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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마인 님의 서재입니다.

내가 만든 딸들이 너무 유능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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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레마인
작품등록일 :
2020.07.01 09:31
최근연재일 :
2020.09.24 09:37
연재수 :
93 회
조회수 :
60,489
추천수 :
1,192
글자수 :
486,831

작성
20.08.28 08:11
조회
325
추천
9
글자
11쪽

황제의 굴욕

DUMMY

차가운 눈이 내리는 산성.

성도 롬과 플랑크 왕국 사이에 위치한 그곳은 인적이 드문 장소였다.

교통도 썩 편하지는 않으며, 도심에서도 외곽 지역에 위치한 장소.


그러나. 지금 이순간만큼은 이곳은 전 대륙의 이목이 집중되어 있는 상황이었다.


그곳에는 따뜻한 난롯가에 앉은 채 느긋하면서도 한가롭게 지금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이가 있었다..


교황 그레고리오.


그는 손위에 성서 한 권을 들고 있었으나, 지금 이순간 그의 관심은 들고 있는 성서가 아닌 온통 다른 곳에 쏠려 있는 상황이었다.


“교황 성하. 저자를 저대로 놔둬도 괜찮겠는지요?”


“신경 쓰지 말게. 이 기회에 저 오만한 자에게 과연 누가 위인지 확실하게 알려줄 필요가 있으니.”


추기경의 물음에 조용히 대답하는 교황.

그러나 평온하게 대답하는 그의 속 마음은 승리의 기쁨으로 도취되어 있었다.


전 대륙이 주목하고 있는 이 순간.

마침내 오랜 숙원이었던 황제를 그의 앞에 무릎 꿇리고 있는 그였기 때문이다.


그가 머물고 있는 산성의 바깥.

그곳에서는 황제가 차가운 눈을 맞으며 성문 앞에서 무릎을 꿇고 엎드려 있었다.


전 대륙을 호령하던 신성제국의 황제가.

지금껏 거침 없이 정적들을 물리치고 모든 것을 무릎 꿇려왔던 그 황제가.


지금 이 순간은 차디찬 바닥 위에 꿇어 앉은 채 자비를 구하고 있는 것이었다.


‘드디어.. 오랜 숙원이 마침내 이루어졌군..’


승리의 미주를 만끽하며, 교황의 입가에는 미소가 지어졌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그의 마음 속에서는 세밀한 저울질이 진행되고 있는 중이었다.

자신에게 굴복한 황제를 저대로 내버려두는 것이 좋을 것인가.

아니면, 용서를 구하고 복종을 맹세하는 황제의 손을 잡고 지금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루돌프의 기세를 꺾어주는 것이 좋을까.


‘예상했던 것보다 루돌프 녀석의 세력이 너무 커졌단 말이지.. 물론 그자의 권력은 하인리히 황제에 비해서는 약하겠지만, 만약 그의 밑으로 신성제국의 제후들이 단결하게 되면 상황이 다시 도로아미타불이 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 그렇다면..’


생각보다 황제가 너무 쉽게 무너진 것은 도리어 교황의 계산을 복잡하게 만들고 있었다.

그의 예상대로라면 로돌프와 황제가 오랜 시간 동안 서로 힘겨루기를 하면서 힘을 소진하고 그 과정에서 자신의 권력을 강화해 나가는 그림이 그려졌어야 했다.


실제로 브레멘과 북쪽의 칼미르가 황제의 지지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교황이 예측한 대로 흘러갈 뻔 했으나, 황제 스스로가 결국 상황을 견디지 못했고 결국은 이렇게 자신의 앞에 무릎을 꿇고 있었다.


‘내 생각보다 황제의 의지 약하고 루돌프가 강했다 이것인가?.. 그렇다면 이대로 황제를 버리기에는 조금 아깝긴 하군..’


사람의 진정한 능력은 위기 순간에 나오는 것이다.

한창 선황제의 기세를 이어 받아 승승 장구 할 때는 그 위용이 대단했으나, 막상 이렇게 그의 자리가 흔들리고 위기가 닥치면서 바로 꼬리를 내리는 황제의 행동은 그가 생각했던 것 보다 그리 뛰어난 인물이 아니라는 반증으로 여겨지고 있었다.


‘겨우 이정도 그릇이라면.. 나의 힘으로도 충분히 조종할 수 있겠어.’


하지만, 이를 위해선 조금 거 확실한 목줄을 채울 필요가 있다고 교황은 생각했다.

하루가 지나도록 황제를 저렇게 내버려 두는 것은 그러한 목줄을 채우기 위한 사전작업.


우선은 그의 오만한 성정부터 꺾어 두는 것이 필요하다고 교황은 생각하고 있었다.


