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개발부장 님의 서재입니다.

전함 백두산

웹소설 > 일반연재 > 전쟁·밀리터리, 판타지

개발부장
작품등록일 :
2021.07.26 15:00
최근연재일 :
2021.10.27 23:43
연재수 :
50 회
조회수 :
17,977
추천수 :
369
글자수 :
304,453

작성
21.09.28 20:58
조회
143
추천
4
글자
12쪽

오월동주

DUMMY

일본 남부 지역에 흔히 '사자왕군'으로 불리는 현지인 특수부대가 침투했다는 소식은 일본을 경악시켰고 한국 정부가 쾌재를 부르게 했다. 일단 잠깐 동안은 국민들의 시선을 돌릴 수 있는 사건이었다.


물론 이 세계의 사실상 최강 종족인 사자족은 자동차급의 속도로 달리고 절벽을 수직으로 뛰어오르며 15톤짜리 전차를 뒤집는 괴수들이다. 한국 정부의 외교정책상 현지인을 괴수나 괴물로 부르는 것은 금지되어 있지만 그것 외에는 딱히 부를만한 호칭이 없었다.


이에 따라 한국군은 공격헬기 부대와 시가전용 무인 드론을 다수 이동시켰고, 그럴 기술력도 재력도 없는 일본군의 특공대는 가슴주머니에 들어 있는 자폭용 폭탄을 불안하게 쓰다듬었다.


"적은 사람을 잡아먹거나 산 채로 팔다리를 찢은 사례가 있다. 어디까지나 그런 참혹한 상황을 대비한 것이니 함부로 사용하지 마라."


"하잇!"


그러나 먼 외지에서 자폭으로 적을 쓰러트리고 부대가 반격할 시간을 벌어준 마쓰이 병장 송가가 높이 불려지고 있으니 무엇을 바라는지는 뻔했다. 게다가 지금 이곳은 일본 본토, 고향을 이 곳으로 둔 병사들을 차출한 것이 너무나 노골적이었다.


참고로 마쓰이 병장은 자폭 같은 것 하지 않고 기절해 있다가 무사히 구출되었지만 딱히 수정하지는 않았다.


그들 특공대와 사자족과 맞먹는 후각을 지닌 사냥개들이 일본 남부를 샅샅히 뒤지기 시작한다. 땅 위에서는 무장공비 수색에 수십 년의 경험을 가진 한국군이 전수한 수색기술이 동원되었고, 하늘에서는 최첨단 열영상 센서를 갖춘 무인기들이 날아다니며 깊숙한 숲 속을 수색한다. 심지어 한국에 '공물'로 바쳐진 마법사들까지 일본에 상륙한 맹수 종족들을 찾기 위해 동원되었다. 다만 숨고 기습하는 데는 사자족이 한 수 위여서 마법사들의 사기는 높지 않았다.


한편 그것과는 별개로 이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인 카이주를 찾아내려는 수색작전도 계속 진행되고 있었는데, 곳곳에서 카이주가 남기고 간 디코이함을 발견할 뿐이었는지라 역시 사기가 낮아지는 중이었다.


"의아표적 접촉. 시에라 32로 명명합니다."


포르모사에서 출항한 카이주를 요격하기 위해 달려갔다가 완전 헛손질을 해서 망신당한 제7 임무부대도 독이 올라서 지상발진 항공기와 연안함대가 수색할 수 없는 원양을 뒤지고 있었는데, 그래서 납득할 수 없는 사태가 일어나자 혼란에 빠져버렸다.


***


"포착했습니다. 100레벨 이상급 헬기항모와 구축함 다수, 한국 해군입니다. 이 거리까지 나와 있다는 건 대형함 다수로 구성된 기동함대일 겁니다."


"그러게. 화 많이 났을까?"


"안 났을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비서관 강유미 대위는 여전히 집적거리는 함장의 손에 몸을 맡긴 채로 뾰족하게 쏘아붙였다. 굳이 말하자면 함장님이 그것을 좋아하기 때문이기도 했다. 일방적으로 아양을 떨어오는 현지인들은 사용할 수 없는 교섭술이라는 점도 있다.


"오케이. 해검 진입시켜. 광대역 통신망 가동. 위장 그물 해제!"


강력한 레이더 반사기를 작동시켜서 거대한 7만 8천톤급 전함으로 위장하고 있던 소형 무인수상정을 발견한 한국 해군 제7 임무부대는 또다시 짜증을 내며 격파해버릴려고 했지만 그 순간 보내져 온 통신에 멈출 수밖에 없었다.


ㅡ 전함 한라산에서 한국 정부에. 긴급 정보를 전달한다.


