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협행마 님의 서재입니다.

게임개발도전기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완결

협행마
작품등록일 :
2009.11.02 21:22
최근연재일 :
2009.11.02 21:22
연재수 :
23 회
조회수 :
62,154
추천수 :
420
글자수 :
146,506

작성
09.08.16 22:39
조회
1,997
추천
15
글자
13쪽

게임 개발 도전기.-고비를 넘기다.

DUMMY

회의를 마치고 나와서 자리에 앉았다.

절로 한숨이 나왔다. 황당하기도 하고 어이가 없기도 했다.

'시간 낭비했다.'

내 솔직한 속마음이었다. 나는 피씨에 패스워드를 입력하고 화면을 정상화 시켰다. 그렇게 힘없이 있는데 김태언 대리가 찾아왔다.

처음 팀을 맡을 때와는 사뭇 다르게 생글거리면서 다가온다.

남자가 생글거리며 다가온다는 것에 조금 이상하게 생각할지는 모르겠지만, 이 사람 많이 변했다.

처음엔 어찌나 찬바람이 부는지 접근하기가 어려울 정도였으니 말이다.

"팀장님, 왜 기분이 안 좋으세요?"

"관리자 회의 다녀왔거든요."

나는 피식 웃으며, 김 대리의 말을 받았다.

"그런데 왜 기분이 안 좋으세요?"

"후우... 직접 들어갈 기회가 되면 아실거예요."

"왜 그런데요?"

김 대리는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내게 물었다.

"후집니다."

"네?"

"후지다고요."

"뭐가 후지다는 말씀이신지..."

"좀 이상하게 들리지는 모르겠지만, 게임을 개발한다는 사람들이 게임에 대해서 더 모르는 것 같더군요. 그저 타성에 젖어서 이러면 될 거야. 유저는 이래. 이러더군요. 짜증나서 나간다고 하고서는 그냥 나왔어요."

나는 답답한 마음에 김대리에게 관리자 회의에 대해서 투덜대었다. 이 사람도 조금만 더 있으면 관리자의 위치에 서게 될 것이다. 그 때는 지금과 같은 엽기적인 관리자의 반열에 올라서지 않도록, 먼저 관리자의 임무를 알려줘야 할 필요가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 김대리는 관리업무(인력관리가 아니다. 프로그램의 전반적인 관리 능력이 탁월하다.) 능력이 좋다. 그래서 혈천의 프로젝트가 진행된다면 프로그램 총괄 업무를 맡기기로 완희와, 나, 그리고 창환이와 이야기가 끝나 있는 상태다.

그런 사람이 지금의 관리자와 같은 안일한 행태를 보인다면, 혈천 프로젝트는 산으로 모터보트를 타고 달리게 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설마요......"

"보세요. 아직 회의실 문 안 열리죠? 저만 나왔어요. 바빠 죽겠는데 시답지 않은 얘기들만 해싸서요."

"......그러네요."

내 말에 고개를 돌려 회의실을 보던 김대리가 수긍했다.

"뭐, 내일 보고서에 '관리자 및 프로젝트 회의'라고 써 놓겠죠."

'안 봐도 뻔한 일일테고....'

뭐 새삼스럽지도 않은 일이다. 전에도 말했지만, 회의 좋아하는 회사치고 잘된 회사 별로 못봤다.

매일 회의만 줄구장창한다고 좋은 아이디어가 나온는 것이 아니다. 주제를 정해 놓고, 발표 형식으로 진행하는 것이 진짜 회의라고 생각한다.

물론, 기습적이고 즉흥적인 회의가 열릴때도 있다. 그런 회의에서는 서로에게 뭔가 결론을 얻어내기 보다. 문제점을 파악하는 수준에서 끝나야한다고 생각한다.

회의는 거부감이나 불안감, 두려움이 존재해서는 안된다. 회의라는 것은 언제나 사람을 두근거리게 만들어야 한다.

자신의 발표가 채택되고, 실제 게임에 적용될 수도 있다는 기대감을 심어주어야 한다.

하루 죙일 자판만 두드리는 사람. 남들이 보기에 뭔가 창의적인 일을 하고 있는 사람.

그런 사람들이 제대로 일을 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공통된 숙제를 주고 자신의 생각을 어필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저 자식은 왜 아무말 안해? 아무 생각없는 놈이야?'

