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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자(話者)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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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화자(話者)
작품등록일 :
2018.04.09 10:01
최근연재일 :
2018.10.11 15:10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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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4,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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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904,559

작성
18.09.24 0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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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64
글자
10쪽

< #16. 야파를 향해서 5-1 >

DUMMY

카이사레아에서의 전초전에서 승리한 십자군은 속도를 올려 빠르게 전진했다. 그동안 몇 번의 전투가 벌어졌지만 비슷한 양상으로 흘러갔다. 십자군은 버티며 전진만 했고, 사라센군은 어떻게든 늦추려 애를 쓸 뿐 크게 전세가 변하는 경우는 없었다.


그리고, 이제는 리처드의 말에 토를 다는 지휘관은 없었다.



***



“만만치가 않군.”


하지즈는 대답하기가 곤란했다. 곁의 타키 앗딘도 입을 다물고 멍하니 있었다. 살라흐앗딘은 말라리아로 고열에 시달리면서도 눕지 못하고 지도를 바라보고 있었다.


알 아밀은 이집트 의용군을 단속하다가 조금 늦게 작전 회의에 들어왔다. 이번에 이집트에서 징병한 병력은 처음으로 십자군과 맞서 싸우는 이들이 많았는데 전투의 참혹함에 당황해하고 있었다.


“역시······. 아르수프인가?”


“그렇습니다. 야전으로 몰아가려면 여기밖에 없습니다. 여길 지나면 다시 해안가 도로로 접어듭니다. 속도도 올라갈 것이고, 포위할 기회가 사라집니다.”


살라흐앗딘의 말에 하지즈가 답했다. 다른 이들은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동의했다. 넓게 펼쳐진 평원으로 십자군은 진격할 수밖에 없다. 여기서 승부를 내겠다는 생각이다.


그들 머릿속에는 하틴이 떠올랐다. 적의 대오를 갈가리 나눠 자그마한 무리로 가둔 채 하나하나 말려 죽였다. 하틴에서 벌어진 전투, 아니 학살 때 사상 비는 십 대일 이 넘어가 버렸었다. 이만 오천의 십자군이 무너뜨리는데 사라센군은 겨우 천오백의 사상자만이 나왔었으니 말이다.


“이렇게 하죠. 저의 병력이 중앙을 꿰뚫을 것입니다. 후미는 알 아딜 께서 밀어 붙여주시죠. 적의 증원을 막아낼 테니 그동안 절반을 잡아먹는 겁니다.”


“만약 생각대로 흘러가지 않으면요?”


타키 앗딘의 말에 하지즈가 조심스레 물었다. 전쟁은 언제나 최악을 생각해야 하니까 말이다.


“그럴 때는 병력을 물리며 작은 싸움을 계속 붙여서 끌어들이겠습니다. 숲에 남은 술탄의 병력까지 끌고 오겠습니다. 녀석들이 당황해서 도망치려 하면 옆으로 빠졌던 저의 중기병이 쫓아 짓밟겠습니다.”


살라흐앗딘은 장수들의 의견을 이리저리 고민해봤지만 뾰족한 다른 수가 보이지 않았다. 절반으로 가르면 적은 만 명, 밀어붙이는 사라센군은 삼만에서 사만이다. 세배에서 네 배. 거기다가 조금이라도 이상한 기미가 보이면 후위로 물려서 포위 공격. 그때는 거의 다섯 배의 병력 차다.


진다는 것은 오히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살라흐앗딘은 찜찜했다. 한참을 지도를 바라보며 좀 더 나은 수가 없는가? 골똘히 고민하던 술탄은 병세에 지쳐 포기하고 작전을 승인했다.


쉬기 위해 누운 술탄의 표정이 너무나 피곤해 보여 천막을 빠져나오는 장수들은 발끝을 들고 조용히 나섰다.


멀지 않은 거리에서 십자군들이 야영을 위해 불을 올리는지 검은 하늘 한편이 조그맣게 환해져 있었다.


“그냥 야습이나 한번 해볼까?”


“그만두시죠. 어차피 내일 결전입니다.”


하지즈의 만류에 타키 앗딘은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의 천막으로 사라졌다. 아마도 내일 가장 힘든 자리에서 버텨내야 할 장수이니 하지즈는 그의 몸 상태가 최상인 게 나으리라 생각한 것이다.


“류 녀석이 있었다면 대신할 수 있었을 텐데······. 어쨌든 우리 편 제일의 용장이니 믿어야지.”


