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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6굴림실패 님의 서재입니다.

성칭 밑의 피와 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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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6굴림실패
작품등록일 :
2023.05.20 20:59
최근연재일 :
2023.08.13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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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7.15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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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화

DUMMY

시간이 세찬 바람에 흩날리는 낙엽처럼 하늘하늘 흘러갔다.

때는 A.J. 728년 5월 1일, 헤르의 7살 생일과 루스티의 4살 생일, 아이데스의 3살 생일까지 4개월 밖에 남지 않은 때였다.

겨울이 심술을 부린 결과인 꽃샘추위도 완전히 물러나고 여름이 잠에서 깨어나는 5월 초순.

사비니 왕국 북부의 대도시 타티아의 남문에는 수많은 모험자 길드 직원들이 모여 있었다.


그들은 이제 막 문을 나서려고 하는 마차 주위에 몰려 있었다.

마차를 끄는 2마리의 말은 평범한 말과는 달리 검은색 연기 같은 그림자를 흩뿌리는 팬텀 스티드였으나 말에 비해 마차는 별다른 장식이 없는 평범한 마차였다.



"다들 왜 이렇게 울상이야? 안 좋은 일로 떠나는 것도 아니잖아."



마차 앞에 서 있는 타티아 모험자 길드의 직원이었던 레아는 사람들에게 웃으면서 말했지만 그런 말을 하는 본인도 정든 친구와 동료들과 헤어지는게 아쉬운 얼굴이었다.

니키치나는 무슨 말을 그렇게 하냐며 말했다.



"그래도 걱정을 어떻게 안 할 수가 있어."


"설마 게누아에서 무슨 일 있겠어? 저기에 공석이 생긴 건 결국 치정싸움 때문이었잖아."


"표면상으로는 그런데 실제로 어떨지 아직 모르잖아."



사비니 왕국 남부의 대도시 게누아로 가족들이 이사를 가게 된 것은 전적으로 길드 내부의 사정 때문이었다.

파우스는 지금까지 여러차례 아퀼레이아 길드마스터에 취임하는 걸 거절해왔고 결국 게누아 모험자 길드의 길드장이자 게누아 백작의 손녀인 나나스 멜린이 지원한 심복 중 하나가 아퀼레이아 지부의 길드장으로 취임하게 되었다.


새로 취임한 아퀼레이아 길드장의 이름은 칼도르 오르갈, 오르갈 남작가의 차남이었다.

오르갈 남작가는 엘프 과격파에게는 배신자라 불리는 게누아 백작을 섬기는 씨족 중 하나다.

그러나 오르갈 남작은 게누아 백작의 심복이지만 엘프들에 대한 차별을 금하고 제대로 재통합을 이루어 사비니 왕국 내에서 더 높은 입지를 다져야 한다고 주장하는 온건파이기에 그의 차남이 아퀼레이아 지부 길드장에 취임하는데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공석이 된 게누아 모험자 길드의 부길드장 자리에 오른 것은 오르갈 남작의 차녀, 아퀼레이아 길드장으로 부임한 차남의 여동생이었는데 하필 이 차녀가 죽어버리고, 여기에 여러 길드 직원들이 휘말려 조사를 받게 된 것이다.


그녀를 죽인 것은 차별에 분노한 엘프도, 거만해진 인간도, 땅딸보라고 놀림받던 드워프도, 남부의 더운 날씨와 종족 특유의 털이 많은 체질 때문에 늘 불쾌지수가 하늘을 찌르는 수인도 아니었다.

그녀를 죽인 것은 같은 다크엘프였고 원인은 치정싸움이었다.


그러나 모험자 길드 중앙회는 아퀼레이아와 게누아의 모험자 길드까지 게누아 백작가의 사람들로 채워지는 걸 경계한 누군가가 뒷공작을 가한 것이 아닌가 의심했다.

게누아 백작 역시 누군가가 자신을 견제하려고 한다는 느낌을 받은 건지 이번에는 부길드장 자리에 자기 사람을 넣는 게 아니라 상황을 지켜보려고 하였다.


