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멧돼지비행장

무한의 물자로 대한독립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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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멧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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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멧돼지
작품등록일 :
2024.08.15 17:16
최근연재일 :
2024.09.18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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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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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9,941

작성
24.08.20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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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글자
12쪽

난닝 전투 (3)

DUMMY

태현의 입장에서는 쥐어짜낸 승리였다. 적의 약한 부분을 물고 늘어졌고 적의 중간 집결지를 예상한 것, 적이 항공 전력을 아낀 것이 겨우 맞물린 결과였다.


적에게 준 손상이 크다고 하긴 어렵고, 결과만 보면 적이 도로의 상당 부분을 점거했으니 완전히 틀어막았다고 할 수도 없다.


그러나 장파쿠이에게 태현의 연승은 놀라운 일이었다.


그가 불안에 떨었던 것은 당연한데, 장파쿠이도 지난 2년간 다른 중국군 장성처럼 일본군과 싸울 때마다 패주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나도 유격전에 통달한 사람이라 생각하지만, 그래. 태현 대장의 지휘는··· 귀신이야! 자네는! 귀신도 자네처럼은 못 할 거야! 그래!”


확실히 그의 말이 맞다. 역사적으로 귀신이 태현처럼 필요한 걸 찍어내며 전쟁한 것이 사실로 확인된 사례는 없으니.


“감사합니다, 장군님.”


“알았어. 적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덕분에! 잘 알았으니, 나도 내가 잘 하는 걸 할 것이네.”


“그럼 저희 부대는 휴식 및 정비 후 야간 작전에 들어가려 합니다.”


“뭐라고? 다시 말해주겠나?”


“적이 낮 동안 진지를 구축할 겁니다. 어두워지면 그걸 공격하겠습니다.”


장파쿠이는 태현의 어깨를 두드렸다.


“그건 우리가 하지. 그래. 우리가 할 테니 정비에 집중하게.”


이해가 가는 선택이다. 태현만 계속 전투하고 중국군이 구경만 한다면 군을 지휘하는 장파쿠이에게 좋을 것이 없다.


장파쿠이는 태현보다 훨씬 오랜 시간 유격전을 지휘했고, 대규모의 병력을 운용할 줄 안다. 태현은 그것을 볼 차례라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예, 장군님.”










태현의 부대는 임시 막사로 돌아와 휴식에 들어갔다.


막사에는 오랜만에 보는 얼굴이 있었는데, 홍콩에 가 있던 이송헌이다. 그가 싱글거리며 가까이 와 말을 걸었다.


“우리 대장님 이겨 놓고 왜 이리 똥 씹고 있어?”


“하고 때문에 뭘 할 수가 없어. 적이 아직 조심스럽고. 1전장에서 좀 더 시간을 끌고 싶었는데 내일부턴 안 될 상황이야. 전투기도 본격적으로 뜰 것 같고.”


“그래도 어깨 피라고, 대장. 중국군에 불이 붙었잖아. 장파쿠이 장군 눈빛이 변했다며.”


“싸우기로 결정한 거지. 다행이야.”


지금은 중요하지 않은 사실이지만, 장파쿠이는 이전에 여러 번 장제스와 맞선 군벌이기도 하다. 덤빌 때마다 계속 깨졌지만.


이송헌은 주변을 살핀 후 아무도 둘을 보고 있지 않은 걸 확인한 다음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필름은 미국에 도착했어. 문제는, 지금 폴란드의 함락이랑 히틀러의 행보 때문에 일본의 소식을 크게 터트리기 어렵다나봐. 1면에 남는 자리가 없대.”


1939년의 미국이다. 신문사의 고객들에게 아시아 국가의 중요한 소식이 백인 국가의 하찮은 낭설보다 중요하기 쉽지 않다. 21세기에도 많은 난민의 죽음이 몇 부자의 죽음보다 알려지기 어려운 것처럼.


태현은 그게 머리로는 이해가 되었지만, 감정적으로는 받아들이기 어렵다.


“그 정도인데도. 그렇게 많은 사람이 죽었는데.”


“할 수 없지. 미국하고 일본 사이에 큰 이야기가 오갈 때를 기다리겠대. 아, 여기 걔네가 준 사례금. 미국 애들 통 크더라?”


