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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부장 님의 서재입니다.

전함 백두산

웹소설 > 일반연재 > 전쟁·밀리터리, 판타지

개발부장
작품등록일 :
2021.07.26 15:00
최근연재일 :
2021.10.27 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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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04,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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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9.09 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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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침투 vs. 경계

DUMMY

태평양급 구축함에게 포착될 상황에 처한 해검 무인수상정은 스스로의 존재를 감추기 위해 자침을 감행했다. 백두산함의 진로를 정찰하는 입장으로서, 존재가 노출되면 이쪽으로 백두산함이 접근중이라는 사실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무인잠수정이었다면 해저면에 붙어서 들키지 않고 지나가기를 기대해 보겠지만, 무인수상정인 해검은 아무리 위장 그물을 뒤집어썼다고 해도 가까이 다가온 수상함을 속일 수는 없다. 싸워서 이길 수 있느니 없느니보다 존재 자체를 감추어야만 했다.


"부유물 잠항! 침투용 뗏목으로 추정!"


"음탐관! 액티브 핑!"


"쏴라!"


그러나 이 세계의 신생 일본 해군은 마법 뗏목이나 나무 배를 이용하는 현지인들을 상대하느라 거의 노이로제 상태였다.


현지인들은 마법을 이용해서 바다 밑을 걸어 상륙해오거나 인간이라면 얼어죽기 딱 알맞은 차가운 바다를 나무토막 하나 끌어안고 건너오거나 그냥 인어족이라서 물 속을 헤엄쳐 온 침투부대에게 전진기지를 습격당하기 일쑤였고, 자유국 동맹이 결성된 뒤에는 오히려 온건파와 협의를 통해 수중침투를 줄일 수 있었지만 그러기 전만 해도 이들이 수천 단위로 도쿄만에 들어오면 어떡하나 잠을 못 이룰 지경이었다. 굳이 비교하자면 An-2에 반쯤 눈이 돌아가 있었던 한국군 방공포병들과 비슷한 처지다.


- 피이이이잉!


전자석으로 끌어당겨져 있던 발성판은 전기가 끊어져 탁 놓이자 고속으로 진동하며 가라앉아가는 부유물, 해검 무인수상정을 향해 강력한 지향성 초음파를 퍼부었다. 물 속을 1초당 1킬로미터씩 쏘아진 초음파는 수중의 고체 물품에 닿아 반사되었고, 그리고 그 반향파를 청취한 소나는 그것이 금속성 물질이라는 것을 분석해내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대한연합군 총사령부와 일본 정부까지도 난리가 났다. 그렇잖아도 카이주와 자유국 동맹이 작당을 해서 밀리환초 기지를 습격해 잔혹한 학살극을 벌인 지금, 강력한 현지인이 수천 단위로 일본에 상륙해 게릴라전을 벌일지도 모른다는 경고가 계속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교전 허가! 근방에 다른 배가 있나!?"


"해상초계기, 대잠초계기 위치 조정! 한 척만 있을 리가 없다! 찾아내라!"


"현지인 병력의 승함공격에 유의할 것! 적들의 신체능력은 아군을 능가한다!"


이미 내부에 실려 있던 소이탄을 발화시켜 메모리를 스스로 파괴하고 침수되어 모든 기능이 정지된 채 가라앉는 중이었던 해검 무인수상정의 머리 위로 자중 135킬로그램, 폭약량 90킬로그램인 대형 폭뢰가 우수수 떨어졌다. 예상 지점 위에서 폭뢰를 투하한 태평양급 구축함이 다시 엔진을 가속시켜 빠져나고 잠시 후, 거대한 물기둥이 바다 위를 장식했다.


"죽었을까?"


"돌낚시나 마찬가지죠. 놈들이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쇳덩어리 잠수함보다는 약하니 폭뢰 몇 발이면 깔끔하게 전멸한다고 했습니다."


돌낚시란 얕은 냇가나 웅덩이에서 물 속에, 혹은 물 속 바위에 큼직한 돌덩이를 던져서 그 충격파로 물고기들을 기절시키는 낚시법이다. 물은 무척 밀도가 높은 매질이기 때문에 폭발물의 충격파가 더욱 압축된다. 머리 바로 위에 포격을 퍼부어도 허둥지둥 잘만 도망가던 사자족조차 수중침투를 하다가 폭뢰에 걸리면 깨갱 소리도 못 내고 내장이 터져서 물기둥에 휩쓸려 날아오르곤 했다.


"사체 발견되지 않습니다."


"...경보 오류면 나중에 한 소리 들을텐데."


그러나 그들이 기대하던 침투부대의 사체는 떠오르지 않았다. 물론 밀리환초 학살사건 이후 경보단계가 상향되어 있었으므로 딱히 욕을 먹거나 하진 않겠지만 비번중에 우르르 달려나온 동료함 함장들에게 한턱 내야 할 것이었다.


