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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마인 님의 서재입니다.

내가 만든 딸들이 너무 유능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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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레마인
작품등록일 :
2020.07.01 09:31
최근연재일 :
2020.09.24 09:37
연재수 :
9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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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492
추천수 :
1,192
글자수 :
486,831

작성
20.08.27 08:19
조회
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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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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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황제의 굴욕

DUMMY

황제 하인리히.


그는 파문이 선언된 이후 몇 달간 지옥을 경험하였다.

제국 전역에서는 루돌프를 중심으로 한 반란이 각지에서 벌어졌으며, 황제는 이를 진압하기 위해서 제후들을 달래고 경우에 따라선 손수 군을 이끌고 제국의 이곳 저곳을 돌아다녀야 했다.


아울러, 어떻게든 상황을 조금이라도 진정시키기 위해 굴욕을 감내하고 교황에게 화해를 요청하는 사신을 보냈지만, 교황은 오히려 이를 대놓고 무시하는 행보를 보이면서 루돌프의 입지만을 더욱 단단하게 만들어줄 뿐이었다.


“하노버 일대에서 또 반란이 일어났습니다.”


“폐하에 대한 충성을 거두고 루돌프를 황제로 모시겠다고 합니다.”


“군사들을 보내라! 하노버까지 넘어가면 정말로 최악의 상황과 마주하게 될 것이다! 도시를 잿더미로 만드는 한이 있더라도 막아야 한다!”


“아··· 알겠습니다 폐하.”


“큭···”


분노에 찬 황제는 그대로 자신의 앞에 놓인 약병을 들이켰다.

브레멘의 영주가 특별히 구했다는 진귀한 약물로, 이를 마시면 그나마 타오르는 듯한 속이 조금 안정을 되찾는 효과가 있었다.


‘하노버까지 넘어가면 브레맨과의 연결마저 끊어진다.. 그나마 그쪽이 버티고 있는 덕분에 숨을 쉬고 있는 만큼 어떻게든 그쪽 상황을 정리해야만 해.’


다행스러운 것은 북쪽에서 강한 영향력을 지니고 있는 브레멘, 그리고 그 마법사들이라는 자들과 손을 잡고 교회에 반기를 든 칼마르 왕국 역시 하인리히 황제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 덕분에 루돌프는 한 순간 큰 세력을 확보하는 데엔 성공했지만 황제 역시 이에 대해서 아슬아슬하게 힘의 균형을 맞출 수 있었다.


당장 대규모 전면전이 발생하지 않고 있는 것은 바로 이것 때문

그러나, 이조차도 한 순간 까딱하면 무너질 균형이었으며 무엇보다 교황이 계속해서 저쪽 편을 들고 있는 한 황제의 세력은 시간이 갈수록 줄어들 것이 분명했다.


‘역시.. 그 마법사들과 손을 잡아야 한단 말인가?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시 교회 세력과 완전히 척을 지는 것은 제국의 성격상 불가능한 일.

결국 여전히 이에 대한 고민을 마음에 품은 채, 황제는 한가지 어려운 결단을 내릴 수 밖에 없었다.


“마차를 준비해라.”


“ㅇ··· 예 페하.. 헌데.. 어디로 가시려는 것입니까?”


“..교황이 있는 곳으로 간다. 성도로 내려갈 채비하거라.”


“아.. 알겠습니다.”


결국 최악의 상황에서 조차도 황제는 마지막 희망의 끈을 놓지 않은 채, 그렇게 다시 한번 굴욕을 감내하기로 결정했다.


*


성도 롬.

그곳의 중심부에 위치한 성당에 앉아있는 그녀, 막달레나의 입가에는 씁쓸한 미소가 담겨 있었다.


그리고 잠시 후, 앞에 있는 나무 잔에 담긴 포도주를 한 모금 들이킨 뒤, 그녀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


“결국 이렇게 당신이 말한 대로 되었군요.. 그땐 제가 절대 그럴 리 없다고 단언 했었는데..”


가벼운 취기가 도는 듯, 살짝 붉어진 얼굴을 한 채 그녀가 말했다.

평소의 그녀답지 않게 흐트러진 모습을 한 채, 막달레나는 약간의 불평을 담아 말을 이었다.


“정말로 너무했습니다. 설마 하니 1000년이나 지난 뒤에 제 동생이 나타나면서 일이 이런 식으로 흘러가게 될 줄은.. 이럴 걸 알고 있었으면 그때 조금이라도 귀 뜸을 해주지 그러셨습니까? 그 동안 이것 때문에 제가 얼마나 마음 고생이 심했는데..”


그 말과 함께, 나무로 된 잔에 다시 한번 포도주를 따르는 막달레나.

그러니 그녀는 이를 자신의 입에 가져가는 대신 천천히 앞으로 들어 올렸다.