태현은 이송헌에게 지폐 다발을 건네받았다. 정확히 백 달러.


1939년의 100달러는 2024년 기준으로 약 2250달러의 가치가 있고, 환율을 따르면 300만원 정도인데 중국에 있는 달러라는 걸 생각하면 더 큰 가치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이건 치장에 보내야겠네.”


치장은 지금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있는 곳으로, 충칭의 바로 남쪽이다.


“임시정부에? 내가 들고 갈까? 근데 나 치저우 좀 들어갔다 오려고 했는데.”


“가서 김구 총재께 전해 줘. 치저우의 정보는 지금 충분하니까.”


“그러지 뭐. 그래서, 어때 대장. 이길 것 같아? 탈출 루트 필요해?”


태현은 이틀간 싸운 경험과 난닝에 있는 장비, 조금 전 본 장파쿠이의 얼굴을 차례대로 떠올린 후 대답했다.


“가능성은 있어.”









그날 밤 중국군의 야습을 시작으로, 양군간에 본격적인 전투가 시작됐다.


전투기가 여럿 날아와 난닝의 중국군 진지를 공격한 후 전차와 보병대가 진격해왔고, 중국군은 대전차포와 기관총을 쏘아대며 적의 공격에 맞섰다.


낮에는 일본군이 난닝 시의 남부 경계 및 서쪽으로 밀고 들어오고, 밤에는 중국군이 빼앗긴 지역을 공격해 되찾는 구도가 반복된다.


그런 중 태현의 부대는 난닝과 친저우 사이의 한복판으로 거점을 옮겼는데, 전투기와 경전차가 난닝 돌파에 집중하는 사이 일본군에 타격을 줄 속셈이었다.


중국군도 일본군도 태현이 옮긴 목적을 작은 규모의 게릴라전으로 생각했지만 태현이 짠 계획은 그보다 좀 더 컸다.


“다음 지시가 있을 때까지 둘로 나뉜다. 병두는 도로 주변의 적 진지와 물자를 노리고, 나는 친저우 바로 북쪽까지 확보. 일본군이 자기 주둔지까지 위험하겠다는 생각이 들 만큼. 서로 연락은 세 시간마다, 연락이 되지 않으면 바로 거점으로 퇴각.”


태현이 성공하면 일본군은 난닝 주변에 전진기지를 세우기 어려워지고 친저우의 방어에 투자해야한다. 태현은 그런 상황이 벌어질 때 일본군이 하는 행동을 알았다.


“그렇게 며칠 진행하면 보병의 대부대가 반드시 우리 쪽으로 온다. 목표는 그거다.”


난닝에서 격전이 시작된 지 사흘 째, 태현의 공격도 재개되었다.


병두가 지휘하는 부대는 밤낮 없이 움직여 적의 초소를 격파하고 수송차량을 파괴했으며, 태현은 친저우의 북쪽 도로 주변을 확보하고 마을을 점령한 일본군을 공격했다.


북쪽 도로는 서쪽 도로에 비해 더 험난한 지형 사이에 있고 기갑병력이 움직이기 어려운 길이기에 일본은 마을 등에 소수의 병력만 배치했고, 태현은 그들을 모두 쫓아냈다. 이러면 일본군은 군수품이 쌓여 있는 자신들의 주둔지 북쪽의 상황을 전혀 알 수 없고, 공격받을 가능성을 고민해야 한다.


그렇게 닷새 정도가 지나자 일본군의 회의에 태현의 이름이 자주 언급됐다. 문제는 두 가지로 하루에도 몇 번씩 공격하면서 화력이 줄지 않는다는 것, 반격이 어렵고 일본군의 피해만 일방적으로 누적된다는 것이다.


초반의 공세를 버틴 후 적의 공격이 뜸해지면 역공해 섬멸하는 것이 계획이었지만 그것이 가능해보이지 않는 상황. 일본군의 작전참모가 흥분한 상태로 빠르게 말했다.


“이해가 안 되는군. 난닝의 남부 도로가 우리의 감시 하에 있는데도?”


“맞습니다, 작전참모님. 진입로는 우리의 야포 사정거리에 있습니다.”


“밤 사이에 물자가 이동하는 것은 아니고? 병사들이 경계를 똑바로 하는지 의심되는데.”


