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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행마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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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협행마
작품등록일 :
2009.11.02 21:22
최근연재일 :
2009.11.02 2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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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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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0
글자수 :
146,506

작성
09.05.12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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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게임 개발 도전기.-갈등

DUMMY

#2006년 10월 윔스타 워크샾.


그간 무인천하라는 임시명칭으로 작업을 진행하던 나는 계약 당시 확정된 제목 '혈천'으로 시나리오 작업을 진행했다.

4개월 동안 요청 받은 작업은 각종 행사일에 사용할 이벤트 시나리오와 각 세력간의 상관관계를 설정하는 대립을 설정하기 위한 문파별 갈등 구성. 스킬 정리와 무공 연출 기획안. 계급 별로 수련할 수 있는 패시브 스킬의 구상과 연계기 사용 방법 제시. 펫 시스템에 어울리는 무협적인 요소 추출이었다.

모든 업무를 마치고 나니 어느덧 6개월이라는 시간이 흘러 윔스타의 워크샾에 초대되었다.

혈천의 초기 담당 기획자였던 이름도 가물한 현성(성은 모른다. 이름도 변형을 가했다.)이라는 사람때문에 고생했던 것이 생각난다. 애초에 혈천이라는 게임은 새로운 종족을 출현시키지 않기로 설정이 잡혀있었다. 그런데, 마교의 주시나리오와 캐릭터의 합류 시나리오를 적어달라는 말에 근 2개월에 걸쳐 주시나리오를 만들어 놓았더니, 자신없다며 도중하차했던 것이다.

그리고 새롭게 나타난 기획팀장은 연완희(어차피 실명이 되어 있기 때문에 그냥 거론하기로 한다.)라는 사람은 그전 천하비(?)라는 게임을 할 당시부터 같은 문파원으로 알고 지내던 동생이었다.

당시에도 게임에 대해서 호기심이 많더니 결국, 그때부터 개발사를 돌아다니면서 기획자로써의 경력을 쌓아왔다고 한다. 기획자 경력만 6년이 넘어가는 진짜 베테랑급 기획자였다.(차후, 내가 게임회사에 입사하면서 가장많은 시간을 보내게 되는 사람이다.)

윔스타의 워크샾은 축제 분위기였다. 혈천을 만들기 위해서 모였던 그들이 '거름 인터렉티브'의 요청을 받아 '개구리 팍팍'이라는 게임을 개발하기로 했다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윔스타는 도합 세개의 게임을 개발하고 하나의 게임을 해외에 서비스하고 있었다. 중소 개발업체 치고는 상당히 업무량이 많았다.

"먼저 테니스 온라인에 대해 브리핑을 시작하겠습니다. 테니스 온라인은 현재 GMG사에 서비스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우리 윔스타에서는......"

윔스타에서 독일에 서비스하고 있는 테니스라는 게임은 애니적인 캐릭터에 움직임은 실사에 가깝게 구현된 게임이었다.

캐주얼 스포츠 게임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나로서는 별로 흥미가 일지 않는 내용이었다. 그래도 수익을 올리는 게임을 가지고 있다는 말에 슬슬 윔스타에 입사하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이상, 테니스 온라인에 대한 브리핑을 마치겠습니다."

테니스팀을 맡고 있는 기획팀장의 말을 끝으로 테니스 온라인에 대한 브리핑이 끝나고 최덕주 기획팀장이 '개구리 팍팍'의 브리핑을 시작했다.

"안녕하십니까. 개구리 팍팍의 기획을 맡고 있는 최덕주 팀장입니다. 개구리 팍팍은......."

개구리 팍팍이라는 게임 역시 캐주얼 슈팅 게임으로 예전 '이까리'라는 오락실용 게임과 요즘 유행하고 있는 서든 어택과 비슷한 개념의 총으로 상대를 쏴서 쓰러뜨리는 게임이었다.

캐릭터 성이 강조되어 나름 재미 요소가 풍부해 보였다. 개발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은 상태에서 프로토 타입을 뽑아냈다고 하니, 그 개발 능력적인 면에서 보면, 대단하다고 할 수 있었다.

드디어 혈천의 차례. 연완희 팀장이 차트를 넘기며 혈천의 전반적인 내용과 수익 모델이며, 앞으로 나가야할 방향에 대해서 전반적인 설명을 하며, 브리핑을 끝냈다.

세 개의 게임에 대한 브리핑이 끝나자, 드디어 술자리가 시작되었다. 통 돼지 바비큐에 생맥주가 예술이었다.

부드러운 술자리에서 하나 둘씩 과음의 단계로 넘어가자, 팬션이 술렁거렸다. 고함 소리에 다투는 소리까지.......

내가 들어가 있는 방도 마찬가지였다. 평소에 그래픽 팀에 대해 불만이 많았는지, 프로그래머들과 기획자들이 그래픽 팀에 대한 공격이 있었다. 사실 공격이라기 보다는 일 좀 하자는 분위기 였으나, 내가 보기에는 그래픽 팀의 파워가 이상하게 강해 보였다.

전에도 혈천에 대한 회의 때문에 회사에 들어가면 그래픽 팀에 대한 불만을 연팀장이 토로하고는 했지만, 어느 단체든 늘상 있는 작은 갈등이라고 생각하고 그다지 신경쓰지 않았었다.

9월 달에 처음 주 캐릭터라고 내놓은 남녀 각각 한쌍의 원화를 보고 나는 뒷목을 잡고 쓰러질 뻔했었다.

이게 어딜 봐서 무협이라는 말인가! 남자 캐릭터는 브리간딘 전신 갑주에 무릎과 발에 공격용 뿔이 큼지막하게 박혀있으며, 갑옷 테두리까지.......

