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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자(話者) 님의 서재입니다.

무사, 기사 되다.

웹소설 > 작가연재 > 퓨전, 대체역사

완결

화자(話者)
작품등록일 :
2018.04.09 10:01
최근연재일 :
2018.10.11 15:10
연재수 :
21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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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4,4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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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904,559

작성
18.09.11 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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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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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
글자
11쪽

< #16. 야파를 향해서 1-2 >

DUMMY

코라도는 인파들에 손을 들어 흔들었다. 하지만 정신은 리처드의 말에 팔려있었다. 향후의 정국에 대한 논의였다.


"예루살렘 왕국이 실지를 어느 정도 회복하면 살라흐앗딘과 논의할 것이야. 국경선을 긋고 마무리해야지."


"그런 논의 때 제가 배제되지 않도록 해주세요. 리처드 전하."


"그렇게 하지. 그리고 말이야. 이번엔 야파를 거쳐······."


갑자기 코라도의 귀에 리처드의 말소리가 들려오지 않았다. 뭔가 얹힌 듯이 배에 불쾌한 느낌이 들었다. 입에서는 꺼어억거리는 소리만 새어 나올 뿐. 원하는 대로 말이 나오지 않는다.


갑자기 가슴이 뜨거웠다. 처음에는 작은 촛불에 데인 것 같은 느낌이었다. 하지만 곧 활활 타오르는 모닥불. 조금 지나자 지옥에서 들끓는 불꽃에 온몸이 첨벙 담긴 느낌이었다.


그제야 주변의 외침이 들려왔다.


"전하!"


다급한 목소리로 류라는 기사가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오늘 가장 즐겁고 느긋할 이가 왜 저렇게 애타게 외치는 것인가?


몸에 힘이 빠져 다리가 후들거리던 코라도는 힘이 부쳐 고개를 숙였다. 그제야 눈 앞에 검은 얼굴의 사라센인이 무릎 꿇은 채 있는게 보였다. 두 손을 힘있게 쥐고 있던 그 사라센인은 손을 뒤로 뺐다.


빛나는 칼날에 피가 묻어 있었다. 그 괘씸한 사라센 녀석은 다시 코라도의 가슴에 칼을 꽂고 빼기를 연달아서 했다.



***



하사신들은 오늘 왕을 죽이려 한다. 그것도 하나가 아니라 둘을 말이다.


리처드를 향해 하사신들이 달려들었다. 결혼식을 위해 가벼운 예복만 입은 그를 향해 단도가 찔러 들어왔다. 코라도의 가슴에 단도를 꽂아대는 녀석을 빼고도 셋이다.


맨 앞에 나선 하사신의 단도가 거뭇하다. 단번에 죽이려 무언가 바른듯하다. 날카롭고 빠르게 몸을 굽혀 달려드는 하사신 녀석의 눈은 광기로 번쩍였다.


약에 취해 자신의 목숨은 생각지도 않는 녀석. 달려드는 몸만큼이나 빠르게 단도가 리처드의 배를 향해 들어왔다.


"전하! 제 뒤로 오소서"


윌리엄은 그새 검을 뽑아 들어 자신을 지나치는 하사신의 목을 내리쳤다. 목을 잃은 시체는 바닥에 나뒹굴며 처박혔다. 그리고 달려드는 다른 하사신들 앞을 가로막았다.


잠시 주춤하는 사이에 코라도의 목숨을 끊은 하사신이 일어서서 리처드에게 달려들었다. 그는 지금 임무를 완수했기에 천국에 갈 것이라 믿고 있었다. 명령은 ‘한 명만 죽여라’였는데 둘을 죽인다면······. 먼저 간 선대들보다 더욱 높은 자리에서 으스댈것이다.


"죽어라."


살인의 흥분이 순식간에 식어가는 느낌이었다. 눈 앞의 거대한 사내가 비루하고 천한 것을 내려다보는듯이 째려봤다. 격이 틀리다. 하사신이 된 후 수천 번 동안 연습한 찌르기가 리처드의 몸을 스쳐 지나갔다. 몸을 돌린 리처드가 빙그르르 돌며 팔목을 낚아챘다.


단순히 넘겨버리려는 게 아니었다. 엄청난 힘으로 꺾어버리는 괴력에 단도는 놓쳐버렸고 팔목은 부서져 너덜거렸다. 하얗게 드러난 손목뼈 사이로 동맥이 터져나가 피가 솟구쳤다.


하늘에서 쏟아지는 붉은 피의 포말 사이로 괴물이 다가왔다. 이빨을 드러낸 괴물이 발을 들어 하사신의 어깻죽지를 내리눌렀다. 옴짝달싹 못 할 괴력에 주변에 있던 병사들도 변고를 알아채고는 달려들고 있었다. 리처드의 근위 기사는 든든히 둘을 제압하며 버티고 있었다.


