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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우 님의 서재입니다.

천왕재림(天王再臨)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판타지

칠우
작품등록일 :
2014.04.23 08:20
최근연재일 :
2014.06.21 10:39
연재수 :
7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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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7,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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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48,639

작성
14.05.29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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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
글자
10쪽

제 9장 귀백鬼魄 6

DUMMY

이정민은 점차 변하고 있는 자신을 느꼈다.

처음 의義로 맺은 여동생 조수빈의 납치 소식을 듣고 분노했었다.

반드시 찾아내어 응분의 댓가를 치루게 하겠다고 다짐했었다.

상대가 누가 되었든, 상대가 어디에 있든지 찾아내어 복수하리라 다짐했었다.

물론, 지금도 그 마음이 변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동시에 변했다라고도 볼 수 있었고 이런 추세가 더 깊어가고 있음을 느꼈다.

바로.....

이전에는 복수 속에 세상이 있었다.

복수가 세상의 전부였다.

세상은 복수 속에 있었다.

그런데 이제는 세상 속에 복수가 있는 것이다.

복수는 불변이었지만 복수가 세상의 전부는 아니었다.

세상의 전부를 복수로 여기기에는 짓푸른 초록의 오월빛 하늘이 너무 눈부셔왔던 것이다.

세상의 전부를 복수로 여기자 하늘 아래 있는 세상속 사람들이 너무나 슬퍼보였기 때문이다.

그것이었다.

변하지 않음에는 분명 흔들리지 않는 복수가 있다.

그러나 변함도 있으니, 복수 속의 세상은 이제 세상 속의 복수로 바뀌었고 더욱 바뀌어가고 있는 것이다.

이런 마음과 함께 이정민의 몸은 더욱 푸른 빛으로 은은하게 깊어 갔다.

이런 마음에서 그는 사부도 미처 예상하지 못 했던 경지로 무공이 차원을 달리하게 되었다.

하늘만큼 푸른 빛이 온통 내력이 된 것처럼 무량하였고 편재遍在하였다. 마음 먹으니 곧, 무공이 되었고 이루어졌다.

새로운 무학의 경지로 올라섰으며 자신이 이전에 비해 얼마만큼 강해졌는지도 가늠하지 못할 정도로 차원이 상승하였다.

지금 역시도 세상의 지고至高한 가치를 의義와 선善에 두고자 하는 팔륜도八輪刀 정호일鄭鎬一의 가슴으로 번져들며 일체를 이루는 것이다.

이것이었다.

팔륜도八輪刀 정호일鄭鎬一 역시, 바람이 햇빛 속으로 녹아들듯이 이정민에게 경도되었던 것이다.

소림少林 일맥一脈의 스승, 자허선사慈虛禪師는 도刀를 수련하는 자신에게 팔륜八輪이라는 화두話頭를 내려주었다.

도선불이刀禪不二라며 칼과 참선이 둘이 아님을 깨달으라며 팔륜八輪이라는 화두話頭를 평생의 참오로 삼게 한 것이다.

이제 확연해졌다.

아직도 스승의 화두話頭에 통한 것은 아니지만 이정민에게서 은은하게 빛나는 푸른 열기에 동화된 자신속의 먹구름은 절로 걷혔다.

저절로 마음이 숙여졌다.

팔륜도八輪刀 정호일鄭鎬一은 다시 태어났고, 다시 눈을 뜬 기분이었다.

이정민의 머리 뒤쪽으로 쪽문 위의 반쯤 열린 창문이 있었고, 그곳으로 네모나게 뜬 하늘에 눈이 시려왔다.

그렇게 팔륜도八輪刀 정호일鄭鎬一은 이정민에게서 푸른 하늘을 보며 스승, 자허선사慈虛禪師의 가르침과 한순간에 통하게 되었으며 현실을 재인식하게 된 것이다.

이 모든 과정은 뭔가 서늘한 바람을 느끼면서 몸을 틀다가 고개만 돌린 이후의 극히 짧은 시간에 명멸한 일이었다.

“여기에 납치되어온 여의女醫가 있지 않았습니까? 이름은 조수빈이라고 합니다!”

이정민에게서 나오는 담담하며 고요한 말에서도 창문에 네모나게 걸려있는 하늘이 느껴졌고, 말속에서 푸른 향이 은은하게 배어나왔다.