마치 누군가에게 건배를 하듯.


“뭐 그래도.. 전 기쁩니다. 이런 식으로 기분 좋게 일을 진행하게 되었다는 것에 대해서..”


그리고, 그렇게 잔을 뻗고 있는 그녀의 앞에는 정교하게 조각된 조각상이 있었다.


모든 이들이 찬양하고 있는 그 존재를 묘사한 걸작.


막달레나가 보이기에도 거의 완벽에 가깝게 그의 모습을 묘사한 그 작품 앞에서

그녀는 미소를 지어 보이며 기분 좋게 말했다.


마치 지금까지 지고 있던 무거운 짐을 내려놓는 것만 같은 후련함과 기쁨이 담긴 목소리로..


“Gratias tibi. Emmanuel.”


*


몇 주간의 시간이 소요된 여행 끝에 성도 롬에 도착한 황제.

도중에 있었던 루돌프의 부하들의 습격과 주변 영주들의 방해에도 불구하고 황제는 간신히 성도까지 도착하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그곳에 도착한 황제를 맞이한 것은 교황이 진작에 롬을 떠났다는 소식뿐이었다.


“무.. 무슨 소리냐? 내 미리 이곳으로 찾아오겠다 연락을 넣었거늘!”


“죄송합니다 폐하. 교황 성하께서는 이미 이곳을 떠나 북쪽으로 향하셨습니다. 근래 건강이 조금 안 좋아 지셔서 그곳에서 잠시 요양을 하시겠다 하셨습니다.”


“큭···”


말이 좋아 요양이지, 사실상 자신을 만나지 않겠다는 의사표시나 마찬가지였다.

아무리 상대가 파문된 자라 할지라도, 황제에 대한 교황의 이런 태도는 충분히 예의에 어긋난 행위.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황제는 발길을 돌려 제국으로 돌아갈 수 없었다.

여기서 돌아가게 된다면 그가 지난 몇 주간 자리를 비운 여파까지 겹치면서 아슬아슬했던 균형이 완전히 무너지게 될 것이 분명했다.


그렇게 절박한 심정으로 황제가 방법을 간구하고 있던 그때였다.


“어머나.. 이게 누구 신지요. 설마 이런 곳에서 존귀한 분을 뵙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


갑작스럽게 들려오는 목소리.

이에 황제와 그가 대동한 신하들은 고개를 돌렸고, 이어서 그들의 얼굴에는 놀라움과 약간의 기대감이 피어 오르기 시작했다.


“마.. 마리아 막달레나 아나스타님.”


“위대한 분을 뵙습니다.”


교회의 또 다른 수장의 등장에 그들은 동시에 고개를 숙였고, 이에 대해서 막달레나는 가벼운 미소를 지은 채 말하였다.


“주의 계집 종에게 과분한 예를 표해주셔서 감사 드립니다. 보아하니 먼 길을 달려오셨음에도 찾으시려는 분을 만나지 못하긴 것 같은데.. 여차하면 식사라도 들고 가시겠습니까?”


“아.. 예. 무.. 물론입니다 성녀님.”


몰릴 대로 몰린 황제에게 있어선 마다할 이유가 없는 재안이었다.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혹 있을지 모르는 구원의 밧줄이 도리지로 모르는 일.


그렇게 황제는 절박한 심정을 지닌 채 그녀를 따라 안으로 들어갔다.


*


내부에 위치한 식당에 들어선 황제.

그 권세에 비하면 너무나도 소박한 장소에서 그는 빵과 치즈 그리고 따뜻한 우유로 구성된 가벼운 식사를 들었다.


평소에 먹는 식사에 비하면 보잘것없는 식사였지만, 먼 길을 달려오면서 식사도 재대로 하지 못했던 황제에게 지금의 식사는 어느 산해진미가 부럽지 않게 느껴지고 있었다.


“급하게 준비해서 내올 것이 영 변변치 않습니다만.. 입에 맞으시는지요?”


“이렇게 환대해주시는 것만으로도 감사할 따름입니다.”


평소의 권위는 잠시 내려놓은 채, 정중한 목소리로 감사를 표하는 황제, 그를 보면서 막달레나는 조용히 자리에 앉은 채 입을 열었다.


“그럼.. 간단하게 요기도 하셨으니. 이제 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으시면 하셔도 좋습니다. 이래저래 저에게 이야기 할 것도, 물어볼 것도 제법 있으실 터이니.”


“···물론입니다.. 실은 안 그래도.. 성녀님께 꼭 여쭈어보고 싶은 것 있었습니다.”


만약 이 자리에 다른 신하들이 있었다면 그들은 황제의 입에서 교황과의 관계 개선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것이라 예상했을 것이다.


어떻게 하면 그로 하여금 파문을 취소하게 만들 수 있는지.