수상하고 수상했지만 문민통제를 당하는 군대인지라 어쩔 수 없었다. 게다가 디코이였던 시에라 32를 이용해 측면 수평선에서 위장 그물을 벗어던진 카이주가 모습을 드러냈으므로 그들의 자존심은 박살이 났다. 현대적 방공함으로 구성되어 높은 기동성과 전방위 요격능력을 갖춘 제7 임무부대는 비교적 측면을 보인다거나 꼬리를 잡힌다거나 하는 것의 영향이 적지만 그렇다고 무관계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함포전 시대의 전함들보다 위치 선점과 기만이 더 중요해졌다는 측면도 있으니, 이렇게 기습적인 접근을 허용했다는 것은 함대 전체의 몰살을 불러올 수도 있는 큰 실수였다.


"저걸 왜 포착 못했나!"


"스, 스텔스 위장망을 사용했던 것 같습니다..."


"저 덩치를 감추는 위장망이라니 왜 그딴 걸...?"


카이주가 9개의 거대한 포구를 위잉 돌리자 제7 임무부대는 기겁을 하며 모든 발사관을 열고 맞찌를 준비를 했다. 서로를 육안으로 볼 수 있는 거리는 현대의 전투함들에게는 너무 가까웠지만 일단 맞찌르면 공멸할 가능성은 있었다.


"카이주, 포탑을 정위치로 선회. 마이너스 5도!"


"모든 레이더 침묵! 전투 중지 상태입니다!"


"망할 짜식..."


이쯤되자 선제공격하기도 어려웠다. 게다가 카이주가 제시한 정보는 위험성이 너무 높아서, 제7 임무부대는 카이주를 경계하면서 그 제안을 해군본부로 전송할 수밖에 없었다.


ㅡ 전함 한라산에서 한국 정부에. 현재 일본에 상륙한 반란군 집단은 교란작전이다. 자유국 동맹의 반역자인 하트 씨가 이미 한반도에 상륙, 북상중에 있다.


그리고 당연히 청와대까지 난리가 났다.


***


대통령은 "이거 정말입니까?" 하는 말은 하지 않았다. 묻는다고 대답이 나올 리가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대신 이것이 정말일 경우의 위험도를 계산해 보았다.


'시바 우리나라 망한다...!'


서울 상공에서 에어쇼를 벌인 카이주의 순항미사일 때문에 정부 신뢰도가 바닥까지 굴러떨어졌을 상황. 물론 지금 당장 지지율을 측정해보면 그래도 70퍼센트 정도는 나오겠지만 "우리는 할 수 있다! 대한민국 만세!" 와 "그래도 아직 믿어줘야지..." 에는 큰 차이가 있다. 21세기 지구에서라면 지지율이 30%만 나와도 어찌어찌 국정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아직 불안불안하기 그지없는 전이 후의 이 세계에서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대한민국을 유지하는 유일하며 싵날같은 희망이었다.


"요약하면 밀리환초 기지의 학살사건도 이 유명한 과격파인 하트 씨의 짓이고, 지금은 자유국 동맹을 배신하고 우리와 자유국 동맹을 확전시키기 위해 본토 상륙작전을 시도했다? 나로 발사기지를 불바다로 만든 건 한 마디도 없군요."


"하트 오브 라이언 경은 이 세계에서 사실상 최강으로 유명한 인사였습니다. 우리 연합군을 공격했다가 집중포격을 당하고 영토를 잃어버려 매우 적대적이어서, 자유국 동맹에서도 콜로넬 여백작과 달리 한국과 일본을 멸망시켜야 한다는 과격파로 활동했습니다."


"카이주의 이현성 함장이 자유국 동맹에 공식적으로 발표한 내용과도 동일합니다. 나로 발사기지 공격은 이 발표에서 선언한 포르모사 방어를 위한 것으로 생각됩니다."


"일단 동원사단에 비상령을 내렸고 수도방위사단도 전개했습니다."


"좋아요, 그 쪽은 군인분들한테 맡기고 우리는 이걸 생각해 봅시다. 이번 서울 에어쇼와 이제 곧 알려질 우주기지 파괴도 전부 이 하트 씨한테 떠넘길 수 있을까요? 카이주와도 평화로이 협정을 맺는 중이었고 이후 자유국 동맹의 시장 전체가 열릴 예정이었는데, 권력을 잃은 테러리스트의 테러로 싸움이 붙은 겁니다. 그걸로 국민 여러분의 분노를... 어떻습니까?"


"...굳이 따지자면 그거 사실 그대로 아닙니까?"


과연 그랬다. 매우 편파적으로 해석하면 말이 통하는 상대인 카이주와 티격태격 즐거운 위력시위를 할 예정이었는데 전혀 말이 통하지 않는 식인 괴물들이 밀리환초 기지를 습격해 병사들을 잡아먹었고, 그 때문에 한반도에서는 중거리탄도미사일로 보복을 시도했으며, 카이주는 위험을 배제하려고 나로 발사기지를 폭격한 것이다.


