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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자(話者) 님의 서재입니다.

무사, 기사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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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화자(話者)
작품등록일 :
2018.04.09 10:01
최근연재일 :
2018.10.11 15:10
연재수 :
21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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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4,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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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1
글자수 :
904,559

작성
18.09.27 22:10
조회
2,167
추천
66
글자
9쪽

< #16. 야파를 향해서 6-1 >

DUMMY

“네가 배교자인, 검은 기사냐? 난 카이로에서 온 오마르다.”


류는 갑작스레 들려온 말에 원래부터 무슬림이 아니었다고 외쳐야 하나 조금 고민했다. 커다랗게 울려 퍼진 목소리를 찾아 고개를 돌려봤다.


화려한 갑옷을 걸친 사라센의 아미르가 미친 듯이 말을 달리며 다가왔다. 앞에서 상대하러 나섰던 견습기사 하나가 휘두른 철제곤봉에 머리가 터져나가며 쓰러졌다.


커다란 곤봉이 이리저리 휘둘러질 때마다 주변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게다가 사내는 워낙 몸이 커서 커다란 군마가 조랑말처럼 보일 정도였다.


“오마르가 신벌을 대행할 것이다.”


의기양양하게 류의 앞을 막아선 녀석은 곤봉을 두 손으로 매섭게 휘두르며 밀어붙이려 했다. 두툼한 곤봉에 맞서는 류의 극은 매섭고 날카로웠지만, 너무 얇아 보였다.


-터어엉-


부딪칠 때마다 불꽃이 튀었다. 힘이 점점 들어가며 오마르란 사내는 자신이 우위에 섰다고 자신했다. 하지만 류는 한쪽 눈썹을 찡그리며 창을 휘두르는 속도를 더욱 빠르게 했다.


하지만 오마르는 두꺼운 갑옷으로 스치는 극의 날을 버티며 두 손으로 있는 힘껏 곤봉을 내리쳤다. 류는 재빨리 방패를 들어 막으려다가 생각을 고쳐먹고는 흘리기로 했다. 비스듬히 곤봉을 받아내던 방패는 결국 견디지 못하고 산산이 조각나며 류의 손목에서 흩날렸다.


류는 스쳐 지나가며 팔목 끈에 한 조각 남은 방패 조각을 떨어내 버리고는 극을 두 손으로 움켜줬다.


"하하! 이 배교자야! 오늘 너의 악명이 끝날 것이다."


오마르는 자랑스레 외치며 류를 향해 말을 돌렸다. 이제는 자신을 막을 사람들이 없다는 오만방자함이었다. 류는 두 손으로 쥔 극을 흔들어보다가 무섭게 휘둘렀다. 오마르의 눈앞을 희롱하듯이 춤을 췄다. 의기양양했던 오마르의 표정이 굳어져 갔다.


순식간에 우웅거리며 창끝이 서너개로 나뉘는듯하더니 오마르의 양쪽 가슴과 정수리에 투투툭 꽂혔다가 빠져나갔다. 어이없다는 듯이 놀란 눈이던 오마르는 곤봉을 놓치고는 바닥으로 떨어졌다.


주변에는 놀라 도망치는 사라센 보병들과 그들을 짓밟으며 쫓는 십자군 기병들만이 보였다. 몇 걸음 뛰지도 못하고 말에 밟히거나 겁에 질려 고개를 숙이고 웅크리다가 뒤쫓아온 이의 망치질에 뒤통수가 허옇게 드러나며 죽어갈 뿐이었다.


“왕은 어디인가?”


주변에서 윌리엄과 제임스를 찾았다. 그 녀석들은 광분해서 전과를 올리는 데만 신경 쓰고 있었다. 리처드가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곧 찾아냈다. 순간 놀란 마음을 진정시키며 류는 다시 말을 달렸다.


혼란이 가득 찬 전장에서 사라져버린 왕을 찾는 게 쉽지 않을 거라고 걱정했지만 그건 기우였다. 가장 비명이 크게 터져 나오며 사방으로 피보라가 흩날리는 그곳, 거기에 왕이 있었다.


그는 이 전쟁터에서 죽음을 주재하는 절대자였다. 이곳엔 그 말고 다른 신은 없었다.



***



“베두인 기병들이 흩어져서 도망칩니다.”


“젠장, 그 녀석들은 겁쟁이야. 질 거라 생각하면 도망만 치지. 보병들 전열 갖추고 전진해라!”


하지즈의 말에 알 아밀이 남겨놨던 자신의 보병들을 증원으로 내보냈다. 물밑 듯이 밀려드는 십자군의 기병들은 꾸물거리며 전열을 흩트렸다.


"도대체 어디가 중심인가?"


