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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행마 님의 서재입니다.

게임개발도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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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협행마
작품등록일 :
2009.11.02 21:22
최근연재일 :
2009.11.02 21:22
연재수 :
2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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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150
추천수 :
420
글자수 :
146,506

작성
09.08.09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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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게임 개발 도전기.-사람을 궁지에 몰지 말라.(3)

DUMMY

팀원들과 사장과의 회식에서 많은 말들이 오갔다.

하지만, 뭔가 겉돌고 있다는 느낌이다. 사장은 말을 아꼈고, 팀원들은 눈치를 보았다. 그간 테니스 팀에 대한 회사의 대우가 좋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1년을 넘게 테니스라는 게임을 진행하면서도 눈에 띄게 이렇다할만한 결과물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픽적인 지원이 없어서 안되요.'

'회사에서 너무 무관심해요.'

'기획적인 요소가 없어요.'

등등......

변명만 많았지 아무런 결과물이 없었다.

일례로 테니스에 친밀도라는 시스템을 추가하겠다는 기존의 기획이 있었다. 문제점을 지적했지만, 아직까지도 기획서의 내용은 바뀌지 않았다.

토너먼트라는 기획이 있고, 아직까지 진행하는 중이지만, 너무 엽기적인 기획서에 절망했다.

맵쟁탈전이라는 기획이 있었다. 그 역시도 뇌를 세탁기에 천만 번 이상 세척해야 나올 수 있는 'Made in Dalnara' 기획이다.

테니스라는 게임에서는 어이없게도 맵을 판다. 맵에 들어갈 수 있는 입장권이 아닌, 맵자체를 아이템 몰에서 구입한다는 얘기다.

유저는 바보가 아니다. 상식적이지 않은 것이라도 '게임이니까......'하고 넘어 갈수는 있다. 하지만, 한 번 삐딱선을 타게되면 기획자는 더욱 간이 커지고 미친짓을 서슴치 않게 된다.

'전에도 문제 없었어.'

'전에 이렇게 해도 무리없이 개발을 했어.'

따위의 맛이 간 생각을 태연하게 해버린다. 기획이라는 일은 누구나 할 수 있다. 하지만, 한 번 맛이 가기 시작한 기획자는 회사 입장에서는 재앙이나 마찬가지다.

거기에 고집까지 쎄다면......

100%다. 누구의 말도 듣지 않으며, 누구의 의견도 수렴하지 않는다. 그런 부류의 사람은 오로지 최고 결정권자와 몇몇 회사의 간부들만 이해시키면 되기 때문에 자신이 어떤 삐딱선을 타고 있는지 조차 감지를 못하게 된다.

전에는 그랬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이미 게임에 대한 비전을 제시했으며, 조금씩 작업이 진행되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그래픽적인 지원이 없다? 지원이 없다면, 다른 요소들로 채우면 그만이다. 꼭 새로운 컨텐츠와 수익모델에 창출이 그래픽적인 요소가 주가 될 필요는 없다.

게임이라는 것은 말장난과도 같다. 기껏해야 데이터 코드가 다르고 옵션이 다를 뿐이다. 오히려 그래픽적인 업무보다 프로그래머의 능력이 더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무언가 새로운 형태의 아이템이 출현한다면 프로그래머를 이해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실제 기획자가 원하는 기능들이 모두 구현이 되는지 안 되는지는 그림 몇 장이 나타내지는 못한다.

인챈트라는 것이 있다고 가정하자.

인챈트 아이템에 대한 원화와 소스가 나온다. 그것은 단지 '이미지'일 뿐이다. 이미지가 기능적인 일을 하지는 않는다.

인챈트 아이템을 클릭해서 다른 무속성 아이템에 올려 놓으면 UI창이 생성되어 인채트할 것인지의 여부를 묻는다.

만약, 이미 속성이 있거나, 유니크 아이템이거나, 기간제 아이템, 인챈트 아이템의 인챈트 속성을 받아들일 수 없는 아이템일 경우에 어떤 방식으로 불가 표시를 할 것인지와 같은 모든 작업들은 프로그래머의 몫이다.

기획자는 그저 '데이터 속성 코드에 맞는 인챈트 아이템만 인챈트 가능'따위의 간단한 몇글자로 저 많은 예외 사항을 기술하지 않게 된다.


회사에서 무관심 해요? 관심을 받게하면 된다. 어찌되었든 실패가 보이는 게임이라고 해도 이미 상용화하고 있는 게임이다.