나나스 멜린은 평소부터 파우스를 영입하고 싶어했기에 다시 길드 중앙회에 파우스의 보직이동 문제를 건의했고 이런 이해관계가 맞물려 길드중앙회는 파우스에게 예전과 마찬가지로 길드 중앙회 특별감찰관 자리와 몇몇 특권들을 미끼로 게누아 부길드장 자리를 제안했다.

벌써 몇 년 동안이나 남부 지방 모험자 업계의 안정화가 제대로 되지 않는 것에 길드 중앙회가 조바심을 내고 있었기에 꽤 좋은 제안이 왔고 파우스는 레아, 로드리고, 니키치나와 의논한 끝에 결국 남부로 가는 것을 택했다.


길드 중앙회에서 나중에 파우스와 레아의 아이들이 성인이 되었을 때 설령 빈 자리가 없더라도 억지로라도 TO를 만들어 길드 중앙회 사무직 직원으로 채용해 심각한 결격사유가 없다는 가정하에 정년 보장을 해주겠다는 마법이 걸린 계약서까지 보내준 게 제일 큰 이유였다.

심지어 계약서에는 아이들이 직원으로 채용된 뒤 지급될 월급 역시 물가상승분을 반영해주겠다는 조항까지 걸려있었다.


지금까지 평생 모험자로 일해온 레아는 엄마로서 애들이 위험한 모험자 길드 현장직으로 근무하는 것보다 시설 좋은 수도의 사무직으로 근무하길 원했기에 영 내켜하지 않는 파우스와 로드리고를 끈질기게 설득했던 것이다.



"일단 받게 될 게 많아서 받기는 했는데 언니 말 들으니까 정말 잘한게 맞나 의심되네."


"계약서 자체에는 문제가 없었으니 성인식 치르는 15살까지 애들한테 큰 문제 없으면 무조건 이득이지만... 그동안 무슨 일이 생기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으니까."



하지만 이미 계약서에 서명을 한 이상 떠나야 한다.

이걸 위해서 레브메 저택도 쌍둥이 여신 교단에게 파우스와 레아, 혹은 파우스와 레아의 상속인이 돌아올 때까지 무기한, 무보수로 대여한다는 조건으로 내주고 타티아에 가지고 있던 부동산을 전부 처분한 상태니 이제와서 안가겠다고 하는 것도 모양새가 좋지 않았다.



"그동안 고마웠다구"


"영원히 안 볼 것도 아니다 헨리"



납품실 반장 헨리는 파우스와 뜨거운 악수를 나누면서 독한 술인 드래곤 브레스 한병을 슬쩍 건네줬고 파우스는 웃으면서 그걸 받았다.



"갈 거면 맥주 자동 제조기 좀 만들고 가지"


"그건 스스로 노력해라 안드레"



길드직원들이 자주 이용하는 음식점 프로마코스의 주인인 안드레는 농담을 던지면서 파우스와 악수하고는 선물이라며 드워프 장인이 만든 직사각형의 식칼을 건네줬다.

파우스는 그걸 받고 잠깐 생각하다가 위상도약 파우치에서 사람 몸통만한 크기의 상자를 꺼내 안드레에게 건네줬고 안드레는 뛸듯이 기뻐했다.



"소형 냉동고잖아? 고마워 잘 쓸게!"


"아버지가 보내는 선물입니다."



그때 정식으로 프리지야 모험자 길드의 길드마스터가 된 필립의 딸 샤론이 작은 상자 하나를 건넸다.

뚜껑을 열어보니 안에는 아직 책으로 엮지 못한 수많은 몬스터들의 정보가 적힌 양피지가 들어있었다.



"기후나 환경에 따라 몬스터의 상태가 변화하는 걸 감안해서 페이지 절반씩만 채워놨군. 역시 꼼꼼한 필립다워. 이것과 함께 그동안 고마웠고 다음 길드 총회 때 다시보자고 전해주길 바란다 샤론."


"예, 아버지도 분명 기뻐하시겠죠."



