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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자(話者) 님의 서재입니다.

무사, 기사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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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화자(話者)
작품등록일 :
2018.04.09 10:01
최근연재일 :
2018.10.11 15:10
연재수 :
21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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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904,559

작성
18.09.09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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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70
추천
72
글자
10쪽

< #15. 아크레 10-2 >

DUMMY

팽팽한 분위기가 가득했지만, 곧이어 달려온 초병의 말에 분위기는 바뀌었다.


“살라흐앗딘의 군대가 물러나고 있습니다. 조그맣게 몇 무리가 남아있지만, 그냥 정찰병인듯합니다.”


어색했던 와중에 좋은 소식이 하나 던져지자마자, 레반트의 영주들은 어떻게든 분위기를 돋우려 웃으며 얘기를 하였다. 트리폴리의 영주들은 갑자기 무릎 꿇고 감사기도를 올려 모두를 고개 숙이게 했고, 발리앙은 승리는 프랑스 왕과 영국 왕의 덕분이라며 말했다가 레오폴트의 눈총을 받았다.


“그러면 잘됐군요. 곧 말하려 했는데 말입니다. 차라리 지금이 적당한 때인듯합니다.”


레오폴트가 입을 열자, 모두 그를 쳐다봤다. 콧수염을 비비 꼬던 그가 기다리는 청중의 반응을 살피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리처드는 기다림이 짜증이 나는지 주먹을 쥐고 우두둑거리는 소리로 재촉했다.


“우리는 돌아갈까 합니다. 뭐, 전부는 아니고. 남아서 계속 성전을 하겠다는 인원은 남겨야죠.”


신성 로마의 병력은 이 년간의 전투로 많은 사상자가 있었지만, 추가로 증원은 없었다. 돌아간다 해도 많은 병력은 아니다. 하지만 사기에는 영향을 줄 것이다.


“아크레를 점령했습니다. 다시 힘을 모으고 있어요. 여기서 내려가면 야파, 아스칼론, 그리고 예루살렘입니다. 얼마 남지 않았어요.”


발리앙이 다급한 목소리로 테이블에 손을 대고 외쳤다.


“그러니, 여러분들에게 영광을 돌리겠습니다. 전황이 쉽지 않아지면 증원이 필요하지 않겠나요? 연락을 주시면 다시 십자군을 일으켜서 오지요.”


레오폴트의 말에 류는 빙긋 웃음이 새어 나왔다.


‘언제? 몇이나 데리고? 전황이 좋지 않다면 절대 오지 않을 것이다. 그러면서 체면은 살리고 싶은 거였나?’


리처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암묵적인 동의다. 갈 테면 가라는 반응이었다. 리처드는 사사건건 불만만 쏟아내는 레오폴트가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을 것이다. 깃발 사건 이후로 심해졌지만, 원래부터 그런 인간이었다.


“공작, 그동안 수고했소. 교황께서도 고마움을 표하겠지요. 여기 남아있을 십자군들을 대표해 경과 병사들의 노고를 칭찬하오. 뒤늦더라도 예루살렘은 꼭 오시오. 순례자의 길을 걸어야지.”


리처드가 그리 말하자, 결정이 나버렸다. 그런데 그게 끝이 아니었다. 필리프가 입을 이어 열었다. 필리프가 입을 열기도 전에 레오폴트의 눈이 머물러 있었던 걸 생각해보면 사전에 서로 말이 오갔을 것이다.


“나도 이번 원정은 여기까지일 것 같네.”


왕의 이탈은 크다. 게다가 필리프의 군대는 오천에 달한다. 순식간에 병력이 급감해버린다. 모두 너무 충격이 큰지 아무 말도 못 하고 있었다.


“이유는?”


리처드의 물음에 필리프는 어깨를 으쓱거렸다. 하지만 한번 뱉은 말에 거침이 없었다.


“뭐, 내가 있어봤자 큰 도움도 안 되고 말이야. 내가 몸이 약하잖아. 덥고 습한 기후에는 못 견디겠어.”


필리프의 말에 모두 어이가 없었다. 이곳에선 당연한 일이 아닌가? 필리프는 마르고 키가 큰 외형이었지만, 그렇다고 몸이 나쁜 편도 아니었다. 주변 영주들의 눈에는 의혹이 가득했다.


분위기가 레오폴트 때보다 좋지 않자, 필리프는 타협안을 던졌다.


“내 병력은 부르고뉴 백작에게 맡기겠네. 그리고 부르고뉴 백작의 지휘는 자네가 하는 게 좋겠지. 난 수행할 기사 열 명 정도에다가 병사 백 명만 데리고 돌아갈 거네.”


