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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부장 님의 서재입니다.

전함 백두산

웹소설 > 일반연재 > 전쟁·밀리터리, 판타지

개발부장
작품등록일 :
2021.07.26 15:00
최근연재일 :
2021.10.27 23:43
연재수 :
5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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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9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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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04,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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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0.21 2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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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전함 백두산

DUMMY

한국 정부와 군은 축제 상태였다.


한반도에 상륙한 사자왕군의 위치를 탐지해서 알려주던 카이주를 공격한 것은 약간 치사하기는 했지만 누가 오지랖을 떨라고 했던가. 방금 전까지 일본과 한반도에 미사일을 퍼붓던 놈에게, 딱히 임시 휴전을 맺은 것도 아니었는데, 기습에 성공한 것은 자랑할 일이었지 결코 창피한 일이 아니었다. 아무튼 그렇다.


어떻게 기회를 잡아서 기습했는지에 대해서는 그냥 구석에 처박아 둘 것 같지만 한반도 본토에 직접 공격을 받아 국민들이 어리벙벙해하고 있는 와중, 어리벙벙함이 분노로 바뀌기 전에 어떻게든 기분을 풀어 드리기 위해서 한극 정부의 나팔수인 언론들은 열심히 풍악을 울렸고, 그것은 나름대로 구성되어 있는 첩보망을 통해 포르모사에도 전해져왔다.


"하아..."


사자왕 하트 경을 쫓아내고 자유국 동맹의 사실상 수장이 되어 있었던 콜로넬 여백작은 요염한 입술 사이로 차가운 한숨을 내쉬었다. 결국 이렇게 되었다. 이제 한국에게 어떻게 머리를 조아려야 덜 얻어맞을 수 있을지 고민할 시간이었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으므로 침묵하고 있던 암호화 장거리 통신기가 삐빅 하고 수신 신호를 울리자 콜로넬 여백작은 깜짝 놀라 버렸다.


"미안, 져버렸네! 근데 이자식들 치사한 짓 한 거 용서가 안되는데? 보복타격할 거니까 군사시설 재확인해 줘!"


"이현성... 함장님?"


뒤이어 장거리 통신기는 수십 군데의 표적이 기재된 한국 지도를 내놓았다. 이현성이 가지고 있는 자료는 기존의 한국 지도에 소형인공위성으로 수색한 것 뿐이었던지라 중요도 평가가 미비했다. 그것을 성녀 앨리스 공주의 점술로 보충해 달라는 것이었다.


"...누구 없나! 공주님을 모셔! 험하게 다루진 않았겠지!?"


사소한 문제는 콜로넬 여백작이 여차하면 거래 카드로 쓰기 위해 앨리스 공주를 남몰래 붙잡아두라고 지시해두었었다는 것이다. 물론 험한 짓이야 하지 않았지만 앨리스 공주도, 그녀의 호위기사인 미리암도 분위기가 달라진 것을 느끼고 있었다.


뭐, 사소한 문제다.


***


<< 미션을 안내드립니다.


현 시각부로 한반도 기습상륙을 감행했던 사자왕군이 소탕되었습니다. 그 과정에 있어 한라산함과 자유국 동맹의 협력이 중요한 역할을 하였음을 부정할 수 없을 것입니다. >>


마더베이스에 잔뜩 들어차 있는 전투함 중 현재의 전장환경에 가장 적합한 배를 고민하던 이현성의 머릿속에 임무 안내가 울려퍼졌다. 이제야? 하는 느낌이었는데, 지금 막 한국군이 사자왕군 토벌을 마친 모양이다.


'사자왕 아저씨 굿바이.'


<< 명시적인 합의는 없었다 하더라도 사실상의 휴전 상태였던 한라산함을 기습공격한 한국군의 행동은 비신사적인 것이라 하겠습니다. 이에 대해 보복을 실시할지, 또는 전략적 목적을 달성하였으므로 긴급히 피해를 복구하고 포르모사 방어를 위한 현시전력을 확보할지는 피해자인 이현성 함장님, 당신에게 선택할 권리가 있습니다. 어찌 하시겠습니까?


A. 한국에 대한 보복 공격을 실시한다.


B. 한라산함의 뒤를 이을 새로운 전함을 전개한다.


당신 스스로 선택하여 주십... >>


"닥치고 복수다! 내가 그렇게 온화한 성격은 아니거든!?"


<< ...한국군의 행동에 대한 최저한의 보복 정도는 다음과 같습니다. 행운을 빕니다. >>


이현성이 단번에 대답하자 이번 미션에 요구되는 전과, 즉 한국의 피해가 명시되었다. 미션 확정. 그리고 일방적인 공격수단으로, 이현성은 '배틀쉽 오버로드' 초기에 만들었다가 게임 상의 전장환경에 영 맞지 않아서 마더베이스 구석에 짱박아두었던 미사일리어를 끄집어냈다.