“네, 왔었습니다, 귀인貴人. 이름이 조수빈인가는 잘 기억나지 않는데 이틀 전에 산서성 태원 방향으로 출발하였었지요, 귀인貴人!”

“으음... 태원의 어디로 향했는지 아시는지요?”

“그... 그것까지는... 제가 알 수 있는 범위 밖의 사안이었습니다.”

조금 미안한 표정까지도 보이며 팔륜도八輪刀 정호일鄭鎬一이 이어서 말했다.

“귀인貴人께서 여기에 어떻게 들어오셨는지는 모르겠으나 여기가 안전한 곳은 아닙니다. 흑백쌍상黑白雙喪이라는 흉험한 자들과 그 외에도.....”



한편, 단장실 바깥에서는.....

‘어허? 이 덩치가 왜 이래?’

조삼이 웅진수熊震手 장관모를 쳐다보며 의아하다는 듯이 속으로 중얼거렸다.

조금 전 즐거운 표정으로 경쾌하게 다가오며 이 형님께 무슨 선물이라도 줄 모양 같더니 갑자기 멈춰 서서는 인상이 창백하게 변하는 것이었다. 그러다가 곧, 누가 밀지도 않았는데 옆으로 넘어질 듯 휘청거리다가 제자리에서 꼼짝을 않고 있었다.

더 의문스런 장면이었다.

덩치가 옆으로 넘어지려던 방향으로 눈길을 주니 벽쪽에 노란 색 끈이 하나 매달려 있었다.

설마 저걸 당기려다가 발이 꼬여서 쥐가 났을까?

저거 당기면 어디선가 선물이라고 나오나?

형님을 드디어 알아보고는 극단 단원생활 중에서 무슨 신기한 기념품이라도 꼬불쳐뒀던 게 생각났을까?

그래서, 좀 전에 즐거운 표정으로 자신에게 다가오더니 갑자기 선물을 준비하지 못한 생각에 안색까지 창백해진 게야!

녀석, 덩치에 비해서 귀여운 면이 있군.....

무조건 챙겨야해!

악착같이 챙겼다가 이정민의 천년산삼을 털면서 한꺼번에 들고 토껴... 아니아니 이동해야지, 산 좋고 물 좋고 경치 좋은 곳으로!

이런 생각으로 조삼이 앞을 나서며

“야, 덩치? 왜 그래? 발에 쥐났니?”

아까 웅진수熊震手 장관모가 짓던 즐거운 표정보다 더욱 즐겁고 기대되는 표정으로 스스럼없이 다가갔다.

절대로 선물을 기대하면서 짓는 표정이 아니다...

라는 당당함으로, 오히려 뒤가 마려운 강아지처럼 낑낑대며 움직이지 않으려고 하는 웅진수熊震手 장관모의 입장을 이해하고 도와주겠다는 듯이 조삼이 다가갔다.

웅진수熊震手 장관모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이봐, 덩치! 말을 하지... 뭘 그렇게 쑥스럽게...”

“.....”

덩치의 표정이 조금 붉어지며 여전히 말을 않고 있었다.

생각보단 착한 녀석인가 보다.

그냥.....

형님으로 모실 생각에 너무 즐거워서 경쾌하게 오다가 갑자기 선물을 드려야 겠다는 예의바른 생각에 급히 발걸음을 돌리려다 보니 그만, 발에 쥐가 나서 애먹고 있습니다, 형님!

하면 얼마나 좋아?

“그래 그래, 덩치야! 이 형님이 네 마음 다 안다, 알아!”

라고 말하며 기특하다는 듯이 어깨까지 툭툭 두들겨대는 조삼을 보며 웅진수熊震手 장관모는 가슴속이 터질 것 같았다.

조금 전에 느꼈었던 신비와 공포가 조삼의 얼굴을 보면서 다 날아가버렸나 보다.

지금 역시도 자신으로서는 전혀 알 수 없는 어떤 금제에 걸려서 몸을 움직이지 못하는 데도, 조삼이 자신의 어깨를 애들 격려하듯이 두드려대는 통에 급속도로 망각되면서 어떡하든 조삼을 가루로 만들고 싶은데 그것이 여의치 않아 복장이 터질 노릇이었다.

“그래, 알았다니까... 저거지 저거?”

조삼이 즐거운 표정으로 벽쪽의 노란 색 끈을 가리켰다.

“.....”