일본 해군 원거리 초계함대 소속의 함장이 그런 소심한 걱정을 하는 동안, 그 반경 100킬로미터를 샅샅이 뒤지라는 명령을 받고 출격한 해상초계기들은 점차 한라산함을 향해 접근하고 있었다.


***


함장 대리인 비서관 강유미 대위 이하 한라산함의 지휘부는 당혹해했다.


"...대체 왜 저렇게 과민반응을 하는 걸까요?"


한라산함에서는 항로를 바꾸어 마치 벌집을 건드린 것처럼 몰려나온 일본 해군의 항공기와 수상함들이 수색중인 해역을 피해가려 했다. 그러면서 실패의 원인을 찾기 위해 체크리스트를 재점검했는데, 걸리는 것이 없었다.


현지인들이 우월한 신체능력과 마법을 이용해 초장거리 수중침투를 감행해 왔다는 사실을 체크리스트에 등록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체크리스트에 주의점을 추가할 수 있는 '사람'은 플레이어인 함장 이현성 뿐이었는데, 그는 지금 무인함인 디코이함의 함교에 앉아서 심심함과 욕구불만에 몸부림치는 중이었다. 한편 그가 대놓고 한국군 정찰위성과 교차했기에 한국 해군은 간신히 돌아온 75전단의 금성산급 구축함 2척에 더해 충무공 이순신함들까지 로테이션마저 포기하고 모조리 끌어모아 요격함대를 편성하고 있었다.


결국 원인불명으로 결론을 내린 한라산함은 일본 해군의 수색 해역을 멀리 우회하여 재차 서쪽을 향했다. 이제 곧 일본 열도, 한반도를 태풍과 해일과 지진으로부터 육탄 방어하는 형태로 둘러싸고 있는 땅이었다. 한국인이라면 다들 일본 열도에 감사합시다. 아니, 일본인 말고 일본 열도.


그 일본 열도를 넘어가서야 이번 미션의 목적지인 한반도다. 한반도 남부, 고흥 우주기지... 거기까지 직접 침투하기 위해서는 일본 열도를 남쪽으로 우회하여 한국군 레이더기지가 들어선 오키나와를 피해 한반도 해역에 무수히 널려 있는 해상 레이더사이트를 피해야만 했다.


하지만 그것은 나중에 생각할 일이었다. 1차 목적지까지는 얼마 남지 않았다.


***


한국 해군 제7 임무부대.


충무공 이순신급 6척과 그 개량형인 금성산급 6척이 집중적으로 배치되어 있는 한국 해군 제7전단, 이른바 기동함대에 출동 명령이 떨어졌다.


일본 해군에게 떠넘겼던 해역은 빼더라도 작전해역이 확 늘어나서 과로에 시달리던 그들이었지만 계속해서 작전 실패가 이어지고 있는지라 부담이 컸다. 그나마 전사자가 일본군에 집중되어 있어 국내 여론은 괜찮은 편이었으나 이렇게 계속 '패전'이 이어지면 곤란했다. 북한군 500만과 중국군 천만대군을 상대해야 하는 대한민국에서 육군이 아니라 해군이 각광을 받는다는 신기한 일이 벌어졌는데 이 연이은 패전에 발목 잡히게 생긴 것이다.


결국 해군은 카이주의 5인치 포탄을 얻어맞고 간신히 목숨만 살아 돌아온 금성산급 1번함 금성산과 기타 오버홀중인 함정을 제외하고 총 8척을 모조리 끌어모았다. 여기에 일본 정부를 다시 갈궈서 아카기와 카가에 예비 비행대를 태워 합류시킨 것이 제7 임무부대다. 물론 목표는 단 하나, 카이주 요격이었다.


"카이주의 위치는?"


"포르모사에서부터 한반도를 향해 접근하고 있습니다. 위성 감시망에 몇 번 포착된 것을 감안하여 우회를 시도하고 있다고 가정하면..."


해도 위에 큰 원이 그려졌다. 속력은 30노트, 시속 약 56킬로미터로 가정한 원이다. 시속 수천 킬로미터도 가능한 전투기나 백수십 킬로미터로 달리는 트럭 같은 것과 비교하면 배의 속도는 느려보이지만 수상함은 가로막는 것 없는 바다를 저 속도로 꾸준히 멀리멀리 항해할 수 있기에, 전함은 24시간이면 720 해상마일 즉 1333킬로미터를 이동한다.


때문에 처음 목격한 장소에서부터 오래 목격 보고가 끊어지는 만큼 카이주의 예상 위치는 한없이 모호해진다. 이틀이면 2666킬로미터, 포르모사에서 한반도까지도 도달하고 남는 거리다. 그리고 포르모사를 집중적으로 관측하고 있는 위성망에 포착되었던 카이주는 몇 번 더 포착된 이래 접촉이 끊어진 상태였다.