위와 같이 북한의 자아 비판 같은 형태의 회의가 되어선 안된다고 생각한다.

회의에 대한 불만이 길어졌는데, 내 생각은 그렇다는 것이다. 회사에서 짧을수록 좋은 것은 회의와 책임추궁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나는 상념을 접고 김 대리가 온 김에 양해를 구했다.

"김 대리님, 바쁜 건 알지만, 오늘 저녁 먹고 회의 좀 할 수 있을까요? 철승씨도요"

"무슨 회의죠?"

"후... 일정이죠."

나는 미안해져서 한숨을 쉬며 말했다.

"팀장님, 일정이 뭐가 필요합니까. 어차피 다 해야 할 일인데요."

철승씨가 따지듯이 말한다.

"알아요. 거 참 성격 까칠하기는, 프로그램 팀장이 필요하다잖아요."

"예? 테니스 팀 정신 없는 거 알면서 일정서 달래요?"

"제 말이요..."

이건 뭐... 아무도 공감하지 않는 일정서를 왜 이렇게 요구하는 지 짜증이 난다. 실무자들도 달가와 하지 않는 일정서....

일정서라는 게 그냥 나열하는 것과 일자 순으로 정리하는 것에는 차이가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현 테니스 팀의 상황은 날짜 별로 열거할 필요성이 전무할 정도로 업무가 과중되어 있다.

4층의 테니스 팀원들과 저녁을 먹고 돌아와 탕비실에서 차를 마시며 일정에 대한 논의를 한다.

"로비는 김대리님이 진행하기로 하셨으니 빼기로 하겠습니다. 그럼 나머지... 씨바... 열라 많네..."

"팀장님, 회의 중에 욕을!!"

"업무 끝났거든요? 일과 외에는 원래 편하게 일하는 겁니다. 하여튼 이 열라 많은 프로그래밍을 모조리 철승씨한테 몰아야 하는 겁니까?"

"그래서 그랬잖아요. 일정서 계획, 하나 마나라고요."

철승씨는 거보란 듯이 말했다.

"그래도 이걸 한 달만에 할 수 있겠어요?"

"제가 조금씩 준비하고 있으니까 괜찮을 겁니다."

"그래도 너무 부담될 것 같은데요? 김 대리님은 토너먼트 개발 언제쯤 끝날까요?"

나는 걱정이 되서 물었다.

"내일 쯤이면 끝날 것 같습니다."

"와~ 진짜요?"

"maybe?"

김대리가 기분이 좋을 때 사용하는 단어다.

"좋았어요. 그럼 후다닥 해치우고 오늘 한잔 빱시다."

"하하하. 네!"

난 남아있는 계획들을 대략적으로 철승씨와 김 대리에게 물어 날자를 맞추어 나갔다. 대략 30분정도의 시간이 흐르자 일정서가 완성되었다.

니기미......

실무자와 상담하면 30분 밖에 걸리지 않는 일을 왜 쓰잘떼기 없이 되도않은 머리로 홀로 고민하면서, 프로그래머의 능력을 자신의 마음대로 제단하는가.

나는 조금 허탈한 마음으로 일어섰다.

"끝?"

"그럼 뭐 있나요?"

철승씨가 불퉁하게 말한다.

"젠장... 너무 빨리 끝나니까 그러잖수! 최두곤 팀장은 팀장은 일정짜는 일만으로도 팀장의 업무는 벅차다고 어찌나 겁을 줬는데 말요."

"그거야. 팀장들이 실무자한테 안 물어보고 혼자 고민하니까 그러죠."

"하하하. 철승씨, 빨리 준비합시다. 팀장님, 오늘도 거기?"

철승씨가 툴툴대자, 김 대리가 일어서면서 말했다.

"가요."

우리는 짧게 일정 계획을 짜고 일어서서 탕비실을 나섰다.

"완아! 빨러 가자!"

"네~"

완희 녀석은 UI기획을 수정하다가 내 말에 모든 작업물을 저장하고 컴퓨터의 전원을 내렸다.

술자리는 부드럽게 이어졌다. 비록, 개발 일정에 쫓기고 있는 상황이지만, 가장 걸림돌이었던 토너먼트가 끝난다는 사실이 고무적이었다.

많은 이야기가 오간다. 불만들의 파노라마......

이 불만들을 언젠가는 모두 사라지게 만들어야 한다. 불평등한 대우, 직원들의 냉대......

