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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우 님의 서재입니다.

천왕재림(天王再臨)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판타지

칠우
작품등록일 :
2014.04.23 08:20
최근연재일 :
2014.06.21 10:39
연재수 :
75 회
조회수 :
557,729
추천수 :
18,442
글자수 :
348,639

작성
14.06.10 13:14
조회
5,114
추천
171
글자
9쪽

제 11장 생사生死 1.

DUMMY

지하밀실에 푸른 빛이 들어앉아 온통 찬란하여 눈부셨고

눈부시며 장엄하여서 저절로 고개 숙이며 두 눈 감게 만들었다.

생生과 사死를 벗어난 푸른 빛이었다.

생生으로 형언하기에는 너무 환희로우며

사死로써 견주기에는 너무 거룩하였다.

그런 광휘가 지하밀실을 초록의 오월빛 하늘로 끝없이 열어가며 무량하게 넓어져 갈 때, 이정민은 자신의 왼손 약지를 자신의 이빨로 물어뜯었다.

얼핏 이정민의 얼굴로 고통의 찡그림이 깊어가다가 사라졌다.

인체의 심장으로 통하는 약지였지만 피 대신에 진초록의 짙은 안개가 끈적끈적하게 나왔고, 주형장의 입가로 흘러 들어갔는데.....

붉은 피 대신에 진초록의 짙은 안개가 앙금처럼 흘러내리는 이유는 몰랐지만 창백하고 초췌하게 변하는 이정민의 얼굴에서, 그리고 점점 역용이 풀리고 있는 모습에서 몹시도 힘든 과정이 진행중이며 대단한 고통이 수반됨을 알 수 있었다.

향香 한 자루가 탔다면 삼분의 이 정도 탔을까.....

주형장에게 은은한 초록색 광채가 나더니 온몸을 뒤덮었다.

호흡소리는 차분하게 안정되었으며 외부에 드러난 얼굴과 손 등에서 허물처럼 탁한 기운이 들뜨더니 바닥으로 흘러 내렸고, 그 자리로 청명한 선기仙氣가 희미하게 떠오르다가 윤택한 얼굴빛으로 숨어 들었다.

주형장의 얼굴이 점점 연지를 바른 듯 건강한 홍안紅顔으로 바뀌어갔고 지하밀실을 환하게 밝혔던 푸른 빛은 차츰 감소되었는데.....

이정민의 얼굴엔 어느새 역용이 완전히 풀려 있었다.

이십대 초반으로 더욱 어려보이는 티 없이 맑은 얼굴에 선풍옥골仙風玉骨의 기운이 헌앙하게 보였다.

무엇보다도 옥빛 얼굴에서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청백한 기운이 인세人世에 드물어서 누구라도 보면 계속 보고 싶게 만드는 마력이 감돌았다.

다만 방금의 심력 사용으로 급격하게 초췌해진 안색은 있었으나 그럼에도 역용이 풀린 채 지긋이 두 눈을 감고 있는 이정민의 얼굴은 절륜한 마력이 그 깊이를 모르게 꿈틀대고 있었다.

그렇다, 그건 잘 생겼다라고 형용하기 보다는 마력이라고 표현하는 게 이정민의 얼굴에서 빛나는 느낌에 더욱 근접하리라 여겨졌다.


- 제자야, 생生과 사死도 자타불이自他不二로 이어지느니라!

- ..... 생生과 사死가 어찌? 생生이면 사死가 아니고 사死라면 생生이 없지 않겠습니까, 사부?

- 그게 아니란다. 생生과 사死는 분명 다르다! 하지만 비록, 끝과 끝이지만 동일한 수평선 위에 위치에 있단다. 생生이 시작되면서 사死가 나타나게 되었고, 사死를 앞두었기에 생生은 강렬해질 수 있었단다. 산 자者보다 더 살아있는 죽은 자者의 의지가 천왕天王의 법法이라면 죽은 자者보다 더 죽어있는 산 자者의 생生을 밝혀감이 우리 천왕지문天王之門의 본래 술術이니라.

- ..... 말씀이 어렵습니다, 사부!

- 허허허, 때가 되면 제자가 알게 되리라. 죽음을 만날수록 참다운 삶을 알게 되며, 그때에서야 비로소 천외천의 오묘한 술術도 얻으리라.


영원히 열리지 않을 것 같았던 주형장의 두 눈이 천천히 떠지며 이정민의 회상도 멈추었다.

두 사람의 눈동자가 마주쳤다.

새 운명이 시작된 것이다.