"태평양 쪽에서 일본에 침투 시도가 있었던 모양입니다."


"또 협동작전인가... 자칫하면 도쿄에서 대학살극이 벌어질지도 모른다. 괴물들이 본토에서 게릴라전을 벌이면 아주 곤란해."


그리고 인천이나 부산에 기어올라올지도 모르지. 한국 해군 장교들은 현지인을 표현할 때의 금지 용어인 '괴물'까지 사용했다. 만약 그런 일이 일어나면 방어해야 하는 것은 육군의 임무지만 서로 소 닭보듯 하던 관계였던 육군이라고 해서 무시할 수만은 없었다. 한국 육해공군은 물론 예산을 두고 싸우는 경쟁자이기는 해도 그렇다고 일본 육해군처럼 서로 죽이고 싶은 사이까지는 아니다.


일단 한반도는 일본 열도가 감싸다시피 하고 있기도 하고, 현지인들에게 지나친 미움을 사지 않도록 직접적인 전투는 일본군에게 떠맡겨 욕받이로 쓰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세계의 맹수 종족들은 누가 진짜 적인지 알고 있으니 불안한 것이다. 오래간만에 후방 동원사단에 비상이 떨어지고 만약을 대비해 북한도 없는 휴전선을 지키고 있던 전방 기갑사단들에서 공격헬리콥터 여단을 재배치한다는 정보가 전해져 있었다.


"여기서 우리가 걱정해봤자 할 수 있는 건 없다. 한시라도 빨리 카이주를 찾아내서 격파하고 돌아가자. 정찰대는?"


"일본 해군 제로센 편대 40기 이상이 이미 비행중이고 블랙잭 무인기를 최후 예비분에 아직 납입도 안 된 것까지 싹 다 쓸어갖고 나왔습니다. 승함해 준 한국항공산업 기술진이 독도함 격납고에서 조립중입니다."


"예상항로 일대 주변 섬들에 침투한 해병대 특수수색대 대원들이 현재 대기중입니다."


"우리별 12, 13, 14호와 데이터 링크. 통제권 인계되었습니다."


한국 해군도 나름대로 있는대로 다 가지고 나왔다. 해군에게 있어서 지난 75전단이 '무리 없이' 동원할 수 있는 최대 전력이었다면 이 제7 임무부대는 임무를 완수하고 나서 한국 해군 전체가 한동안 몸살을 앓아야 할 만한 전력이었다. 그나마 중국과 북한이 없어서 좀 낫지만 그렇다해도 밤낮으로 현지인들의 수중침투를 경계해야 하니 7전단이 복귀하여 재정비를 마칠 때까지 낡을대로 낡은 구형 포항급과 울산급 해역함대가 고생하게 될 것이었다.


"75전단의 전투보고를 보면, 해성-2의 144발로 CIWS 사거리까지 돌파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그렇다면 그 이상으로 퍼부어 줄 뿐입니다."


"카이주의 거체와 주포에 눈이 가기 십상이지만 놈은 무인기로 원거리에서 아측 초계기를 요격하고 원거리에서 함대를 포착해 장사정 포탄으로 화력기습하는 전술을 즐겨 사용한다. 문제는 제공권이야."


만약 한국 해군에 제트 전투기를 운용할 수 있는 정규 항공모함이 있었다면 카이주 사냥은 훨씬 쉬웠을 것이다. 무인기 따위 싸그리 요격해버리고 카이주를 찾아내 미사일을 쏟아부으면 끝났을 테니까. 그것을 아쉬워하면서 제7 임무부대는 본격적으로 정찰 부대를 전개시켰다. 이번에야말로 시대에 뒤떨어진 전함을 짓밟아 뭉갤 작정이었다.


21세기에 전함을 운용하는 나라의 해군이 할 말이 아니기는 했다.




추천과 선작과 댓글은 글쟁이에게 큰 의욕을 줍니다. 잠시만 시간을 내주세요.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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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침투 vs. 경계 21.09.09 151 4 11쪽
41 외나로도 발사기지 파괴작전 21.09.06 156 6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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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대공무장 완전자동 21.08.31 185 4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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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한일 연합함대 출동! 21.08.25 192 5 11쪽
32 제해권 장악작전 +1 21.08.24 187 6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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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임무종료 - 강평 21.08.22 197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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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두더지잡기 +4 21.08.22 186 6 13쪽
27 공중전 II +2 21.08.21 204 6 15쪽
26 섬멸, 또는 학살 +4 21.08.20 207 5 14쪽
25 근접전투 +2 21.08.19 210 6 15쪽
24 정면격돌 21.08.18 218 7 14쪽
23 기적이 일어나다 21.08.17 222 7 13쪽
22 포르모사 방공전 +3 21.08.16 238 8 13쪽
21 요격기 발사 21.08.15 237 4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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