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Prologue >
함성이 가득 들려온다.
언제나 지던 우리 쪽은 이번은 다를 것이라 기대하고 상대는 언제나처럼 낙승을 기대한다. 나도 속 좋게 저 환호 속에 숨고 싶지만······. 이 꼴로는 힘들 것 같다.
나를 노려보며 한껏 속도를 올리는 강철의 갑주가 보인다. 무거운 기사를 지탱한 채 달려오는 군마의 눈빛은 피로를 넘어 광기로 향한다. 투레질하는 거친 숨결에 침을 흘리며 미친 눈빛이다. 주인의 창끝이 꿰뚫지 못하면 대신 밟아서라도 해치우겠다는 듯이 말이다.
나도 고삐를 당기고 옆구리에 박차를 박아넣는다. 천천히 속도를 올리며 상대와 보조를 맞춘다. 점점 빨라진다. 주변의 풍경이 날아가듯 스쳐 간다. 순식간에 거리가 좁혀진다. 기사의 날카로운 창끝이 가슴팍을 노리고 밀고 들어온다.
형이 말하던 때다.
힘이 부딪칠 때 그 찰나의 순간. 밑에서 쳐올린 삭이 녀석의 창 사이를 파고들어 어깻죽지 밑에 박힌다. 녀석은 중심을 잃으면서도, 빗나간 창일망정 내 투구를 빗겨 맞혔다. 비틀거리며 넘어지지 않으려 애를 썼다. 고삐를 꽉 쥔다. 머리가 울린다. 조금만 더 잘못 맞았으면···. 내가 저렇게 되었으리라.
상대는 중심을 잃어 땅바닥으로 떨어졌다. 운이 나빠 목부터 떨어진 사내는 잠깐 부들거리고 있다가 축 쳐져 버렸다. 이렇게 찰나의 승부가 끝났다.
등 쪽에서 사람들이 환호와 더불어 괴성을 지른다. 나는 고삐를 잡아 몸을 돌려 돌아간다. 사람들의 열띤 고함은 점점 박자가 맞아들어가 한목소리가 되었다.
[알파리스 알아스와드]
검은 기사······. 그들이 날 부르는 이름이었다.
주인 잃은 군마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땅에 고개를 처박고는 풀을 찾아 헤매고 있었다. 평화로운 표정이었다.
***
"이 복덩어리. 넌 이교도지만 역시 신의 가호를 받는 게 맞는다니까!"
검은 터번의 중년 사나이는 웃으며 얘기한다. 하지만 나는 냉정히 손가락을 굽혀 알린다.
"앞으로 다섯 명이면 약속은 끝나는 거다. 잊지 마."
순간 탐욕스럽게 빛나던 눈동자가 흔들리는 모습이 보인다. 하지만 잠시 후 녀석은 너털웃음으로 넘긴다. 대수롭지 않은 척하지만 녀석은 초조하리라.
이제 다섯이면 우리 사이는 끝나니까.
이제는 놔줘야 하니까······. 아쉬울 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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