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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행마 님의 서재입니다.

게임개발도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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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협행마
작품등록일 :
2009.11.02 21:22
최근연재일 :
2009.11.02 2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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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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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0
글자수 :
146,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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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5.19 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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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게임 개발 도전기.-기획 맛보기

DUMMY

#2008년 6월


회사에 입사한 나는 6시에 일어나 회사에 7시에 도착해 일을 했다. 그리고 저녁 8시가 되서야 퇴근을 준비하는 시계추같은 생활을 반복해야만 했다. 한 달 반만에 메인 시나리오의 대화체 변환작업을 끝내고 기역별 퀘스트를 설계하는 작업에 착수하기 시작했다. 보통 3단계로 분리되는 조건문을 필요로하는 퀘스트를 하루 평귱 3~4개 정도를 작성했다. 무협 게임답게 강호에 성행하는 힘의 논리를 주로 다루는 내용과 36계를 모토로하는 퀘스트, 명심보감의 내용을 담는 퀘스트를 적절히 분배해 나아갔다.

인간적인 감성과 비열함을 담는 사파성향의 퀘스트와 사랑과 애증을 담는 정파성향의 퀘스트로 나누어 작업을 해나아갔다. 그런 와중에 윔스타에서 포커 게임을 출시해야한다는 안건이 나왔다.

아몬드 닷컴의 기존 포커의 시스템도 그렇고 분위기도 너무 낙후되어 있어 개혁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퀘스트만 붙잡고 있자니 심심하기도 하고 회사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었던 터라 내가 한 번 맡아보겠다고 했다.

"응? 박 과장이 할 수 있겠어?"

사장은 못미덥다는 듯이 말을 꺼냈다.

"해보겠습니다. 간단한 보드게임의 기획 정도는 가능합니다. 사장님."

"좋아 그럼 진행해봐. 얼마나 걸릴 것 같아?"

"한 이주일 정도의 시간만 주시면 넉넉할 것 같습니다. 물론 처음으로 일을 하는 것이니까 연 과장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파워 포인트 작업이 아직 미숙하거든요."

"알았다. 그럼 기획서 마련되면 나한테 보고해."

"네, 사장님."

나는 포커를 맡긴다는 말에 이제서야 드디어 회사에 보템이 되는 일을 할 수 있겠다라는 생각을 했다. 연 과장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왕아, 포커나 만들자."

"에이....... 형이 그거 한다고 했어요?"

"그렇지, 네가 문서 작업만 좀 도와줘."

"에휴....... 다음부턴 그런거하지 말아요."

"왜?"

"포커 게임 같은건 기획자들이 별로 좋아하지 않는 분야거든요. 특히나 MMORPG 게임 기획자들은 그런 포커류 게임 같은 거 기획하면 손 버린다고 다들 싫어해요."

완희는 포커 게임을 하자는 말에 인상을 찡그리면 말했다.

"인마, 난 기획자 아니니까 괜찮아. 이번 한번만 도와주라. 다시는 이런거 안한다."

"알았어요. 그런데 어떤식으로 포커 만들려구요?"

"어차피 포커 게임같은 도박류는 19금이잖아? 멘트들 전부 욕설로 바꾸고 유저한테는 멘트를 구별해 들을 수 있는 선택권 주고 욕설도 구입해서 들을 수 있게 만들고 지금 아몬드 포커가 군대 체계를 가지고 있으니까 아예 군대를 배경으로 시나리오 잡아서 이벤트도 모조리 군대식으로 처리하면 되지."

"흠....... 알았어요. 저는 혈천일 진행하고 있을 테니까 형이 어느정도 자료 준비되면 저한테 넘겨주세요. 파워 포인트 작업 마무리 해드릴께요."

"야! 근데 꼭 파워 포인트로 작업해야 되냐? 4층 기획 팀장 보니까 그렇게 안하고 글로만 쓰던데?"

파워포인트로 작업하는 것에 부담을 느껴 내가 연 과장에게 말했다. 자판이나 두드리다가 파워포인트롤 작업을 하려니 어려움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형, 게임 개발자들의 제일 단점이 뭔줄 아세요?"

"뭔데?"