파우스는 그러면서 위상도약 파우치에서 작은 상자를 꺼내 샤론에게 건네줬고 샤론은 상자 안에 있는 마법에 사용할 수 있는 세공된 보석들을 보고 파우스에게 감사를 표했다.



"다른 사람들이 주는 거에 비해 좀 볼품없는데 이거 줘도 되나"



타티아 모험자 길드 미궁 탐색반의 리더 가비가 우물쭈물 하면서 다가오더니 파우스에게 천으로 된 봉투 하나를 건네줬다.

파우스가 봉투를 열어보니 거기에는 아직 가공되지 않은 희귀한 몬스터들의 소재가 조금씩 들어있었다.

보통 몬스터도 아니고 미궁에서도 그리 흔하게 볼 수 없는 희귀한 소재들은 돈으로 환산한다면 꽤 큰 금액이 될 게 분명했다.



"내가 미궁 탐색은 잘하지만 소재 손질에는 소질이 영 없어서 이렇게 밖에 준비를 못했어."


"마음만으로도 충분하지 뭘 그래?"


"레아 말이 맞다 가비."



아마 가비가 미궁을 돌아다니면서 얻은 소재를 모은 것 같았고 파우스와 레아는 가비를 한번씩 포옹해주었다.

파우스는 위상도약 파우치에서 한쌍의 건틀렛을 꺼내 가비에게 건네줬다.



"착용자의 힘을 상승시키는 건틀렛이다. 특히나 튼튼하게 만들었으니 미궁 탐색에 꽤 큰 도움이 될 거다."


"역시 이 도시 최고의 마법사이자 연금술사! 고마워!"



그 다음은 타티아 시의 드워프 대장장이 케프였다.

케프는 파우스에게 가공된 주괴 몇 개를 건네줬는데 파우스가 놀라는 것으로 봐선 꽤 값이 나가는 물건인 것 같았다.

파우스는 후다닥 주괴들을 위상도약 파우치에 넣고는 그 대가로 뭔가를 꺼내주려고 했지만 케프는 파우스가 꺼내려고 하던 물건을 보더니 손을 저으며 거절했다.



"아아 됐어. 한달 전에 내 대장간에 마법 걸린 망치랑 마법 고로 설치해준 거 값을 너무 싸게 받았잖아. 그때 다 못 치른 값 대신이라고 생각해. 그건 나중에 애들 선물 만들 때 쓰라고."



케프의 뒤로는 모험자들이 서 있었다.

평소에 파우스나 레아와 친하게 지낸 안드레스, 더글라스의 파티는 물론이고 샤반과 프룬도 와있었다.



"그때는 정말 감사했습니다! 나중에 아나비 왕국에 오실 때 꼭 코우로스 백작가에 들려주십쇼! 꼭 받은 은혜에 보답을 하고 싶습니다!"


"이제 겨우 은 등급에 올랐지만 기다리고 있으라고! 남부까지 이 샤반의 명성이 들리도록 유명해질 테니!"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인사를 거의 끝내고 다시 마차 쪽으로 가보니 그곳에는 사예스 주교와 메건의 쌍둥이 여신 교단의 사람들이 모여있었다.



"그대들의 앞에 쌍둥이 여신의 가호가 함께하기를"



이미 평소부터 여러모로 서로 협력하던 관계여서 그런지 선물이 오고가지는 않았다.

사예스 주교와 수녀들은 그저 레아와 파우스의 아이들의 이마에 입을 맞춰주고 레아와 파우스를 위해 여신들에게 기도를 올렸을 뿐이었다.

평소 쌍둥이 여신 교단과 그들 가족의 가까웠던 관계였기에 이미 레아와 파우스의 가방과 파우치 안에는 쌍둥이 여신 교단의 성표가 달린 물건들이 잔뜩 있었다.


쌍둥이 여신 교단의 성직자들이 물러나고 마차 옆에 남은 건 둘이었다.

마스터 로드리고와 니키치나였고 마스터 로드리고는 파우스에게, 니키치나는 레아에게로 향했다.



"이건 뭐야 언니?"