“수색대를 편성해 더 넓은 범위를 경계하게 하겠습니다.”


“알아서 고립된 적이다. 200명밖에 되지 않아. 얼마 지나지 않아 틀어박히거나 빠져나가거나 둘 중 하나다. 그때까지 경계를 늘리도록. 자, 다음 안건!”


하지만 그 회의 후 일주일이 지나도록 태현의 공격은 멈추지 않았고, 보급의 난항 끝에 난닝의 일본군 전진기지 하나가 중국군에게 격파되었다. 일본군의 장교들은 화가 머리끝까지 난 채 태현에 대한 공격을 지시했다.


“산속의 쥐새끼들부터 구제한 후 작전을 재개한다!”


투입되는 병력의 수는 이천 명. 단순하게 태현의 병력에 열을 곱해 투입하는 것이다.


난닝을 공격하러 온 일본군의 숫자는 약 3만이지만 그 중 절반은 비전투병력. 남아있는 전투병의 1/6을 투입하는, 상당한 규모의 차출이다.


그리고 태현의 입장에서는 기다리고 기다린 순간이다.


“그러면, 지금 병사들은? 안에 가만히 있는지, 움직일 준비에 부산한지.”


“뭘 하고 있지는 않아요. 대장.”


“그럼 밤에 오겠다는 이야기네. 우리도 쉬어두자고.”


정찰대원이 돌아가고 나서 태현은 쓴웃음을 지었다.


“밤에 오는 건 현명하지만, 그래도 겨우 이천 명. 간도에서 뭐 알려준 거 없나.”


간도에서 태현의 부대는 더 나쁜 상황에서 더 큰 병력을 격퇴한 일도 몇 번 있었다.


태현은 장파쿠이에게 보낼 문서를 써 한 대원을 시켜 보낸 후 잠들기 위해 눈을 감았다. 난닝의 승리가 머지 않았음을 확신하면서,


또 많은 사람들이 곧 죽을 것을 불편해하면서.










밤 11시를 기해 일본군 병력이 친저우에서 이동을 시작했다. 병사들은 바짝 긴장한 채 겨우 보이는 근처의 동료들을 얼굴을 살핀다. 불안이 그들 사이에서 커다란 흐름처럼 번져나갔다.


일본군의 장교들은 그다지 신경쓰지 않는 부분이지만, 이런 상황에 밀어넣고 보는 병사들의 사기는 좋을래야 좋을 수가 없다. 제대로 정찰되지 않은 적지, 정예라고 소문난 적의 전투력, 평소와 달리 적의 공격을 받아내고 돌파구를 뚫어 줄 전차의 부재.


그리고 가장 결정적인, 자신과 부대가 위기에 처해도 구원받을 수 없을 거라는 경험에 근거한 두려움까지.


그렇게 일본인 군대는 천천히 전진해 몇 개의 고지를 무사히 밟았다. 거기에서 계속 경계하고 가만히 있을 수 있으면 좋으련만, 금방 또 전진하라는 명령이 내려온다.


작전 반경은 너무나 넓고, 달은 환하지만 한밤중의 숲. 몇 미터 앞조차 보이지 않는다.


“분대장님, 분대장님? 저 앞에서 뭐가 움직이지 않았습니까?”


“피해 가. 저기는.”


자신들이 내는 발소리마저 두렵다. 절벽 앞에 서 있는데 누가 뒤에서 쿡쿡 찌르는 쪽이 차라리 편할 것이다. 그것은 자신이 어떻게 죽을 지 예상이라도 가능하니까.


작전을 시작하고 두 시간, 고요를 찢으며 무언가 폭발하는 소리가 들린다. 그리고 한 명의 고통에 찬 비명 소리가 풀벌레 소리도 없는 산맥에 울려퍼진다.


“그 새끼, 쏴버려!”


두 발의 총성으로 비명이 멈춘다. 산에 들어온 이천 명의 얼굴이 파랗게 질리고, 어쨌든 그 지뢰를 밟을 위치에는 없는 지휘관이 명령을 전파한다.


“지뢰다, 어차피 다급하게 뿌린 것, 더 돌파하면 적의 진지에 닿는다! 전진!”


