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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마인 님의 서재입니다.

내가 만든 딸들이 너무 유능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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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레마인
작품등록일 :
2020.07.01 09:31
최근연재일 :
2020.09.24 09:37
연재수 :
93 회
조회수 :
60,482
추천수 :
1,192
글자수 :
486,831

작성
20.09.01 08:04
조회
288
추천
8
글자
11쪽

하멜른의 피리부는 소녀들

DUMMY

여관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주변 분위기를 살핀 뒤, 프리그와 프레이아는 곧바로 하멜른을 향해 이동을 개시했다.


그들이 출발한 하노버에서 바로 지척에 위치한 장소.


그러나, 막상 하노버를 떠나는 그들의 발걸음은 생각했던 것 보다 그다지 가볍지는 않았다.


카알론에서 수련을 받은 이후 첫 번째로 받은 임무.

세상살이가 공짜가 아니라는 것에 대해서 아주 잘 알고 있는 프리그는 이번 일이 지금까지 자신을 먹여주고 재워주고 키워주었던 메닐라가 내린 일종의 시험이라 인식하고 있었다.


‘만약 실패하면.. 그대로 메닐라 님에게 버려질 지도 몰라. 예전과 같이 길바닥에 내던져서 비참한 삶을 전전해야 할지도..’


그렇게 바짝 긴장을 하고 있으면서, 그녀는 이번 일은 무조건 성공시켜야 한다는 극도의 부담감에 사로잡혀 있었다.


‘단순한 일이야.. 지금까지 배운 대로 마법을 사용하기만 하면 되.. 아무것도 거리낄 것 없어.. 어차피 저 사람들은 죽여야만 하는 적 이니까..’


지금껏 그녀는 자신의 손으로 직접 사람을 죽여본 적이 없었다.

비록 카알론에 오기 직전 그녀가 일으킨 화제에 휘말려 여러 사람이 죽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일종의 사고였으며 무엇보다 그녀는 그 사람들이 죽는 모습조차 직접 보지 못했다.


그러나, 이번 일은 그런 ‘사고’ 와는 달리 그녀의 손으로 사람들의 목숨을 거두는 일이었다.

그것도 한 두 명이 아닌, 수 십, 수백, 어쩌면 수천에 달하는 사람들을 죽여야만 할지도 몰랐다.


지금 이순간도 그 사실을 떠올리면 프리그는 두려움으로 인해 당장이라도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녀는 차마 그렇게 할 수 없었다.


‘내가 못하면.. 단순히 쫓겨나는 것뿐만 아니라 언니까지 위험해 질 지도 몰라.’


이미 그 사람들에게 언니의 목숨을 빚진 상황이었다.

그녀가 명령을 거부할 경우 어쩌면 언니의 목숨을 도로 가져갈 수도 있었다..

일전에 그녀와 언니를 죽이려 했던 자들과 같이 이번에는 자신들이 순식간에 잿더미가 되며 죽어버릴 지도 몰랐다.


기억을 잃었으며 성격도 조금 조용하게 바뀌었지만, 이제는 자신을 동생으로 받아들여주고 있는 언니를 결코 다시 잃을 수는 없었다.


‘이것도 다.. 언니를 지키기 위해서야.. 그러기 위해선 내가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 해.’


그렇게 몇 번이고 스스로를 타이르던 프리그의 눈에는 어느덧 하멜른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메닐라가 사전에 이야기했듯이 제법 삼엄하게 경비를 서고 있는 장소.


주변에는 성 안으로 들어가려는 사람들이 긴 줄로 늘어서 있었으며, 이에 프리그와 프레이아 역시 얌전히 줄의 가장 끝에 섰다.


‘이 사람들도.. 다 죽여야 겠지?..’


메닐라가 주문한 내용.


-하멜른에 두 발로 걸어 다니는 존재를 남겨두지 말 것.-


간단하면서도, 그렇기 때문에 너무나도 잔혹하기 짝이 없는 그 말에 프리그는 다시 한번 감정의 동요를 느끼면서 마른 침을 삼켰다.


성문 앞에만 봐도 당장 너무나도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이 보였다.

나이든 어른부터 어린 소녀들까지.

그 중 몇몇은 자신과 같이 언니나 오빠로 보이는 사람들의 손을 꼭 붙잡고 있었다.


자신과 크게 다를 바 없는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

저런 자들을 단순히 적 이라는 이유 만으로 죽여야 한다는 것은 아무리 그래도..


“큭!”


한 순간 커지는 거부감으로 인해서 프리그는 피가 날 정도로 입술을 깨물었다.


“프리그..괜찮나요?”


