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레마인 님의 서재입니다.

내가 만든 딸들이 너무 유능함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레마인
작품등록일 :
2020.07.01 09:31
최근연재일 :
2020.09.24 09:37
연재수 :
93 회
조회수 :
60,659
추천수 :
1,192
글자수 :
486,831

작성
20.08.26 08:18
조회
313
추천
7
글자
10쪽

황제의 굴욕

DUMMY

세상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많은 이들은 흐름에 거스르지 않으려 한다.

흐름에 대항하게 되면 그만큼 삶이 고달파질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간혹.


사람은 그 흐름에 반하여 선택을 하는 경우가 있다.

흐름을 거스르는 행동은 대부분 큰 실패를 가져오기 마련이다.


그러나, 그 실패의 가능성 속에는 커다란 성공이라는 보석이 있기 마련.

이를 노리기 위해 사람은 간혹 흐름을 거스를 행동을 하곤 한다.


단, 이는 어디까지나 그 정도로 믿을 만한 구석이 있어야 가능한 행동.

그런 점에서, 브레멘의 영주 진의 행동은 누군가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이루어진 것이었다.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었다.

그러나 그녀라면..


그가 마음을 준.. 누구보다도 신뢰할 수 있는 그 사람, 아샤트리아의 말이라면 진은 기꺼이 그 위험한 길을 걸어갈 수 있었다.


무엇보다 지금껏 아샤트리아는 아무런 이유도 없이 함부로 행동에 나선 적이 없는 만큼, 그녀의 조언은 진에게 있어서 기대와 더불어 믿을 수 있는 신뢰감을 안겨주고 있었다.


*


방금 전과 달리 텅 비어버린 회의장.


그곳에는 황제의 눈치만 살핀 채, 아무런 대안도 내놓지 못하고 있는 그의 몇몇 측근들이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지금과 같은 갑작스러우면서도 충격적인 상화에 대해선 황제 역시 답이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지금까지 여러 방법으로 자신의 권력을 강화시켜왔던 황제였다.

그러나, 이는 역으로 영주들의 반발을 불러왔으며 지금은 그것이 최악의 방향으로 터진 상황이라 할 수 있었다.


황제 역시 이를 모르는 바는 아니었으며 대비책 역시 준비해 두었으나, 대부분의 영주들이 분위기에 휩쓸려 등을 돌린 지금은 모든 계책이 무용지물이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교황.. 이 교활한 자가 이런 식으로···’


마음 같아선 당장 군대를 몰고 성도로 달려가 교황을 폐위시티고 싶었지만, 영주들이 등을 돌린 지금 상황에서 군사를 일으킨다는 것은 자살행위나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황제가 절망적인 심정을 맛보고 있던 그때였다.


“폐하.”


“..?”


갑작스럽게 들려오는 익숙하지 않은 소년의 목소리.

이에 황제는 자신도 모르게 그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누구인가.. 그대는..”


그의 근처에 앉아있는 측근들과는 달리, 제법 거리가 있는 장소에서 홀로 자리를 지키고 있는 소년.


뒤쪽에는 검은 갑주를 입은 기사를 대동하고 있는 천천히 황제를 향해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신은 브레멘의 영주, 진 안드라스 호른호스트 라 합니다.”


“브레멘의 영주?”


“설마.. 지난 전쟁에서 극적인 역전을 이루었다는 그..”


북부 영주들의 브레멘 침공 사건은 이들 사이에서도 유망한 일이었다.

비록 백색의 전사이니 악마이니 하는 이야기들이 세간에 돌기는 했지만 냉정하게 상황을 분석하는 고위층들에게 이는 단순히 브레멘의 반격이 성공한 과정이 과장되게 전해진 것이라 여겨지고 있었다.


그리고 이와 연관해서 영주들 사이에는 자연스럽게 브레멘의 새로운 영주로 등극한 소년 진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있던 상황.


어린 나이 이지만, 그 역전의 주인공이 다른 이들과는 달리 이곳에 남아있다는 사실에 황제를 비롯한 이들은 의문과 더불어 묘한 기대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대가 소문의 그 젊은 영주인가? 짐에게 말하는 것을 허하겠노라. 그대가 하고자 하는 말은 무엇인가?”


황제의 허가가 떨어지라 진은 다시 한번 예를 갖춘 뒤 그에게 말했다.


“감사하옵니다 폐하. 하지만 소신 본격적인 이야기를 하기 전, 한가지 작은 청이 있나이다. 이 일은 매우 중요한 것이며 오직 폐하께만 드릴 수 있는 이야기 이옵니다. 하여 비천한 소인이 감히 폐하께 독대를 청하고자 하온데 윤하하여 주실 수 있겠습니까?”