*


“폐하··· 이러다가 정말 옥채를 상하십니다!”


“교황의 의사는 이미 확인 하지 않았습니까? 이제 그만 돌아가서 쉬시지요..”


사흘.


그 기간 동안 황제는 눈발이 휘날리는 이 차디찬 산성에서 마치 동상과 같이 꼿꼿하게 자리를 지키고 앉아 교황에게 용서를 구하고 있었다.

만약 교황이 용서를 해주지 않는다면 이대로 죽겠다는 각오를 보인 채.


그리고, 그런 황제의 의지가 닿았는지. 마침내 성문이 열렸고.

그곳에서 교황 그레고리오와 추기경들이 걸어 나오기 시작했다.


“···교황 성하···”


교황의 눈 앞에 나타남과 동시에, 황제는 그대로 두 팔을 벌리고 그의 앞에 십자가 모양으로 누웠다.


완벽한 복종을 의미하는 표시.

전쟁에서 패배한 군주와 같은 모습을 튀하는 그의 행동을 보면서, 교황은 흡족한 표정을 지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그만 일어나게. 주님을 향한 그대의 믿음은 이것으로 증명이 되었네.”


“그 말씀은···”


교황의 말에 간절한 표정을 지은 채 그를 올려다보는 황제.

이에 대해서 교황은 입가에 미소를 담은 채 황제 하인리히에게 말했다.


“진실한 신앙심을 증명한 그대를 구원의 길에서 계속 쫓아낼 수는 없는 일이지. 이 시간부로 그대의 파문을 취소하도록 하겠네.”


“성하··· 교황 성하..”


교황의 말에 눈물을 흘리며 그의 발에 입을 맞추는 황제.


세계를 호령하던 대 제국의 황제가 마치 개와 같은 모습으로 자신에게 매달리는 모습을 보면서, 교황 그레고리오는 완벽한 승리를 확신하였다.


이제 남은 것은 자신의 충견이 된 이 황제를 조종하여 루돌프와 싸움을 붙이는 것뿐.


그런 생각을 하면서 교황은 자비로운 신의 대리인의 모습으로 황제를 다독여 주었고, 그런 교황의 모습을 보는 황제의 순수한 어린 양과 같은 눈에선 끝없이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렇게 황제가 교황의 앞에서 사흘간 빌고 빈 끝에 파문을 취소 받았다는 소식은 대륙곳곳으로 빠르게 번져나가기 시작했다.


역사상 단 한번도 없었던, 제국의 황제가 교황 앞에 무릎을 꿇는 사건.

후대의 사람들은 이 사건이 일어난 산성의 이름을 따서 이를 이렇게 불렀다.


카노사의 굴욕.


그러나, 후대에 이 사건을 평가하는 이들은 이 순간에 대해서 결코 교황의 승리를 떠올리지 않았다.

이 뒤에 벌어질 일들을 알고 있는 그들에게 있어서. 이 사건은 전혀 다른 방식으로 대륙의 전환점이 된 순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었다.


이전까지와는 달리. 대륙의, 더 나아가 인류의 방향이 가장 크게 바뀌게 된 순간 중 하나로서..


*


사흘간의 고행 끝에, 마침내 교황에게서 파문의 취소를 받아낸 황제.

그는 교황의 앞에서 다시 한번 정중하게 예를 표한 뒤, 마차에 올랐다.


너무 오랫동안 제국을 비워둘 수는 없는 입장이었으며, 지금 이순간도 호시탐탐 세력확장을 꾀하고 있는 루돌프의 움직임에 대비를 해야 하기 때문.


그렇게 마차에 타고 산성을 벗어난 순간.


순한 어린양과 같았던 황제의 눈은 지옥에서 기어 나온 마룡과 같이 분노와 복수심으로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두고봐라··· 교황.. 내 이곳에서 있었던 치욕은.. 몇 백배 몇 천배로 갚아 주도록 하겠다..”


차가운 눈을 맞아가며 용서를 구하는 동안, 황제의 마음 속에선 끝없이 뜨거운 분노가 끊임없이 불타오르고 있었다.


이 엄동설한 속에서 그가 버티고 버틸 수 있었던 것은 바로 그러한 감정의 업화가 있었기 때문

그리고 마침내 그것이 결실을 맺은 지금, 황제는 더 이상 거리낄 것 없이 곧바로 신하를 통해 연락을 넣었다.


“자네는 지금 당장 브레멘으로 가서 이 서찰을 전하도록.”


“알겠습니다 폐하.”


막달레나의 암묵적인 동의도 얻었으며, 교황의 파문 취소로 명분마저 다시 손아귀에 쥐었다.

