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칠우 님의 서재입니다.

천왕재림(天王再臨)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판타지

칠우
작품등록일 :
2014.04.23 08:20
최근연재일 :
2014.06.21 10:39
연재수 :
75 회
조회수 :
557,707
추천수 :
18,442
글자수 :
348,639

작성
14.06.21 10:39
조회
4,344
추천
146
글자
9쪽

제 11장 생사生死 6

DUMMY

깊고 내밀하였던 대화가 밤 깊은 줄 모르던 간밤에 이어 이정민과 주형장이 오후의 뜰을 내려다보며 단 둘이서 마주 하였다.

유월의 화창한 햇빛이 축복처럼 뜰 안으로 쏟아져 내렸다.


“그래, 몸은 좀 어떠하오?”

“더욱 좋아졌어요.....”


간밤에 두 사람은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며 두 사람만의 사이에선 이가가李哥哥와 주매朱妹로 호칭하기로 하였으나 아직은 쑥스러움과 설렘에 입에 붙지는 않은 듯하였다.


“어제 전해준 사문師門의 심법을 지속적으로 운용하면 머지않아 몸속으로 새로운 변화가 열릴 것이오.”

“호호... 저는 지금으로도 만족하며 충분한데요..”

“그래도 황궁皇宮의 큰일을 앞두고 있지 않으시오? 부디 몸 보중하여야 할 것이오.”


간밤의 깊었던 대화에 서로의 내력을 잘 알게 된 듯하였다.


“이가가李哥哥, 그건 제가 잘 알아서 하겠습니다. 산서성 태원에도 연락을 취하여 조수빈 여의女醫의 행방을 추적하게 하였습니다. 관官을 비롯한 군부軍府와 황궁의 비밀한 정보조직까지 모두 가동하였습니다. 구체적인 소식이 전해져 올 것으로 예상됩니다.”


대화하는 중에 어느새 주형장의 고운 손은 이정민에게 잡혀 있었다.

두 손과 두 손이 만나는 탁자 위로 유월의 햇살도 수줍은 듯 금빛 흔적을 은은하게 드리우고 있었다.


“여기 배선파에서는 언제까지 머무를 계획이시오?”

“네... 생각보다 반황자당反皇子黨의 영향력이 매우 깊어요. 여기 완주도 완주이지만 하루거리에 있는 태원의 동향이 심상치 않습니다. 차제에 이번 사태의 총체적인 해소를 위해 전방향적으로 움직이는데 그래도 며칠 걸리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어요. ”

“그런데, 여기 배선파를 끼고 움직이는 이유가 있소? 숙소도 계속 배선파로 고집을 하고 있고...”

“아직은 배선파로 위장해 있는 것이 상대의 경각심을 낮추며 우리의 행보를 숨겨서 작전을 의도한대로 원활하게 수행할 수 있어서 그러합니다. 만약에 아직 조수빈 여의女醫가 태원에 머물고 있다면 구출하기도 더 쉬울 거예요.”

“그러하도록 하시오. 간밤에 얘기 나누었던 것처럼 나는 세상에 드러나지 않기를 희망합니다. 천왕곡天王谷의 율律이지요.”

“이가가李哥哥 그래서, 더욱 배선파를 끼고 계획을 진행하는 바입니다.”


여전히 호칭이 쑥스러운 듯 이가가李哥哥라고 부를 때마다 주형장은 얼굴을 붉혔다.

이런 주형장을 바라보며 이정민은 지난 시절 사부와의 대화가 떠올랐다.


- 사부님, 하늘이 무엇입니까? 하늘을 어떻게 이해하여야 지금 제가 익히는 무공을 더 완성시키겠습니까?

- 제자야, 너의 질문을 나도 하였단다.

- ..... 사부께서도요?

- 그래, 나도 무공의 벽에 막혔을 때 나의 사부께 그렇게 여쭈었지...

- 어떻게 대답해주셨는지요?

- 사랑이라고 하시더구나! 하늘은 사랑이라고 하셨다.

- 사랑이옵니까?

- 그러하다... 하늘은 끝이 없지 않느냐? 시작도 하늘에서 시작되어 땅에서 결실을 맺다가 다시 하늘로 되돌아가느니... 그 사이에 미혹함이 일거나 하는 일이 괴롭고 힘겨울 때 하늘은 사랑이라고 돌이켜보라 하시었다.

- 그럼... 사랑은 무엇인지요?

- 허허허... 그건 제자가 느껴야 하느리라! 사부가 말로써 전해줄 수가 없느니...

- 하면 여자를... 알아야 하나이까? 여자를 만나서 사랑해야 하나이까?

