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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우 님의 서재입니다.

천왕재림(天王再臨)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판타지

칠우
작품등록일 :
2014.04.23 08:20
최근연재일 :
2014.06.21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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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48,639

작성
14.06.03 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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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제 10장 신위神威 4

DUMMY

주형장이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것을 이정민은 들었다.

하지만 귀로 들은 것은 아니었다.

사람이 입으로 말을 하고 귀로 듣는 것이 당연하겠지만 그것은 귀로 들은 것이 아니었다. 거리상 너무 떨어져 있어서 귀로 들을 만한 거리가 못 되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결코, 귀로 들은 것은 아니었다. 귀로 듣지 않고 무엇으로 들었냐고 물어본다면 딱히 뭐라고 꼬집어서 근거根據할 수는 없겠다.

그러나, 들었다.

영혼으로 울려와서 들었을까.....

온 몸의 떨림으로 들었을 수도 있겠다.....

분명히 들었던 것이다.

절박하고 슬프며 애 끓듯이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를 들었던 것이다.

자신 역시도 즉시, 애가 끓었고 절박해졌으며 슬픔에 가슴이 먹먹해왔다.

심연深淵 같은 슬픔이 오기 전에, 주형장이 부른 자신의 이름을 듣기 전에 이정민은 사기邪氣의 근원을 쫓았다. 몇 개의 지하 밀실을 확인한 이후 결국, 백강시魄殭屍가 만들어진 현장을 찾아낸 것이다. 20년 전 자신의 손으로 없애버린 같은 종류의 백강시魄殭屍였다. 그때 살아남은 귀문관鬼門關의 관련자나 그 후예가 다시 나타난 모양이었다.

구석구석을 살피는데 또 다른 방향으로 비밀 통로가 나있었다.

그렇게 거쳐 오니 배선파背旋派에서 보았던 사령단주使令團主가 죽어있는 공간이 나타났던 것이다. 원래 빼빼마른 체형이 더 앙상하게 말라 비틀어져 있고 시커멓게 변한 시신의 상태는 누군가의 사악한 방법에 의해 강제적으로 생명의 근원적인 기운이 빼앗긴 결과로 보였다.

왼쪽 가슴에 날카로운 쇠붙이에 찔렸음을 보여주는 자상刺傷의 흔적이 있었는데, 그 자상의 벌어진 너비와 깊이를 살펴보니 아마도 비수에 당했으리라. 하지만 너비가 깊이에 비하여 조금 넓었다.

비수를 사용하여 살해한 누군가 몹시 흥분했었다는 반증이다.

평소에 원한이 깊은 가까운 사람의 살행殺行인지 한번 찌른 후에 비틀린 흔적까지 보였다.

귀문관鬼門關의 사람이라면 이렇게 심장을 찌르지 않는다. 그들은 뜨거운 상태의 심장을 적출하여 혈정血精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온전한 심장을 찾아다닌다. 아마도 심장이 훼손되었기 때문에 죽어가는 사람의 원한을 진작시켜서 손가락 끝으로 모으고 집착과 사기邪氣에 압축된 일념이 최대한 뭉쳐지게 한 다음에 저렇게 손가락을 잘랐을 것이다.

음陰의 기운만 가득한 백강시魄殭屍에게 영혼인 양陽의 기운을 대신하여 죽어가는 사람의 원념을 이입移入하면서 뜨거운 생명력이 없어도 움직임이 가능토록 하는 귀문관鬼門關의 전형적인 술법이었다.

반드시 잡아야 했다.

좀 전에 비밀 통로를 지나오다가 의심이 들었던 갈림길로 방금 전 다시 빠져 나간 것 같았다. 빨리 추적하면 멀리 못가서 잡을 수 있을 듯했다. 그래서, 다시 막 비밀 통로로 들어가려는데 그것을 들은 것이다.

주형장이 절박한 채 슬프도록 부르는 자신의 이름을!

이정민은 즉각 모든 행동을 멈추며 집중해서 귀 기울여보았다.

또, 들렸다.

마치 죽어가면서 부르는 비통함으로 또, 들렸다.

이게 무슨 소릴까.....