"그건 파르메 경의 소개장이고 이건 내가 써주는 소개장이야. 지금 당장은 게누아에 가는 거니 쓸모 없을 수도 있지만 나중에 수도에서 써먹을 날이 올 수도 있으니 잘 가지고 있어."



니키치나는 레아에게 봉투에 담은 소개장을 건네주었다.

듣자하니 파르메 경은 마중 나오려고 했지만 근무를 도저히 비울 수가 없어서 못 오는 바람에 니키치나에게 대신 전해 달라고 부탁했던 모양이다.

레아는 니키치나에게 감사를 표하며 파우스가 만든 불꽃 내성을 올려주는 목걸이를 건네주었다.



"자자, 이게 갈 시간이야."



마지막 인사가 끝나자 니키치나는 웃는 얼굴로 레아를 재촉했고 레아는 먼저 아이들을 마차에 태운 뒤 자신도 마차에 들어갔다.

다른 가족들이 전부 마차에 탔는데 파우스는 아직도 마부석에 오르지 않고 로드리고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로드리고와 파우스 사이에 옷 소매에서 둘둘 말린 양피지와 문서 몇 장이 오고갔고 모든 작업이 끝난 뒤에야 로드리고와 파우스 모두 사악한 웃음을 지으며 떨어져나갔다.


파우스는 가족들이 마차에 탄 것을 확인하고 마부석에 올라 말들에게 물린 재갈과 연결된 고삐를 잡은 다음 가볍게 흔들었다.

마차와 연결된 2마리의 팬텀 스티드는 파우스의 신호에 맞춰 천천히 걷기 시작했고 마차는 느릿느릿 타티아 남문을 벗어났다.



"다들 안녕!"


"잘 가!"


"게누아에 도착하면 연락해!"



사람들은 레아와 파우스 가족을 배웅해줬고 파우스는 천천히 속도를 높였다.

마침내 남문에 배웅을 위해 모여든 사람들이 아예 보이지 않게 되었을 때 마차 뚜껑을 열고 레아가 고개를 내밀어 파우스에게 물었다.



"아까 로드리고 영감님이랑 무슨 이야기 나눴어?"


"이번에 만든 타티아 모험자 길드의 자회사인 제약회사의 소유권 분할에 대한 서류와 소형 채터박스 한쌍을 나눠가졌다. 왕국 최북단과 최남단 사이에 정보교환을 하면 여러모로 많은 걸 알 수 있으니까."



이 와중에도 로드리고와 파우스는 철저한 비지니스 관계를 유지하기로 합의한 모양이었다.

레아는 그렇게 가까웠는데도 결국 비지니스 관계로 끝나는 거냐는 얼굴로 남편을 바라보았지만 파우스는 동요하지 않았다.



"그나저나 게누아에 도착하면 제일 먼저 집부터 알아봐야겠네. 혹시 게누아에 좋은 학교나 학원 있다는 이야기 없어?"



레아는 타티아를 떠나면서 이제 7살, 4살, 3살이 된 삼남매의 교육문제 때문인지 파우스에게 게누아의 좋은 교육시설이 없나 물었고 파우스는 팬텀 스티드들의 속도를 조절하며 말했다.



"왕국 공인 교육기관은 없지만 게누아 백작이 만든 사립 학교가 있다는 소문은 들었다."


"혹시 귀족만 입학 가능하다거나 한 것만 아니면 좋겠네."



수도인 엘레키움에는 왕국이 책임지는 왕립 학교와 대귀족들이 만든 유서 깊은 대학들이 있다고 들었지만 레아는 거기까지는 바라지 않고 적당히 애들을 가르쳐주는 학교라도 입학시켜야 나중에 길드 중앙회 사무직으로 들어갔을 때 적응을 빨리하겠다고 생각한 것이었다.



"일단 루스티가 문제네."



원래 가장 걱정되던 아이는 헤르였다.

산적들에게 포로로 잡혀서 죽을 고생을 한 게 트라우마로 자리잡은 헤르는 한동안 레아와 파우스의 근심거리이자 아픈 손가락이었으나 다행히 부부와 쌍둥이 여신 교단 수녀들의 노력으로 대인기피증이 거의 완치되어 예의 바른 아이로 자랐다.