관심을 갖게하기 위해서 사람들과 어울리며, 사장에게 자주 찾아가고, 테스트를 할 경우에도 직접 내려가 모든 사원들에게 일일이 테스트 일정서를 돌리며, 테스트에 대한 상품을 걸어 놓는다.

봉급에서 짜내는 것이기 때문에 상품은 약하다. 기껏해야 통째로 갈아만든 인삼어쩌고 정도의 가벼운 상품이다. 하지만, 그 파급 효과는 좋다.

처음에는 픽 웃으면서 무시하다가도 조금씩 경쟁을 하게된다. 하루 10시간의 일을 하면서 실제 집중해서 일을 하는 시간은 기껏해야 3-4시간이 고작인 것이 인간이다.

나머지 시간은 타성에 젖어서 그저 시간 떼우기 식의 업무가 되기때문이다. 그런 지루한 업무 중에 작은 이벤트가 끼어 있다면 심심해서라도 한번 쯤은 관심을 주기 마련인 것이 인간이다.

기획은 별것 아니다. 기획의 기본 바탕은 사람의 관심을 유도하는 것이다. 난 그렇게 생각한다. 물론, 경력이 많고 노련한 기획자라면 내 행동은 불필요한 것일 수도 있다.

경력이 짧기에 나는 행동으로 대신할 뿐이다.

사원들은 조금씩 테니스라는 게임을 인식하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소소한 아이디어를 내게 내놓기도 한다. 관심을 가지면 죽은 나무도 살아나는 법이다. 박수치며 칭찬하면 성격 나쁜 사람도 미소를 짓게 만들기 마련이다.

관심은 침묵하는 자에게 주어지지 않는다. 신경 거슬리게 다리라도 떨어야 눈길을 받을 수 있다. 비록 무관심에 가까운 눈길일지라도 말이다.


기획적인 요소가 없다? 지금 하고 있지 않은가. 연과장과 내가 팀을 맡고 나서는 기획서의 내용이 부실해서 프로그래머들한테 혼나는 경우는 있어도 기획이 부족하다는 소리는 없다. 이미 2-3년동안 진행 해야할 개발 기획들을 모두 잡아둔 상태였기 때문이다.

이제는 새로운 기획보다 기존에 만들어놓은 기획서를 바탕으로 다듬어야 할 시기였다.


실상, 테니스 팀에 대한 사장의 회식은 이것이 처음이라고 할 수 있다. 기껏해야 점심 때 밥이나 몇 술 얻어 먹는 것이 아니라, 사장이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는 것이 중요하다.

조금씩 회사에서 테니스라는 게임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는 증거다. 비록 초보 팀장이기는 해도 이 팀을 맡고 있는 것이 나다.

사장한테 알랑방귀를 뀌어서라도 더 맡은 지원을 얻어내야하고, 미래를 약속 받아야 한다. 날 위해서가 아닌 그간 실력없다는 냉대를 받은 팀원들을 위해서라도 말이다.

사장은 가끔씩 내게 프로그래머들의 실력을 묻곤 한다. 그럴때면 난 단호하게 말한다.

최고!!라고 말이다. 하지만, 그리 쉽게 수긍하지 않는다. 수긍하지 않는 사장에게 나는 이렇게 말했다.

'그동안 그 사람들은 일을 한게 아니라, 고문을 당해왔습니다. 결과물이 어떠냐가 문제가 아니라, 일을 어떻게 시켰는지가 더 중요합니다. 매번 비정상적인 기획안을 정상으로 보이게 끔 만든 것이 그들입니다. 달랑 기획서 한장 던져놓고 사라지는 기획자때문에 그들은 혼자서 모든 일을 처리해 왔습니다. 그들에게 필요한 건 관심과 칭찬입니다.'

라고 말했다. 팀원의 능력을 믿고 팀원을 사장에게 어필하는 것. 그들이 일한 만큼의 성과를 사장에게 보여주는 것. 그것이 기획자가 해야할 가장 중요한 업무라고 나는 생각한다.

술자리에서도 사장은 혈천에 대한 개발의지를 나타냈다. 테니스 팀의 회식이라고는 했지만, 혈천의 원화작가 이주원씨도 같이 참가했다.

"혈천은 진행하시는 겁니까. 사장님?"

"당연하지. 내 목표가 MMORPG야. 우리도 그런 거 서비스해야 회사가 좀 있어보이지 않겠냐?"

