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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자(話者) 님의 서재입니다.

무사, 기사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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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화자(話者)
작품등록일 :
2018.04.09 10:01
최근연재일 :
2018.10.11 15:10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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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4,559

작성
18.09.10 2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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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
글자
9쪽

< #16. 야파를 향해서 1-1 >

DUMMY

코라도는 왕이 될 것이다.


코라도는 야심이 있었다. 아주 큰 야심 말이다. 게다가 그를 뒷받침하는 능력도 있었다. 이 난세의 중동에서는 가장 큰 자산이었다.


기가 예루살렘 왕이라는 명분을 쥐여줬던 시빌리아가 병사하자, 코라도는 그 배다른 여동생 이사벨과 결혼했다. 이제 그 이름이 왕위계승권에 발을 들인 것이다.


물론 나이가 있었으니 아내가 있었다. 시끄러울수 있었던 그의 이혼은 비잔틴의 양해에 따라 금세 정리되었다. 전처였던 테오도라는 비잔틴 황제의 의누이였지만, 체면보다는 실리가 앞선 것이다. 분명 황제는 코라도와 밀약을 맺었을 것이다.


리처드는 예루살렘에 대한 비잔틴의 간섭이 커질 게 싫어 그동안 코라도를 왕위에서 계속 밀어내려 했던 것이고, 마지못해 기를 지지했다. 하지만 그도 이제는 포기한 마음이었다. 명성을 쌓고 자기만족을 하며 무용을 떨친다면 그걸로 만족할 것이다.


그리고 코라도라는 사내와 몇 번을 만나보니 비잔틴에 휘둘릴 성격은 아니라고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아니 오히려 비잔틴의 이사키우스 2세를 가지고 놀 인물이었다. 그러면 됐다고 결정한 것이다. 그리고 내심 코라도와 이사키우스의 다툼이 눈에 그려지니 리처드의 입에 미소가 살며시 지어지기도 했고 말이다.


그렇게 날을 세우며 대립했던 십자군들과 코라도의 극적인 화해가 이뤄졌다.


그때 때마침 류의 결혼식이 준비되고 있었다. 조촐한 결혼식을 하려 했지만, 리처드의 근위 기사라는 말에 코라도는 대성당을 추천했다. 티레에도 주교가 있었고, 그도 두 발 벗고 나서 화려한 결혼식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어떻게 보면 코라도의 체면이 걸린 일이라 생각한것이다.


코라도가 왕이 되면 그는 예루살렘의 대주교가 될 테니 말이다. 그래서 그는 류를 위해 최대한 웅장하면서도 화려한 결혼식을 준비하고 있었다.



***


장엄한 홀이다. 먼저 주교의 앞에 선 류는 안절부절못했다. 수많은 적 앞에서도 두려움보다는 즐거움을 느꼈던 류였다.


하지만 오늘은 태어난 이후 느껴보는 가장 큰 도전이었다.


'진짜 잘하는 건가? 괜히 어색해질 대로 어색해지는 게 아닌가? 연이가 이제 오라버니가 아니라, 낭군이라 부를 것인가?'


온갖 잡생각이 머리를 휘감아 돌았다. 문제는 어느 정도 폭풍을 불러왔으면 나가야 하는데 계속 돌고만 있다는 것이다. 초조함을 이기려 잠시 눈을 돌렸다.


코라도와 그의 부인이 연이 쪽에 섰고, 류의 쪽에는 리처드와 윌리엄, 그리고 장 씨가 섰다. 나이가 이제는 들 만큼 든 장 씨는 마음의 짐을 내려놓았는지 아이처럼 눈물을 훌쩍거렸다.


알폰소와 일렌느도 함께 있었다. 그 곁으로는 발리앙, 그리고 수많은 영주가 서 있었다. 영지도 없는 이름뿐인 기사인데 그를 위한 하객들은 수도 많았고, 신분들도 모두 휘황찬란했다.


갑자기 주변이 조용해졌다.


고개를 돌리지 않아도 알 것 같았다. 사람들의 입이 살며시 열리며 탄식을 뱉어냈다. 분명하다.


눈을 돌리자, 그녀가 들어서는 모습이 보였다. 하늘에서 선녀가 강림한 듯이 기다란 드레스를 입은 그녀가 보였다. 리처드의 아내 베렝게리아가 손수 골라 보내줬다는 드레스다. 애지중지 드레스의 천을 받아든 하녀가 뒤에 붙어 다가오고 있었다.