"절대로 글을 안 읽어요. 텍스쳐만 잔뜩 박혀있는 문서를 읽어줄 사람은 이 회사에 아무도 없어요."

"위에는 그렇게 하던데?"

나는 연 과장의 말에 의아한 생각이 들어 말했다.

"그러니까 욕먹죠."

"아...... 그런 거야?"

"당연하죠. 같은 기획실 안에서도 글자 많은 기획서 읽어주지 않는판에 다른 팀과 이야기 하려면 오직 그림만으로 서류를 꾸미는 게 최고예요. 그냥 유치원 선생이 되었다 생각하고 문서를 만들어야 사람들이 봐주거든요."

놀라운 이야기였다. 다들 지적이고 나름 고급 인력이라던 사람들이 난독증이 있다는 말이 아닌가.

실제 일을 하면서 느낀 점은 당시 이렇게 말했던 연 과정의 말이 정.답.이라는 것이다. 진짜 징그럽게 한글을 싫어한다. 게임 개발자라는 사람들은 말이다.

개발자들을 이해시키는 가장 빠른 방법은 글을 줄이고 그림으로 그것들을 대신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연 과장의 말을 참고해서 4층으로 올라갔다. 일을 맡았으니 작업을 시작해야 했다. 혈천의 퀘스트 작업은 잠시 미뤄두기로 했다.

"박 과장님, 무슨 일로 내려가셨어요?"

4층의 테니스 팀을 맡고 있는 이창욱 실장이 말을 걸어왔다.

"저기 아몬드 닷컴의 포커를 새로 만들라고 해서 그렇게 하겠다고 했어요."

"아, 그러시구나. 열심히 해보세요."

나만의 착각인가? 뭔가 기분이 묘해지는 느낌은? 그냥 그러러니하고 작업에 착수했다. 다른 사람의 기획서를 참고해서(이때는 연팀장과 최덕주 팀장의 기획서를 참조했다. 테니스 팀의 기획서는 사실...... 초보인 내가 보기에도 참조할 만한 기획서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인터넷을 검색해 포커의 시장성을 조사하고 자료를 수집하고 포커가 갖는 재미와 온라인 상에서의 포커가 갖는 재미를 파악하기 시작했다. 그날 늦게까지 자료를 수집하고 내용을 정리했다. 다음날 대략적인 기획서의 초안이 나와 정리를 하고 있는데 연과장이 올라왔다.

"형, 앞으로 포커게임에서 자동 배팅하는 기능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규제를 하겠다는데요?"

"그래? 음....... 알았어. 그 럼 그 부분에 대한 대책을 생각해 보기로 하자. 일단은 각자 생각하고 오후에 보자. 오전에는 파워포인트 작업 좀 해 놓을께. 잭팟 시스템 좀 변경하느라고. 바바서 그래."

"네, 그럼 오후 2시에 회의하기로 할게요."

"그래, 이따 보자."

연팀장이 내려가자 나는 마무리 작업에 열중했다. 현재 다른 포커게임의 단조로운 잭팟 연출보다 조금더 자극적이고 유저의 눈에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연출을 사용하고 무조건 족보가 들어와야만 지급되는 방식이 아니라 다른 조건으로도 잭팟을 룰렛을 돌릴 수 있는 재미를 첨가하기 위한 작업이었다. 물론, 이 게임도 내가 회사를 그만 둘때까지 개발만 한다고 말만 무성할 뿐 아직까지 나왔는지 안 나왔는지 알 수가 없었다.

오전에 대략적인 파워 포인트작업을 완료하고 2시에 예정대로 회의를 시작했다.

"그래 어떤 방식으로 넌 생각했냐? 나는 칸 하나를 만들어서 우리 MMORPG할때처럼 스킬 창에 집어넣고 펑션키만 누르면 스킬 창안에 담긴 행동을 취할 수 있게 하는 게 어떨까 생각했는데."

"형, 그것도 좋기는 한데요. 거기다가 더 기능을 추가해서 자동 변환기능을 넣을 거예요. 상황에 따라서 스킬 형식으로 사용하되 한번 누르면 그 게임을 모조리 한번의 키조작으로 카드 오픈까지 가는거죠."

조금 그랬다. 자동 배팅을 규제하겠다는데 이래서야 자동 배팅과 무슨 차이가 있는가.

