의리를 지키기 위해 말하지 않았다.

카라니보르와 그 동료들이 두려움에 떨면서도 동료에 대한 의리를 지키기 위해 입을 다물자 나나스 멜린도 더는 묻지 않겠다고 하고는 다른 문제에 대해 물었다.



"너희가 놓친 말로브로드는 라르사 왕국 정보국의 지휘관 중 하나였어. 쉽게 포기하지는 않을 거야. 한동안은 조심해서 다니는 걸 추천할게."



라르사 왕국군 잔당인 에우상투스와 체르드웰은 카라니보르 파티와 싸우다 사망한 것이 확인되었지만 아직 간부인 말로브로드가 살아있다는 말에 나나스 멜린은 머리가 아픈 걸 참아가며 카라니보르 파티에게 설명을 해주었다.



"어떻게 하지? 리더?"


"한동안 게누아를 떠나 있어야 하나?"


"에이 뭘 게누아를 떠나 있는다고 그래? 어차피 한 놈 밖에 안남았으니까 유인해서 쓱싹해버리자"


"나 다리 작살나서 회복해야 하는 건 생각 안 하냐"


"아 맞다 그랬지 참. 이왕 이렇게 된거 튼튼한 페른을 미끼로 쓰면 어때?"


"뭐 이년아?!"


"농담이야 농담"



페른을 미끼로 쓰자는 오로드로시엔의 말에 페른은 발끈했지만 길드장인 나나스 멜린 앞이라는 걸 생각해서 꾹 참았다.

페른이 계속 투덜거리고 다른 파티원들이 대응책을 생각하는 동안 감정을 끝마친 부길드장 파우스가 작은 순금고리에 장착된 사파이어를 깎아만든 아이템 감정용 렌즈와 유물들을 가지고 돌아왔고 감정 결과가 적힌 종이를 건네 받은 나나스 멜린에게 카라니보르가 물었다.



"이 물건들의 감정 결과는 어떤가요 길드장?"


"일단 3개는 일종의 신체강화 마도구라는 게 판명되었어. 그리고 마지막 하나는 부길드장이 말하길 굉장히 희귀한 물건이라고 하네."


"그건! 내가 찾은 구슬!"



페른은 굉장히 희귀하다는 말을 하면서 나나스 멜린이 들어올린 자주빛의 구슬을 보고 환희했다.

나나스 멜린은 자주빛 구슬을 제외한 나머지 초록색과 파란색 구슬들을 차례대로 가리키며 말했다.



"일단 첫번째 구슬은 섭취하면 근력이 아주 약간 늘어나는 힘의 보주, 두번째 구슬은 후각을 아주 조금 강화시켜주는 냄새의 보주, 세번째 구슬은 폐활량을 아주 약간 늘려주는 숨의 보주라고 해"


"정확한 효과는 어떻습니까?"



다리가 작살난 상태로도 고대 드워프 유적을 돌아다닌 보람이 있다며 페른이 질문했고 나나스 멜린은 파우스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파우스는 별거 아니라는 듯이 말했다.



"힘의 보주는 원래 1000리브라(약325kg)... 요새는 파운드라는 단위를 더 많이 쓰던가? 대충 변환해서 알아들어라. 어쨌든 그정도 무게를 들 수 있던 사람이라면 대략 10~20리브라(약3~6kg)를 더 들어올릴 수 있게 해주고, 냄새의 보주는 7파수스(약 10m) 앞의 고기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면 8파수스(약 12m) 앞의 냄새를 맡을 수 있게 해주고, 숨의 보주는 원래 물속에서 숨을 30초 참을 수 있는 폐활량을 31~33초 정도 더 버틸 수 있는 폐활량으로 늘려준다. 지금까지 조사한 바에 의하면 딱히 저주나 부작용은 없는거 같지만 효과가 미미한 편이다."



확실히 신체능력이 강화되기는 하지만 좀 미묘한 효과였다.

