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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우 님의 서재입니다.

천왕재림(天王再臨)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판타지

칠우
작품등록일 :
2014.04.23 08:20
최근연재일 :
2014.06.21 10:39
연재수 :
75 회
조회수 :
557,732
추천수 :
18,442
글자수 :
348,639

작성
14.05.27 22:48
조회
5,709
추천
195
글자
10쪽

제 9장 귀백鬼魄 1

DUMMY

폭죽가게의 구레나릇 수염은 단전에서 힘껏 내력을 끌어올리려 했다.

생사대적을 앞둔 듯 악착 같이 끌어올리려 했다.

하지만 오뉴월 땡볕에 있다가 불시에 얼음물을 뒤집어 쓴 것처럼 이질적인 서늘함이 몸은 물론, 마음속까지 휘감으며 점점 이완되었다.

몸과 마음이 분리되어진 것이다.

심지어 얼굴을 찡그릴 수조차 없었고, 안색까지 변함없는 듯했다.

지금 거울을 볼 수 없기에 확인하지는 못하지만, 온갖 힘을 다 쥐어짜내며 움직이려하는 자신의 얼굴이 붉어져야 하는데 그것조차 평소대로의 안색인 듯 얼굴표정과도 무감각하게 이완되었다.

거대하게 떨려오는 두려움과 미칠 듯한 지금의 이질감을 입으로 하는 말이든 손짓이든 안색이든...

어떤 수단으로든 전혀 표현할 수가 없는 것이다.

자신은 자신이되 자신이 아니게 된 것이다.

이런 상태에서 폭죽가게의 구레나릇 수염은 더욱 경악하게 되었다.

자신의 의지에 반해서 자신의 입이 열리며 자신이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말이 자신의 입에서 튀어 나오는 것이었다.

“아, 유랑극단 공연 관람 가시는 군요. 행복한 시간 되세요.”

자신의 입에서 자신도 모르는 말이 자연스럽게 흘러 나왔다.

자신의 심장이 격렬하게 뛰었다가 차겁게 얼어붙는 것 같았다.

그리고, 꾸벅 마차 안을 향하여 정중한 인사까지 하면서 마차 문을 닫아 주기까지 하는 듯하다.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모든 피가 차갑게 식는 기분이었다.

마차 문을 닫아주는데 안에 있던 팔인의 얼굴 또한, 의아한 기색으로 자신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 중에는 손을 가슴 높이께로 치켜 올린 사람도 있었는데 아마도 마차 문을 열어젖히는 자신에게 출수하려다가 그 직전에 멈춘 것 같기도 했다.

폭죽가게의 구레나릇 수염은 머릿속이 뿌옇게 흐려오며 현기증이 폭주해왔다.

자신의 몸과 자신의 의지 및 생각이 점점 이완하다가 괴리되는 현상에 격렬히 저항하고자 미친 듯이 마음이 뛰다보니 현기증이 치밀며 머릿속이 희뿌연 안개로 자욱하게 덮히는 것이었다.

온 몸에 무력감이 가득 차올랐다.

반발하듯 뒤돌아서 걷다가 자신도 모르게 휘청거리며 왼손에 든 대나무 통을 밑으로 떨구는데 조삼이 얼른 부축해주며 대나무 통을 주웠다.

“아니, 한씨 왜 이래요? 어디 아퍼요?”

“네, 몸이 좀 안 좋습니다요...”

그러면서 폭죽가게 안으로 들어가고 있다.

자신의 왼손에서 흘러내린 대나무 통!

그 대나무 통은 아주 중요한 것인데...

자신의 몸이 뒤돌아 봐지지도 않는다.

아마도 방금 전에 자신을 부축하던 조삼이 주워서 어떻게 하겠지?

아아... 어지러움이 심해지며 그만 눕고 싶다.

“이보게들, 저 마차는 이상 징조가 없네! 나는 좀 들어가 쉬겠네!”

폭죽가게 안의 점원으로 위장한 부하들에게 자신의 의도와 전혀 다른 말을 하면서 가게 구석에 놓인 침상으로 가서 누웠다.

미칠 것 같았다.

하지만 심장 어림의 붉은 피는 다시 뜨겁게 흐르고 있는데, 자신의 심장이 자신의 의념과 분리되어 있나 보다.