여성 캐릭터는 더 했다. 판타지의 어린 엘프같은 체형에 치마에 끝단을 장식하고 있는 레이스 형식의 밑단. 게다가 정체를 알 수 없는 애매모호한 무기를 들고 있었던 것이다.

오죽 했으면 'MMORPG는 애매모호하게 색채가 없어서 MMO냐?'라고 핀잔을 주었었다. 그랬더니 이창열 실장이라는 사람이 말했었다.

'게임은 기획이 중요하지 그래픽적인 퀄리티는 그 다음입니다.'

얼마나 위험한 생각인가! 그래픽은 게임의 얼굴이다. 어느 누가 조잡한 그래픽의 게임에 대해 그 게임의 시스템을 궁금해 할 것이며, 레벨업 방식과 아이템 구조를 궁금해 할 것인가! 아마 10 이면 8~9명은 'Down Load'라는 버튼에 마우스도 대보지 않고 홈페이지를 떠날 것이다.

그래픽의 중요성에 대해 수차례 이야기 했지만, 전혀 들으려고 하지 않았다. 결국 타협점을 찾기 위해서, 약간의 수정을 요구했으나 그것마저 들어주지 않았다. 원화를 그린 사람의 잘 못이 아니었음을 나중에서야 알게 되었지만, 당시에는 원화작가의 자질을 의심했던 것 또한 사실이었다.

판타지라고 하기에도 민망한 원화에 내심 실망을 했었다. 그러나 굳이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어차피 난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이야기 했고, 당사자도 알고 있으니, 합의점이 좁혀지지 않는 이상 말을 해봐야 싸움밖에 나지 않기 때문에 일단 후퇴하기로 한 상태였었다.

많은 것을 그리고 많은 샘플을 제공해야할 그래픽팀의 고자세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나부터도 우선 무언가 일을 할 때, 기본적으로 두 가지의 선택권은 상대에게 제공하는 것을 기본으로 생각하기 때문이었다.

술이 얼큰하게 오른 사람들은 결국 내가 묵고 있는 숙소에 모여들었다. 이번 워크샾을 끝으로 한 번만 보게 되는 사람이라 이름이 기억 나지는 않지만, 당시에 이렇게 말했던 기억이 난다.

"그래픽 팀에서 자료를 제공하면, 당연히 써주는 것이 맞지 않습니까? 그 원화가 설정과 차이가 많이 납니까? 원래 그렇게 요구 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나는 그 말에 어안이 벙벙했다. 이게 무슨 소린가? 나와 일언반구의 의견 조율도 없이 누구한데 요구했다는 말인가!

"뭔가 오해가 있었나 본데요. 그럼 당신이 생각하기에 그 원화에서 무협적인 요소가 과연 단 1%라도 있다고 보십니까? 얼굴을 제외하고 말입니다."

"원화라는 건 모델링을 해서 실제 엔진에 올려봐야 알 수 있는 겁니다."

내가 원화에 대한 솔직한 심정을 털어놓자, 약간 상기된 목소리로 말을 받았다.

"글쎄요. 제가 게임에 문외한이라고 해도 이건 알겠습니다."

"뭐죠?"

"저 캐릭터로 무협 MMORPG라고 게임을 제작하고 서비스한다면, 돈가지고 장난하는 격이죠."(실제로는 흔히 쓰는 돈X랄이라 말했다.)

내 말이 지나쳤음은 나도 인정한다. 하지만, 전혀 아닌 원화를 가지고 '당신이 게임을 잘 몰라서 그런다. 이 업계의 현실이 다 그런거다.'라는 분위기가 느껴져 나도 모르게 조금 화가 나있는 상태였었다.

그렇게 시작된 말다툼이 크게 번져 프로그래머들과 그래픽팀들 사이에서 고성이 오갔다.

나는 당황했다.

평소에 맺힌 것이 많았는지 조그마한 말다툼을 계기로 새벽 2시가 넘도록 말 다툼은 끝나지 않았다. 결국, 3시 쯤 되자, 체력이 소진 되었는지 아무런 결론 없이 흐지부지 말다툼이 끝나고 각자의 숙소로 돌아갔다.

워크샾에서 이상한 분위기만 체감하고 돌아온 나는 묵묵히 일상에 젖어들었다.

평소와 같이 전자 회사에서 근무를 하며 윔스타의 기획실에서 요청하는 추가 시나리오 작업과 아이템 네이밍 작업. 그리고 캐릭터 직종별 특화 스킬의 네이밍과 아이템의 유래와 무공의 연원을 설정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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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게임 개발 도전기.-사람을 궁지에 몰지 말라.(1) +2 09.08.03 2,046 2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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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게임 개발 도전기.-사람은 아는 만큼만 본다. +11 09.06.15 2,204 18 12쪽
10 게임 개발 도전기.-게임은 예술이 아니다.(2) +6 09.05.25 2,369 14 6쪽
9 게임 개발 도전기.-게임은 예술이 아니다. +4 09.05.25 2,811 18 57쪽
8 게임 개발 도전기.-깍뚜기 +8 09.05.21 2,601 14 13쪽
7 게임 개발 도전기.-기획 맛보기 +1 09.05.19 2,518 11 10쪽
6 게임 개발 도전기.-출발 +2 09.05.17 2,746 10 10쪽
» 게임 개발 도전기.-갈등 +8 09.05.12 2,841 18 9쪽
4 게임 개발 도전기.-희망 +2 09.05.12 2,847 17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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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게임 개발 도전기.-제안 +7 09.05.07 4,538 2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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