"야, 괜찮겠어? 그럼 자동배팅이랑 차이가 없잖아."

"차이가 없게 만들어야죠. 단지 아몬드 포커는 연속적인 명령을 순차적으로 배열해서 매크로 기능처럼 계속 신호를 보내는 것이니까 엄밀하게 말하면 자동 베팅은 아니죠."

"그럼 결국은 말 장난이잖아."

"할 수 없죠. 자동 베팅을 규제한다는 것 부터가 조금 무리가 있잖아요. 아무리 규제해봐야 전국에 깔린 수많은 기획자가 빠져나갈 구멍은 어떻게든 생기기 마련이니까요."

"알았다. 그럼 일단 그 부분은 네가 정리해서 추가하고, 내가 정리한 파워포인트 자료는 MSN으로 보낼테니까 받아서 정리해줘."

"네, 그런데 너무 빨리 끝내는 것 아니에요? 이틀만에 작업 끝내면 좀 그런데......."

"아냐. 그거 말나오기 시작할때부터 했으니까 토요일 일요일까지 포함하면 4일 걸린거야."

"에혀....... 전 그럼 오늘하고 내일까지 프리젠테이션자료로 변환시켜 놓을께요."

완희는 내려가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내가 하자고 해서 하는 일이기는 하지만, 별로 내켜하지 않는 것 같았다. 우스운 점은 그러면서도 할 건 다한다는 것이다.

그런면에서 보면 과연 프로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취향에 맞지 않아도 맡겨진 일은 처리한다는 점에서 완희의 능력이 이만큼 나오는데 하고싶어 하는 혈천이라는 게임을 진행하게되면 얼마나 기발하고 참신한 내용들이 나올 것인지 자못 기대가 되었다.

그렇게 5일간에 걸쳐 나와 연 과장의 공동 작업으로 아몬트 포커가 탄생했다.

아몬드 닷컴의 기획자와 실장, 그리고 사장님을 위시해 간단한 발표회를 열었다. 연 과장과 나는 준비한 파워포인트 문서를 7부씩 프린트해서 사장실로 들어갔다. 과연 연 과장의 파워포인트 작업물은 훌륭했다.

내가 준비한 작업물을 산뜻하게 바꾸어 놓은 것이다.

"안녕하십니까. 아몬드 포커의 기획을 맡은 박 종성입니다."

인사말을 시작으로 나는 아몬드 포커의 방향성과 다른 포커게임과의 차별성, 그리고 현실의 포커와 온라인 상의 포커가 어떤 방식으로 다른 재미를 선사하는지를 설명했다. 이윽고 발표가 끝나자 사장이 내게 물었다.

"박 과장, 좋기는한데 너무 자극적인거 아냐?"

"사장님, 어차피 19금 게임입니다. 욕설이 싫은 유저는 선택하지 않으면 그뿐입니다."

"그런가? 그럼 진행 해봐! 박 과장이 조언하고 자네들이 주도해서 진행하도록 해."

사장은 결단을 내리고 발표회를 끝냈다. 그렇게 기획서가 나가고 나는 다시 혈천의 퀘스트를 설계해 나갔다.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도 아몬드 닷컴의 담당자들은 개발을 진행할 생각을 하지 않았다. 궁금해서 물어보면 그저 진행하고 있다는 말만 반복할 뿐이었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흐른 뒤 아몬드 닷컴의 기획실을 비롯한 주요 관계자들은 윔스타에서 사라졌다. 내가 파악한 이유로는 기획서를 주고 일을 맡겨도 일이 진행이 안된다는 이유가 가장 컸다. 표면상으로는 수익을 내지 못하기 때문에 인원을 감축한다고는 했지만 말이다.

나는 내가 기획한 포커 기획이 도화선이 된 것 같아 찜찜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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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게임 개발 도전기.-사람을 궁지에 몰지 말라.(2) +6 09.08.06 2,718 39 14쪽
14 게임 개발 도전기.-사람을 궁지에 몰지 말라.(1) +2 09.08.03 2,047 2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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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임 개발 도전기.-기획 맛보기 +1 09.05.19 2,519 1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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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게임 개발 도전기.-제안 +7 09.05.07 4,539 2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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