마치 옆에서 속삭이듯 들려오는데 이정민은 크게 불러도 들리 지 않을 정도로 거리가 떨어져 있었고 중간에 간이 건물들이 많아서 소리도 굴절이 심할 뿐만 아니라 싸움중의 고성과 소란으로 들릴 수도 없을 텐데.....

라는 의문은 들지도 않았다.

왠지 모르게 가슴속을 자욱하게 메워오는 수십, 수백의 애 끓는 슬픔과 아픔에 모든 사고력 가능한 기능들이 무차별 정지했기 때문이다.

분명히 뭔가가 생겼다.

주형장에게 불측의 비분悲憤과 고통이 생긴 것이다.

그렇게 확신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러자 이정민은 가슴속으로 화롯불이 들어앉은 것 같았다.

너무 뜨거워 숨 쉴 수가 없었다.

가슴속 모든 게 녹아내렸고 조금만 더 시간 지나면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회색빛 재가 될 것 같았다.

주형장을 혼자 놔두고 온 게 실수 같았다.

아찔한 후회감이 밀려들었다.

혹시, 무슨 사고가 났을까.....

불가항력의 적이라도 나타났을까.....

혈마 공손노인이라도 옆을 지키게 하는 것이었는데.....

사기邪氣를 쫓기에만 급급한 나머지 최악의 가능성을 예비한 대처에 소홀히 한 것 같았다.

불과 한 시진 전만 하더라도 주형장에게 이런 감정을 느끼지는 못했다.

주형장이 여자라는 것은 대호산 초입에서 처음 볼 때부터 알았었다. 병색이 완연하여 누렇게 뜬 안색치고는 눈이 무척 맑았고 눈과 만나는 얼굴피부의 극히 미세한 부분이 너무 고왔었다.

남자의 옷차림속에 가려진 가슴은 두드러진 표시가 나지 않도록 단단히 조여맸을 것이다. 애써 남장男裝한데다가 남자의 말투를 사용했기에 일부러 모르는 척 넘어가주었지만 여자임을 모를 리 없었다. 그렇게 내색을 안 하며 여기까지 함께 했지만 특별한 애정의 감정이 느껴졌던 것은 아니었다.

비록, 주형장이 자신을 바라볼 때 눈동자에 담기는 미미한 열기들을 알고는 있었지만 일상적인 수준 이상의 심리 상태는 계속해서 배제해왔었던 것이다. 무엇보다도 지금 여동생을 찾는 게 급선무이기도 하며 또한, 사실 자신의 본래 나이는 외모에서 짐작되는 나이와 많은 차이가 나기에 주형장의 나이대와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판단했었던 것이다.

하지만 다시는 못 볼 수도 있다는 기분이 들면서 가슴이 생으로 뜯겨져 나가는 느낌에 세상이 정지했다. 자신이 인정하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주형장의 안위를 염려하는 그 이상의 마음이 있었나 보다.

빨리 가야 한다.

하지만 여기서 주형장이 있는 방향으로 아무리 빨리 달린다고 하여도 늦을 것 같았다. 직선으로만 달린다고 하여도 앞에 걸리는 간이 천막들, 싸움의 현장들, 사람들..... 부딪치는 게 너무 많고 그만큼 시간이 지체되면서 도착했을 때는 이미 어떤 상황으로 전개되었을는지 예측이 되지 않았다.

지금도 늦지는 않았을까?

다급하다.

이정민은 가슴속으로 숨을 들이켰다.

마실 수 있는 최대한의 공기 양을 마셔서 가슴 구석구석 보내며 모든 내력을 격발시켰다.

그리고, 신형을 잠깐 움츠리는 듯하더니 대지를 박찼다.

천정을 뚫고 바람을 뚫으며 하늘로 솟구친 것이다.


파아아아앙.....


광명을 밝히는 태양의 눈부심만큼이나 빠른 속도로 구름 한점 없는 푸른 하늘로 솟구쳤다.

태양은 찬란하다.

나의 슬픔 잠시 후 더 깊어진다면 아마도 지금의 태양은 찬란하기에 더욱 서러워오리.....

이런 감정이 이정민의 가슴을 온통 채우면서 드넓은 하늘엔 푸른 빛 슬픔이 끝없이 펼쳐지는 듯했다.