- 여자도 물론, 사랑의 대상이자 주체이다! 하지만 이제 그건 시작이리라... 시작이 되어야 하리라... 가장 가까운 곳에서 가장 강렬할 수 있는 여자를 통해서 사랑은 시작되겠지만 이제 그건 다만 시작이리라. 멀리가거나 혹은, 가까운 곳에서 은닉되어 있었던 것을 새롭게 재인식하기 위한 시작이지! 하늘은 무량하지 않느뇨...

- 그러면 여자를 사귀어야 하나이까?

- 허허허... 서둘지 말거라. 가장 명료하고 쉽게 인지할 수 있는 사랑의 주체 중 하나가 여자이겠지만... 우주에 여자만 있겠느냐? 제자가 어느 날 만나는 햇빛 한 줄기에 경이驚異로움과 사랑을 느낄 수도 있느니... 무심한 바람 한 타래에도 무량한 경탄과 신비한 사랑에 매혹될 수도 있느니...

- 사부, 어렵사옵니다. 차라리 주먹과 칼 휘두름을 천 번이고 만 번이고 더욱 더함이 무공의 극의에 이르지 않겠나이까?

- 제자야, 너의 말이 틀리는 것은 아니지만 반만 맞을 뿐이다. 소를 단련시켜서 논밭을 더욱 잘 갈게 키워냈지만 정작 고삐를 쥔 주인이 봉사이거나 앉은뱅이라면 그 소를 어떻게 부릴 수 있겠느냐? 아니아니, 소 자체를 능수능란하게 키워낼 수조차 있겠느냐?

본문의 무공은 하심下心에 있느니, 벽을 만나면 더욱 고요하고 낮아져야 할 것이라! 그러면 어느새 뛰어 넘는다. 그때에 하늘은 사랑으로 제자의 가슴속에 넘쳐흐를 것이다.


이정민은 사부와의 상념에서 깨어났다.

사랑이 뭔지는 모르지만 이제 비로소 무언가 근본적인 심경의 변화를 느끼고 있다.

이것이 사랑일까.....

여전히 명료하지는 않다.

하지만 만약에 주매朱妹가 없다면 세상은 무척 슬퍼지며 더 이상 살아갈 의미도 찾지 못할 것 같았다.

이미 그러하였지 않은가!

이정민은 주형장의 생生을 도모하면서 자신의 내기內氣를 크게 잃었다.

그러하여 얼굴의 역용술도 풀리게 되었지만, 설령 더 큰 손실이나... 끝내는 자신의 목숨을 바쳐야 된다 하였더라도 자신은 기꺼이 주형장의 생生을 도모하였을 것이다.

자신이 주형장을 살리다가 죽어도 흔쾌히 받아들였을 것이다.

비록, 여동생 조수빈을 구출하기 위하여 세상을 나섰지만 가슴 뛰는 사람을 만나게 되었다.

자신의,

운명의,

목숨의 반쪽을 만난 것이다.

상대가 없으면 자신도 반쪽이 없어졌기에 더 이상 존립할 수 없는 필생의 반쪽을 만난 것이다.

사랑하는 상대방이 없으면 자신도 살아갈 수 없다는 뜻에서 보면 한편으로, 상대가 자신 생명의 은인이기도 하다.

반쪽이란...

상대방이 없으면 자신이 더 이상 살아갈 수가 없고, 자신을 살아갈 수 있도록 만들어 준 상대는 생명의 은인이 된다는 의미로 이정민은 받아 들였다.

자신의 생生이자 사死인 것이다.

애초에 자신의 동생 조수빈을 구출하기 위하여 세상으로 나오게 된 이정민은 동생을 자신이 도착해야 할 최종 목적지로 보았고, 그 구출하는 여정에서 만나는 세상을 하나의 강으로 인식하였다.

강을 건너서 목적지에 닿듯이, 20년 단절되었던 세상을 관통하는 과정에 강이라는 개념을 대입했던 것이다.

그 과정에서 만난 주형장은 강을 건너다가 만난 쪽배에 해당하였다.

처음에는 우연하고도 대수롭지 않은 쪽배에 해당했었는데.....

이제 자신이 강을 건너야 목적지에 도달하겠지만 그 강을 건너면서 만난 쪽배가 대단히 중해진 것이다.

그 강을 건너다가 만난 쪽배가 침몰한다면 더 이상은 강을 건널 수도 없고, 그 강을 건널 수가 없음으로 그 목적지에도 닿을 수 없음이리라.

목적지가 중요한 만큼 쪽배는 더욱 중요해지는 것이었다.