성장이 정체된 사람들에게는 유용하겠지만 성장 한도가 높은 사람들에게는 훈련시간을 줄여주는 것 이상의 가치는 없기에 비싸진 않을 거 같았다.



"부길드장, 그래서 제가 가져온 그건 무슨 물건임까?"


"너희가 가져온 것들 중 가장 희귀한 물건이었다."


"그건 알고 있으니까 빨리 효과 좀!"


"그것도 무려"


"무려?"


"주변 상황에 맞춰서 자동으로 음악을 재생해주는 능력을 부여하는 보주다."



파우스의 말에 순간 집무실 안이 얼어붙었고 페른은 잠깐 눈을 꿈뻑거리다가 파우스에게 다시 물었다.



"...뭐요?"


"설마 이런 귀한 물건을 여기서 볼 수 있을 줄이야."


"..."



페른은 파우스가 자신을 놀리려는 것이 아닌가 의심했지만 파우스의 표정이 진심인 걸 보고 할 말을 잃어버렸고 카라니보르가 친구를 대신해 물었다.



"그거 존이 발견한 근력 증가 오브나 제가 찾은 후각강화 오브보다 전투에 쓸모 있습니까?"


"일단 음악을 나만 듣게 하기 기능이랑 주변사람도 듣게 하기 기능도 있는 고급품이다."


"으아아아아! 왜 나만 운이 안 좋은건데!!!"



거기까지 듣고 페른은 발광하기 시작했다.

마치 다리의 부상으로 인한 고통이 느껴지지 않는 것처럼 마구 발버둥치는 페른을 진정시키느라 다른 사람들은 진땀을 뺐고 오로드로시엔은 혀를 차며 말했다.



"쯧쯧쯧, 내 저럴 줄 알았다 페른 녀석"


"다들 왜 그런 표정이지? 이게 얼마나 귀한 물건인지 이해를 못하는 거냐? 음악 재생이 된단 말이다."


"전투에는 전혀 쓸모 없잖아! 으허허허헝! 난 다리 뼈에 금가는 부상까지 입었는데 왜 나만!"


"필요없으면 내가 매입하고 싶다만"


"으허허허헝엉어엉!"



파우스의 단 한조각의 놀리는 기색도 없는 진지한 말투는 되려 날카로운 비수처럼 페른의 가슴을 찔러댔고 페른은 결국 힘이 빠져서 축 늘어져버렸다.

페른이 지쳐 쓰러지고서야 나나스 멜린은 골치가 아프다는 듯이 파우스에게 물었다.



"그래서 저 노래 구슬은 얼마에 매입할 생각인가요 부길드장?"


"최소 금화 100장입니다."


"에이, 페른 녀석 다리 뼈에 금갔다고 너무 인심쓰시는 거 아닌가요? 너무 배려하신다."


"맞아요. 페른 녀석이 가져온 구슬 값 더 쳐주시는 것보다는 리더랑 존, 다에벨레그가 찾은 유물 값이나 더 쳐주세요."



금화 100장이라는 말에 로스딜이 농담하지 말라는 듯이 말했지만 파우스는 되려 니들 제정신이냐는 얼굴로 카라니보르 파티를 바라보며 말했다.



"너희들 아까부터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 이건 엄청 귀한 물건이란 말이다. 자동으로 음악이 재생되는 게 얼마나 복잡한 메커니즘으로 움직이는 건지 모르..."


"그럼 일단 의뢰는 완료죠 길드장?"


"그래, 카라니보르 너희 파티는 제대로 의뢰를 완료했어. 그리고 유적에서 찾아온 유물 구입 증명서도 여기 써놨으니 1층의 아마리엘 씨한테 가서 정산 받아."



나나스 멜린과 카라니보르의 파티는 파우스도 취향이 참 괴팍하다고 생각하며 얼렁뚱땅 의뢰 완료처리를 해버렸고 파우스는 카라니보르의 파티가 나간 뒤 억울하다는 듯이 나나스 멜린에게 말했다.



"다들 왜 저 물건의 가치를 몰라주는 겁니까?"