순간,


머리가 하얘졌다. 어떻게 진행되는지 아무 기억이 없다. 조용하게 귓가에 울리는 주교의 말에 겨우 정신이 들었을 때 한 소년이 반지가 놓인 작은 쿠션을 들고 다가왔다.


떨리는 손이다. 적의 목덜미를 움켜쥐고 울대를 부술 때도 이리 겁나지 않았다. 피에 절은 더러운 손이 이 성스러운 반지를 더럽힐까 걱정되었다. 부서지지 않게 조심스레 들어 그녀의 손에 끼워 넣었다.


그제야 제자리를 찾은 듯 작은 반지가 반짝였다.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귀가 울린다.


하지만 곧 조용해졌다.


그녀의 얼굴만이 류의 시야에 가득했다. 눈이 마주치자 연이는 수줍게도 얼굴을 붉히며 눈을 내리깔았다.


류의 손은 그녀의 턱을 잡아들었고 류는 조심스레 다가갔다. 누가 시키지 않았는데도 입술의 느낌이 전해졌다.


따뜻하고 보드라운 느낌. 향냄새가 은은하게 흘러들어왔다. 그녀의 심장 소리가 들렸다. 류의 심장도 질세라 쿵쾅거렸다.


그제야 조용했던 환호성이 다시 귀에 들려왔다.


류는 결혼했다.



***



리처드는 결혼식이 끝나고 다가왔다. 무슨 말이라도 할까 봐 류가 앞으로 나섰지만, 리처드는 류를 지나쳐 연이의 앞에 섰다.


"젠장, 아깝다."


갑자기 터진 리처드의 말에 연이는 웃음을 참지 못하고 입가에 손을 대며 방긋이 웃었다.


"레이디, 장난이오. 물론 남편이 없다면 내가 어찌해볼까 고민해보기는 했을 것이오."


"저는 한번 남편을 고르면 흔들리지 않을 겁니다."


그동안 배운 연이의 라틴어는 매끄러웠다. 이 정도로 자유자재로 쓸 유럽의 여인은 별로 없으리라.


"즐겁게 지내는 게 맞을 거 같소. 나도 성지로 오는 와중에 한 달 정도는 시간을 보냈으니 말이오. 그래도 왕과 기사는 다르니, 일주일 정도는 당신에게 내 소중한 기사를 맡기겠소이다."


"배려에 감사합니다."


"류, 키프로스의 풍광 좋은 저택에서 일주일만 쉬다 오게나. 자네가 돌아오면 슬슬 일을 마무리하러 떠날 것이야. 그래야 아름다운 아가씨에게 살 집을 줄 수 있지 않겠어?"


"감사합니다."


류는 리처드의 배려에 고개 숙여 예를 올렸다.



***



"멋진 남녀들이었소. 그렇지 않나? 코라도"


"저도 젊어진 것 같았습니다. 젊음이란 거 좋더군요."


리처드와 코라도는 성당을 빠져나가는 선두에 서서 조용히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성당의 밖에서는 수많은 인파가 모여들어 환호성을 지르고 있었다. 티레의 시민들은 리처드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자신들의 영주가 자랑스러운 것이다.


그리고 그는 왕이 돼서 이 혼란한 예루살렘 왕국의 빛이 될 테니 말이다.


코라도는 일일이 손을 들어 감사를 표하며 지나쳤다. 이탈리아 북부의 변경백 가문. 작지는 않은 영지를 가졌으나 자신은 첫째가 아니었다. 그런 그가 아버지보다 더 큰 영지를 지니게 될 것이니 얼마나 자랑스러운 일인가?


좀 껄끄러웠던 아버지와도 이제는 어느 정도 풀렸으니 만사가 순탄했다.


"그러면 저는 언제 왕이 됩니까?"


"내일이나 모레는 너무 이르잖아. 돌아오는 추수감사절 정도가 어떻겠어? 한 달도 남지 않았으니 말이야."


"알겠습니다."


둘의 대화가 이렇게 이어질 때 뒤에는 윌리엄만이 가까이 따르고 있었다. 둘의 비밀스러운 얘기가 새어나가지 않도록 말이다. 그리고 호위에 빈틈이 생겼다.



***


연이는 마차에 올라탔다. 치렁치렁한 옷자락에 행동도 어려우니 말이다. 왈가닥 같던 연이의 몸짓은 조심스러웠고, 기품마저 어려있었다.