“독대?”


“아니 이 자가 어디서..”


예상치 못한 발언에 술렁이기 시작하는 신하들.


“그만. 경들은 다들 조용히 하게, 지금 이 자리에서 유일하게 의견을 낸 자가 아닌가! 브레멘의 영주, 그대의 청을 들어주도록 하겠네. 모두들 물러가 있거라.”


그러나, 황제는 즉각 적으로 진의 말을 들어주었고, 이에 신하들은 별 수 없이 일단 그곳을 떠나 잠시 밖으로 나갈 수 밖에 없었다.


약간의 불만은 있었지만 지금 그들에게 뾰족한 수가 없다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회의장에는 황제와 그의 호위병, 그리고 진과 그의 뒤에 서 있는 기사만이 남게 되었다.


“자, 그럼 이제 말해보게, 설마 호위들까지 물리라 할 생각인가?”


“아닙니다. 이것으로 충분 합니다. 소신의 청을 들어주심에 감사 드리옵니다.”


황제의 호위들은 기본적으로 입이 무거운 것이 원칙인 만큼, 진은 이제 비로서 이야기가 가능한 상황이라 판단을 내린 뒤, 조용히 입을 열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가 하고 있는 말들은 그의 머리 속에서 나온 내용은 아니었으며, 이를 알려준 아샤트리아에게서 나온 것도 아니었다.


더 나가선, 아샤트리아에게 이를 지시한 아테나조차도 그 근원이 아니었다.


모든 것의 시작은.. 마리아 막달레나 아나스타.

사랑하는 동생을 위해서라면 자신이 세운 세계마저 기꺼이 뜯어 고칠 의지가 있는 여자의 머릿속에서부터였디.


그렇게 누나가 동생을 위해 준비한 거대한 계획은 어린 소년의 입에서부터 한발의 화살이 되어 쏘아져 시작되어 나가기 시작했다.



*


“으음···”


진의 이야기가 끝난 후 황제는 고민에 빠졌다.

그가 건넨 말은 분명 매력적인 부분이 있었다.

말 그대로 지금의 상황을 단숨에 역전시킬 수 있는 비책.


잘만 하면, 그에게 반기를 든 영주들을 모조리 쓸어버리고 더 나아가서 이웃의 지긋지긋한 플랑크 왕국에도 확실하게 한 방 먹여줄 수 있을 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하지만, 그것을 선택할 경우 황제는.. 더 나아가 신성 제국은 앞으로 교회 세력과는 거의 완벽하게 척을 지게 될 가능성이 높았다.


‘설령 북부의 칼마르 왕국에서 이미 이 길을 선택했다 해도.. 그곳과 우리 신성 제국은 근본적으로 상황이 다르다. 교회 세력이 지척에 있는 데다가 대륙의 정당한 지배자라는 권리를 함부로 포기할 수는 없어.’


무엇보다, 비록 파문을 선언했고 지금 당장은 그 여파가 크게 작용하고 있긴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충격이 가라앉으면 상황이 바뀔 여지는 얼마든지 있었다.


그렇게 냉정하게 계산을 마친 황제는 속으로 아쉬움을 느끼며 말했다.


“안타깝지만.. 그대의 제안을 받아들일 수는 없네. 비록 지금 내 꼴이 말이 아니긴 해도, 난 신성제국의 황제, 정체조차 불분명한 마법사들과 손을 잡는.. 주님의 뜻에 정면으로 거스르는 행동을 할 수는 없네.”


“그렇습니까. 폐하의 뜻이 정 그러시다면 어쩔 수 없지요, 하지만.. 훗날 마음이 바뀌시거든 언제든 소신을 찾아주십시오. 돌아가신 아버지의 뜻에 따라 전 언제든 폐하를 위해 일할 것입니다.”


“그대의 충심은 기억하고 있겠네.”


그 말과 함께 진은 아샤트리아와 함께 회의장을 나섰고, 그들의 뒷모습을 지켜보면서 황제는 속으로 조용히 입맛을 다셨다.


*


“생각보다 잘 되었군요. 도박이 성공해서 다행입니다.”


“무슨.. 뜻인지요?”


브레멘으로 돌아가는 마차 안에서 진은 기분 좋은 목소리로 말했고, 이에 아샤트리아는 한 점의 놀라움이 담겨있는 듯한 목소리로 물었다.


비록 얼굴의 표정은 거의 변하지 않았지만, 이런 그녀의 모습이 나름 귀엽다 느끼면서 진은 미소를 지은 채 말했다.