자신의 정체성과 심장의 작동이 분리되고 있음을 확연하게 느끼고 있다.

그러는 와중에 정신을 차려보니 그저 눈을 감으려 잠든 흉내를 내고 있는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아아... 저 대나무 통, 조삼이 줍던 저 대나무 통을...

의식이 끊어진다.....


다그닥 다그닥.....


마차는 다시 출발했다.

조삼은 자신도 모르게 자신의 손에 들어온 대나무 통을 만지작거렸다.

‘어... 이건 뭐지?’

무엇을 보관하는 통인가 보다.

이따가 틈을 봐서 젊은 약초꾼, 이정민을 베껴먹을 때 천년산삼이 나오면 여기 통속에 보관해두어야 겠다며, 조삼은 마부석 한쪽으로 던져 두었다.

이런 일련의 상황을 주시하는 눈길이 있었다.

건너편 이층 창가에서 폭죽가게의 구레나릇 수염을 죽 지켜본 눈길은 마차가 다시 출발하자, 고개를 돌렸다.

이상 변동을 감지하지 못한 것이다.

저기 대나무 통은 어디선가 들어 본 듯한 모형인데, 아마도 새로 나온 신형의 폭죽놀이인가 보다.

폭죽가게의 구레나릇 수염이 조삼에게 그것을 준 것을 보면, 두 사람은 평소에 스스럼없이 친할 뿐만 아니라 믿을 수 있는 사이로, 결코 침입자가 아닌가 보다!

그렇게 예단하며 이번 노란 수건으로 인한 집중을 해지하게 되었다.


다그닥 다닥!


유랑극단 앞에서 조삼의 마차가 멈추었다.

조삼은 자신이 할 일을 다 했다고 생각했고 약초꾼, 이정민을 기다렸다.

마차 문이 열리고 아홉 명이 서서히 나왔다.

특히, 여섯 사내들이 인상은 더욱 굳었는데, 조삼은 물론 몰랐지만, 그건 이정민이 다시 그가 처음 앉았던 자리에 나타났었기 때문이다.

황궁유룡추포대皇宮遊龍追捕隊의 여섯 사내들은 더욱 경악하며 두려웠다.

이정민이 갑자기 이전의 자리에서 흐릿하게 형성되더니 사라지기 전의 모습으로 다시 복원된 것이다.

두렵기도 하였지만 환장할 노릇이었다.

어떤 이론으로도 자신들이 접해 보지 못했던 무공이었다.

결국, 추포대追捕隊 자신들은 아무 말도 못했다.

한 인간의 결과물을 설명할 만한 중간 이론들이 부재했었던 것이다.

다만, 자신들은 이정민을 새롭게 쳐다보았다

물론, 과거처럼 눈을 흘기거나 째려보는 태도는 일체 종식 되었다.

이정민이라는 존재, 그 자체로 말할 수 없는 신비감과 두려움을 비로소, 인지한 것이다.

검기나 검강 같은 두드러진 무위武威는 아직 보지 못했다. 하지만 누가 있어 자신의 몸보다도 더 작은 마차의 창문을 소리도 없이 연기가 흐르듯 빠져나가고 들어올 것인가!

검기든 검강이든, 유무를 떠나서 이정민은 끝없는 신비이자 두려움이었고, 자신들은 그저 경배할 뿐이었다.

무공을 떠나서 경배하였다.

밀물처럼 치밀어 올라오는 신비감과 두려움을 어찌해볼 수가 없었다.

이에 비해 조삼은 시종일관 태평성대였다.

이정민이 마차 안에서 없어진 줄도 당연히 몰랐다.

이제 유랑극단 앞에 도착하고 이정민이 내리니 곁으로 다가갈 뿐이었다.

“이정민공公, 저 좀 보십시다.”

어디서 듣기는 들었는지, 조삼은 이정민공公이라고 부르고 있었다.

이정민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혈마 공손찬과 주형장이 고개를 끄덕이며 좀 전의 전음 내용을 확인해주고 있었고, 황궁유룡추포대皇宮遊龍追捕隊의 여섯 사내들은 고개를 푹 숙이며 눈길을 마주치지 않으려 했다.

“그래, 그렇게 알고 시작하십시다!”

라는 이정민의 말에

“네, 은공恩公.. 부디 좋은 결과를!”