세상은 예전과 변함이 없는 세상이겠지만 더 이상 똑 같은 세상은 아니게 된 것이다.

세상이 바뀐 게 아니라 이제 두 사람이 변했기에 세상은 더 이상 예전의 세상이 아니었다.

서로 말 없이 주고받는 눈길에 사랑의 가교架橋가 따뜻하게 인식되었고 그렇게 새 세상으로 열려진 것이었다.

이정민이 주형장의 손을 잡아갔다.

수줍은 기색이 살풋 스치는 주형장의 얼굴에서 더 고운 아름다움이 꽃피고 있었다.

“살아나주어서 고맙습니다.”

주형장의 손을 잡은 채 이정민이 다시 한번 반복하여 나직하게 말했다.

“살아나주어서... 정말 고맙습니다.”


* * *


조삼도 두 눈을 크게 떴다.

죽을 줄 알았는데... 살아나 있는 것이다.

자신이 정신을 잃은 것 같기는 했다.

지금도 머리가 멍하게 울려오는 게 뭔지는 모르지만 자신에게 심상치 않은 격동이 있었는가 보다.

‘가만..... 내가 왜 정신을 잃고 있었지?’

아하... 그랬지!

그놈의 대나무 통이 폭발하면서 정신을 잃었지.....

‘에이, 빌어먹을 대나무 통! 어어... 근데 왜 이렇게 변했지?’

그랬다, 형국이 변해 있었다.

아까 간이천막에서 막 튀어 나오던 사람들이 땅바닥에 쓰러져 있거나 칼을 놓고 앉아 있었다. 그 사이를 포승줄 찬 사내들이 돌면서 정리하고 있었던 것이다.

가만, 가만..... 저 사내는 아까 자신의 마차를 탔던 사람이었는데?

땅바닥에서 뭔가를 줍고 있다.

보니 바로..... 부채다!

막 못을 박아대던 부채!

한 번 타악... 치면 못이 쑤욱 들어가는 주형장의 부채!

저건 자신이 찜해 놓은 부채였던 것이다.

“아, 아..... 이보슈? 그거, 그 부채... 이리 주쇼!”

조삼이 멍해 오는 머리통을 한 손으로 짚으며 달려가면서 말했다.

“.....”

황궁유룡추포대皇宮遊龍追捕隊 제 오조장 위신우는 뛰어오는 조삼을 보았다.

장내 정리 중에 발견한 부채는 살이 없었지만 자신들이 지휘권자로 모시던 주형장이라는 인물의 그 부채였다. 살이 없었고 버려진 부채라고 판단되었지만 주형장을 위해서 챙기려다가 뛰어오는 조삼에게 넘겨주었다.

그가 마차의 인솔자로서 더욱 잘 챙기리라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부채를 넘겨받은 조삼의 표정이 시무룩해졌다.

부채는 받았지만 살들이 없었기 때문이다.

‘아니... 왜 살들이 없지?’

의문속에 주변을 두리번거리는데.....

어, 저기 저 땅바닥에 부채살로 보이는 꼬챙이들이 떨어져 있는 게 보였다.

득달같이 달려갔다.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지만 주형장의 부채살들이 분명하였다.

그런데, 줍다가 느낀 것인데 너무 무거웠다.

보통은 대나무 살로 만드는 것인데 왜 이렇게 무겁지... 하고 살펴보니 강철로 만들어진 게 아닌가!

‘아하... 그래서 타악 치니깐 못이 쑤욱 들어갔던 것이구나! 이거 끝내준다!’

조삼은 기가 막히게 받아들였다.

다른 사람들은 막역하게 부채인줄 알 텐데 그걸로 상대방 이마를 타악 후려치면... 뻐억! 하면서 끝...! 나는 거 아니겠나!

진작에 있었으면 통합 배선파의 두목은 덕구가 아니라 자신이였을 것이다.

새로운 통합 배선파의 두목, 홍안철두紅顔鐵頭 덕구?

이런 염병할.....!

진작에 이 부채가 있었다면 그냥 ... 아후... 확마 콱!

입맛을 다시며 조삼은 떨어진 부채살들을 찾기 위해서 땅바닥을 샅샅이 훑었다.

그렇게 한참을 찾는데 딱 하나가 보이지를 않는 것이었다.

두리번두리번 거리는데..... 어어, 저기 있었네!

왠 시커먼... 시체처럼 미동도 없이 엎어져 있는 사람의 왼쪽 귀에 부채살이 튀어나와 있지 않은가!

