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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부장 님의 서재입니다.

전함 백두산

웹소설 > 일반연재 > 전쟁·밀리터리, 판타지

개발부장
작품등록일 :
2021.07.26 15:00
최근연재일 :
2021.10.27 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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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8.22 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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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두더지잡기

DUMMY

지금 전투는 크게 세 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우선 포르모사 근해에서는 제1 항공함대의 정찰대 24기와 한라산함의 철매 무인요격기 36기가 교전하여 각각 3기와 11기를 상실했다.


보통은 이러고 나면 연료도 총탄도 체력도 없어서 암묵적으로 전투 종료를 합의하고 각각 집으로 돌아가는 게 정상인데, 어차피 내일이 없는 무인기들은 그런 것 모른다는 듯이 밀리고 있는 제로센들을 몰아붙였다. 철매 무인요격기는 바다매 무인정찰기와 마찬가지로 1회용이고, 애초에 착함장치가 없다.


"이대로는 연료가 부족합니다!"


"칙쇼! 뭐 이런 게 다 있어!"


이기고 있는데 지게 생긴 일본군 조종사들이 포효하고 있는 아래 해상에서는 비틀거리며 쫓아가는 태평양급 구축함 세 척에게 쫓겨 아직 살아있는 십여 척의 나무-배들과 그리고 얼음전함 아라스버그가 도주중이다. 이쪽은 필사적으로 피해를 복구한 일본 구축함들이 현지인 함대를 쫓아낸 후 동료함들을 구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이라, 패닉에 빠져 도망치는 자유국 동맹의 함선들에게 열심히 겁을 주고 있는 것이었다. 어뢰가 몇 발 살아 있었지만 상대방이 죽기살기로 저항할까봐 쏘지 않을 정도였다.


한편 중간 공역에서는 한라산함이 발사한 디코이 180발과 바다매 12발을 저지하기 위해 제로센 단 8기가 돌진하는 중이었다. 후방의 제1 항공함대에서 그들을 지원하기 위해 정신없이 제로센을 발함시키고 있었지만 지금 여기에 있는 것은 그들뿐이었다.


"편대장이다. 모두 잘 알겠지만, 절대로 죽지 마라! 아군이 오고 있으니 최대한 시간을 끌어라!"


"라... 라져...!"


잔뜩 긴장한 목소리로 대답한 파일럿들은 하늘을 가득 메운 것만 같은 적기들의 틈새로 돌격했다. 살아남는 것 마저도 가능할지 모르겠는데, 강물처럼 쏟아져 들어가는 무인기 놈들에게 모함의 위치를 들키면 카이주의 장거리 포격이 날아들 것이라 가슴이 무겁기만 했다.


***


"교전 시작되었습니다. 지속적으로 적기 발함 감지. 예상 위치를 재산정합니다."


스크린의 전술 지도 위 적 예상 위치를 나타내는 원이 확 줄어들었다. 하지만 여전히 별동대의 징후는 포착되지 않는다.


"...이쯤되면 별동대가 없었을 가능성도 생각해봐야겠는데..."


존재하지 않는 적을 상대로 드잡이질하고 있던 것 아닌가 생각하게 된 이현성이 민망해했다.


"1차 방어선 돌파 성공. 디코이 손실 14기. 후방에서 발함한 적기들이 축차적으로 투입되고 있습니다."


목숨을 걸고 날아온 제로센 8기의 도전은 의미가 없었다. 널찍하게 분산된 디코이들을 기관총으로 전부 막아내는 것은 불가능했고, 디코이 중 두어 대가 제로센에게 동체 충돌을 시도하면 추격 같은 것은 꿈도 꿀 수 없었다. 굳이 격추할 것도 없이 적기를 무력화시키면 목적은 달성된다.


그 뒤로도 일본 함대는 함재기를 집중적으로 운용하지 못하고 발함하는 대로 일단 방어선에 투입하고 있었다. 그만큼 거리가 가까워서 편대를 구성할 시간이 없다는 의미일 것이다.


"주포 장전. 탄종 대함유도포탄."


그 순간을 기다리며 이현성은 명령을 내렸다. 웅웅거리는 기계음이 들려오고 오후의 뜨거운 햇빛 아래 16인치 포신이 하얗게 빛났다. 이 거대한 전함이 자신의 명령에 복종한다...


