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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우 님의 서재입니다.

천왕재림(天王再臨)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판타지

칠우
작품등록일 :
2014.04.23 08:20
최근연재일 :
2014.06.21 10:39
연재수 :
7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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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7,705
추천수 :
18,442
글자수 :
348,639

작성
14.05.26 2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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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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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8
글자
9쪽

제 8장 기습奇襲 9

DUMMY

다그닥 다그닥.....


마차 마부석에서 우거지 상을 하고 있는 조삼에게 풍물시장 입구가 보이고 있었다. 갑작스럽게 썩은 동태 눈알처럼 뭔가 칙칙하면서도 오래된 느낌이 가득한 조삼의 눈은 간밤의 공포와 걱정에 한숨도 제대로 못자서 생긴 눈 주변의 시퍼런 그늘과 함께 뜨고 있어도 감은 것처럼,

시커멓고도 허여멀건함이 감도는 요상한 때깔이었지만 그래도 사물들이 보일 것은 보이나 보았다.

아직 아침이기에 이른 감은 있었지만 부지런한 노점상에서는 소면을 말아놓은 채 붐비는 손님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어디선가 각종 부침개에 흐르는 푸짐한 들기름 냄새까지 풍겨오는 이곳은 그만큼 사람들로 활기가 넘친다는 증거였다.

삼개월 전에 남문시장 옆에 개설된 풍물시장.

대륙의 유랑극단까지 합류한 대규모 노점상단은 각 지역의 별미와 볼거리를 마련하며 하루가 다르게 인기를 얻고 있었다.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북천회의 완주지부에서 은근히 뒷배를 봐주고 있다는 얘기도 들리고, 완주관아의 비호가 있었기에 개설될 수 있었다라는 얘기도 들렸다.

천하의 다양한 사람들이 몰려들었고 관아의 비호도 있어서 그런지, 갈수록 인기가 치솟으며 사람들이 붐볐다.

조삼 역시 자신이 남문 시장을 관할하고 있었기에 옆에 세워진 풍물시장은 잘 알았고, 이런 사정을 가려 이용하면서 자주 지나다니기도 했었다.

물론, 안타까운..... 사람들을 태우기 위해서였다.

완주 지역에 처음 와서 신기한 얼굴로 거리를 배회하는 안타까운 인생들을 도와주기 위하여 종종 지나다녔던 것이다.

천하 각지에서 사람들이 모여들다보니 많은 대상자를 좁은 장소에서 물색하기 좋은 장소였고, 그렇게 하다 보니 주변의 노점 상인들과도 안면이 저절로 트여졌다.

자신의 입장에서는 참 반가운 노점 상인들이었는데, 그들의 입장에서는 조삼 자신에게 감정도 있었던 모양이다. 어떤 때는 자신에게 음식을 팔지 않으려고도 했었다.

가끔 자신이 음식값을 생략... 또 생략... 자꾸 생략... 하는 경우가 있긴 하였으나 노점상을 부수거나 뒤엎은 경우는 없었지 않은가!

그런데 왜 자신에게 음식을 팔지 않으려 하는가!

그래서, 자신이 생각하기에 너무 착한 조삼은 어쩔 수 없이 노점의 좌판 몇 개를 걷어차며 뒤엎어버려야 했다.

대大 배선파背旋派의 조장組長을 물로 보는 거냐, 뭐냐!

그제야, 음식이 나오는 것이었다.

사람들이 꼭... 뭔가를 보여줘야 말을 듣는단 말이야!

착하게 살려는 사람을 주변에서부터 좀 도와주어야 하는 거 아니냔 말이야!

이런 생각으로 주변을 둘러볼 때,

그럴 때 유랑극단의 몇 몇 단원들과도 간혹 마주치곤 하였다.

그들 중에는 자신을 한심하다는 듯이 쳐다보기도 하였는데, 조삼은 즉각 째려보며 양손을 허리에 걸친 채 비스듬하게 내민 한쪽 다리를 살살 흔들며 떨어댄다.