그 목적지가 시간이 늦춰질수록 위험해지며 없어져버릴 수도 있다고 가정할 때, 지금의 쪽배는 더더욱 유일해지는 것이다.

침몰하는 쪽배에서 내려 헤엄치다가 다른 배를 갈아탈 수는 있겠지만 그 목적지가 이윽고 상실될 수도 있다고 볼 때... 쪽배의 중요성은 자신의 목숨만큼이나 무거워지는 것이었다.

이것이 인생일까.....


“이가가李哥哥, 우리 완주 시내 둘러보아요...?”

수줍은 듯이 주형장이 말했다.

그래, 언제 또 저잣거리를 둘러볼 텐가.....

환희의 도시로 이름난 완주였다.

게다가 황궁에 복귀하면 지금의 남장男裝한 주형장 모습은 다시 볼 수 있을까.....

“그러오...”

이정민은 고개를 끄덕이며 일어섰다.

관부와 군부 그리고, 황궁의 비밀한 정보조직까지 총동원되었다니 여동생 조수빈의 행방은 더욱 구체적으로 떠오를 것이다.

다행히 위치를 파악한다고 하여도 납치된 환경과 안정을 생각한다면 주도면밀한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모든 건 기본 정보가 전제되어야 시작될 수 있는 일!

이정민은 급한 마음을 다시금 추스르며 주형장의 손을 끌었다.

완주의 저잣거리로 향하는 발걸음이 뜰 안을 거닐 때, 때늦어 더욱 무르익은 복사꽃 향이 발걸음에 부딪쳐와 흐드러졌다.


작가의말

이번 글을 쓰기 위해

24시간이 꼬박 흘렀습니다.

 

갑자기 글이 막혀서 다른 일은 아무것도 못 한 채

24시간이 흘렀습니다.

 

금요일, 어제 올리기로 한 글을

지금에야 연재함을

무척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글 쓰는 게 엄청나게 어렵다는 것을

지난 24시간 내내 실감 했었던

졸필의 변辯이었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7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천왕재림(天王再臨)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월 수 금 / 연재주기입니다 +2 14.06.17 1,047 0 -
공지 제목 변경 고려 중! 천왕재림으로... +2 14.06.02 4,918 0 -
» 제 11장 생사生死 6 +7 14.06.21 4,345 146 9쪽
74 제 11장 생사生死 5 +6 14.06.18 4,277 147 7쪽
73 제 11장 생사生死 4 +4 14.06.16 4,539 156 8쪽
72 제 11장 생사生死 3 +5 14.06.12 5,236 167 9쪽
71 제 11장 생사生死 2 +4 14.06.11 4,670 179 8쪽
70 제 11장 생사生死 1. +6 14.06.10 5,114 171 9쪽
69 제 10장 신위神威 9 +4 14.06.09 5,746 199 9쪽
68 제 10장 신위神威 8 +4 14.06.07 5,628 188 9쪽
67 제 10장 신위神威 7 +4 14.06.06 5,585 210 7쪽
66 제 10장 신위神威 6 +6 14.06.05 5,439 189 10쪽
65 제 10장 신위神威 5 +8 14.06.03 5,358 182 8쪽
64 제 10장 신위神威 4 +6 14.06.03 5,650 181 10쪽
63 제 10장 신위神威 3 +4 14.06.02 4,977 192 10쪽
62 제 10장 신위神威 2 +8 14.05.31 5,341 199 8쪽
61 제 10장 신위神威 1. +2 14.05.31 5,242 168 9쪽
60 제 9장 귀백鬼魄 11 +4 14.05.31 4,793 156 9쪽
59 제 9장 귀백鬼魄 10 +6 14.05.30 4,597 154 10쪽
58 제 9장 귀백鬼魄 9 +2 14.05.30 4,732 155 8쪽
57 제 9장 귀백鬼魄 8 +6 14.05.30 4,980 181 7쪽
56 제 9장 귀백鬼魄 7 +7 14.05.29 4,993 171 9쪽
55 제 9장 귀백鬼魄 6 +3 14.05.29 5,172 203 10쪽
54 제 9장 귀백鬼魄 5 +2 14.05.29 4,985 177 7쪽
53 제 9장 귀백鬼魄 4 +4 14.05.28 4,789 253 10쪽
52 제 9장 귀백鬼魄 3 +1 14.05.28 4,956 160 8쪽
51 제 9장 귀백鬼魄 2 +6 14.05.28 5,607 173 9쪽
50 제 9장 귀백鬼魄 1 +4 14.05.27 5,709 195 10쪽
49 제 8장 기습奇襲 10 +4 14.05.27 6,004 205 16쪽
48 제 8장 기습奇襲 9 +3 14.05.26 5,628 168 9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