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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자(話者) 님의 서재입니다.

무사, 기사 되다.

웹소설 > 작가연재 > 퓨전, 대체역사

완결

화자(話者)
작품등록일 :
2018.04.09 10:01
최근연재일 :
2018.10.11 15:10
연재수 :
21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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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904,559

작성
18.09.17 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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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
글자
11쪽

< #16. 야파를 향해서 3-2 >

DUMMY

“중간중간 약속한 금액을 받으면 사람을 넘기기 시작했습니다만, 약 삼천 명 정도의 포로가 남아있습니다. 약속한 한 달 기한이 다 되어가지만, 알 아밀은 사자를 보내어 시간을 연장해달라고 하고 있습니다.”


포로들의 관리를 맡은 부르고뉴 백작 위그가 상황을 설명했다.


“얼마나?”


“한 달입니다.”


리처드만이 아니라 다른 영주들의 눈살도 모두 찌푸려졌다. 지금도 늦었다. 적이 대비를 하기 전에 움직여야 하는데 이미 주변에 무슬림 군대는 모여들고 있었고 공격할 성채들은 대규모로 보수가 진행되고 있었다.


“음. 성채를 고칠 돈은 있어도 포로를 데려올 돈은 없다. 이건가?”


“알 아밀의 얘기로는 살라흐앗딘이 백방으로 아미르들에게 협조를 구하고 있는 거는 맞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아미르들은 자기 주머니를 열기 싫어하는 족속들이라서요. 성채는 영지를 받은 아미르들이 자기 능력껏 진행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발리앙의 말이 이어졌다. 상황을 설명하며 파국으로 치닫는 것은 막고 싶어 하는 말투였다. 리처드는 발리앙의 말을 진중하게 귀담아들었다.


“우리 준비는 얼마나 걸릴까?”


“제노바와 피사 함대가 보급과 해상 방위를 맡을 겁니다. 그쪽 선장들과 급히 논의한다면 한 일주일이면 되지 않을까요? 사전에 교감은 있었습니다.”


아벤 백작 자크가 말을 이었다. 보급 관련해서는 그가 총 책임자에 올라와 있었다. 갑작스레 제노바와 피사의 힘을 빌려야 하지만, 그쪽의 제독들과는 친한 사이이니 그의 말에 힘써줄 것이다.


“알 아밀에게 알려라. 일주일을 연장한다고 말이야.”


그 날의 회의는 그렇게 끝났다. 하지만 뒤끝은 좋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도 포로의 몸값은 계속 늦춰졌다. 알 아밀의 애원에 추가로 일주일을 연기해주기까지 했다. 하지만 그 마지막 기한도 지나버리자 리처드는 결국 포로들을 언덕으로 몰아세웠고 멀리 사라센 기병들이 지켜보는 와중에 목을 하나하나 베어 죽였다.


이틀 뒤, 기독교도 포로 팔백여 명이 아크레의 고지에서 바라보이는 반대편 언덕에서 목이 잘려 죽었다.


그렇게 서로 적개심이 가득한 채로 전쟁의 불꽃은 다시 타오르기 시작했다. 다음 날 아침 리처드의 지휘에 이만여 명의 십자군은 야파를 향해 진격을 시작했다.


아크레를 나선 십자군을 막으려 살라흐앗딘은 다시 군대를 모았고, 수는 사만오천 명에 달했다.



***



“첫째, 창부들은 데려가지 않는다.”


대부분의 전쟁에는 기독교도나 무슬림 군대나 가릴것 없이 창부들이 길게 줄을 서서 따라다니는 게 관례였다. 하지만 리처드는 이를 금했다.


“둘째, 완전무장한 채 기병과 보병은 전열을 맞춰 천천히 행군한다.”


리처드는 이렇게 지시하며, 기병을 보병들 사이에 두게 했다. 기사단이나 몇몇 기병들이 분을 못 참고 달려나가게 되면 혼전이 벌어질 게 뻔했으니 안에다 두고 가두겠다는 생각이었다.


“셋째, 매일 대열의 순서를 바꿀 것이다. 한쪽 병력만 피해가 커지는 것을 막겠다. 공평하지?”


이 말에 부르고뉴 백작 위그는 고맙다는 표정을 지으며 끄덕였다. 필리프 때문에 분풀이가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있었으니까 말이다. 리처드가 만약 후미나 선두만을 프랑스군으로 세운다면 피해가 클 테니 말이다. 하지만 첫날 행군에서 후미를 맡게 되자, 위그는 리처드의 말이 단지 말뿐이 아닌지 걱정하기 시작했다.


“넷째, 절대 어느 부대도 명령 없이 공격에 나서지 마라. 명령이 없으면 그 자리에서 버티다가 죽어라.”


모두 그 말에는 숙연한 표정으로 입을 다물었다.