그러자 그 유랑극단 단원이 슬그머니 고개를 옆으로 돌리는 것이었다.


-녀석, 운이 좋군... 넌 조금만 늦었어도 턱쪼가리 돌아갔어, 임마!


속 마음이야 후달달 떨렸지만 겉으로 내뱉는 말투에서 자신이 이상형으로 꿈꾸고 있는 고수의 풍모가 보이도록 매우 신경 썼었다.

이렇게 결전 직전까지 가는 경우에는 솔직히 배선파背旋派 조장질을 때려치우고 싶어졌다.

결전 직전까지 가지 않더라도 노점상들의 과도한 불만 폭증은 북천회 완주지부에서 개입할 것 같아서 항상 불안하고 좌불안석이었다.

배선파背旋派 회주會主 독사가 매일매일 책정한 강제납입금을 채워 넣기 위해 노점상 밥값을 안내거나 심지어 어거지 자릿세를 받으면서도,

마음 같아선 다 때려치우고 고향으로 내려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던 것이다.

풍물시장에서 너무 튀면 북천회의 완주지부에서 개입하는데, 이런 경우 자신들 같은 밑에 있는 사람만 치도곤을 당했다.

배선파 회주 독사는 부하의 돌출행동으로 몰아세우며 외면했던 것이다. 자잘한 분쟁들이야 북천회 완주지부에서는 신경 쓰지 않거나 눈감아 주었기에 조삼 같은 중간층에서는 눈치껏 조직 생활을 하고 있으나...

배선파背旋派를 탈퇴한다고 보복만 안 한다면 자신은 일찌감치 배선파背旋派를 나와서 낙향을 했거나, 분쟁이 없는 다른 일을 했을 것 같았다.

자신인들 치고 박는 삶이 무어가 좋겠는가!

멋 모르고 가출했다가 십년을 전전한 곳이 뒷골목이었다.

십년동안 밤잠 못자고 나이 스물다섯이 되었지만 여전히 모은 것 없고 어제까지만 해도 팔부파 애들에게 등에 칼 맞을까 걱정하며 살아 왔었던 것이다.

‘이런 내가 천의맹天義盟의 비밀 고수라고?’

자신이 다섯 살 때 해체된 전설의 천의맹天義盟이 왜 나오니?

사령단주使令團主, 그 쉐이가 사람을 잘못 봐버려도 분수가 있지, 조삼 자신이 어떻게 천의맹天義盟에다가 무려 고수씩이나 된다는 것인가!

상문객喪門客의 이름으로 자신을 찢어죽이니 어쩌니 해대고.....

그렇게 인상 긁어대며 지껄여서 연약한 토끼 가슴에 살벌한 불안감을 마구마구 조성해도 되는 거야...

아휴, 개쉐이.....!

조삼의 우거지 상은 펴질 줄을 몰랐고, 동태 눈알에서는 칙칙함이 더 케케묵어 갔는데...

이런 조삼을 바라보며 우거지 상을 짓는 사람이 또 있었다.

입구 안쪽으로 세 번 째 노점상인 닭꼬치 집 남자가 바로, 그 장본인이었다.

조삼이 마부석에 탄 마차를 보면서 분간이 안 되어 고민하는 것이다.

새벽에 상관인 잠령주潛令主로부터 지령이 있었다.

다른 정상적인 노점상 몰래 은밀하게 철수를 준비해야 하며 낯선 마차가 입구를 통과할 때 무조건 붉은 수건을 내걸어라는 지령이었다.

낯선 마차가 출현하는 즉시, 즉각적으로 붉은 수건을 내걸며 자신도 닭꼬치 집 남자의 신분을 버리고 칼을 들어라는 특별 지령이었던 것이다.

지금 현재 입구를 들어오고 있는 마차는 배선파의 유명한 호객마차였다. 마부석에 타고 있는 사람은 조삼으로 자신도 아는 자였다.