“응? 아.. 무.. 물론.. 괘.. 괜찮아.. 괜찮아..언니.. 난.. 정말로.. 괜찮아..”


걱정이 담긴 프레이아의 말에

눈에 띌 정도로 떨리는 목소리로 프리그가 이야기했다.


다행이 그 모습은 그다지 주변 사람들의 관심을 끌지는 않았지만, 시간이 다가올수록 동요가 점점 커지고 있다는 것은 프리그 본인이 가장 잘 알고 있었다.


‘뭐 하는 거야.. 정신 차리라고! 모든 건 언니를 위해서야.. 언니를 위해서 라면.. 이런 사람들 따위.. 얼마든지..’


그렇게 몇 번이고 자신을 다잡기 위해 애쓰는 프리그.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보면서, 프레이아는 잠시 무언가를 생각했다.


그녀 역시, 메닐라의 명령을 거역할 생각은 없었다.

그러나 그 이유에 대해서 프레이아는 프리그와 같은 절박함이나 두려움은 느끼지 않고 있었다.


기억이 백지화가 된 그녀가 처음으로 만난 사람은 그녀를 살려준 크로우와 동생인 프리그, 그리고 그녀에게 마법을 비롯해서 많은 것을 알려준 메닐라였다.


어린아이와 같이 머리가 깨끗하게 탈색된 그녀에게 있어서 메닐라는 사실상 그녀를 키워준 어머니와 같은 존재로 여겨지고 있었다.

더군다나 메닐라는 본래 잔혹한 성품을 지니고는 있지만, 자신의 ‘소유물’로 받아들인 존재에 대해선 상당히 정이 많은 성격이었다.


부족한 부분도 있었지만 나름 보호자로서 두 자매를 잘 돌봐주었으며, 이런 경험을 통해서 프레이아는 설령 이번 일이 실패한다 해도 메닐라는 자신을 버리거나 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지니고 있었다.


‘프리그는 어쩐지 메닐라님을 너무 무서워 하는 것 같아요..’


그녀와는 달리 인간 불신이 안 생길 수가 없는 가혹한 환경에 대한 기억이 남아있는 프리그였다.

프레이아 입장에서 이런 세세한 부분까지는 알지 못했지만, 적어도 지금 프리그가 지나치게 일을 무겁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은 그녀도 잘 알 수 있었다.


‘어쨌든, 그래도 일단 일을 진행하긴 해야겠는데 말이지요..’


그녀 역시 눈 앞에 있는 무관계한 사람들을 죽이는 것은 그다지 내키지 않았다.

하지만 메닐라의 명령은 성 안에 있는 인간들의 완벽한 몰살.

그것을 지키기 위해선 내키지 않더라도 행동에 임해야만 했다.


‘하지만.. 프리그도 저렇게 괴로워하고 있는데 이를 그냥 실행하는 것은 어려울 지도 모르겠어요. 어떻게든 조금이라도 부담을 줄여주는 게 좋을 텐데요..’


그렇게 생각을 하면서 프레이아와 프리그는 일단 성 안으로 들어갔다.

분위기가 삼엄하긴 했지만 건장한 남성도 아니고, 아직 어린 티가 나는 소녀인 그들에게 검문을 진행하는 병사들은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았다.


여기에 사전에 준비해둔 위장 신분 패까지 있는 만큼 그들은 별 문제 없이 성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


“그럼.. 언제부터 시작할래?.. 오늘 밤에.. 할까?”


작은 여관방에 자리를 잡은 채 프리그가 긴장한 목소리로 말했다.

메닐라가 딱히 시간을 촉박하게 준 것은 아니었지만, 어차피 해야만 하는 일인 만큼 가능한 빨리 끝내는 편이 좋다고 프리그는 생각하고 있었다.


시간이 지체될 경우, 안 그래도 커다란 괴로움에 고통 받는 시간만 더 길어질 것이리라.


그때, 그렇게 나름 각오를 한 프리그에게 프레이아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저기.. 프리그, 굳이 이 성안에 있는 일반인들까지 다 죽일 필요가 있을까요?”


“···.”


자신과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을 나타내는 언니의 말

이에 프리그는 한 순간 동요하긴 했지만, 여기에 대해서 최대한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


“당연히.. 메닐라님의 명령이니까.. 이 성 안에 있는 인간들은 모조리 죽여야만 해..”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무고한 사람들인데 그렇게 까지 하는 것은..”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한 채, 순진한 소리를 늘어놓는 언니의 모습.

이에 대해서 프리그는 언제나와 같이 한마디 해줄 필요가 있다 생각했다.