작게 구성된 기병대가 공격하다가 살기 위해 방향을 틀고 다시 전열을 가다듬고 돌격을 한다.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기병대들의 중심이 어디 있겠는가? 지휘관이 어디 있겠는가?


알 아밀은 잔뜩 엉켜버려 혼란스러운 전장에 당혹감을 떨칠 수 없었다. 살라흐앗딘은 나무 그늘 밑에서 전장을 바라보며 입술을 꽉 깨물었다.


"물리자."


살라흐앗딘의 말에 하지즈는 주변의 나팔수에게 알렸고, 곧 퇴각의 나팔소리가 울려 퍼졌다.


"내 병사들은 다시 준비하도록 하라. 녀석들이 쫓아오면 역습이다."


이리저리 상처 입은 병사들이 들판을 가로질러 도망쳐오고 있었다. 그들을 받아들이면서 상처 입지 않은 오천여 명의 병사가 숲속에서 준비를 시작했다.


타키 앗딘은 살라흐앗딘의 말을 듣더니, 쫓겨온 자신의 기병들을 모으기 시작했다. 십자군이 깊게 들어오면 뒤를 치기 위함이었다.


전세가 좋지는 않으나 기회는 남았다. 녀석들이 만찬에 기뻐하다가 조금만 더 밀고 들어온다면 음식값을 톡톡히 치러야 할 것이라고 하지즈는 생각했다.



***


류가 달려가 리처드의 곁으로 다가갔다. 왕의 검이 휘둘러질 때마다 맞상대하던 사라센 병사의 투구에서 불꽃이 번쩍 튀었다. 우그러진 투구 아래로 피를 흘리며 쓰러질 뿐이었다.


주변에는 수십 명의 시체가 널브러져 있다. 아니 왕이 지나온 길을 뒤 돌아보면 수백이 죽었으리라.


"전하!"


류의 말에 리처드는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는 주변을 돌아봤다. 리처드의 오십 기병 중 사라진 건 서넛밖에 되지 않았다. 모두 왕이 학살을 멈추자 주변으로 모여들었다.


"윌리엄! 나팔을 불어라. 여기까지다."


윌리엄은 허리춤에서 나팔을 집어 들더니 숨을 한껏 들이켜고는 불었다. 윌리엄의 나팔소리가 퍼져나가자, 다른 기병 무리의 나팔수들도 호응했다.


적들의 퇴각을 도륙하던 기병들이 모두 멈췄다. 리처드의 표정은 오묘했다. 아직도 몸은 열기를 내뿜으며 이르다고 하고 있지만, 어느새 머리는 식어버렸다. 자기 자신은 끝내고 싶지 않은 표정이었지만 이내 표정을 고치고는 주변을 확인했다.


"모두 진으로 돌아가서 밥이나 먹자."


왕이 말머리를 돌리자, 류도 그 뒤를 따랐고 모두 말을 돌렸다. 평원을 질주하던 기사들도 모두 돌아서기 시작했다.


병사들은 달콤한 승리에 젖어 피로도 잊은듯했다. 돌아오는 기사들의 행렬을 보며 환호성을 질렀다.



***



"미끼를 물지 않는군."


살라흐앗딘이 허탈한 듯 말을 뱉었다. 주변의 장수들 모두 송구한 표정이었다. 이길 전투에서 져 버리고 말았다. 아직 왜 졌는지 이유도 알지 못하는 표정들이었다.


하지즈도 이해가 가지 않았다. 왜 졌을까? 어떻게 하면 지금이라도 뒤집을 수 있을까? 십자군 녀석들은 유유자적이 진중에 불을 피우고는 끼니를 해결하려 하고 있다.


분노에 하지즈의 주먹은 가득 쥐어졌다.


"아밀, 야파는 모두 파괴하라고 해라. 오늘 진군한 선두가 도착하기 전에 최대한 파괴하라고 해. 특히 항구는 쓰지 못하게 말이야."


"하···. 하지만."


"야파는 곧 넘어갈 것이다. 그러니 아까워하지 말고 부숴버려라."


살라흐앗딘은 오늘 전투는 졌다고 인정했다. 생각했던 것보다 병사들의 차이가 컸다. 수가 많다고 이길 수는 없는 게 전투이기는 하지만 적들의 용맹함이 더욱 컸다고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자신을 놀리듯이 눈앞에서 저녁을 즐기려는 모습이 못마땅하기 그지없었다.


"나이든 늙은이가 심술이라도 한번 부려봐야겠군. 조금이라도 갚으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말이야."


어둠이 짙어지기 전에 살라흐앗딘은 기습하기로 마음먹었다. 승리에 젖어 풀어졌다가 뒤엎어진 전투가 없는 것은 아니었으니 말이다.