"그래봤자 그냥 음악 나오는 거잖아요?"


"주변 상황에 맞춰서 자동으로 음악을 재생한단 말입니다. 사용자가 인식하고 있지 않아도 습격이 오거나 걸어가는 경로에 함정이 있다면 자동으로 음악이 변경되니 탐색이나 보초에 써먹을 수 있습니다."


"어? 그런 거였나요?"



나나스 멜린은 거기까지는 생각 못했다는 듯이 말했고 파우스는 이제야 이해했냐는 얼굴로 길드장을 바라보았다.



"그런데 사용자가 인식하지 못한 위협에도 반응한다면 대체 원리가 뭐죠?"


"그게 바로 유실된 고대 드워프의 기술력이라는 겁니다."



나나스 멜린은 모험 중 습격당하거나 함정이 있는 걸 자동으로 알려준다면 확실히 금화 100장의 가치가 충분하다고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파우스는 잽싸게 자주빛의 구슬을 챙기고는 금화 100장이 담긴 주머니를 나나스 멜린에게 건넸고 나나스 멜린은 좀 아쉽다는 듯이 금화주머니를 받아들였다.



##



모험자 길드에서 카라니보르 파티와의 면담을 끝낸 나나스 멜린과 파우스는 바로 백작에게 보고하기 위해 백작의 저택으로 향했다.

백작의 저택으로 들어가기 위해 정원을 지나고 있는데 왼쪽 정원에서 백작의 손자인 글로르나르가 아이데스와 루스티와 놀고 있는 것이 보였다.

나나스 멜린은 애들이 잘 놀고 있구나 하고 지나가려고 하다가 무심코 들려온 소리에 다시 고개를 돌렸다.



"도련님 그러니까 지금 여기에 있는 루스티는 귀엽게 생겼고 운도 좋지만 본능이 이성보다 앞선 난폭한 짐승 같은 여자입니다. 차라리 얌전한 헤르 누나면 모를까 루스티 좋아하면 진짜 나중에 큰일나요."


"아니야! 내 마음은 변하지 않아! 난 루스티를 좋아해!"


"이제 겨우 4살이시지 않습니까 이 시기의 사랑 같은 건 한순간이라니까요?"


"그런 아데도 3살이잖아!"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란 말입니다 도련님 차기 백작 부인 자리는 신중하게 정하셔야 한다니까요."


"나쁜말 그만해! 아데 미워!"



아이데스는 3살에 불과하건만 엄청나게 진지한 얼굴로 글로르나르에게 충언을 하고 있었고 글로르나르는 유치하게 아이데스의 나이를 들먹이며 현실부정을 하고 있었다.

그 사이에 낀 루스티는 남정네들 말다툼에는 관심 없다는 듯이 살짝 파헤쳐진 정원 한복판의 흙더미에서 뭔가를 보고 있었다.

아이들의 보호자인 저택에서 일하는 하녀들은 그 모습을 보고 키득거리고 있었다.



"우애옹! 아빠다 아빠!"



동생과 도련님의 말다툼 따위는 관심조차 없던 루스티는 아빠인 파우스를 발견하고는 흙투성이 상태로 쪼르르 달려와서 안겼고 파우스는 차녀에게 마법을 걸어서 몸과 옷을 깨끗하게 만들어줬다.



"선생님! 나나 누나!"



글로르나르는 뒤늦게 파우스와 사촌 누나인 나나스 멜린을 발견하고 달려왔고 아이데스는 한숨을 푹푹 내쉬며 골치 아프다는 듯이 아빠를 향해 누나랑 도련님 좀 어떻게 해보라는 듯이 눈빛을 보냈다.

나나스 멜린이 보기에 아이데스의 표정은 도저히 3살짜리라고는 믿기지 않는 초췌함이 엿보였다.



"아데, 이번 일은 어른들한테는 비밀이야"



글로르나르는 나름 조용히 말한다고 한 것이겠지만 안타깝게도 주변이 워낙 조용해서 나나스 멜린과 파우스에게는 똑똑히 들렸다.