냉정한 현실을 지적하면서, 자신들이 이 일을 하지 않으면 겪게 될 미래에 대해서 따끔하게 지적을 한다.


비록 이번 일은 프리그도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무관한 사람들 수천 수만이 사는 것 보다 언니 한사람 이 그녀의 곁에 남아있는 것이 그녀에게 더욱 중요했다.


그렇게 프리그가 언니를 향해서 일침을 가하려던 그때..


“우리들 차라리.. 이렇게 하는 건 어떨까요?”


“응?.. 무.. 무슨.. 소리야?”


“그러니까 말이지요..”


이어서 자신이 여기까지 오면서 줄곧 생각하고 있던 것을 이야기하는 프레이아.

프리그는 그 말을 잠시 동안 멍하게 듣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을 끝까지 다 들은 직후, 하노버에서 출발한 직후부터 지금까지 빳빳하게 굳어 있던 그녀의 얼굴에서는 한 순간 피식 하고 웃음이 터져 나왔다.


“정말로.. 마법사로서는 별로지만 이런 쪽에선 언니를 못 따라가겠다니까.. 예나.. 지금이나..”


약간의 비꼼이 담겨있지만, 그 이상의 안도감과 기쁨이 담겨 있는 동생의 말.


이를 들으면서 프레이아의 입가에는 조용히 미소가 피어 올랐다.

과거와는 달리 조용하기 그지 없지만, 언니로서의 따스함이 담겨 있는 그런 미소였다.


*


어둠이 깔린 하멜른의 밤.

주민들은 하나 둘 휴식을 위해 집안으로 들어갔으며, 반면 이곳에 자리를 잡고 있는 루돌프의 병사들은 오히려 약간 풀어 졌던 낮과는 달리 한층 더 삼엄하게 경계를 서기 시작했다.


“설마 하노버의 병사들이 미친 척 하고 쳐들어 오지는 않겠지?”


“하하. 그럴 리가 없잖아. 영주가 진짜 바보가 아닌 이상 자기 목 밑에 칼이 들어와 있는 상황에서 꼼작이나 하겠어?”


“이미 반란 세력하고 이야기도 거의 끝났다고. 앞으로 며칠만 있으면 저쪽에서 알아서 성문을 열고 우리를 맞이하러 오겠지.”


비록 단단히 무장을 하고 있기는 했지만 이곳에서 피 튀기는 전장을 생각하고 온 자들은 없었다.

루돌프의 계략에 따라. 그들이 해야 할 일은 눈 앞에 있는 하노버라는 달콤한 과실이 알아서 땅에 떨어지는 것을 그저 기다리기만 하면 되는 것.


그렇게 손쉽게 손에 넣을 승전보를 기다리면서, 만일에 있을지 모르는 하노버 영주의 ‘미친짓’에 대한 감시 역시 게을리 하지 않고 있는 병사들.


그때, 그들의 귓가에 갑자기 기묘한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뭐지 이건?”


“피리소리 같은데?.. 하지만 이 밤중에 대체 어떤 녀석이..”


출처를 알 수는 없지만 도시 어딘가에서부터 시작되어 상당히 넓게 울려 퍼지는 피리소리.

그러나 그 소리에서는 흔히 연상되는 잔잔한 운치나 신명 나는 곡조 같은 것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그건 그렇고 진짜 더럽게 못 부른다.”


“내가 불러도 이것보다는 잘 부르겠는데?”


“대체 어느 녀석이야? 이 따위 연주 같지도 않은 소음을 방출하는 녀석이?”


그렇게 병사들은 짜증을 낼 뿐, 딱히 이에 대해서 경계심을 품지는 않고 있었다.

그런데..


“응?”


“뭐.. 뭐지?”


“저건.. 대체..”


다음 순간 그들의 눈에 보이기 시작하는 기묘한 장면에 병사들은 한 순간 얼이 빠진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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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 정의의 성기사 20.09.06 313 6 11쪽
74 하멜른의 피리부는 소녀들 20.09.05 311 6 9쪽
73 하멜른의 피리부는 소녀들 20.09.04 253 6 10쪽
72 하멜른의 피리부는 소녀들 20.09.03 264 6 9쪽
71 하멜른의 피리부는 소녀들 20.09.02 279 5 9쪽
» 하멜른의 피리부는 소녀들 +2 20.09.01 289 8 11쪽
69 마법사 전쟁 20.08.31 296 7 9쪽
68 마법사 전쟁 +4 20.08.30 302 9 11쪽
67 마법사 전쟁 +2 20.08.29 303 9 9쪽
66 황제의 굴욕 20.08.28 325 9 11쪽
65 황제의 굴욕 +2 20.08.27 320 7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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