***



해안가에 멈춘 제네바 함대에서 작은 배로 식수를 옮겨오기 시작했다. 곳곳에서 불이 지펴지며 목을 축인 병사들이 이제는 주저앉아 쉬기 시작했다.


아침 일찍부터 해가 저물어가는 지금까지 목에 물 한 모금 넘기지 못했던 이들이 탈진하듯 주저앉은 것이다. 승리의 기쁨이 몸을 지나쳐가자 끝없는 피로가 몰려왔다.


"영주들께서는 대부분 돌아오셨습니다만, 아벤 백작께서는 행방이 묘연합니다. 기병들이 백작의 기병대가 움직였던 부근으로 나서서 찾고는 있습니다만······."


윌리엄이 바닥의 돌 위에 앉아 물을 마시는 리처드에게 보고하기 시작했다.


"적들이 물러서면 보병들도 길게 늘여서 찾아보도록 해. 다치지 말아야 하는데······."


리처드가 평가하는 아벤 백작은 중요한 인물이었다. 전투에 뛰어나지는 않지만, 사람들을 통솔하는 데는 괜찮은 능력이 있었고, 앞으로도 십자군에서 필요한 인물이었다.


"적들이 다시 옵니다. 대형을 준비할까요?"


갑작스레 적들이 고함을 지르며 숲에서 뛰어나와 달려오기 시작했다. 완벽한 기습이었다. 병사들이 놀라 자리에서 일어나기 시작했다. 피로한 표정으로 창을 집는 병사의 손놀림이 느렸다.


그걸 본 리처드는 물을 마저 마시고는 일어서서 한마디를 뱉었다.


"됐다. 여기 있는 사람들이나 말에 타."


얼마 후 살라흐앗딘의 역습은 열다섯 기병에게 막혀버렸다. 기병의 선두에는 리처드와 류가 있었다. 왕이 다시 말을 달려나간 것을 안 십자군은 있는 힘을 모아 전선으로 달려왔다.


해가 저물어갈 때까지 전투는 이어졌고 사라센군은 본진이 있는 아르수프 숲으로 퇴각했다.


작가의말

오늘도 재미있으셨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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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8 < #17. 성전은 이제 끝났다. 6-2 > +12 18.10.11 2,580 65 9쪽
207 < #17. 성전은 이제 끝났다. 6-1 > +12 18.10.11 1,929 67 10쪽
206 < #17. 성전은 이제 끝났다. 5-2 > +10 18.10.11 1,892 62 9쪽
205 < #17. 성전은 이제 끝났다. 5-1 > +16 18.10.08 2,075 67 11쪽
204 < #17. 성전은 이제 끝났다. 4-2 > +21 18.10.07 2,105 69 10쪽
203 < #17. 성전은 이제 끝났다. 4-1 > +9 18.10.06 2,087 60 11쪽
202 < #17. 성전은 이제 끝났다. 3-2> +10 18.10.05 2,105 69 10쪽
201 < #17. 성전은 이제 끝났다. 3-1> +8 18.10.04 2,082 64 10쪽
200 < #17. 성전은 이제 끝났다. 2-2> +20 18.10.02 2,224 69 10쪽
199 < #17. 성전은 이제 끝났다. 2-1> +8 18.10.01 2,144 67 10쪽
198 < #17. 성전은 이제 끝났다. 1-2> +14 18.09.30 2,232 75 10쪽
197 < #17. 성전은 이제 끝났다. 1-1 > +10 18.09.29 2,253 64 9쪽
196 < #16. 야파를 향해서 6-2 > +14 18.09.28 2,164 66 11쪽
» < #16. 야파를 향해서 6-1 > +6 18.09.27 2,168 66 9쪽
194 < #16. 야파를 향해서 5-2 > +16 18.09.25 2,243 65 10쪽
193 < #16. 야파를 향해서 5-1 > +6 18.09.24 2,217 64 10쪽
192 < #16. 야파를 향해서 4-2 > +15 18.09.20 2,366 73 12쪽
191 < #16. 야파를 향해서 4-1 > +8 18.09.18 2,293 68 11쪽
190 < #16. 야파를 향해서 3-2 > +4 18.09.17 2,298 67 11쪽
189 < #16. 야파를 향해서 3-1 > +12 18.09.15 2,480 72 10쪽
188 < #16. 야파를 향해서 2-2 > +17 18.09.14 2,458 67 9쪽
187 < #16. 야파를 향해서 2-1 > +12 18.09.13 2,371 74 11쪽
186 < #16. 야파를 향해서 1-2 > +12 18.09.11 2,391 71 11쪽
185 < #16. 야파를 향해서 1-1 > +21 18.09.10 2,484 69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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