선두는 기의 군대가 앞장섰다. 레반트의 병력에다가 아벤 백작 자크의 병력까지 합쳐 모두 오천 명에 달했다. 바로 뒤에는 템플기사단과 구호기사단의 병력이 따라붙었다. 기사는 팔백 명 정도였으나, 종자나 보병을 합치니 그래도 이천 명에 달했다. 그 뒤는 리처드의 병사들이다. 영국과 아키텐, 노르망디에서 온 병사가 모두 팔천 명에 달했고 앙리의 상퍄뉴 군대도 이곳에 합류했다. 그 뒤는 튜턴 기사단이라 이름 붙은 레오폴드가 남긴 병력이 이천 명, 마지막은 프랑스 왕 필리프의 군대가 천여 명. 부르고뉴 백작 위그의 지휘를 받는다.


모두 합쳐보니 이만에서 조금 모자란 숫자였다.



***



군대는 거대한 무리를 이뤄 꾸물거리며 해안도로를 걷기 시작했다. 몇십 미터를 걸으면 바닷가에 풍덩거리며 몸을 식힐 수 있겠으나, 땀에 절어버린 갑옷에서는 더운 열기만 치솟았다.


군대가 아크레를 나선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행렬의 좌측에 보이는 언덕에는 무슬림 기병들이 조금씩 몸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정찰을 위한 병력이다. 가끔 활에 자신 있는 자가 언덕 위에서 화살을 날려봤지만, 턱없이 먼 거리였다.


“우리도 적의 위치는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 각 부대에서 소규모로 정찰조를 만들어 주변으로 뿌리라고 해.”


리처드는 그리 랜포트에게 지시했다. 리처드의 말을 들은 랜포트가 고민하더니 오히려 질문하기 시작했다.


“왕이시여. 접전은 금하라 할까요?”


“뭐, 분풀이라도 하려면 말릴 수는 없겠지. 다만 적이 많은데 바보처럼 달려들지는 말라고 해라. 포로가 돼도 몸값은 못 주겠다고 해.”


“알겠습니다.”


랜포트가 선두로 달려나가 기의 부대에 말을 전하자 기의 부대에서 십여 명의 기병으로 이뤄진 정찰대 세 개가 전방을 향해 달려나가기 시작했다. 그걸 본 언덕 위의 무슬림 기병들도 바삐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마도 맞서 싸우려는 게 분명했다. 랜포트는 계속 말을 달려 각 부대에 리처드의 말을 전했고, 그러자 곧 수십 개의 정찰조가 대열을 벗어나 흩어졌다.


“전하, 우리도 좀 내보내야죠?”


윌리엄이 리처드를 향해 애원하듯이 말을 걸었다. 보나 마나 랜포트가 돌아오면 정찰조를 맡길 게 뻔해 보였으니 말이다.


“싫어. 넌 가끔 정도가 지나쳐서 말이야.”


“조심하겠습니다. 저도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예전보다는······. 좀 진중해졌다고 해야 할까요?”


“거짓말. 장가도 안 간 녀석이 어른이 다됐다는 투로 말하지 마라. 네 녀석은 턱에 흰 수염이 나도 어린애일 뿐이야.”


윌리엄은 조금 창피하다는 듯이 고개를 돌렸지만, 쭉 튀어나온 입술은 쉬지 않고 재잘거렸다.


“왕이시여. 제가 언제나 하는 얘기 기억하시죠?”


윌리엄의 말에 곁에 있던 제임스가 끼어들었다. 아주 환하게 웃으면서 외운다는 듯이 말이다.


“언젠가는 꼭 왕의 생명을 구하겠습니다. 그 말? 우리는 모두 거짓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네.”


“그 경망스러운 입을 다물지. 전하, 전 전하를 구해낼 때까지 절대 포로 따위는 되지 않겠습니다. 그러니 걱정하지 마시고 바람 한번 쐬고 오게 해주시죠. 아! 결혼한 사내만 진중하다. 그러면 여기 마음에는 들지 않지만, 견습 근위 기사 녀석을 끌고 가지요.”


견습이라는 단어에 힘을 주어 말하며 윌리엄은 류를 가리켰다. 류는 코웃음을 쳤으나 꽉 짜인 대열 가운데에서 천천히 행군하는 건 기분 좋은 일은 아니었다. 류도 조금은 솔깃했다.


“분명히 얘기한다. 다른 녀석들은 몰라도 네 녀석은 포로가 돼도 몸값 따위는 없다. 오히려 몸값 대신 왕창 보물을 보내서 제발 거둬달라고 애원할지도 몰라.”


“저도 재산은 별로 없으나, 윌리엄의 새 주인에게 밥값이나 최대한 보내야죠. 밥이나 축낼 녀석이니 말입니다. 하하하”


제임스의 말에 부들거리던 윌리엄은 리처드의 허락에 말을 몰고 나갔고 류도 따라나섰다. 리처드는 애잔한 눈빛으로 윌리엄을 잘 부탁한다는 듯이 류를 쳐다봤고 류는 고개를 끄덕였다.