전함 백두산. 미사일 3천 발을 때려박고 중장갑을 잔뜩 두른 뒤 3연장 미사일 런처 3문으로 미사일을 퍼붓는 7만 6천톤급 미사일리어다. 선체 설계는 꽤 좋았지만 이렇게 공격 일변도인 전투함으로는 배틀쉽 오버로드의 세계에서는 미사일을 다 쓰기도 전에 박살나는 게 일상이었던지라 선체만 남겨두고 다 뜯어고쳐서 함포와 VLS, 부포 20문, 전자장비 덩어리를 실은 것이 한라산함이었다.


'배틀쉽 오버로드'에서는 설령 패배한다 해도 전함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그런데 실제로 한라산함이 격침당해 없어졌다는 이상 상황 속에서, 한라산의 직계 조상이라 할 만한 전함 백두산의 전자두뇌와 강철 심장에 불이 붙었다.


"전함 백두산, 각부 점검 개시! 메인프레임 점등! 엔진 가동!"


"체크리스트 점검중! 1번부터 16번까지 이상 무!"


"17번부터 32번까지...!"


이현성 혼자만이 있어서 을씨년스럽던 마더베이스가 어느 순간부터 소란스러워졌다. 폭포처럼 쏟아져들어오는 보고사항을 정리해 보고하면서, 비서관 강유미 대위는 플레이어인 함장을 보좌한다는 자신의 의무대로 경고했다.


"함장님, 전함 백두산은 직접 전투에는 적합하지 않은 함선입니다. 특히 레이더와 부포의 부재로 인한 방공능력 부족이 치명적입니다."


"나도 알아. 일단 재고 있는 걸 다 때려박아. 그리고 레이더로 라플라스 추적기 장비해."


'배틀쉽 오버로드'의 최상위 티어에서 사용되는 교란 불가능 탐색기, 라플라스-맥스웰 추적기. 그러나 이런 최상급 장비가 다 그렇듯이 돈만 있다고 장착하고 작동시킬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특수 임무를 통해 핵심 장비를 획득해야만 한다. 물론 과금으로 한방에 해결할 수도 있지만 이현성은 애초에 과금을 안 하는 타입이었던지라 카드 번호도 연동되어 있지 않았다.


"이럴 줄 알았으면 과금 좀 하는 거였는데. 하지만 뭔가 될 것 같거든?"


"...?"


강유미 대위가 눈을 깜빡이며 바라보는 앞에서 장갑화 미사일리어였던 전함 백두산에 대량의 미사일이 적재되고 유사시를 대비한 근접방공화기가 추가로 장비되었다. 공간이란 공간은 빼곡하게 부포로 도배되어 있던 한라산함과 달리 미끈한 선체가 어딘가 믿음직하지 못하지만, 거대한 650밀리미터 3연장 미사일 런처를 올려다보는 이현성의 눈빛은 오래간만에 흥분으로 물들어 있었다.


그 결과ㅡ


"아아, 전함 백두산의 함장 이현성 대령이 비겁한 한국군 여러분께 알려드립니다. 아니, 비겁하다는 말도 부족하군요. 테러리스트로 전락한 하트 씨 일행의 위치를 하나하나 알려주고 있는데 그걸 기습하다니, 치사한 행동이었습니다."


"뭐야!?"


"전대역 전파 탈취입니다! 인공위성에서 직접 송출하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는 심혈을 기울여 구성한 전시 통신망에 파고들어온 이현성의 목소리에 경악했다. 간신히 카이주를 때려잡았다고 기뻐한 것이 반나절도 되지 않았는데, 카이주를 격파했다고 전국적으로 풍악을 울리는 참에 그것을 해킹당해 생방송으로 카이주의 함장 이현성이 국민들에게 정견방송을 시작한 것이다. 그 와중에 경험 많은 정보장교들은 이현성의 한 마디를 놓치지 않았다.


"전함... 백두산? 한라산이 아니라?"


민간 방송국부터 한국군 통신장교들까지 전파 탈취를 막아내기 위해 노력했지만, '배틀쉽 오버로드'의 시스템적으로 선전포고는 막을 수 없다. 아무튼 그렇다. 때문에 방금 전까지 서울 한복판에서 미사일 에어쇼가 벌어지긴 했지만 그래도 카이주는 잡았습니다! 라는 자화자찬을 들으며 뭐 이겼나 하던 한국 국민들은 처음으로 '적'의 목소리를 듣게 되었다. 이현성의 선전포고는 계속되었다.


"지금까지는 민간인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한국의 침략을 저지하려고 했지만, 한국은 더이상 그럴 자격이 없다는 사실을 스스로 증명했다. 그러니 나도 더 이상은 참지 않겠다. 본인은 금시각부터 정당한 보복 공격을 실시하며, 한국의 모든 군사시설 및 군사행동을 지원하는 민간시설은 공격 대상이 될 것이다. 이와 무관한 민간인들은 즉시 군사시설 및 연관 시설의 반경 10킬로미터 이상 거리로 대피할 것. 경고를 무시한 결과 발생하는 피해에 관해서는 책임질 수 없다."


"...이 자식 보게...?"