좀 더 나중에 밝혀지는 오산이지만, 태현은 꾸준히 지뢰를 살포해 두었다. 그저 아군이 다니는 경로에 설치하지 않았을 뿐.


부대의 전진은 느려지지만 멈추지는 않고, 몇 개의 지뢰가 더 터졌다.


전진한 지 두 시간, 일본군의 부대 중 하나가 드디어 태현의 부대가 머물렀던 진지 중 하나에 닿는다.


“적 진지, 비었습니다.”


장교가 나타나는 것은 약 30분 뒤. 그는 부대가 두고 간 반합 하나를 발로 차며 침을 뱉는다.


“도망갔군, 이 새끼들.”


병사들의 얼굴에 작은 희망이 보이지만, 계속 전진하라는 명령이 그것을 짓밟는다.


새벽 두 시. 중간중간 휴식하긴 했지만 잔뜩 긴장한 채 지뢰를 경계한 야간 수색. 병사들의 얼굴에 지친 기색이 완연하고, 병사들이 위험해 보이는 장소를 피한 탓에 작전과 달리 병력이 넓게 퍼지지 못했다.


독이 오른 채 병사들을 걷어차던 장교도 무언가 이상함을 느끼고 높은 곳에서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주변만 둘러본다. 병사 한 명이 그의 표정을 살피며 조심스럽게 부른다.


“...중위님?”


“더는 못 간다. 복귀 요청한다고 보고해.”


병사들이 설레서 웅성거리고, 장교는 벌컥 화를 내고 꾸짖는다.


“조용! 적이 어디에···”


탄환이 먼저 도달했다. 장교의 몸이 균형을 잃고 넘어지는 중에 탄을 따라온 총성이 퍼졌고, 일본군 사이에 와 하는 비명이 올라갔다.


그 지점에서 약 600미터 정도 거리에서, 태현은 눈을 찌푸리며 일본군을 보다가 옆의 심윤기에게 물었다.


“맞은 거죠? 형님.”


“음?”


“어··· 반응 보면, 맞은 게 맞을 겁니다.”


조금 떨어진 위치에서 병두가 묻는다.


“방금 그거, 농담이야?”


“아니라니까 그러네··· 시작하자. 전 대원, 일제 사격. 전투 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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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북아프리카 전역 (1) NEW 11시간 전 33 3 12쪽
39 1942년부터 43년, 과달카날에서 파푸아까지 24.09.17 53 3 12쪽
38 나치 독일에 드리운 그림자 24.09.16 59 3 16쪽
37 필리핀 탈출 24.09.15 76 3 14쪽
36 탈출 계획 24.09.14 80 4 13쪽
35 악전고투 24.09.13 83 3 15쪽
34 필리핀 침공 24.09.12 95 3 14쪽
33 필리핀으로 24.09.11 96 4 13쪽
32 철과 화약은 생명과 같이 비산하고 24.09.10 96 4 13쪽
31 신임 장교 24.09.09 98 3 12쪽
30 때로는 싸우지 않는 것이 24.09.08 101 4 12쪽
29 조선의용대 24.09.07 107 4 13쪽
28 우한 방어전 (2) 24.09.06 101 4 15쪽
27 우한 방어전 (1) 24.09.05 112 4 15쪽
26 모두는 서로 다른 미래를 꿈꾸고 24.09.04 119 5 13쪽
25 협상, 짧은 평화, 다른 협상 24.09.03 135 6 16쪽
24 이청 전투 (2) 24.09.02 118 6 13쪽
23 이청 전투 (1) 24.09.01 129 4 14쪽
22 호랑이들 24.08.31 146 5 17쪽
21 사나이의 약속 24.08.30 145 4 15쪽
20 공산당의 조선인 24.08.29 166 4 13쪽
19 우한의 범 24.08.28 168 3 12쪽
18 미국의 장교 24.08.27 170 5 12쪽
17 국제 정세 24.08.26 169 5 13쪽
16 고된 크리스마스 24.08.25 169 5 12쪽
15 겨울의 우한에 꽃잎이 흩날리고 24.08.24 174 7 11쪽
14 세 가지 물질 24.08.23 195 5 12쪽
13 임시정부 24.08.22 199 6 12쪽
12 난닝 전투 (4) 24.08.21 199 5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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