어린애답다고 해야 할 어설픔에 나나스 멜린은 그냥 모르는 척 해줘야겠다고 생각하며 글로르나르에게 말했다.



"여기서 뭐하고 있었니 글로르?"


"그, 그게... 꽃을 보고 있었어요?"



나나스 멜린은 왜 점점 말하는게 의문문이 되어가는 거냐는 말이 목구멍 끝까지 올라왔지만 가까스로 삼키고 화제를 돌렸다.



"할아버님은 계시니?"


"예, 아까 저택 서재에 계셨어요."



사촌 누이와 글로르나르가 대화하는 동안 파우스와 아이데스 부자는 연신 손발로 뭔가 의사소통을 하고 있었다.

아이데스가 연신 손짓발짓으로 뭔가를 말하다가 마지막에 아무것도 모른다는 맑고 순수한 눈으로 아빠 바짓가랑이를 잡고 사탕달라고 조르고 있는 누나 루스티를 손가락으로 가르켰고 파우스는 나도 모르겠다는 얼굴로 고개를 절래절래 젓더니 주머니에서 루스티가 좋아하는 사탕을 꺼내서 딸에게 쥐어줬다.



챱챱챱!


"자자, 도련님. 길드장님은 지금 바쁘시니 우리는 이만 빠져주죠."



그때 하녀 한 명이 다가와 아이들을 데려갔다.

루스티는 사탕을 맛있게 포식하고 파우스는 아들에게 말없이 고생하라는 인사를 보내고 몸을 돌렸다.

아이데스는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쉬고는 글로르나르와 루스티를 데리고 하녀들이 간식을 준비한 테이블로 향했다.

그 모습은 도저히 3살짜리로 보이지 않았다.

마치 미니엘 행정관에게 수십 년이나 시달린 다크엘프 행정 공무원들의 모습과 유사해보였고 저택으로 다시 걸어가며 나나스 멜린은 파우스에게 물었다.



"아들에게 어떤 교육을 하고 있는 건가요 부길드장? 꽤 똑똑한 것 같은데요."


"저 아이 스스로 깨우친 겁니다."



파우스가 아들에게 별로 가르친 것이 없다며 말을 끊어버리고는 물어보지 말라는 분위기를 팍팍 내기 시작하자 나나스 멜린은 더는 물어볼 수가 없었다.

결국 두 사람은 대화 없이 백작의 저택 앞까지 왔고 집사에게 그들이 방문한 것을 알리자 집사는 백작이 기다리고 있었다며 바로 문을 열어줬다.


저택 정문을 지나 응접실로 안내를 받은 그들은 응접실에서 간단하게 차를 마시며 서재에서 꺼내온 책을 읽고 있던 게누아 백작에게 인사를 하고 카라니보르 파티에게 들은 내용을 전달하였다.

내용 전달이 끝나자 백작은 고생했다고 격려해준 뒤 파우스와 나나스에게 말했다.



"그럼 지금까지 파악한 바에 의하면 말로브로드라는 간부를 제외하고 이 호겐 지방에 침투한 라르사 왕국 잔당은 괴멸한 것이군. 불안요소가 남긴 했지만 혼자서는 지금까지와 같은 큰일은 저지르기 힘들겠지."


"하지만 좀비 같은 언데드가 나타났고 암살자들이 죽었을 때도 언데드는 멀쩡했다는 걸 보면 말로브로드가 사령술사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리고 도망친 말로브로드가 엘프 분리주의 과격파와 합류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그 가능성도 생각했기에 아퀼레이아 길드장으로 부임한 칼도르에게 급히 연락을 넣은 것 아니냐 나나?"



이미 이번 사건을 일으킨 라르사 왕국 잔당에 대한 지명수배서가 모험자 길드의 네트워크를 통해 호겐 지방 전체를 넘어 사비니 왕국 전체에 배포되었다.