가끔 닭꼬치를 집어 들고 계산을 안 하고 처먹길래 한 대만 쳐서 염라대왕 곁으로 보내줄까 하다가도 자신의 위장 신분을 생각하며 참고 또, 참았던 바로 그 조삼이었다.

종종 다니는 마차였고, 익히 아는 마차였지만...

배선파에서 사령단주使令團主가 깨지고 중상을 입은 채 지난 밤에 몰래 복귀한 것을 자신도 안다. 그런 배선파의 마차가 입구를 통과하고 있는 것이다.

소문으로는 조삼, 저 녀석을 사령단주使令團主가 상문객喪門客의 이름으로 찢어 죽이겠다고 하는 얘기는 들은 것 같지만, 아직 별다른 지령은 내려온 바가 없어서...

고민되었다!

고민은 고민인데 자신의 목숨을 걸어야 하는 고민이었기에 저절로 닭꼬치 집 남자는 우거지 상이 되었던 것이다.

솔직히 조삼, 저 녀석이 튀어봐야 얼마나 튈 것인가!

제까짓 게 마차를 끌고 와 봐야 도대체가 뭘 할 수 있을까!

자신이 나서서 한 대만 후려쳐도 골로 갈 녀석이!

하지만 또, 모르는 게 이 계통의 일이었다.

만약이란 게 있지 않은가!

자신은 입구 감시역이었기에 무위武威를 드러낼 수가 없었다.

또, 만에 하나 조삼, 저 녀석 하나로 일이 꼬여서 어디까지 엉킬 지 누가 알겠는가!

듣기로 저 녀석으로 인하여 폭약 매설조의 작업이 불발되었다는 오해도 생겼지 않았는가! 그건 틀림없이 오해일 것이다. 조삼, 저 녀석이 무슨... 천의맹天義盟의 고수...

재수 없는 녀석, 불길한 녀석!

에휴.....

닭꼬치 집 남자는 한숨을 쉬면서 노란 색 수건을 내걸었다.

자신으로서는 판단이 애매했던 것이다.

전투개시 발령의 붉은 수건을 내걸어야 할지, 평소의 마차로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는 뜻의 하얀 수건을 내걸어야 할지 판단이 서지를 않아서 노란 색 수건을 내건 것이다.

이것 또한, 나중에 재수 없으면 문책을 당할 것이다.

입구에서 백보百步를 가도록 자신의 노란 색 수건으로 인하여 적어도 전투태세는 갖춰지지 않는다. 나중 이 일로 문제가 생기면 자신 역시도 문책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이고, 그 결과는 사령단주使令團主의 현 상태로 볼 때 추측불가의 끔찍함으로 불거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할 수 없었다.

자신이 붉은 수건을 내걸었다가 순시간에 전투태세가 되었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면, 그저 평범한 조삼의 호객마차 뿐이었다면, 자신은 이런 분위기에서 잠령주潛令主처럼 머리가 깨지는 정도로 끝나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서 고민하며 우거지 상이 되었지만, 이 노란 수건으로 인하여 사신死神 보다 더 무서운 존재가 옆에서 지켜보고 있었다는 것은 몰랐다.

닭꼬치 집의 남자가 고민하다가 노란 수건을 내걸 때, 마차의 그림자속에서 푸른 바람 한 타래가 슬며시 사람의 형상으로 흐릿하게 일어나더니 닭꼬치 집의 남자 주변을 노려보며 잠행潛行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없었던 것이다.

바람인듯 먼지인듯.....

일어났다가 사라지고

사라졌다가 일어나며

흔적조차 남기지 않는 그 푸른 바람 한 타래를 과연 누가 꿰뚫어 볼 것인가!

혹시 만약에 우연처럼.....

푸른 바람 한 타래가 그 자신의 의지로 잠행潛行을 멈춘다면 그제야 비로소 젊은 약초꾼 형태의 산골 사람을 만날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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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제 10장 신위神威 1. +2 14.05.31 5,242 168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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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제 9장 귀백鬼魄 2 +6 14.05.28 5,607 17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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