하지만 루스티는 언니와 달리 천방지축 말괄량이, 좀 심하게 말하자면 짐승 그 자체였다.

이제 곧 4살 생일을 맞이할 루스티는 언니 헤르와 달리 성장이 빠른 수인답게 뛰어다닐 수 있게 되자마자 집을 뛰쳐나가 동네의 골목대장 꼬마와 투닥거릴 정도로 활발한 아이였다.


물론 어른들의 노력으로 어느 정도 예의는 익혔지만 그건 상대도 예의를 차릴 때의 이야기고 예의고 뭐고 잘 모르는 애들과 있을 때는 아직도 말보다 주먹이 먼저 나가는 상태였다.



"아이데스는?"



파우스는 양녀인 루스티보다 한 살 어린 아들은 신경 안 쓰냐는 의미로 물었지만 레아는 뒷쪽을 힐끔힐끔보다 말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다른 방향으로 걱정 돼."



그러면서 레아는 몇 년 전의 일을 떠올랐다.

그날은 파우스의 생일로부터 4일, 쌍둥이 여신 교단의 예배당과 숙소가 완공되어 그 기념파티 직후 레브메 저택에서 살던 쌍둥이 여신 교단 전투수녀들이 이사를 간 다음날이었다.


아침에 잠에서 깬 레아는 문득 품속에 아이들이 없다는 걸 깨달았다.

헤르는 평소처럼 잠버릇 때문에 이불에 돌돌 말려서 침대 구석으로 밀려난 상태였지만 이제 걸음마를 떼고 뛰어다니는 루스티는 그렇다쳐도 생후 120일도 안된 아이데스까지 사라진 건 명백한 이상사태였다.


레아는 자기 품안에도, 침대에도, 남편과 큰딸 근처에도 둘째 딸과 아들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소스라치게 놀라서 벌떡 일어났다.

급하게 방을 살펴봤지만 애들은 보이지 않았다.

그 대신 늘 잘 때는 닫아놓는 침실 문이 조금 열려있었고 급히 밖으로 나온 레아는 뜻밖의 광경을 목격했다.


어째서인지 2층 복도에서 차녀와 막둥이가 새벽부터 술래잡기를 하고 있던 것이다.

그것도 기어다니는 게 아니라 빠르게 뛰어다니는 막둥이를 둘째 딸이 잡으려고 쫒아가고 있었다!

성장이 빠른 수인도 아닌데 태어난지 120일도 안된 아이가 걸음마를 뗀 것도 모자라서 아예 뛰어다닌다?

뭔가 심각하게 잘못되었다.


그러다가 복도로 나온 레아를 발견한 아이데스는 자신을 잡으려고 하는 누나를 깔끔한 마르세유 턴으로 제쳐버리고 엄마의 앞에 서서 말했다.

발음은 서툴렀지만 확실하게 문장 구조를 이해한 말이었고 이전에는 아이데스가 울지 않아도 그냥 애가 특이하다 정도로 넘겼지만 이번 건 레아조차 그냥 넘어갈 수가 없었다.



"수인도 아닌 인간이 너무 빨리 조숙하는 건 안 좋다고 들었는데"



레아는 예전에 너무 빨리 조숙한 아이는 성장이 멈춘다는 소문을 떠올리며 대답했고 파우스는 잠깐 곁눈질을 하다가 대답했다.



"지난번에 신체검사해봤을 때는 크게 문제 없었다. 괜한 걱정이군."


"역시 그런가?"



레아는 여전히 납득하지 못한 얼굴이었지만 남편의 말을 믿어보겠다는 듯이 더는 말을 하지 않고 마차로 돌아갔다.

그 뒤 굶주린 늑대들이 습격해온다거나 산적을 만난다거나 하는 일이 있었지만 레아와 파우스는 물론이고 마차에 있는 아이들을 공격하는데 성공한 존재는 없었다.


레아와 파우스 가족이 가도를 따라 빠른 속도로 마차를 몰아서 왕국 남부의 게누아에 도착한 것은 꼬박 한달하고도 보름이 더 지난 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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