그 말에 레반트 영주들의 얼굴이 좀 풀렸다. 필리프가 리처드처럼 선봉에 서서 용맹을 발휘하는 영주도 아닐뿐더러 오히려 지휘권이 이렇게 되면 확실하게 서게 되니 말이다. 하지만 그 말에 리처드는 헛웃음을 내뱉었다.


“솔직히 얘기해봐. 플랑드르 백작의 영지가 탐이 나나? 네 직할령보다 커다란 그 땅이 마음에 들어? 아? 부르고뉴 백작의 땅도 집어삼킬 건가?”


“무슨 말이지? 리처드.”


“자기보다 큰 영지를 가진 봉신이 죽었다. 그 아들은 아직 젖먹이지. 아마 집안 누군가가 이리저리 후계자를 찾고는 있겠지만 지금이 제일 만만할 때가 아닌가? 그리고 부르고뉴 백작은 왕에게 병력을 받은 처지니 돌아갈 수도 없을 테고 말이야.”


“억측이라고 해야 하나? 아니면 악의적인 험담이라고 해야 할까?”


“그러면 말이야. 내가 충고 하나 하지. 너희들끼리 치고받고 하는 건 상관하지 않겠어. 하지만 내 땅에 넘어온다면 말이야. 병사 하나라도 넘어온다면 말이야. 난 참지 못할 거 같아. 살라흐앗딘보다 자네를 먼저 만나 오해를 풀려고 하겠지.”


“맹세하네. 자네가 돌아오기 전까지는 그런 일이 없을 것이야.”


오른손을 들어 그는 가벼이 맹세했다. 하지만 아무도 믿지 않았다. 리처드도 그리 믿지 않는 분위기였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던 리처드는 나가버렸고 근위 기사들은 그 주위를 감쌌다. 나도 그 뒤를 쫓았다.


“하. 녀석. 머리는 뺀질나게 굴리는군. 더러운 협잡꾼 새끼.”


“왕이시여. 너무 천한 말투입니다. 그냥 죽일 녀석이라고만 하시죠.”


“이해가 가기는 하지. 왕인데, 자신의 명을 받드는 영주들이 영토도 크고 힘도 세다? 못 견딜만하지. 녀석은 이번 십자군 원정을 말이야. 자기 영토를 굳건히 하는 데 쓰려고 마음먹은 거야.”


“그래도, 교황께서 분노해서 파문이라도 하면 손해가 더 클 텐데요.”


“그랬으면 좋겠다.”


랜포트와 리처드의 말에 류로서는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 있어 고개를 갸우뚱하자 떠버리 제임스가 넌지시 알려주기 시작했다.


“프랑스라는 나라는 말이야. 뭐 좀 누더기 같아서 국왕의 직할령이 있고, 여러 백작, 공작들의 영지가 있는데 그중 몇몇은 국왕보다 영지가 커. 그러니 얼마나 배가 아프겠어?”


“그것도 좀 이상하군요.”


“뭐, 원래 왕의 후손들이 나눠서 무슨 무슨 공작 이렇게 나누게 되어있지. 커다란 땅이지만 결국 시간이 흘러 흘러가면 누더기가 되는 게 당연해. 그 와중에 태어난 필리프는 짜증이 나겠지. 그래서 손 보려는 거야.”



***



필리프는 떠나면서도 자그마한 불덩이 하나를 던지고 떠나버렸다. 예루살렘의 왕으로 코라도를 지지한다는 칙서를 놓고 가버린 것이다.


리처드는 자신의 손으로 쫓아냈었지만 기를 지지하고 있었다. 자기가 아는 수준의 꼭두각시를 원했던 것이다. 필리프는 이 십자군들의 지휘권이 통일되지 않았으면 한 것이고 말이다.


티레를 굳건히 집어삼킨 코라도. 사실상 레반트의 영주 중에 가장 큰 세력이 되어버렸다. 게다가 욕심이 있으니 리처드로서는 껄끄러웠다. 하지만 그의 손을 잡는게 가장 나았다.


“그래, 기. 분위기는 자네에게서 코라도로 기울었네.”


리처드의 말을 듣는 기는 참담한 표정이었다. 그래도 열심히 전투를 벌이며 그동안의 허물을 벗고자 노력했는데 말이다. 사실 이 아크레를 점령한것도 처음 자신의 원정이 시작이 아니었는가? 참담한 표정은 불쾌감으로 바뀌어가고 있었다. 리처드는 놓치지 않고 달랠 수를 던졌다.