이리저리 덧셈과 뺄셈을 해보던 하지즈는 결국 소용없다는 생각에 피식 웃었다.


‘여기까지 날아오르게 해준 것만 해도 고맙기는 하다만. 하필이면 적이냐? 다른 모습으로 만난다면 이렇게 밉지도 않을 텐데······. 하긴. 녀석이 이해가 가기도 하지만 말이야.“


하지즈도 자신의 천막으로 급하게 발걸음을 옮겼다. 내일 전투에서 살라흐앗딘의 눈이 되고 입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아침부터 저녁까지 쉬지 못할 것 같았다.



***



같은 시간, 오랜만에 십자군의 수뇌들이 모였다. 출진하기 전에 리처드가 생각했던 결전의 시간이 다가왔으니 모일 때도 되었다고들 생각하고 있었다.


”내일이면 아르수프로 진입한다. 좋은 의견이 있으면 개탄 없이 얘기들 해봐.“


리처드의 말에 이리저리 의견이 튀어나왔다. 방진을 세우고 준비를 하자는 의견부터 오히려 공격하는 게 어떠냐는 의견. 조금 물려서 돌아가는 척하다가 역습을 가하자는 의견. 정리가 되지 않았다.


목소리가 조금씩 올라가다가 평소 사이가 좋지 않았던 이들은 슬며시 험담을 시작했고 말다툼은 커져만 갔다.


리처드는 테이블에 두 손을 모아 턱을 괸 채 지도를 훑어보다가 필요 없다는 듯이 밀어젖혔다. 그 행동에 십자군 영주들의 입이 다물어졌다. 조용해지자, 리처드는 영주들에게 물었다.


”궁금하군. 우리의 용사들이 몇 명의 적과 싸워도 이길 것인가? 다른 분들은 어떻게 생각들 하시나?“


윌리엄이 의기양양하게 나섰다.


”적어도 열입니다. 저라면 한 스물.“


”기고만장한 허풍이다. 그건 기각. 그래 제임스 너의 의견은?“


구석에서 손을 번쩍 들고 휘휘 젖던 제임스를 바라본 리처드가 물었다. 그러자 제임스는 그나마 합리적인 의견을 제시했다.


”셋입니다.“


그 의견에는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들이 많았다. 리처드는 제임스 옆에 가만히 있던 류에게 손을 가리켰다.


”변수가 많아서 가늠하기 힘듭니다.“


류는 간결히 대답했다. 리처드의 생각이 무엇인지 조금은 알아챘지만 별로 내키지 않았다.


”그러면 그 녀석들도 우리가 셋 정도는 상대할만하다. 그리 생각하겠지.“


리처드가 결론 내리자 모두 고개를 끄덕이기 시작했다. 류는 편두통이 생기는 듯이 한쪽 눈을 찔끔거렸다.


’함정을 파면 되지. 왜 같이 들어가려 하는가?‘


그리 생각하다가도 리처드의 마음도 이해가 갔다. 이번 한 번에 결판을 내자는 생각. 함정을 파고 자잘하게 전투를 벌여 계속 이긴다고 해도 언젠가는 질 수도 있다. 아니, 언젠가는 질 것이다. 아무리 운이 좋다고 해도, 신의 가호를 받는다고 해도 이기기만 하겠는가?


십자군은 죽어 나가면 보충이 힘들지만, 살라흐앗딘은 곧 병력을 끌어모아 다시 지평선에 늘어선 대군으로 십자군의 기를 꺾을 것이다.


”위그 백작과 튜턴 기사단이 주축이 되어 선두로 나선다. 랭커스터 백작은 영국군 절반을 맡아 선두와 함께 움직이세요. 중위는······. 기, 자네가 맡아주게나. 바로 내 부대가 뒤일 테니 걱정은 말고.“


리처드가 내일 진군할 진형에 관해 얘기하고 있었다. 모두 고개를 끄덕이며 지시에 따르기를 맹세하고 있었다. 남은 건 구호기사단과 템플 기사단이었다. 두 지휘관의 눈을 살피던 리처드는 방패를 후미에 세우기로 했다.


”가르니에, 자네의 구호기사단이 최후미다. 로베르 자네의 템플 기사단이 바로 앞이고.“


가르니에는 큰 영광이라는 듯이 고개를 푹 숙이며 예를 올렸다. 하지만 리처드는 칭찬보다는 다시 한번 다짐을 받으려 물었다.