우리는 다시 한번 이를 갈았다.

엿 같은 세상... 사는 게 왜 이러니?

자 다들 힘내 봐!

우리는 조금씩 취해간다. 술이란 이래서 좋다. 마시면 마실수록 유대가 두터워진다. 비록, 회사를 떠나면 힘없이 끊어질 얄팍한 유대관계라고 할지라도 말이다.


<b>다음날...</b>


오늘도 어김없이 정신없는 하루가 지나갔다.

앗! 하는 사이에 어느새 점심시간이 되었다.

점심을 뭘 먹을까, 고민하는데 사장으로부터 호출이 들어왔다.

-박과장.

-네, 사장님.

-오늘 점심이나 같이하자. 테니스팀하고 같이.

-네. 사장님.

갑작스럽게 점심을 먹자는 말에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늘 사장님이 식사 같이 하자고 하십니다. 모두 나가죠?]

나는 팀원들을 이끌고 회사 근처에 있는 놀부 부대찌게집으로 향했다. 가면서 사장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식당에 들어서고 음식을 기다린다. 그 시간이 상당히 지루하다.

뭔가 이야기는 해야하는데 마땅히 할 이야기는 없고.......

"사장님, 오늘 토너먼트 마무리 됩니다."

"정말이야? 수고했어."

사장은 토너먼트가 완료된다는 말에 기뻐했다. 너무 오랫동안 진행되었던 개발이었기 때문이다.

"그래, 그거 독일에 언제쯤 서비스 할 예정이야?"

"서비스 안합니다."

나는 사장의 말에 간단히 답했다.

"왜? 어렵게 개발해서 왜 서비스를 안 한다는 거야?"

"처음부터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불필요한 개발이었다고요."

나는 사장을 쳐다보며 말했다.

이런걸 어떻게 상용화 버전에 올린단 말인가.

말도 안되는 얘기다. 내가 극구 말렸던 걸 억지로 진행하라고 밀어붙쳤던 건 사장과 창환이다.

이건 정상적인 개발이 아니다. 개발을 가장한 인력 괴롭히기일 뿐이다.

"128강까지 됩니다. 단지 그것뿐입니다. 진정한 실력자를 가리는 예선도 없이 그저 128명, 64명, 32명이 경기를 치르는 것 뿐입니다. 의미가 있습니까?"

"왜? 좋은 거 아냐?"

"사장님, 예선이라는 개념을 기획에 조금이라도 반영했으면 굳이 128강 따위를 열필요도 없습니다. 이 게임을 중국과 같은 곳에 서비스한다고 하면, 그 많은 인원들을 겨우 128강으로 묶어서 처리할 수는 없습니다. 예선전을 열어서 승자승 원칙으로 랭킹을 매겨서 16명, 32명 단위로 끊어서 본선을 치르는게 진짜 토너먼트의 개념입니다."

나의 말에 사장은 이상하다는 얼굴로 되 묻는다.

"같은 거 아냐?"

"틀립니다. 그저 128명이 모여서 게임을 하는 겁니다. 128명의 강자가 모여서 치르는 경기가 아닙니다. 게다가 상당히 비능률적입니다. 그저 심심풀이 삼아 출전한 사람과 게임을 치뤄야하는 실력있는 사람한테는 스트레스가 되겠죠. 게다가 우승한다고 해도 지금으로서는 마땅히 유저에게 줄만한 상품도 없습니다."

내 말에 사장의 얼굴이 안 좋아진다.

"그런데 왜 그렇게 오래 걸렸어?"

"전 처음부터 반대했습니다. 계속 추진하라고 지시하신 건 사장님이십니다. 오래걸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 개발에서 전에 기획서를 제출한 기획자가 한 일이라고는 128강, 64강, 32강, 16강, 8강을 열 수 있는 토너먼트를 만들고 싶어요. 그게 전부였습니다. 나머지 모든 기획은 여기 클라이언트 인력과 서버인력이 스스로 기획서를 만들어서 개발했습니다. 당연히 오래 걸릴 수밖에요. 아무런 지침이 없었으니까요."

내 말을 들은 사장의 얼굴은 침울하다.

"에효.... 하여튼 애썼다."

"팀원들이 고생했습니다."

그렇게 약식 보고를 겸한 점심식사가 끝났다.