“뭐.. 겉보기에는 황제가 거절을 한 것으로 보이지만 아마도 조만간 좋은 소식이 올 것 같습니다.”


지금 황제는 마음 속으로 끊임없이 저울질을 하고 있을 것이 분명하다고 진은 판단했다.

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교회의 뜻에 정면으로 반하는 행동을 할 것을 권유한 그들을 이렇게 멀쩡하게 보내줄 리가 없었다.


비록 지금 당장은 무언가를 확신하기에 이른 만큼 단호하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지만, 상황이 더욱 악화될 경우 분명 자신들을 찾아올 것이라는 것을 진은 예측할 수 있었다.


그리고 실제로 황제를 둘러싼 상황은 한동안은 좋아질 기미가 거의 없었다.


북부에 위치한 브레멘은 영향을 덜 받았지만, 그 동안 신성제국의 영주들은 갈수록 강해지는 황제의 권력에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 중이었다.


그들에게 있어서 지금의 사태는 황권을 약화시키고 자신들의 힘을 키워나갈 절호의 찬스.


만약 영주들의 추대와 교황의 지지를 바탕으로 이번 일을 일으킨 루돌프가 하인리히 황제를 처리하고 차기 황제의 자리에 오르게 된다면, 비교적 매끄럽지 않은 방식으로 보위에 오른 황제의 힘과 권위는 자연스럽게 약화될 것이 분명했다.


물론, 루돌프 입장에서는 그런 것을 감수 하더라도 황제가 되고 싶은 욕심이 있었기에 이번 사태를 일으킨 것이겠지만 말이다.


“영주들과 교황의 지지를 받고 있는 루돌프, 아마 한동안은 이 여세를 몰아 그의 힘이 더욱 커질 것이며 반면 하인리히 황제의 힘은 갈수록 약해지겠지요, 그리고··· 궁지에 몰린 황제는 결국 어떤식으로든 저희들을 찾아올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자신만만하게 이야기하는 진.

그를 보면서 아샤트리아는 아테나가 말했고 그녀가 인식했든, 진의 머리 역시 보통이 아니라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되었다.


“과연.. 대단하군요. 역시 저의 마음을 가져간 남자는 뭐가 달라도 다릅니다.”


“아..음··· 그..그건..”


무표정한 얼굴을 한 채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낯부끄러운 이야기를 하는 아샤트리아.

이에 진은 방금 전의 자신만만한 표정이 한 순간에 날아가면서 대신 부끄러움으로 가득 한 표정을 지은 채 얼굴을 붉히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런 진의 모습을 보며 아샤트리아의 입가에는 보일 듯 말듯한 미소가 조용히 번져나갔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내가 만든 딸들이 너무 유능함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등장인물-정원사 20.07.09 1,008 0 -
93 종결 +2 20.09.24 527 7 10쪽
92 누나 20.09.23 302 4 12쪽
91 누나 +2 20.09.22 228 5 11쪽
90 누나 +2 20.09.21 294 5 10쪽
89 누나 20.09.20 225 3 10쪽
88 누나 +2 20.09.19 287 6 11쪽
87 누나 +4 20.09.18 283 7 9쪽
86 새로운 질서 20.09.17 244 7 10쪽
85 새로운 질서 20.09.16 250 4 10쪽
84 새로운 질서 +4 20.09.15 276 7 10쪽
83 진실 +2 20.09.14 235 4 11쪽
82 진실 20.09.13 244 4 12쪽
81 진실 +2 20.09.12 292 6 9쪽
80 진실 20.09.11 304 5 10쪽
79 정의의 성기사 +2 20.09.10 265 5 11쪽
78 정의의 성기사 +2 20.09.09 312 5 10쪽
77 정의의 성기사 20.09.08 281 4 10쪽
76 정의의 성기사 20.09.07 264 5 11쪽
75 정의의 성기사 20.09.06 316 6 11쪽
74 하멜른의 피리부는 소녀들 20.09.05 313 6 9쪽
73 하멜른의 피리부는 소녀들 20.09.04 256 6 10쪽
72 하멜른의 피리부는 소녀들 20.09.03 266 6 9쪽
71 하멜른의 피리부는 소녀들 20.09.02 281 5 9쪽
70 하멜른의 피리부는 소녀들 +2 20.09.01 291 8 11쪽
69 마법사 전쟁 20.08.31 299 7 9쪽
68 마법사 전쟁 +4 20.08.30 305 9 11쪽
67 마법사 전쟁 +2 20.08.29 305 9 9쪽
66 황제의 굴욕 20.08.28 327 9 11쪽
65 황제의 굴욕 +2 20.08.27 322 7 10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