예쁘고 섹시한 뱀족이나 인간족이나 고양이귀나 강아지귀나 엘프 귀를 한 누님들하고 노는 것보다 더 짜릿했다.


'짜릿해. 끝내줘. 늘 새로워.'


그래서 이현성같은 종자들을 비하 아흔아홉 스푼 포함해 '배박이' 라고 부르는 것이다.


"2차 방어선 돌파. 디코이 손실 9기."


디코이를 방패삼은 바다매들이 적 예상 해역의 중심부로 접근하고 있었다. 그리고 고도를 높인다. 해상도는 낮아져도 바다 위에 무언가가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는 최대 고도까지 높이를 높인다...!


"경보! 경보! 적기 레이더 포착!"


함교 스크린을 바라보며 황홀감까지 느끼고 있던 이현성의 즐거운 순간을, 방공반의 비명소리가 끊어버렸다. 레이더는 수평선 아래를 볼 수 없으니, 레이더로 적기를 포착했다는 것은 적기도 한라산함을 보았다는 의미였다.


***


"카이주 발견! 반복한다, 카이주 발견!"


"좋아, 공격이다! 적기에 대한 방어는 본함과 구축대가 맡는다! 후위 항모집단은 전력을 다해 공격하라!"


함대 사령장관 마츠마에 소장의 격문은 잔뜩 흥분한 사냥개를 몰아대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지금 바다 위에 있는 것은 제1 항공함대의 기함 쇼호 단 한 척과 주변의 1개 구축대 8척 뿐. 2개 구축대를 이미 상실하여 호위전력도 부족했지만 마츠마에 소장은 다른 5척을 빼돌려 공격전력으로 사용하고, 기함으로 적 함재기들의 공격을 받아낼 작정이었다.


이 즉홍적인 계획에 참모들은 반대했었다. 전력의 분할일 뿐이라는 주장에서부터 정 한다면 함대의 지휘체계가 무너지지 않도록 기함이 아닌 다른 함선을 미끼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것은 나름대로 합리적인 제안이었지만, 구 해군에서 살아남은 낡은 장관인 마츠마에 소장은 비합리적으로 응답했다.


"지휘관 선두다! 본관이 가장 앞에 있어야 한다!"


현재의 신생 일본 해군에서는 강조하지 않는 구 해군의 격언이다. 사실 구 해군에서도 제일 높은 놈들은 뒤에 처박혀 있었지만 아직 젊은 그는 대장이 가장 앞에 선다는 순진한 감정을 버리지 못했다.


그리고 조금 야비한 속셈도 있었다.


'항모 한 척 밖에 없으면 어디로 봐도 미끼로 보일걸? 카이주의 장거리 포격은 본대를 향할 것이다.'


이건 이거대로 구 해군의 전통이었다. 동료 뒤통수 때리기는 호흡! 숨쉬는 것처럼 자연스럽다. 그리고 못하면 죽는다.


한편 지휘권을 인계받은 2번함 즈이호는 사령장관의 사무라이다운 의기에 감동의 피눈물을 흘리며 함재기들을 발함시키고 있었다. 일부는 축차적으로 방공전에 투입했고, 대다수는 공중에서 대기하여 편대를 구성했으며, 일부는 강행정찰을 내보냈다. 적기나 적함에게 요격당한다면 그것으로 적의 위치를 알아내겠다는, 죽음을 각오한 정찰이었다.


말은 그렇게 해도 무인기보다 제로센이 더 날래고 꾸준히 회피기동을 하면 카이주의 장거리 대공사격도 피할 수는 있다는 근거 하에서 시작한 작전이라 그렇게까지 자살적인 임무는 아니었지만.


이현성이 시작한 B안도, 제1 항공함대의 즉홍적인 계획도 결국은 힘으로 밑어붙이는 힘싸움이다. 상대방의 전력을 잘 모르는 상황에서 승부를 거는 위험한 시도였지만 한번 시작한 이상 물러설 수는 없었다. 물러서는 순간 상대방의 완력이 산사태처럼 쏟아져들어올 것이다.


제1 항공함대의 2차 공격대가 카이주를 향해 전력으로 돌진하고, 한라산의 강행정찰대가 미끼로 남은 항공모함 쇼호를 포착했다.