주원이가 묻자, 사장은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다. 주원이는 현재 불안한 상태다.

기약없이 캐릭터 원화만 작업하고 있으니 답답할 만도 했다.

나와 완희가 다독거리면서 먼 목표를 향해 달리게 하는 것에도 한계에 부딪치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사장과의 회식이라는 말에 따라나선 주원이가 조심스럽게 혈천에 대한 이야기를 꺼낸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사장은 주원이의 의구심을 풀어주었다.

너무 간만(사실은 처음.,...)의 회식이라 사장의 뜻을 직접 들을 수 없는 일반 사원급들은 이때가 아니면 사장과 직접적인 대화를 할 수 없는 때문이다.

많은 이야기가 오갔다. 테니스의 현 문제와 앞으로 개선해야할 사항. 그리고 팀원들에 대한 회사의 무관심등......

짧지만, 많은 이야기가 오가고 2차, 3차로 이어지면서 밤이 깊어졌다. 나는 술에 취해 휘청거리는 몸을 추스르며 집으로 돌아왔다.

아내의 전화가 극성을 부렸기 때문이었다.

집에 돌아와선 늦게까지 술만 먹고 돌아다닌다는 아내의 잔소리에 시달려야 했다.

그럴만도 했다. 일한답시고 매일 술 마시고 늦게 들어오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지만, 어쩔 수 없었다. 물론, 변명이다.

가만히 책상에서 컴퓨터만 두드리는 직업이 게임 개발자들이다. 이 사람들이 결과물을 내려면 일을 해야한다.

일은 사람이 하는 것이지만, 일의 빠른 진행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대화가 주도한다. 가장 많은 대화가 오가는 것은 술자리에서다. 몇 번의 술자리를 같이 하게되면 조금씩 어색함이 사라지기 마련이다. 자신의 풀어진 모습을 상대에게 보이는 것.

가족이나 친한 친구들 사이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술자리는 이것을 가능하게 만든다. 실제로 처음 프로그래머들이나 기획실 인원들과 어색한 기운과 불신의 감정이 있었다.

그렇지만, 지금은 많이 희석되었다. 프로그래머들은 조금씩 자존심을 꺾어나갔다. 기획인력들은(후후후 달랑 두 명 이지만...) 그들과 조금 더 편안하게 작업을 의뢰할 수 있게 되었다.

자존심을 버린 프로만큼 무서운 것도 없다. 풀리지 않는 문제를 혼자서 끙끙 앓기만 하던 그들은 이제 적극적으로 변해갔다.

문제가 생기면 직장 동료(다른 팀의 프로그래머)나 상사에게 자문을 구한다. 그래도 해결되지 않으면 자신들이 다니던 다른 회사의 옛동료들에게서라도 물어서 해결한다.

일에 대해서 수동적이었던 몇달 전과는 다르게 능동적으로 변해갔다.

난 아내의 잔소리에 미안한 마음을 담아 조금만 참아달라고 말했다. 그리고서 딸아이를 한 번 꼭 안아주고 씻는다. 그리고는 잠자리에 든다. 늘 똑같은 패턴.......

하루의 2/3를 회사에서 보낸다. 지겹지만... 내가 원한 일도 아니지만... 버틴다. 혈천이 진행되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b>며칠 뒤...</b>


UI디자이너가 왔음에도 UI에 대한 진척이 없었다.

이유는 창열이 놈이 간섭을 하기 때문이었다. 새로 입사한 정혜진씨는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이야기 했다. 시안을 내 놓았는데 잘 칠해 놓은 그림에 칙칙한 셀로판지를 얹어 놓은 듯한 느낌...

문제는 모든 시안이 다 그랬다.

"이건 어렵겠습니다. 몇가지 시안을 더 만들어 주시면 안되겠습니까? 좀 화사한 느낌으로 갔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그러고 싶은데요. 자꾸......"

정혜진씨는 말 끝을 흐렸다. 나도 대충 내막은 안다. 창열이 놈이 압박을 주고 있을 거라는 건 보지않아도 뻔했다.

일정이 빡빡하다. 지금부터 UI 스타일을 정하고 작업을 거쳐 스크립터에게 넘겨도, 약속한 12월 10일까지 맞추기가 벅찬 상황이다.

처음 소박했던 사장의 요구는 날이갈수록 많아지고 있었다.

어느새, 초반의 로비 구축이라는 단순한 명제가 퀘스트에서부터 채팅 1:1 친밀도 상승에 관련한 사항까지... 많이 늘어난 상황이다.