게다가 나나스 멜린이 말한 엘프 분리주의 과격파와 손잡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아퀼레이아 쪽에도 손을 써놨으니 만약 엘프 분리주의 과격파와 말로브로드가 접촉한다면 과격파 안에 심어둔 첩자를 통해 말로브로드의 행적이 보고될 것이다.



"그건 그렇고 슬슬 생각해뒀던 사업들을 밀어붙일 때가 되었다."


"어떤 사업 말씀인가요?"


"남쪽 해안가 개발 말이다."



지금까지 게누아에서 불과 걸어서 하루 거리 밖에 안되는 곳에 위치한 남쪽 해안가를 개발하지 못한 것은 그곳이 온갖 해양 몬스터들이 둥지를 틀고 있는 곳이기 때문이었다.

이는 호겐 지방이 사비니 왕국에 편입되기 한참 전 엘프들이 게누아에 처음 자리를 잡았을 시절부터 이어져 왔기에 지금까지 그 누구도 남쪽 해안가를 무리하게 개척하겠다는 말을 꺼내지 않았다.

그런데 갑자기 게누아 백작이 남쪽 해안가 개발, 개척에 대해 말한다는 건 뭔가 돌파구가 생겼다는 의미였다.



"케일런 교단이 뭔가 가지고 있었던가요?"


"그래, 그들이 어떻게 남쪽 해안가 몬스터들을 밀어내고 은신처를 만들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 얼마 전에 브루노 주교와 협상이 잘 끝났다. 그리고 이걸 받아왔지."



백작은 그러면서 커다란 주머니로부터 삼각형의 메트로놈 같은 물건을 꺼냈고 파우스는 그게 뭔지 바로 알아보았다.



"이건 케일런 교단에게 자체 제작한 몬스터 퇴치기다. 자세한 원리는 모르지만 설치 후 작동시키면 15파수스(약 22미터) 내의 몬스터를 강제 퇴거시키는 효과가 있다. 부길드장, 자네와 쿠루갈라드 옹에게는 이 물건의 역설계 및 복제를 맡기고 싶네."


"실패할 위험도 있고 설령 가능하더라도 시간이 꽤 걸릴 겁니다."


"내 통치시기를 벗어나도 상관없네. 그래도 미니엘... 아니, 글로르나르가 영주가 될 때까지는 해내줬으면 하네."



지금까지 바닷가에 인접해 있으면서도 내륙도시처럼 운영되던 게누아가 해안가를 확보하여 바다를 쓸 수 있게 된다는 건 단순한 영토 확장 이상의 의미가 있었다.



"내일부터 당장 해안가에 서식하는 몬스터 조사 의뢰를 내걸까요?"


"그래, 가능하면 빨리 준비를 해놓는게 좋겠지. 설령 이 몬스터 퇴치기 복제가 실패하더라도 어느 정도 성과가 있으면 하니까."



나나스 멜린의 말에 게누아 백작은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고 그걸 마지막으로 백작이 당장 움직이라고 지시해서 응접실에서 나와야했다.



"어휴, 안그래도 바쁜데 더 바빠지게 생겼네요."


"정말 그렇습니다. 개인적인 연구를 할 시간도 부족하군요."



남쪽 해안가 개척이 성공한다면 정말로 많은 것이 바뀌게 될 것이다.

그러나 현재 사비니 왕국 심장부에서 격화되고 있는 왕자들의 권력투쟁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자금과 행정력, 인력을 남쪽 해안가 개발에 투자하는 것이 옳은가에 대해서는 약간의 의문이 있었다.


게누아 백작은 중앙의 권력투쟁의 여파가 남쪽 호겐 지방까지 닥치지 않을 거라고 판단한 것인가?

그게 아니라면 지금 전력으로도 권력투쟁 정도는 무시할 수 있다는 자신감의 발로인가?

그것도 아니라면 권력투쟁의 여파가 호겐 지방을 덮치기 전에 남쪽 해안가 개발을 일찍 끝마쳐야 한다는 계산이 깔린 것인가?


파우스와 나나스는 백작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몰랐다.

그저 명령을 충실히 이행하는 것이 그들의 역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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