이제 남은 것은 감히 자신의 뒤통수를 후려 갈긴 루돌프를 철저하게 박살내고 곧바로 이어서 교황에게 오늘의 일을 몇 배로 되갚아주는 것뿐,


그리고 이를 위해서 황제에게는 힘이 필요했다.

모든 것을 단숨에 뒤집을 수 있을 정도로 엄청난 힘이..


*


차갑게 느껴지는 숨소리.

온 몸의 신경을 곤두세운 채, 그는 천천히 자신의 몸에 흐르는 마력에 명령을 내렸다.


“후..”


익숙한 느낌이지만, 한 순간도 마음을 놓을 수는 없었다.

지금 그는 혼자서 이를 연습하고 있는 것이 아니었으며, 무엇보다 다른 이도 아니고 그녀의 앞에서는 더더욱 실수는 용납할 수 없었다.


그런 긴장 속에서, 그는 조용히 그의 팔을 앞으로 뻗었다.

그러자..


-“촤르르르륵!!”-


지면을 뚫고 뿜어져 나오는 쇠사슬의 줄기들..

그것은 목표로 하였던 바위를 순식간에 휘감기 시작했다.

그리고..


-“쾅!”-


마치 손으로 계란을 부수듯 순식간에 바위를 박살내버린 쇠사슬.


그렇게 깔끔하게 마법을 성공시킨 소년, 진을 보면서 아샤트리아는 조용히 박수를 쳤다.


“훌륭합니다. 과연.. 이 정도면 이제는 중급 마법사로 불리기에 손색이 없겠습니다.”


딱딱한 어조로 말하면서 천천히 진에게 다가가는 아샤트리아.

이에 진은 조금 당혹감을 느끼면서 그녀에게 말했다.


“가.. 감사합니다. 그.. 그런데.. 정말 하실 겁니까?.. 솔직히 그냥 농담이었는ㄷ..”


“약속은 약속입니다. 이제 와서 이를 어길 수는 없습니다.”


“그.. 그렇긴 하지만.. 마음의 준비가 아직.. 읍!”


다음 순간, 무표정한 얼굴 그대로, 아샤트리아는 진의 입술에 입을 맞추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행하는 키스임에도 불구하고 일말의 표정 변화도 없는 아샤트리아.


그러나, 그녀와는 반대로 진의 얼굴을 마치 불이라도 난 듯 새빨갛게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지금껏 느껴보지 못한 달콤하면서도 황홀한 감각.

이에 진은 잠시 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할 정도로 진한 행복에 취하였다.


그가 간신히 정신을 수습한 것은 언제까지고 끝나지 않았으면 하는 이 순간이 마침내 아샤트리아가 입술을 때면서 끝난 뒤.


그럼에도 여전히 여운이 남아 있었지만, 아무리 그래도 언제까지 풀어진 모습을 하고 있을 수는 없었다.


‘그래도.. 역시 대단하다.. 난 아직도 이렇게 두근거리는데 아샤트리아는 이런 상황에서도 감정의 동요가 전혀···’


그때, 떨리는 기분을 느끼며 슬쩍 아샤트리아의 얼굴을 바라본 진은 곧바로 자신의 생각을 정정하였다.


‘동요가··· 전혀 없지는 않구나..’


미묘하게 붉게 변한 표정을 지은 채 시선을 돌리고 있는 아샤트리아의 모습.

이를 보면서 진의 입가에는 살짝 미소가 지어졌다.


그 순간..


“실례했습니다. 영주님.”


훈련소 입구에서 대기하고 있던 이슬레이가 약간 다급하게 서신을 들고 왔고, 이를 보면서 진은 여전히 가시지 않는 여운을 느끼면서 최대한 이를 내색하지 않기 위해 애썼다.


“무.. 무슨 일이지?”


“그것이.. 폐하께서 이 서신을 영주님께 전해드리라 하셨습니다.”


“호오.. 황제 폐하께서?”


올 것이 마침내 왔다는 사실은 인지하며 진과 아샤트리아는 조용히 편지의 내용을 읽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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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 정의의 성기사 20.09.06 313 6 11쪽
74 하멜른의 피리부는 소녀들 20.09.05 311 6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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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 하멜른의 피리부는 소녀들 20.09.03 264 6 9쪽
71 하멜른의 피리부는 소녀들 20.09.02 279 5 9쪽
70 하멜른의 피리부는 소녀들 +2 20.09.01 289 8 11쪽
69 마법사 전쟁 20.08.31 296 7 9쪽
68 마법사 전쟁 +4 20.08.30 302 9 11쪽
67 마법사 전쟁 +2 20.08.29 303 9 9쪽
» 황제의 굴욕 20.08.28 326 9 11쪽
65 황제의 굴욕 +2 20.08.27 320 7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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