그래서, 못 찾았나 보다.

‘어... 이게 왜 귓속에서 튀어 나올까?’

의문은 있었지만 보다 중요한 실물 획득을 위해서 조삼은 부채살을 잡아갔다.

‘아아... 잘 안 빠지네!’

그렇게 부채살이 마치 죽은 시체처럼 엎어져 있는 사람의 귓속에서 땡겨도 빠지지를 않는 것이었다.

조삼은 삐져나온 부채살 끄트머리를 최대한 두 손을 사용하여 꽉 잡았다.

그런 상태에서 왼발은 단단히 땅바닥을 딛고서 오른발을 들어 시체처럼 누워있는 시커먼 사람의 머리통을 밟았다.

제대로 힘주어 땡기려고 무게중심을 실은 것이었다.


엎어져 있는 흑상은 뒷통수에 눈이 달려 있지 않아서 정확하게 볼 수는 없었지만, 지금 돌아가는 분위기를 충분히 눈치 채고는 있었다.

누군가 자신의 왼쪽 눈으로 들어와서 왼쪽 귀로 빠져나가다가 걸쳐진 부채살을 빼려고 용을 쓰고 있는 것이다.

그것도 냄새나는 발을 자신의 뒷통수에 대고서.....!

‘이런 육시랄 놈.....!’

엎어져 있는 흑상은 죽을 맛이었다.

거인의 주먹에 맞은 오른쪽 팔이 어깨의 일부분과 함께 육괴肉塊로 무참하게 허물어지면서 단전의 내력까지 막혀서 전혀 내력의 수발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게다가 고통이 엄습하며 자신의 몸 전체가 기혈이 막혔는지, 입을 열 수도 없었다.

그 상태에서 엎어진 채 속으로 끙끙 앓고 있는데 웬 육시랄 놈이 무엄하게도 자신의 뒷통수에 발을 얹으며 귓속으로 튀어나온 그 놈의 부채살을 땡기는 것이었다, 그 빌어먹을 부채살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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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 제 11장 생사生死 6 +7 14.06.21 4,345 146 9쪽
74 제 11장 생사生死 5 +6 14.06.18 4,278 147 7쪽
73 제 11장 생사生死 4 +4 14.06.16 4,540 156 8쪽
72 제 11장 생사生死 3 +5 14.06.12 5,237 167 9쪽
71 제 11장 생사生死 2 +4 14.06.11 4,671 179 8쪽
» 제 11장 생사生死 1. +6 14.06.10 5,115 171 9쪽
69 제 10장 신위神威 9 +4 14.06.09 5,747 199 9쪽
68 제 10장 신위神威 8 +4 14.06.07 5,629 188 9쪽
67 제 10장 신위神威 7 +4 14.06.06 5,586 210 7쪽
66 제 10장 신위神威 6 +6 14.06.05 5,440 189 10쪽
65 제 10장 신위神威 5 +8 14.06.03 5,359 182 8쪽
64 제 10장 신위神威 4 +6 14.06.03 5,651 181 10쪽
63 제 10장 신위神威 3 +4 14.06.02 4,978 192 10쪽
62 제 10장 신위神威 2 +8 14.05.31 5,342 199 8쪽
61 제 10장 신위神威 1. +2 14.05.31 5,243 168 9쪽
60 제 9장 귀백鬼魄 11 +4 14.05.31 4,793 156 9쪽
59 제 9장 귀백鬼魄 10 +6 14.05.30 4,597 154 10쪽
58 제 9장 귀백鬼魄 9 +2 14.05.30 4,733 155 8쪽
57 제 9장 귀백鬼魄 8 +6 14.05.30 4,981 181 7쪽
56 제 9장 귀백鬼魄 7 +7 14.05.29 4,993 171 9쪽
55 제 9장 귀백鬼魄 6 +3 14.05.29 5,173 203 10쪽
54 제 9장 귀백鬼魄 5 +2 14.05.29 4,986 177 7쪽
53 제 9장 귀백鬼魄 4 +4 14.05.28 4,790 253 10쪽
52 제 9장 귀백鬼魄 3 +1 14.05.28 4,957 160 8쪽
51 제 9장 귀백鬼魄 2 +6 14.05.28 5,607 173 9쪽
50 제 9장 귀백鬼魄 1 +4 14.05.27 5,709 195 10쪽
49 제 8장 기습奇襲 10 +4 14.05.27 6,005 205 16쪽
48 제 8장 기습奇襲 9 +3 14.05.26 5,628 168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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