물론 12월 10일까지는 그저 기능 구현일 뿐이지만 말이다.

시안이라고 나온 UI 디자인들은 정말이지 한숨이 나올 지경이었다.

사장이 지나가다 그런 나와 완희 그리고 정혜진씨를 보았다. 그리고는 다가와서 UI 시안들을 둘러 보았다.

"박과장, 창열이 말로는 잘 나왔다고 하던데, 문제가 있는 거야?"

그럼 그렇지, 또 그 인간이 사장한테 작업을 걸어 놓았겠지. 이런 칙칙한 색감이 나오도록 말이야...

"글쎄요. 에휴..."

아직 난 약자다. 굳이 직접적으로 창열이를 공격할 필요가 없다. 굳이 내가 공격해서 다른 사람들과 창열이 놈의 표적이 될 필요는 없다.

"음... 문제가 있나보군..."

나는 그저 사장의 말에 말없이 두시 머리를 긁으며,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어떤 때는 백마디 말보다 한번의 표정이 모든 것을 대변할 수 있는 것이다.

"들어와 봐라."

"네, 사장님."

나는 사장의 부름에 사장실로 따라 들어갔다.

사장은 자리에 앉아서 나에게 물었다.

"왜. 일이 잘 안풀리냐?"

"전 시안 나오는 걸 일주일 정도로 예상했습니다. 그런데 벌써 10일 가까이 아무것도 결정하지 못한 채로 지나가고 있습니다."

"창열이 때문이냐?"

"......"

이럴땐 침묵이 최고다.

"대충 알겠다. 창열이 놈은 뭐가 문제인 거야?"

"이런말씀 드리긴 뭐하지만, 일을 진행함에 있어서 너무 많은 부분을 간섭합니다. UI디자이너는 하는 일은 그래픽이지만, 실제로는 기획실 인력이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지금 상황은 인력들의 능력을 막고 있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습니다."

그저 순수하게 현 상황에 대해서 이야기 했다. 더하지도 않았으며, 오히려 상당히 순화해서 말했다. 사실대로 말하면 오히려 내게 마이너스 요소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 새끼는 대체 왜 그러지?"

"모르겠습니다. 사장님."

사장은 얼굴이 정색이 되어 말했다. 사장도 눈과 귀가 있다. 다만, 그래픽적인 인력이 많다보니 팀이 모두 빠져나가버릴까봐서 그것이 걸렸던 것 같았다.

"좋아. 그럼 내가 창열이한테 얘기하마. 안 되면... 내보내는 수밖에 없지. 그건 걱정하지 말고 일이나 진행해."

"알겠습니다."

별로 믿진 않았다. 하지만, 대략 이해는 되었다. 걸핏하면 외주에 투자한 비용에 비해서 어림도 없이 나오는 결과물....

사장도 생각이라는 게 있으니 무언가 석연치 않은 것들을 눈치 채었을 터였다.

나는 인사를 하고 사장실을 나왔다. 그렇게 또 바쁜 일상으로 돌아간다. 허접하게 번역된 영문 아이템 명칭을 수정하고, (영어를 몰라도 이상한 부분이 감지되면 구글로 돌리면 된다. 대충 비슷하면 넘기는 방식이다.) 처참하게 부여된 한국명칭도 수정한다.

한국어 명칭을 수정하는 데 조금 시간이 걸렸었다. 한국에서 서비스를 하지 않기 때문에 한국명은 대략 이런식이다.

캐릭터의 명칭이 '날라리'라고 한다면...

'날라리 손목보호대 III'

과 같은 식이다. 지난 번에도 언급했지만, 아이템의 명칭도 상당부분 틀리다. 독일어 버전과 프랑스어 버전의 단어도 잘 못 표기된 부분이 많았다. 어울리지 않게 4개국어와 씨름해야 했다.

언어 구사능력이 뛰어난 인재를 선호하는 한국의 회사들....

그전에 먼저 알아둬야 한다. 무슨 일이든 일하는 사람의 하고자하는 노력이 중요하다. 몇 개의 외국어를 구사하는 능력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느 정도의 열정을 가지고 있느냐가 중요하다.

독일 업체가 정말 착해서 그렇지, 내가 그쪽 업체의 실무자 같았으면 고소를 해도 할 말이 없을 정도다.