'더는 안되는구나.'


체념한 하사신의 눈에는 저 멀리서 지켜보던 셰이크가 몸을 돌리는 게 보였다. 주변의 몇이 따라붙어 경호하니 무사히 도망할 것이라 믿었다.


"이놈을 생포해서 배후를 알아내라."


그리 말하며 리처드는 다시 발을 들어 내리찍어 하사신의 정강이뼈를 부숴버렸다. 그러더니 근위 기사를 밀쳐내고 다른 하사신을 상대하러 나서기 시작했다.


'바보 녀석아. 어차피 곧 죽는다. 동맥을 끊어버렸잖아.'


명을 들은 병사들이 우르르 달려들기 시작하자, 하사신은 눈을 감고 있는 힘껏 혀를 끊어내 버렸다. 피투성이가 된 혀가 말려 들어가면 숨이 턱하고 막히기 시작한다. 그 죽음이 쉽지는 않다고 알고 있으나 어서 죽는 게 낫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리고 그 죽음 끝에는 수많은 천상의 미녀들이 손짓하고 있으니 여한은 없었다.


손목에서 흘러나오는 세찬 핏줄기가 생명을 훑어 나가는 게 빠른지 아니면 이제는 컥컥거리며 숨이 막혀오는 게 빠른지 모를 지경이었다.


어쨌든 젊은 하사신은 눈을 감았다.



***



"전하! 제가 안전하게 지켜드리겠습니다."


"잔소리 말고 나한테 칼이나 넘겨."


"제 칼입니다. 제가 할 일이고요. 왕께서 이런 암살자들을 일일이 상대할 필요는 없습니다."


하사신 둘은 리처드와 윌리엄의 아옹다옹하는 모습에 잠시 당황했다. 하지만 리처드가 윌리엄의 손목을 잡아채는 걸 보고는 서로 마주 봤다.


잠시의 틈. 이것이면 그들에겐 목적을 이룰 충분한 시간이 될 것이다. 둘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리처드의 좌우로 달려들기 시작했다. 몸은 낮게 검을 휘둘러 견제하기에는 너무 낮게 말이다. 그래서 한 손은 땅바닥을 젖히며 기듯이 말이다.


이렇게 되면 검을 내리찍을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는 순간 한 명의 검은 목표에 도달하는 것이다. 하사신들이 하얀 이빨을 드러내며 웃을 때였다.


누군가 달려들면서 그들 위를 뛰어넘었다. 스르륵. 땅을 가르는 쇳소리에 곁눈질한 그들은 땅바닥 위를 긁으며 다가오는 검날을 보았다.


뜨끔. 한 녀석이 맥없이 그대로 쓰러졌다. 다른 하나가 더욱 속도를 내보려 했지만 달려든 그는 있는 힘껏 허리를 밟고 지나쳤다.


"윌리엄. 그 녀석은 사로잡아! 난 배후를 쫓는다."


류는 아직도 검을 누가 가질지 다투는 리처드와 윌리엄을 지나쳐 인파들 사이로 들어섰다. 눈앞에서 벌어진 피투성이 참극 때문에 여인네들은 아이의 눈을 가리며 도망치기 시작했고, 흥분한 남자들은 원흉을 찾아 복수하려 이리저리 뛰기 시작했다.


혼란스럽게 눈 앞을 가리는 사람들 사이로 방금 전까지 보았던 셰이크의 모습이 사라져버렸다.


그때 다시 날카로운 피리 소리가 들려왔다. 인파들 사이로 한 사내가 손을 번쩍 쳐들었다. 손에는 피리가 있었다. 그는 손을 가리켜 한 방향을 가리키고는 달려가기 시작했다.


카나비가 분명 길 안내를 하는 것이다. 류는 손끝을 바라보며 뛰기 시작했다. 류의 귀에는 리처드의 투덜거림이 들려왔다.


"젠장! 윌리엄. 네 녀석 때문에 방해만 되었도다."


"방해라니요!"


다행이다. 왕은 무사하다. 류의 발걸음은 더욱 빨라졌고, 어느새 골목을 돌아가는 카나비에게 가까워졌다.



***



-채애앵-


골목을 들어서는 순간, 날카로운 쇳소리가 귀를 찔렀다. 카나비가 단도를 들고 하사신 둘의 공격을 막아내고 있었고, 한 사내가 노인의 등을 밀어 벽을 넘기고 있었다.


"셰이크!"


벽의 위에 몸을 얹은 셰이크가 돌아봤다. 류의 눈빛과 마주친 셰이크는 비릿하게 기분 나쁘게 웃고는 몸을 넘겼다.