***


곁에 자리잡은 미녀들은 이미 잊어버린 것처럼 이현성이 부르짖었다.


"비상최대전속으로 이탈! 함포장은 적기를 요격하라!"


한라산함은 적기로부터 도주하기 위해 서두르고 있었다. 일단 포르모사 공격은 막았지만, 500기 대편대의 집중공격을 몸으로 맞아줄 수도 없는 일 아닌가.


"무리입니다! 수평선에서 알짱거리며 추적해오고 있습니다!"


"적 2차 공격대 접근중! 사전에 발함하여 후방에서 대기중이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수량... 200기 이상!"


"디코이 작전범위에 적 항공모함 1척 포착, 항모 1로 명명합니다. 전투기 20여기 및 구축함 4척이 호위중! 갑판에 항공기는 보이지 않습니다!"


"동맹 함대 엄호 임무 종료. 적기 도주합니다. 철매 무인요격기 3기 잔존. 추격합니까?"


"바다매 15호에 SM-2 대공미사일 접근중! 한국 해군 구축함입니다!"


무수히 많은 정보가 쏟아져들어온다. 기분이 짜릿하다. 이현성은 명령을 쏟아냈다. 적기가 레이더에 비친 시점에서, 옳건 그르건 3초 안에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것이 '배틀쉽 오버로드'의 금언이었다.


"항모 1에 제1포탑 포격, 디코이는 한국 구축함 쪽으로 밀어넣어 해상수색! 철매도 그쪽으로 보내! 본함은 총력을 다해 적 2차 공격대를 요격하라! 함포 리미트 해제!"


"아이아이, 써!"


결과가 어떻건 명령은 내려졌고 함장이 명령을 하지 못해 아무것도 못한 채로 처맞는다는 비참한 순간만은 피했다. 우선 항모 1, 쇼호를 향해 3천 톤짜리 포탑이 회전하고, 각도를 조절했다. 거리 240킬로미터. 21세기에는 함포 교전 거리다.


2번, 3번 포탑은 각각 하늘을 향했다. 이미 몇 번이나 한라산의 대공 주포 사격에 당해본 적 2차 공격대는 기체간에 충분히 거리를 두고 멀리 흩어져서 접근중이었다. 초수평선 포격을 하려면 바다매 무인기의 탄착관측이 필요한데 남아있던 바다매 12기를 디코이 180기와 함께 몽땅 적 항모 수색용으로 밀어넣었으니 대공사격 범위가 좁아져서, 가시거리 내에서의 조준 사격이었다. 뭐, 올인을 해 버리고 나면 다른 판에서는 실력으로 버텨야겠지.


함장이 명령했다.


"각 포탑 사격 자유!"


"파이어!"


거대한 16인치 주포 9문이 중구난방으로 불을 뿜었고, 그것이 시작이라는 듯 5인치 부포 20문도 10초간 10발의 급속사격모드로 장전과 발사를 반복했다. 포탑에 내장된 해수 펌프가 남국의 해수를 빨아올려 포신을 냉각시켜서 포탄을 발사할 때마다 포신에서 물보라와 하얀 수증기가 뿜어져나왔다.


퍼퍼펑! 펑, 펑! 퍼펑!


파란 종이 위에 뿌린 깨알처럼 널리 흩어져서 접근하는 공격대 곳곳에 거대한 폭발, 그리고 작은 폭발들이 연달아 피어났다. 1초 이상 같은 방향으로 비행하지 말라는 명령을 받은 제로센들은 열심히 방향을 바꾸어가며 지그재그로 괴물같은 거함 카이주를 향해 돌격했지만, 레이더로 조준되는 대공포탄은 두 발에 한 대씩은 확실하게 표적을 격추할 수 있었다. 적기 200대 쯤이야 단 10초만에 부포 20문이 퍼부은 포탄 200발, 그리고 안전사격 모드로 이후 1분간 200발을 퍼부으면 순식간에 몰살일 것이다.


그러나 일본군도 단순히 사격훈련용 무빙타겟이 되어줄 생각은 꿈에도 없었다.


"교란재 일제살포!"


"혼나 봐라!"