이현성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던 서울 시민 한 사람이 중얼거린다. 70년간 전쟁 준비를 해 왔고 그런 자신들에게 기묘한 자부심까지 가지고 있는 한국인들에게 이 선전포고는 매우 불쾌하게 자존심을 건드리는 것이었다. 비합리적인 반응이지만 원래 감정은 비합리적이다.


"반복한다. 전쟁과 무관한 민간인들은 즉시 군사시설 및 연관 시설의 반경 10킬로미터 이상 거리로 대피하라. 곧 정당한 보복 공격이 실시될 것이다."


선전포고가 끝났다.


잠깐의 침묵 끝에, 70년간 전쟁을 준비해 왔고 지난 5년 동안은 노동기준법이 정지된 전시체제 하에서 생존을 위해 몸부림쳐 온 한국인들이,


"지금 쥐가 고양이 생각 해주냐!?"


"아주 해보자 이거지? 저 새끼 죽이자!"


입 밖으로 소리내어, 또는 통신 네트워크를 통해 분노했다. 일단 한국 정부가 걱정하던 정부에 대한 신뢰도 붕괴는 피했지만, 대신 분노한 국민감정을 통제할 수 없게 되어버렸다.


***


"송신 끝. 작전준비 완료되었습니다."


"좋아, 시작하자. 오퍼레이션 밀레니엄! 미션 스타트!"


"작전 개시!"


아직도 살짝 중2병인 이현성이 명령하자 강유미 대위가 그의 명령을 함대에 전파했다. 지금 이곳은 한라산함의 것보다 약간 구형이어서 레트로한 감이 있는 백두산함의 전투정보실. 전자적으로 '함대'를 장악하고 있는 전투정보실에서 명령이 내려지자 백두산함 후방에서 따라오던 세 척의 1만톤급 무인 미사일리어에서 연속 사격을 시작했다. 백두산함의 미사일 재고에 방공화력과 무인정찰기를 쑤셔박다 보니 공격력이 부족했기 때문에 끄집어내 온 우장산급 미사일리어였다.


이것은 한라산함의 방공능력은 물론 백두산함 같은 중장갑도 없는 순수한 미사일 수송함이다. '배틀쉽 오버로드'에서 한동안 미사일이 유행했던 이상한 시기에 게임 스타트 즉시 무인정찰기, 무인공격기, 무인요격기들을 있는대로 공중에 띄워놓고 시작하기 위해 저렴하게 만들어낸 지원함이었는데, 물론 그 이상한 시기는 상호간의 무인기 상쇄에 뒤이어 대공핵폭탄과 광대역 전자기 쇼크 버프로 끝나버렸으므로 마더베이스 깊숙히에 처박혀 있었다.


하지만 지금 이 모드에서는 충분히 쓸만할 것이었다. 세 척의 우장산급 미사일리어가 각각 적재하고 있는 미사일 3천발을 연달아 쏘아올렸다. 백두산함 같은 회전식 발사대조차 아니라 함 후방과 중앙과 전방의 다연장 수직 발사실에서 미사일이 스스로 쏘아올려지는지라 오히려 발사속도는 더 빠르다. 6초당 18발씩, 총 9천 발의 미사일이 16분 40초만에 전탄 발사되었다. 아무리 저렴한 하이다이브 비행폭탄이라지만 이쯤 되니 이현성의 배틀포인트도 바닥이 났다. 그래도 이현성은 하늘을 가득 메우고 사라져가는 불꼬리들을 바라보고 있자 마음이 탁 트이는 기분이었다.


마더베이스에서 출항한 백두산 전단이 출현한 위치는 한반도 남동쪽 5천 킬로미터 거리. 한국군이 실시간으로 감시하기에는 너무 멀었고 대응하기엔 더욱 멀었다. 그리하여 한국군은 새로이 등장한 카이주, 백두산 전단이 사거리까지 접근하더니 레이더로 숫자를 다 파악할 수도 없이 많은 5천 발 이상의 미사일을 쏘아올리는 모습을 그저 바라보고만 있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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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밀리환초 학살사건 21.08.26 173 5 12쪽
33 한일 연합함대 출동! 21.08.25 192 5 11쪽
32 제해권 장악작전 +1 21.08.24 187 6 15쪽
31 인터미션 - 포르모사의 스파이 +2 21.08.23 186 6 11쪽
30 임무종료 - 강평 21.08.22 197 5 12쪽
29 난타전 / 3차 공격대 출격 +1 21.08.22 183 4 14쪽
28 두더지잡기 +4 21.08.22 187 6 13쪽
27 공중전 II +2 21.08.21 204 6 15쪽
26 섬멸, 또는 학살 +4 21.08.20 208 5 14쪽
25 근접전투 +2 21.08.19 210 6 15쪽
24 정면격돌 21.08.18 218 7 14쪽
23 기적이 일어나다 21.08.17 223 7 13쪽
22 포르모사 방공전 +3 21.08.16 238 8 13쪽
21 요격기 발사 21.08.15 237 4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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