제발 주형장에게 아무 일이 없기를 바랬다.

하지만 심장이 너무 뛴다.

하늘은 푸르기 때문에 애가 타며 슬플 수도 있다는 것을 이제야 알았으며 저 태양이 찬란한 만큼이나 서러울 수도 있다는 것도 이제야 안 것이다.

아래를 보았다.

유랑극단의 야외 공연장이 보였고,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는 것 같았지만 자세히 보이지는 않았다.

너무 하늘 높이 치솟아 올랐기 때문에 분간되지 않는 것일까?

자신의 눈동자 묽게 멍울져 흔들리고 있기 때문에 분간되지 않는 것일까?

이정민은 분간이 되지 않았다.

내려갔다.

아까 땅에서 도약하기 전에 폐부 구석구석 깊숙하게 마셨던 숨을 일거에 내뿜기 시작했다.

그만큼 숨 한번 깊이 마셔서 다 내쉬기 전 사이에 하늘 높이 솟구치며 일어나는 감정적 변화였다.

그러면서 모든 힘을 터뜨렸다.

자신의 핏줄속에 들어 있는 모든 잠력까지 끌어내고 터뜨린 것이다.


파아아아악!


유랑극단의 야외 공연장을 향해서 바람과 공기를 찢으며 떨어져 내렸다.

아아.....

떨어지는 와중에 이정민의 모습도 부풀어 오르고 있었다.

몸집이 불어나고 있었는데 단순히 외형적으로만 부풀어 오르는 게 아니라 골격 자체가 커지는 것 같았다.

머리와 얼굴, 가슴과 허벅지 그리고, 종아리와 발끝까지 저렇게 균일하게 부풀어 오르려면 뼈구조 자체가 확장되어야 한다.

이정민은 떨어져 내리는 허공에서 점점 몸집이 커지다가 그 크기가 일장一丈을 넘고 이장二丈이 되기 전에 멈추었다. 보통 사람의 세 배 이상으로 커진 것이다.

그러면서 외형이 확대되며 변화하는 만큼이나 얼굴 모습도 변형이 온 듯했는데, 이정민의 몸 전체가 푸른 빛으로 강렬하게 빛나면서 희미한 열기로 싸여 있어서 설령 가까이서 본다고 하여도 정확히 분간하기는 어려울 것 같았다.

어쩌면 그 빛나는 푸른 빛 광채에 두 눈이 상할 수도 있을 듯했다. 그만큼 멀리서도 볼 수 있을 정도의 푸른 빛 광채였다.

이렇게 변화하며 커졌는데, 눈동자 역시 마찬가지였다.

보통 사람의 세 배 이상이나 커진 눈동자에 주형장 닮은 모습이 아스라하게 비쳐들었다.

모로 누운 채 옆구리를 부여잡고 앞으로 숙이며 웅크려있던 그 사람의 척추를 시커먼 얼굴의 장한이 잔혹하게 후려 차는 모습이 까마득한 위치에서 확인되었다.

걷어차이며 핏물이 홍건한 사람이 누구인지 아주 불길한 짐작으로 몸이 긴장해 왔다.

척추를 얻어 차인 그 사람이 몸을 활처럼 반대편으로 펴면서 입을 딱 벌리는 모습에서야 바로, 주형장임을 비로소 알 수 있었다.

주형장인 것이다.

저기 바닥에 피가 홍건한 상태로 널브러져서 참혹하게 걷어채이는 사람이 바로 주형장인 것이다.


우우우우우우.....


대지를 떨어 울리는 비통함이 사람들의 고막을 파열시킬 듯 두드리며 하늘에서 내려오고 있었다. 이정민이 슬픔과 분노를 천지를 뒤흔드는 음吟으로 터뜨린 것이었다.

하늘의 태양이 뭉게구름 같은 것에 가려서 그늘이 생겼고, 두려우면서도 알 수 없는 이질감에 사람들이 하늘을 올려본 직후의 발생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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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제 9장 귀백鬼魄 3 +1 14.05.28 4,957 160 8쪽
51 제 9장 귀백鬼魄 2 +6 14.05.28 5,607 17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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