토너먼트가 완료되었지만, 팀원들의 얼굴엔 뿌듯함보다는 지긋지긋한 똥덩어리를 치웠다는 표정이었다.

"자, 오늘 드디어, 그 인간들이 퍼질러 싸놓은 가장 큰 똥덩어리를 치웠습니다. 모두 고생많으셨습니다. 내일부터는 본격적으로 로비 개발에 들어갑니다. 오늘은 모두 일찍 들어갑시다. 저 마나님한테 쫓겨나게 생겼습니다."

"하하하"

"하하하"

아닌게 아니라 정말 쫓겨나게 생겼다. 매일 집에 도착하면 기본이 10시가 넘어갔다.

일은 해도 해도 끝이 보이지 않는다. 나만 달린다고 일이 진행되지 않기 때문이다. 게임을 개발한다는 것은 개발에 참가한 전원이 벌이는 이인 삼각의 달리기와 같다. 우리 팀원이 9명쯤 되니까 9인 8각이라고 보면 되겠다.

서로 같이 달릴 수 있도록 구령을 붙여주고 뒤쳐지는 사람이 생겨나면 같이 속도를 늦출 것인가. 옆에 있는 두 사람이 들쳐업고 뛸 것인가를 빠르게 판단해야 한다.

지금은 모든 사람의 다리에 묶여진 끈을 풀어주어야 할 때다. 내일부터 다시 결승점을 체크하고 새롭게 마음을 가다듬고 달릴 준비를 해야하기 때문이다.


----------------------------------------

모두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즐거운 밤 되시길 바랍니다.

전 한 일주일 쯤 지방 출장을 내려갈 예정입니다.

공사 현장이라 피씨방이 있을 지 없을지 모르겠습니다.

차라리 그냥 속편하게 다른 글이나. 쓰도록 하겠습니다.

이글은 기억을 더듬어 즉흥적으로 쓰는 글이거든요...^^;;;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3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게임개발도전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3 게임 개발 도전기.-그 후..... +14 09.11.02 2,637 26 4쪽
22 게임 개발 도전기.-생존(2) +25 09.09.27 2,549 25 25쪽
21 게임 개발 도전기.-생존. +2 09.09.27 2,052 13 19쪽
20 게임 개발 도전기.-비밀은 없다.(2) +4 09.09.03 2,030 14 10쪽
19 게임 개발 도전기.-비밀은 없다. +4 09.09.03 2,195 15 20쪽
» 게임 개발 도전기.-고비를 넘기다. +3 09.08.16 1,998 15 13쪽
17 게임 개발 도전기.-관리가 어렵다면 일을 하라. +7 09.08.12 2,111 17 15쪽
16 게임 개발 도전기.-사람을 궁지에 몰지 말라.(3) +4 09.08.09 2,109 18 17쪽
15 게임 개발 도전기.-사람을 궁지에 몰지 말라.(2) +6 09.08.06 2,717 39 14쪽
14 게임 개발 도전기.-사람을 궁지에 몰지 말라.(1) +2 09.08.03 2,046 20 11쪽
13 게임 개발 도전기.-사람은 아는 만큼만 본다.(3) +4 09.07.23 2,242 21 13쪽
12 게임 개발 도전기.-사람은 아는 만큼만 본다.(2) +9 09.06.29 2,438 13 11쪽
11 게임 개발 도전기.-사람은 아는 만큼만 본다. +11 09.06.15 2,204 18 12쪽
10 게임 개발 도전기.-게임은 예술이 아니다.(2) +6 09.05.25 2,369 14 6쪽
9 게임 개발 도전기.-게임은 예술이 아니다. +4 09.05.25 2,811 18 57쪽
8 게임 개발 도전기.-깍뚜기 +8 09.05.21 2,601 14 13쪽
7 게임 개발 도전기.-기획 맛보기 +1 09.05.19 2,518 11 10쪽
6 게임 개발 도전기.-출발 +2 09.05.17 2,746 10 10쪽
5 게임 개발 도전기.-갈등 +8 09.05.12 2,840 18 9쪽
4 게임 개발 도전기.-희망 +2 09.05.12 2,847 17 6쪽
3 게임 개발 도전기.-착수 +5 09.05.07 3,355 13 16쪽
2 게임 개발 도전기.-제안 +7 09.05.07 4,538 23 11쪽
1 게임 개발 도전기.-서 +4 09.05.06 6,202 28 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