사라지게 될 버전이지만, 일단 데이터의 명칭과 미묘하게 잘 못 기록된 수치들을 수정해 나갔다. 지루한 작업이지만, 반드시 해야할 일이기에 기계적으로 검색과 수정을 반복한다.

"종성이 형. 저 가요."

"응? 그래 수고했다. 가라."

갑자기 창열이 놈이 올라와서 뜬금없이 인사를 한다. 나는 별 생각없이 잘가라고 했다.

"저 그만 두었어요."

"왜?"

사장이 정말 마음을 먹었었나 보군. 난 그저 작은 불씨만 제공했을 뿐이다. 왠지 나 때문에 잘린 것 같은 찝찝함이 들었지만, 죄책감은 들지 않는다. 경력이 있으니 어디든 들어가게 될테니 말이다.

난 관둘 엄두도 내지 못한다. 더러워도 짜증나도 참고 버티는 이유가 그것 때문이다. 이 곳에서 나간다면 갈데가 없다. 경력도 없을 뿐더러 늦은 나이에 들어와서 인맥도 없으니까 말이다.

창열이 녀석은 짐을 싸고 나갔다. 시원 섭섭했다.

사장은 그날 김부장과 몇몇 사람들이 모여 가볍게 술을 마시며 창열이를 자른 것이 나라는 말을 했다. 나는 굳이 부정하지 않았다.

사장도 좀 괴로웠겠지...

누군가에게 책임을 전가하지 않으면 양심에 걸릴 정도로...

나는 그저 미소만 지었다. 어찌되었든 걸림돌이 사라진 격이니까.

우스운 얘기지만, 창열이가 사라지고 난 뒤에 그래픽팀의 업무 능력은 2배가 훌쩍 넘어섰다. 빠르게 결과물이 나왔으며, 약간 의욕적으로 변했다고나 할까?

어떤 이는 진작 나갔으면 더 빠르게 일이 진행되었을 것이라는 말까지 할 정도였다.

UI시안은 창열이가 나가고 이틀도 안되어 결정되었다. 완희가 모든 UI기획을 담당했으며, 나는 전과 같이 UI를 제외한 모든 업무를 맡았다. 시간은 바쁘게만 흘렀다.

이미 궁지에 몰린 상태로 일을 진행하는 나와 완희다. 목숨 걸고 일하는 사람에게 어설픈 태클은 실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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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게임 개발 도전기.-생존. +2 09.09.27 2,052 13 19쪽
20 게임 개발 도전기.-비밀은 없다.(2) +4 09.09.03 2,030 14 10쪽
19 게임 개발 도전기.-비밀은 없다. +4 09.09.03 2,195 15 20쪽
18 게임 개발 도전기.-고비를 넘기다. +3 09.08.16 1,997 15 13쪽
17 게임 개발 도전기.-관리가 어렵다면 일을 하라. +7 09.08.12 2,111 17 15쪽
» 게임 개발 도전기.-사람을 궁지에 몰지 말라.(3) +4 09.08.09 2,109 18 17쪽
15 게임 개발 도전기.-사람을 궁지에 몰지 말라.(2) +6 09.08.06 2,717 39 14쪽
14 게임 개발 도전기.-사람을 궁지에 몰지 말라.(1) +2 09.08.03 2,046 20 11쪽
13 게임 개발 도전기.-사람은 아는 만큼만 본다.(3) +4 09.07.23 2,242 21 13쪽
12 게임 개발 도전기.-사람은 아는 만큼만 본다.(2) +9 09.06.29 2,438 13 11쪽
11 게임 개발 도전기.-사람은 아는 만큼만 본다. +11 09.06.15 2,203 18 12쪽
10 게임 개발 도전기.-게임은 예술이 아니다.(2) +6 09.05.25 2,369 14 6쪽
9 게임 개발 도전기.-게임은 예술이 아니다. +4 09.05.25 2,811 18 5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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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게임 개발 도전기.-기획 맛보기 +1 09.05.19 2,518 11 10쪽
6 게임 개발 도전기.-출발 +2 09.05.17 2,746 10 10쪽
5 게임 개발 도전기.-갈등 +8 09.05.12 2,840 18 9쪽
4 게임 개발 도전기.-희망 +2 09.05.12 2,847 17 6쪽
3 게임 개발 도전기.-착수 +5 09.05.07 3,355 13 16쪽
2 게임 개발 도전기.-제안 +7 09.05.07 4,538 23 11쪽
1 게임 개발 도전기.-서 +4 09.05.06 6,201 28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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