혹은 어떻게 하면 그가 루돌프를 지지하는 것을 막을 수 있을지.


그러나, 지금 이순간, 황제의 입에서는 정 반대 되는 이야기가 튀어나왔다.


“성녀님.. 성녀님 깨서는 마법사 라는 자들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는 지요?”


“···호오..”


많은 이들의 예상과는 전혀 다른 물음.

이에 대해서 막달레나는 잠시 고민하는 듯한 제스처를 취한 뒤 엄격한 목소리로 그에게 말했다.


“초기의 마법사 들이라면 말할 것도 없이 주님의 뜻에 반하는 사악한 자들이겠지요. 악마를 부리고 이적을 행사 하여 사람들의 마음을 현혹하는 자들.. 아시다시피 이미 이들에 대해선 성서에서도 여러 번 언급이 되어 있습니다.”


“으음.. 역시.. 그렇다면 그 마법사들은 신뢰할 수 없는 사악한 자들.. 이라는 말씀이십니까?”


진지하면서도 약간의 간절함이 묻어나는 황제의 목소리.

이를 들으면서 막달레나는 딱딱했던 표정을 지운 채 가벼운 미소를 지어 보이며 말했다.


“뭐..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고대의 마법사들이 그랬다는 것이고.. 지난 수백 년 간 저와 성기사들의 노력으로 현재 그런 부류의 마법사들은 확실하게 정리되었습니다. 만약 지금 시대에도 마법사들이 남아 있다면 아마 그들의 성격은 예전의 그들과는 다를 수도겠지요. 가령 얼마 전 칼마르에서 인간들을 공격하는 마족들을 구해준 마법사들이 좋은 예가 될 것 같습니다.”


“그 말씀은.. 시대가 변함에 따라 마법사들 역시 기존의 사악한 존재들과는 다르게 변할 수 있다는 뜻입니까?”


조금 흥분된 듯한 목소리로 말하는 황제. 이를 보면서 막달레나는 짐짓 모른 척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물론입니다. 마법이라는 힘 자체 보다 중요한 것은 그것을 다루는 이들이 어떤 존재이냐가 더 중요한 법. 병사의 손에 들린 검은 가족과 국가를 지키는 정의가 될 수 있지만 강도의 손에 든 검은 무고한 이들을 해치는 죄가 될 수 있듯이 말입니다. 이 정도면 대답이 되셨는지요?”


“무.. 물론입니다. 감사합니다 막달레나님.”


자비로운 목소리로 말하는 막달레나.

이에 대해서 황제는 얼굴에 기쁨을 담은 채 그녀에게 깊게 고개를 숙였다.


비록 단순히 원론적인 상담일 뿐이었지만.

지금의 황제에게는 바로 그것이 필요했다.


무엇보다 이 말을 한 사람은 다름아닌 교회의 수장이자 신의 대리인인 막달레나.

그녀의 말이 지닌 무게를 알고 있기에, 황제는 마음 속에 남아 있던 마지막 자물쇠를 풀고 마침내 결단을 내릴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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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 누나 +2 20.09.21 292 5 10쪽
89 누나 20.09.20 223 3 10쪽
88 누나 +2 20.09.19 284 6 11쪽
87 누나 +4 20.09.18 280 7 9쪽
86 새로운 질서 20.09.17 241 7 10쪽
85 새로운 질서 20.09.16 248 4 10쪽
84 새로운 질서 +4 20.09.15 274 7 10쪽
83 진실 +2 20.09.14 233 4 11쪽
82 진실 20.09.13 242 4 12쪽
81 진실 +2 20.09.12 290 6 9쪽
80 진실 20.09.11 302 5 10쪽
79 정의의 성기사 +2 20.09.10 263 5 11쪽
78 정의의 성기사 +2 20.09.09 309 5 10쪽
77 정의의 성기사 20.09.08 279 4 10쪽
76 정의의 성기사 20.09.07 262 5 11쪽
75 정의의 성기사 20.09.06 313 6 11쪽
74 하멜른의 피리부는 소녀들 20.09.05 311 6 9쪽
73 하멜른의 피리부는 소녀들 20.09.04 253 6 10쪽
72 하멜른의 피리부는 소녀들 20.09.03 264 6 9쪽
71 하멜른의 피리부는 소녀들 20.09.02 279 5 9쪽
70 하멜른의 피리부는 소녀들 +2 20.09.01 289 8 11쪽
69 마법사 전쟁 20.08.31 297 7 9쪽
68 마법사 전쟁 +4 20.08.30 302 9 11쪽
67 마법사 전쟁 +2 20.08.29 304 9 9쪽
66 황제의 굴욕 20.08.28 326 9 11쪽
» 황제의 굴욕 +2 20.08.27 321 7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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