오오.....

덩치의 얼굴색이 대번에 활짝 펴지는 게 아닌가!

역시, 저거였던 거다.

녀석 그냥 말로 하지 그래, 말로!

꼭 착하면서 성질 급한 애들이 말을 잘 하다가도 가끔씩 버벅대더라!

그때.....


덜커덩!


이정민이 단장실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어, 저 약초꾼은 언제 또 저길 들어간 거지?’

여태껏 자신의 뒤에 있는 줄 알았던 이정민이 단장실 안에서 나오는 것을 보자 조삼은 고개를 갸우뚱했다.

‘아하... 내가 덩치와 정겨운 공감을 소통하는 틈에 단장실로 들어갔나 보구나! 가끔 보면 동작이 참 빠른 것 같단 말이야. 산삼 먹으니 저렇게 힘이 넘치나 보지! 이제 조금만 있으면 그것들은 나에게...’

알아서 편하게 해석하는 조삼이었다.


[ 여러분께 알려드립니다. 납치된 여동생 조수빈은 이틀 전 산서성 태원 방향으로 떠났다고 합니다. 그럼으로, 현재 여기에는 없습니다. ]


이정민의 전음이 주형장과 혈마 공손찬 등에게 흘러들었다.

조삼을 제외한 일행들의 전음이 긴박하게 시작된 것이다.

조삼이야 전음술 자체의 무공 공부가 안되었기도 했지만 이번 납치의 내용을 처음부터 모르고 있었으며 무관하였기 때문에 제외된 것이다.

결론적으로 납치된 조수빈이 작전 지역 내에 없었으므로 이제 본격적인 불온무리들을 소탕하는 일만 남았다고 주형장은 판단했다.

더 이상 극도의 은밀함을 유지할 필요성이 사라진 것이다.

신속함으로 과감하게 움직여야 했다.

지금쯤 황궁유룡추포대皇宮遊龍追捕隊의 대원들과 후방 지원세력이 풍물시장 입구 주변으로 접근할 시점이었다.

손님으로 가장하여 미리 침투한 대원들이 전격적으로 움직여야 할 작전 개시 시점이 온 것이다.

풍물시장 내에서 유랑극단으로 위장한 북천회 비밀 지부는 물론이고 바로 옆의 반황자당反皇子黨 비밀 거점을 포함하여 일망타진해야 했다.

주형장은 동행한 추포대追捕隊 여섯 사내들에게 전음으로 작전 발동을 명령했다. 여섯 사내들은 즉시, 사방으로 흩어졌다. 이제 각자의 역할에 따라 본격적인 소탕 작전이 시작된 것이다.

이 와중에 이런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웅진수熊震手 장관모는 충분히 감지하였다. 몸은 움직이지 못하는 상태였지만 눈으로는 일련의 전개 상황을 지금까지 지켜보게 된 것이다. 여섯 사내들이 사방으로 흩어지는 것을 보며 침입자들의 작전 행동이 시작되었음을 바로 알아들었다.

‘아아... 빨리 경계경보를 울려야 하는데...’

속이 타들어가면서 얼굴이 더욱 벌개지며 진땀이 흘러내렸다.

특히, 바로 옆 간이건물에 경호대 정예 무사들과 흑백쌍상黑白雙喪을 따라온 북천회 본회 소속의 고수들이 모두 50여명 대기하고 있었다.

자신들 최대의 전력이 모여 있는 것이다.

저 노란 색 끈을 잡아당겨서 타종을 해야 하는데.....

이렇게 안달하는 웅진수熊震手 장관모에게


타악-


경쾌하게 어깨를 쳐준 조삼이 즐거운 표정으로 벽쪽에 내려와 있는 노란 색 끈을 잡아당기려 접근했다.

한번 더 웅진수熊震手 장관모 쪽을 힐끗 쳐다보았다.

역시, 덩치의 얼굴이 펴지며 환하게 밝아지는 게 보였다.

시익!

조삼이 미소를 지으며 노란 색 끈을 잡았다.

당겼다.


따르르르릉.....


요란한 종소리가 유랑극단 전체에서 울려 퍼졌다.

“비상이다, 비상!”

“침입이다!”

고함이 여기저기서 튀어 나오며 각 간이막사 안에서 칼을 빼든 극단 단원들과 살벌한 기세의 칼잡이들이 쏟아져 나왔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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