”내 명령 없이 공격은 금지. 알고 있지요?“


”물론입니다. 왕이시여. 반드시 지키겠나이다.“


”그러면 모두 쉬도록 하시지요. 내일은 아침 일찍 움직여봅시다.“


리처드의 축객령에 영주들이 모두 자신의 숙소로 나서는 와중에 리처드는 자신의 근위 기사들만 불러 남겼다. 할 말이 있었던 것이다.


”랜포트, 내일 랭커스터 백작을 보좌해.“


랜포트는 못마땅한 표정으로 마지못해 고개를 숙였다. 연이어 리처드의 말이 이어졌다.


”전투가 벌어질 것이다. 프랑스와 독일, 랭커스터의 군이 합쳐지면 절반 정도. 만 명이 살짝 넘겠지.“


”네. 그렇습니다.“


”전투가 벌어지면 후위로 돌지 말도록. 그냥 전진해서 야파를 점령하라고 해.“


모두 당황한 표정이었다. 류는 자기 생각이 맞아떨어졌기에 그나마 나았지만 다른 이들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표정들이었다.


”어째서? 전하. 그러다가는······. 남은 병력이 밀려버립니다.“


제임스는 더이상 참지 못하고 질문을 던졌다.


”아까 얘기들이 있었잖아. 우리 용사들은 혼자서 셋 정도는 상대한다고······. 그러면 세배 이상 차이가 나지 않는다면 녀석들은 고민할 거야. 전력으로 밀어붙이지 않겠지.“


”남은 만 명으로 사만오천을 상대한다 이겁니까? 야전에서요?“


윌리엄조차도 되물었다. 그러자 리처드는 귀찮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일 뿐 대답도 하지 않았다.


”재미없습니다. 전하, 전 재미없는 곳으로 빠져나가는군요.“


당황한 다른 이들과는 달리 랜포트는 전투에서 빠지라는 소리에 슬그머니 화가 치민 듯했다. 리처드는 그 얼굴을 빤히 바라보다 가라앉은 목소리로 부탁을 했다.


”중요한 일이다. 잘못되면 잉글랜드에서 데려 온 오천 병사는 살려서 돌아가라. 야파를 점령하면 배로 퇴각할 수 있을 것이다. 돌아가면 필리프와 한동안 치고받을 테니 그걸로 만족해.“


”그러면 존에게 충성을 다하라고요?“


존이라는 이름이 나오자 모두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류가 얼핏 듣기로는 리처드의 동생이라고 했었는데 이들의 반응을 보니 존이라는 사람은 인기가 없어 보였다.


”본가인 앙주에 인물이 없으면 분가인 랭커스터나 요크도 괜찮지.“


다들 아연실색했다. 필요하다면 동생이 아니라 다른 이에게 충성하라 명한 것이다. 그만큼 리처드도 죽음을 각오하고 있었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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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 < #17. 성전은 이제 끝났다. 2-2> +20 18.10.02 2,224 69 10쪽
199 < #17. 성전은 이제 끝났다. 2-1> +8 18.10.01 2,144 67 10쪽
198 < #17. 성전은 이제 끝났다. 1-2> +14 18.09.30 2,233 75 10쪽
197 < #17. 성전은 이제 끝났다. 1-1 > +10 18.09.29 2,253 64 9쪽
196 < #16. 야파를 향해서 6-2 > +14 18.09.28 2,164 66 11쪽
195 < #16. 야파를 향해서 6-1 > +6 18.09.27 2,168 66 9쪽
194 < #16. 야파를 향해서 5-2 > +16 18.09.25 2,243 65 10쪽
» < #16. 야파를 향해서 5-1 > +6 18.09.24 2,218 64 10쪽
192 < #16. 야파를 향해서 4-2 > +15 18.09.20 2,367 73 12쪽
191 < #16. 야파를 향해서 4-1 > +8 18.09.18 2,293 68 11쪽
190 < #16. 야파를 향해서 3-2 > +4 18.09.17 2,298 67 11쪽
189 < #16. 야파를 향해서 3-1 > +12 18.09.15 2,480 72 10쪽
188 < #16. 야파를 향해서 2-2 > +17 18.09.14 2,458 67 9쪽
187 < #16. 야파를 향해서 2-1 > +12 18.09.13 2,371 74 11쪽
186 < #16. 야파를 향해서 1-2 > +12 18.09.11 2,391 71 11쪽
185 < #16. 야파를 향해서 1-1 > +21 18.09.10 2,484 69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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