“내가 이번에 키프로스를 얻은 건 알겠지?”


리처드는 이곳으로 오기 전에 키프로스의 왕과 다툼이 벌어져 결국 전쟁을 벌였다. 그리고는 그곳을 점령해 자신의 영지로 만들어버렸다. 그래서 지금 키프로스는 대서양에 떠 있는 십자군들의 보급기지 역할을 하고 있었다.


“들었지요. 리처드 전하.”


“그곳의 왕을 하도록 하게. 이곳은 넘겨야겠어. 코라도도 자신을 예루살렘 왕으로 인정해준다면 전폭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밀서를 보냈다네. 이렇게라도 도움이 된다면 그것도 자네의 공이네.”


“......알겠습니다.”


잠시 고민하던 기는 승낙했다. 지금 기는 가진 것이 없었다. 게다가 키프로스도 작지 않은 섬이었고, 주민인 그리스계 기독교인들은 모두 순박하고 조용히 지배자의 뜻을 따른다고 했다. 싸움이 끊이지 않을 예루살렘 왕보다는 오히려 나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유럽의 왕과 귀족들의 입에 오르내릴 일은 이제 없을 것이다. 이제 역사의 뒷안길로 조용히 사라지면 되리라.


기가 기쁜지 슬픈지 알기 힘든 표정으로 방을 나가자, 리처드는 근위 기사들에게 티레에 잠시 가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코라도와 향후 일에 대해서 논의하려는 것이었다. 그리고 가능하면 대관식도 주재하여 코라도와의 관계도 돈독하게 하겠다는 의미도 있었다.


“그러면 잘 대처하고 있고. 적들은 물러갔지만, 곧 출정해야 할 거야. 슬금슬금 병사들 몸도 좀 만들어놔. 그리고 한 둘만 티레로 같이 갔으면 하는데······.”


류가 앞으로 나서며 부탁을 드렸다.


“류, 자네가 가겠다?. 뭐 가족들도 있다고 하니 그렇게 하도록 하지.”


“아. 저도 좀 사람들이 득실득실한 곳에 있고 싶습니다. 분명 랜포트는 여기 책임자로 놓아둘 것이니 우리 둘 중 하나 아닙니까? 제가 갈 겁니다.”


제임스가 나서자, 윌리엄도 으르렁거렸다.


“나도 가야겠어. 나도 말이야. 여자 품이 그립다고. 여기는 여자가 없어. 여자가 말이야.”


“젠장, 나도 품이 그립다.”


분명 둘 다 상관지역의 사창가에 놀러 갈 생각이었나보다. 부대를 따라다니는 창기들도 있지만 좀 수준이 있고 아름다운 여인들은 부대를 따라다니지 않았다. 꽃으로 나비가 날아오는 게 맞는 법이라며 말이다.


“이봐, 류. 이번만 자네가 양보하면 안 되나?”


점점 리처드의 눈이 윌리엄으로 향하자, 제임스가 다급한 목소리로 외쳤다. 하지만 류는 머리를 긁적이며 곤란하다고 얘기했다.


“왜? 이 매정한 녀석아. 우린 아직 친해지지 않았어. 미안한 척하지 말고 말이야. 너 텃세라는 거 알아? 지금부터 잔뜩 부릴 테다.”


“사실 저······. 이번에 결혼합니다.”


제임스의 입은 다물어졌다. 눈이 휘둥그레지며 눈살이 찌푸려지는 게 뭐라 말하고 싶은 표정이었다. 잠시 후 겨우 열린 입에서 말이 새어 나왔다.


“왜?”


류로서는 결혼이라는 말에 다들 똑같은 반응을 보이는게 이제는 이상함을 넘어 조금은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사랑하니까요.”


작가의말

오늘은 일찍 올렸습니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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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7 < #17. 성전은 이제 끝났다. 6-1 > +12 18.10.11 1,933 67 10쪽
206 < #17. 성전은 이제 끝났다. 5-2 > +10 18.10.11 1,895 62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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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 < #17. 성전은 이제 끝났다. 3-2> +10 18.10.05 2,108 69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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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 < #17. 성전은 이제 끝났다. 2-2> +20 18.10.02 2,226 69 10쪽
199 < #17. 성전은 이제 끝났다. 2-1> +8 18.10.01 2,147 67 10쪽
198 < #17. 성전은 이제 끝났다. 1-2> +14 18.09.30 2,235 75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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