기사 둘과 빠른 경기병 다섯으로 이뤄진 정찰조는 대열을 이탈해 언덕을 향해 달려나갔다.



***



언덕 위에 오르자 근방이 모두 보이기 시작했다.


주변 곳곳에서는 작은 다툼이 벌어지고 있었다. 어느 곳에서는 십자군 기병들이 적의 뒤를 뒤쫓고 있었고, 어느 쪽은 무슬림 기병들의 화살에 쫓겨 도망치고들 있었다.


“자아, 그러면 우리는 어느 쪽으로 가볼까?”


윌리엄이 조용히 가늠하고 있던 와중에 오른편의 숲속에서 베두인 기병들이 튀어나왔다. 커다란 곡도를 휘두르며 달려드는 적들을 보자, 말에 타고 있던 기병들이 활을 당기고 말을 물렀다.


화살에 목이 꿰뚫린 베두인이 허우적대며 떨어지자 류도 창을 휘두르며 달려들었다.


“젠장, 내건 남겨놔.”


곡도를 받아내며 창을 오른편으로 흔들어 쳐내자 상대는 가슴팍이 비어버렸다. 그때 뒤에서 달려든 윌리엄의 창이 녀석의 가슴에 꽂혔다. 다시 뒤에서 다가오던 적을 맞아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크게 베어내니 방패를 들고 막아보려던 녀석은 힘에 밀려 말에서 굴러떨어졌다.


순식간에 셋이 죽자, 녀석들은 당황하더니 몸을 돌리려 했고 다시 둘이 화살에 떨어지자 적들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숲속으로 달려들었다.


쫓으려던 윌리엄의 팔목을 류가 잡아챘다.


“왜? 복병이 있을 만한 숲이 아니야. 조그마하다고.”


“아니, 저쪽을 봐. 녀석들도 본대가 왔어.”


윌리엄은 아직도 달아오른 몸을 식히지 못하고 달려들려 하다가 류의 말에 고개를 돌렸다. 저쪽 능선 너머에 적 기병들이 조금씩 몸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적의 군대는 숲을 가로질러 높은 고지를 차지한 채 천천히 전진하기 시작했다. 숲에서 나오기 시작한 군대는 대열을 맞춰 해안가를 진격하는 십자군과 평행하게 줄을 맞춰 속도를 맞추기 시작했다.


“젠장, 적당한 곳이 나올 때까지 바로 곁을 지켜보겠다?”


“그런 거 같군. 한동안 같이 진군하는 모양새이겠는데.”


숲에서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튀어나오는 무슬림 군대를 지켜보던 류는 윌리엄에게 돌아가자고 말했다.


“적들이 주변을 정리하려고 하고 있어. 적들의 정찰조가 백 명씩은 되는 거 같아. 우리로서는 무리야.”


류의 말대로 살라흐앗딘은 천천히 진군하는 본대에서 수백 명씩을 무리 지어 십자군 부대의 삼면에다가 뿌려대기 시작했다. 그걸 알면서도 몇몇 정찰조는 달려들다가 분쇄되어 죽임을 당했고 나머지는 십자군 본대를 향해 부리나케 도망치기 시작했다.


“우리한테도 오고 있어. 가자.”


다시 재촉하자 윌리엄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머리를 돌렸다.


작가의말

어제는 몸이 안좋아 하루 쉬었습니다. 

Brav님, rla2312님 걱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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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 < #17. 성전은 이제 끝났다. 1-2> +14 18.09.30 2,232 75 10쪽
197 < #17. 성전은 이제 끝났다. 1-1 > +10 18.09.29 2,253 64 9쪽
196 < #16. 야파를 향해서 6-2 > +14 18.09.28 2,163 66 11쪽
195 < #16. 야파를 향해서 6-1 > +6 18.09.27 2,167 66 9쪽
194 < #16. 야파를 향해서 5-2 > +16 18.09.25 2,242 65 10쪽
193 < #16. 야파를 향해서 5-1 > +6 18.09.24 2,217 64 10쪽
192 < #16. 야파를 향해서 4-2 > +15 18.09.20 2,366 73 12쪽
191 < #16. 야파를 향해서 4-1 > +8 18.09.18 2,293 68 11쪽
» < #16. 야파를 향해서 3-2 > +4 18.09.17 2,298 67 11쪽
189 < #16. 야파를 향해서 3-1 > +12 18.09.15 2,480 72 10쪽
188 < #16. 야파를 향해서 2-2 > +17 18.09.14 2,458 67 9쪽
187 < #16. 야파를 향해서 2-1 > +12 18.09.13 2,371 74 11쪽
186 < #16. 야파를 향해서 1-2 > +12 18.09.11 2,390 71 11쪽
185 < #16. 야파를 향해서 1-1 > +21 18.09.10 2,484 69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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