“이정민공公, 걱정 마시옵소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넷... !"

“네엣... !"

각양 각색의 반응이 나왔다.

혈마 공손찬과 주형장, 그리고 여섯 사내들이 마차가 도착하기 전에 전음을 토대로 의논했었던 내용들을 다시 확인하며 움직이는 것이었다.

물론, 조삼은 무슨 말인지 전혀 몰랐고, 알고 싶은 생각 자체도 없었다.

다만 긴장한 채 앞으로 나아가며, 일심동체가 된 듯 사람들 사이에서 이정민만 쫓아다니는 것이었다, 옆구리에는 대나무 통을 끼고서!

대나무 통?

엉겹결에 폭죽가게 한씨에게서 받은 장난감이었기에 버리려고 하다가, 조삼은 생각해보니 무언가를 담기에 좋은 형상임을 곧 알아챘다.

그리고, 이정민에게서 천년산삼들을 획득하면 비슷한 자연조건인 대나무 속에다가 보관하며 한 밑천 챙길 것으로 기대하며 갖고 다니게 되었던 것이다.

‘가만, 유랑극단 단장실이 어딨었더라?’

단장실만 찾으면 된다는 얘기에 조삼은 이전의 기억을 더듬으며 이정민 등 일행들을 이끌면서 단장실로 찾아들고 있었다, 대나무 통을 손에 들고서!


제 9장 귀백鬼魄



사람에겐 혼백魂魄이 있었으니 죽으면 양陽의 총화인 혼魂은 하늘로 돌아가고, 음陰의 결정체인 백魄은 땅으로 스며드노라.

하지만 임종臨終이 수천 년 악惡에 의해서 인위적으로 간섭을 받으니 혼魂은 허공으로 흩어지게 되었고, 백魄은 땅 위를 떠돌더라!

아직 흙으로 퇴화하지 않은 육신을 썩지 않게 약물로 보존하면서 땅 위를 떠도는 백魄을 그 육신에 저주詛呪로써 앉히니, 혼魂이 없는 백魄은 몹시도 방황하며 괴로워하더라!

이에 원怨과 한恨에서 뽑은 생혈生血을 적시며 백魄의 안식安息을 주술呪術하노니

그대 이름은 강시殭屍이라...

백강시魄殭屍여, 이제 눈을 떠라!

눈을 떠도록 하여라...!

귀사鬼師가 한참을 중얼중얼 하더니 사발에 있던 말피를 한모금 머금어 앞에 있는 세 구의 시신屍身에게 뿜었다.


고오오오오.....


붉은 핏빛 안개가 귀사鬼師의 입에서부터 자욱하게 시작되었다.

밀실이 온통 붉게 어른거리며 착각인듯 튀어나온 말 울음소리와 단말마들이 사방으로 붉게 물들었다.

뒤에서 지켜보던 유랑극단 단원은 몸을 바들바들 떨면서 고개를 숙였다.

고집 세워서 백강시魄殭屍 탄생의 현장을 지켜보는데, 그 깊디 깊은 두려움에 오한만 절로 떨어오며 고개를 숙이게 된 것이다.

귀사鬼師가 처음에 백강시魄殭屍 운운할 때도 자신들은 미친 놈 취급을 했었다.

어디 갈 데 없으니깐, 용케도 유랑극단을 찾아와서 사기를 친다고 멸시했었다.

그랬기에 오늘이 백강시魄殭屍 탄생의 날이라기에 고집을 부리며 따라 들어온 것이다.

아아... 후회가 밀려들었다, 지하 밀실에 들어온 것을.

저것들이 눈을 뜬다, 죽어서 영원히 감겼었던 눈을 암울한 빛으로 뜨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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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제 10장 신위神威 1. +2 14.05.31 5,243 168 9쪽
60 제 9장 귀백鬼魄 11 +4 14.05.31 4,794 156 9쪽
59 제 9장 귀백鬼魄 10 +6 14.05.30 4,597 154 10쪽
58 제 9장 귀백鬼魄 9 +2 14.05.30 4,733 155 8쪽
57 제 9장 귀백鬼魄 8 +6 14.05.30 4,981 181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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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제 9장 귀백鬼魄 3 +1 14.05.28 4,957 160 8쪽
51 제 9장 귀백鬼魄 2 +6 14.05.28 5,607 17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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