"우아아아"


달려드는 류의 앞을 셰이크를 넘겼던 하사신이 막아섰다. 하지만 류의 검은 순식간에 녀석의 허리를 베어 넘겼다. 류는 몸을 던져 벽의 끝에 겨우 손을 얹고는 있는 힘껏 몸을 당겼다. 서서히 올라서는 몸.


귀 뒤로 다급한 카나비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항구의 배 중 하나로 숨어들 거야. 항구까지 가면 잡기 힘들 거다."


류는 담을 넘어 땅에 내려섰다. 셰이크가 눈앞에 보였다. 커다란 대로에는 병사들이 줄지어 사람의 통행을 막기 시작했다. 그걸 바라본 셰이크는 뒤돌아 쫓아오는 류를 보더니 가까운 건물을 향해 달려들었다.


뒤를 쫓아 건물로 뛰어든 류의 눈에는 문 앞에 쓰러진 남자가 보였고 곁에는 눈물을 흘리는 여인이 보였다. 계단 위에서 우당탕 소리가 들렸다. 류는 따라 뛰었다. 진흙으로 다듬어진 옥상에서 셰이크가 옆 건물로 몸을 날리는 게 보였다.


류는 따라 뛰며 외쳤다.


"저자를 잡아라!"


대로에 있던 병사 중 하나가 류의 다급한 목소리를 듣더니 병사들을 이끌고 따라 뛰었다.


건물 위에서 건물 위로 위태롭게 뛰어다니던 둘은 점점 느려지기 시작했다. 힘이 부치자 이제는 눈앞에 보이는 건물까지 너무 멀어 보였다. 그래도 셰이크가 있는 힘껏 달려 반대편 건물에 매달리자, 어쩔 수 없이 류도 달렸다.


류는 뛸 때 삐끗거리는 바람에 미끄러지듯이 겨우 지붕을 잡을 수 있었다. 손가락으로 버티다가 한번 풀쩍 뛰어 손으로 잡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아까와는 달리 힘이 없었다. 발밑에선 병사들의 비명이 들렸다. 셰이크는 저만치에서 주저앉아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류는 결국 오른손에 들었던 검을 바닥으로 떨어뜨리고는 두 손으로 올라서기 시작했다.


몇 개의 건물만 지나면 항구로 들어설 만한 곳이다. 또 노을이 져가며 바다의 결이 일렁인다. 셰이크는 그곳을 바라보다가 병사들이 포위하기 시작한 건물의 주변을 살펴봤다.


싸우지 않고 도망칠만한 곳이 없었다.


"이거, 오늘은 도망가기 힘들겠군. 그래, 자넬 죽이고 내려서서 스무 명 정도를 베면 가능할까? 힘들어도 해봐야지."


셰이크는 일어서서 숨을 고르고는 조용히 터번을 벗었다. 눈매가 날카롭다. 류에게 검을 알려줬던 스승이 생각났다. 비슷한 눈매다. 다만 스승은 눈에 따뜻한 정이란 게 보였었다. 이 자는 그냥 살기만이 느껴졌다.


"하나만 묻자, 나에게 맡겼던 샤아라는 아이. 꼭 그렇게 만들어야 했나? 그 어린것이 얼마나 혼자 고민했을까? 그런 생각은 안 해봤어?"


"샤아? 아······. 그래, 이제야 자네가 기억나는군. 그때는 맘루크였던거 같은데. 어떻게 리처드의 곁에 있지? 지나가는 말로 훌륭한 사람이 될 거라 했는데 진짜 그리되었구나."


"내 말에 답을 해라."


류가 이를 앙다물고 날카롭게 물었지만, 셰이크는 웃었다.


"그건 말이야. 강한 사람이 약한 자에게 할 만한 소리다. 넌 약하다. 그리고 내 손에 죽을 테니 알아도 소용없지 않으냐?"


노인이 두 손을 뒷짐 지듯이 허리춤으로 돌렸다가 뺐다. 양손에는 반원형으로 날이 선 작은 낫 모양의 검이 들려있었다.


"혹여, 네 능력이 뛰어나다 해도 지금 넌 검도 없지 않으냐?"


류는 바닥에 내던진 검 생각에 숨이 턱 막혀왔다. 셰이크는 웃으면서 옥상에 연결된 문고리에 검 하나를 꽂았다.


"운이 나쁘게도 쇠를 덧댄 문이다. 이 정도면 병사들이 몸을 던져도 열려면 시간이 꽤 걸릴 것이야. 그 시간이면 난 네 놈의 목을 베고는 뛰어내려 바다로 도망갈 수도 있을 것이고."


셰이크는 몸을 움직여 서서히 다가왔다. 발은 바닥을 긁듯이 조용히 움직였고 미끄러지듯이 움직였다.


작가의말

아...오늘도 무려 이십이분이나 일찍 올렸답니다.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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