그걸 바라보는 류의 곁에 알폰소가 다가왔다. 알폰소는 연이와 함께 마차에 올라타는 일렌느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일렌느는 결혼에 대해 수다를 떨려는 모양새였다. 일렌느는 연이의 겨드랑이를 살며시 잡으며 웃음꽃을 피웠다. 즐거운가 보다.


일렌느도 알폰소를 알아채고는 연이와 조금만 놀고 돌아가겠다며 손짓했다. 알폰소는 개의치 말고 오래 놀아도 된다고 말했다. 둘의 눈에는 사랑이 오가는 듯했다.


문이 닫히고 마차가 움직이기 시작하자, 그때 알폰소의 얼굴은 싸늘히 가라앉았다.


"류, 행복해야 해. 그리고 이따 집에 가면 말이야. 일렌느는 늦게 보내줘."


그때, 류의 귀에 날카로운 피리 소리가 들려왔다. 들어본 소리. 고개를 돌려 주위를 살펴봤다.


"무슨 일이야! 카나비!"


류가 외쳤다. 그동안 셰이크의 뒤를 쫓아달라 부탁했던 카나비의 피리가 지금 여기서 들렸다. 한참을 돌아보던 류는 인파들 사이에서 껑충한 키를 보이는 한 사내를 볼 수 있었다.


상인인 척 호화로운 옷을 입고 있지만, 체형은 눈에 들어왔다. 그는 입에 작은 피리를 물고 다시 한번 불었다. 주변의 사람들이 시끄럽다는 듯이 귀를 막아도 막무가내였다.


카나비가 분명했다. 그는 손을 들어 어딘가를 가리켰다.


반대편 인파들 사이에서 카나비를 마주 노려보는 사람이 있었다. 주변의 사내들이 흉흉한 표정으로 주변의 사람들을 밀어내고 있었다. 셰이크다. 빌어먹을 셰이크.


류는 알폰소의 허리춤에서 검을 뺏어 들듯이 뽑고 뛰었다. 다시 피리 소리가 들렸다. 카나비의 손이 이번에는 리처드와 코라도를 가리켰다.


몇몇 사내들이 인파를 헤치고 다가서고 있었다. 윌리엄은 아직 모른다. 그리고 왕들은 서로 얘기에 빠져들어 정신이 없었다.


류는 혀를 차며 발걸음을 돌렸다.


그리고 자신의 주군을 향해 미친 듯이 달렸다.


작가의말

류가 결혼했습니다. 잠시라도 행복하게 해주고 싶었어요. 그냥 그렇다고요. 모자른 녀석이죠.. ㅠㅠ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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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7 < #17. 성전은 이제 끝났다. 6-1 > +12 18.10.11 1,929 67 10쪽
206 < #17. 성전은 이제 끝났다. 5-2 > +10 18.10.11 1,893 62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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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 < #17. 성전은 이제 끝났다. 2-2> +20 18.10.02 2,224 69 10쪽
199 < #17. 성전은 이제 끝났다. 2-1> +8 18.10.01 2,144 67 10쪽
198 < #17. 성전은 이제 끝났다. 1-2> +14 18.09.30 2,233 75 10쪽
197 < #17. 성전은 이제 끝났다. 1-1 > +10 18.09.29 2,254 64 9쪽
196 < #16. 야파를 향해서 6-2 > +14 18.09.28 2,164 66 11쪽
195 < #16. 야파를 향해서 6-1 > +6 18.09.27 2,168 66 9쪽
194 < #16. 야파를 향해서 5-2 > +16 18.09.25 2,243 65 10쪽
193 < #16. 야파를 향해서 5-1 > +6 18.09.24 2,218 64 10쪽
192 < #16. 야파를 향해서 4-2 > +15 18.09.20 2,367 73 12쪽
191 < #16. 야파를 향해서 4-1 > +8 18.09.18 2,294 68 11쪽
190 < #16. 야파를 향해서 3-2 > +4 18.09.17 2,298 67 11쪽
189 < #16. 야파를 향해서 3-1 > +12 18.09.15 2,480 72 10쪽
188 < #16. 야파를 향해서 2-2 > +17 18.09.14 2,458 67 9쪽
187 < #16. 야파를 향해서 2-1 > +12 18.09.13 2,371 74 11쪽
186 < #16. 야파를 향해서 1-2 > +12 18.09.11 2,391 71 11쪽
» < #16. 야파를 향해서 1-1 > +21 18.09.10 2,485 69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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