폭탄 대신 각종 주파수대에 맞춘 채프와 연막 재료, 고열을 발생시키는 플레어까지 가득 들어있는 1톤 교란탄을 매달고 온 제로센들이 대열에서 최대한 앞서나가 교란탄을 투하하고 공중에서 폭발시키자, 한라산의 레이더 스크린에 거대한 구름처럼 영역이 나뉘어졌다. 일본 해군 입장에서는 나름대로 최대한 노력을 한 것이다.


그러나 152레벨 전함 한라산의 전자전 시스템은 1초에만 수천만 번 주파수를 조절하더니 교란재의 빈틈을 찾아내 쏘아보낸 조각난 정보들을 조합해 레이더 스크린을 깨끗하게 했다. 세상, 기적도 행운도 그렇게 쉽게 일어나지 않는다.


사방에서 검은 꽃이 피어나고, 공격대 통신망에는 비명이 가득하다. 간신히 카이주를 육안으로 포착했는데 초당 열 명씩 전우들이 죽어나가고 있었다. 초당 열 명. 제로센 조종사 야마모토 소위는 이대로라면 수십 초 안에 200기라는 거대한 공격대가 전멸한다는 사실을 계산해냈다.


전멸. 군사용어로 부대가 전투력을 완전히 상실했다는 의미의 전멸(그러니 전멸한 부대 소속 참전용사를 만나서 이상한 시선을 보낼 필요는 없다.)이 아니라 정말로 다 죽는다는 비참한 단어였다.


"조금만... 조금만 더...!"


야마모토 소위의 악다문 이빨 사이로 처절한 중얼거림이 새어나왔다.


"우리한테도 기회를 달란 말이다 개자식아...! 이건 너무하잖아...!"


야마모토는 눈물이 줄줄 흘러넘치는 것을 깨닫지도 못한 채, 그저 카이주가 있다는 방향으로 제로센을 직진시켰다. 현재 한라산함의 발당 격추확률은 두 발당 한대, 50퍼센트. 2분의 1 확률로 죽음이 오가는 동전던지기가 몇 번이나 반복되었는데, 어째선지 그는 아직 죽지 않았다.


"적기 방공권 돌파..! CIWS(근접방공화기) 가동합니다!"


근접해 온 적기를 요격하는 30밀리 회전식 기관포가 가동했다. 두 대의 CIWS가 1킬로미터 떨어진 곳의 직경 1미터짜리 원 안에 기관포탄 30발을 십자포화로 쏟아 부었고, 야마모토 소위는 기체와 함께 갈기갈기 찢겨 죽었다.


그러나 그 뒤를 이어 구멍뚫린 댐에 물이 쏟아져 들어가듯이 제로센들이 밀물처럼 돌진해왔다. 한 쪽에게 보다 유리한 우연, '행운'이 발생한 것이다. 공정하게도, 전술 화면에 '행운'이 발생하였다고 도시되어 있었다.


"젠장 이럴 줄 알았으면 과금 좀 해둘걸..."


이현성은 100년의 기술 격차를 뚫어준 적의 '행운'에 투덜거리고는 함장모를 꾹 눌러썼다.


"컨트롤 오버라이드! 금시각 이후 함장이 조함한다!"


'배틀쉽 오버로드'의 고인물 플레이어 이현성이 조이스틱을 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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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말

오늘 안에 전투 끝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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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포르모사 전략폭격 21.08.27 160 3 13쪽
34 밀리환초 학살사건 21.08.26 173 5 12쪽
33 한일 연합함대 출동! 21.08.25 192 5 11쪽
32 제해권 장악작전 +1 21.08.24 187 6 15쪽
31 인터미션 - 포르모사의 스파이 +2 21.08.23 185 6 11쪽
30 임무종료 - 강평 21.08.22 197 5 12쪽
29 난타전 / 3차 공격대 출격 +1 21.08.22 183 4 14쪽
» 두더지잡기 +4 21.08.22 187 6 13쪽
27 공중전 II +2 21.08.21 204 6 15쪽
26 섬멸, 또는 학살 +4 21.08.20 208 5 14쪽
25 근접전투 +2 21.08.19 210 6 15쪽
24 정면격돌 21.08.18 218 7 14쪽
23 기적이 일어나다 21.08.17 222 7 13쪽
22 포르모사 방공전 +3 21.08.16 238 8 13쪽
21 요격기 발사 21.08.15 237 4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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