이미 합동참모본부에서는 서울 에어쇼가 어디까지나 나로 발사기지 공격을 보조하기 위한 위장 공격이었다는 결론을 보고해왔다. 문제는 결국 그 위장 공격에 수도 서울의 방공망이 뚫려 버렸다는 것인데, 이것도 아무튼 사자왕이 나쁨! 카이주와는 화해했으니 앞으로는 걱정없고,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도 마련했음! 이라고 우기면 슬쩍 넘어갈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되었다.


"일본군 피해야 뭐 상관없지만 주일 한국군 장병들의 피해도 큽니다. 이것은... 역시 일본에 상륙한 상륙부대 탓으로 몰아가죠."


"구조 작업도 진행되고 있습니다. 저 망할 자식이 아주 작정하고 우리 군사시설을 때리긴 했지만 시설을 주로 공격했는지라 인명피해는, 음, 적다고는 못하겠지만 수습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중세 시대에 걸맞는 무기를 대량생산하느라 애지중지하던 21세기 무기들이 대량으로 박살난 것은 한국군 인명피해에 비하면 큰 문제가 아니었다. 지금의 한국군은 그 어느 시대의 군대보다도 인명을 소중히 여기는 군대였다. 인명 손실이 바로 정부 신뢰도를 넘어 국가의 안정도를 직격하기 때문이다.


"좋습니다. 국민들 사이에 분위기가 돌기 전에 선제적으로 나서야 해요. 한시간 안에 연설문 준비해주세요!"


"넷!"


언제나처럼 공무원들을 강판에 무 갈듯이 갈아대는 대통령의 명령이 떨어지자 대한민국 최고의 두뇌집단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국민을 속이고 국민감정을 원하는 방향으로 유도하기 위해서였다.


***


"잘 지냈어요 공주님?"


"네, 네! 주인님을 오래 못 뵈어서 쓸쓸해요..."


장거리 통신 너머로 앨리스 공주가 어리광을 부렸다. 나라를 되찾기 위해서는 이현성에게 기댈 수밖에 없는 그녀로서는 최선의 노력일 것이다. 그리고 그것과 함께 몇 개의 좌표를 불렀다.


"전술 지도에 표시. 한국군에 전송합니다."


이 세계의 맹수 종족은 절대로 정면으로 달려들어 때려부수는 바보들이 아니다. 그들은 기본적으로 사냥꾼이며, 바위를 부수고 절벽을 뛰어넘는 그 힘을 깊숙히 감추어 어둠 속에 숨었다가 기습하는 것에 더 능숙하다.


ㅡ 콰앙!


"이봐, 괜찮은가!"


"크윽...!"


일본군 병사 하나를 낚아채 잡아먹으려던 맹수는 그것이 눈앞에서 폭발하는 바람에 나가떨어졌다. 일본군 병사는 처참하게 폭사했고 맹수 역시 폭탄 파편에 난자되었지만, 힐링 포션을 꺼내 입안에 던져넣고 으적 씹자 순식간에 상처가 아물어버렸다. 모험가 파티 같은 게 있었다면 말도 안된다고 비명을 지를 상황이다.


"이동하자, 서둘러! 마력을 감춰!"


수십 마리의 사냥개부터 무인정찰기까지 동원할 수 있는 전력을 총동원한 대대적인 수색에도 그다지 포착되는 것이 없었다. 차라리 과격파 중에서는 하급 맹수들을 같이 데려왔다면 그들이 걸려서 포격의 대상이 될 수도 있었겠거늘,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사자왕 하트 오브 라이언 경의 직할이라 할 만한 고르고 고른 맹수들은 이 철저한 수색에서도 모습을 감추고 드문드문하게 군인과 민간인을 습격해가며 한국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고 있었다.


정작 일본에서는 큰 혼란이 없었는데, 한국 기레기들이 정부에게 굴복한 나팔수였다면 일본 언론은 대놓고 정부의 홍보관이었기 때문이다.


한국에 포섭된 마법사들에 의한 추적도 통하지 않기는 마찬가지였다. 마법은 이 세계의 핵심 기술요소이며 하트 경을 비롯한 맹수들은 한국의 첨단 정찰기술보다 오히려 마법적인 추적으로부터 피하는 데에 더 익숙했던 것이다. 그랬기에 카이주에서 전해온 수십 군데의 예상 위치는 긴급대응본부를 당황시켰다.


"내가 어떻게 당신네들 주요 기지를 찾아냈을 것 같습니까?"


"...!"


나름대로 숨겨 두었던 기지들마다 있는대로 포격을 얻어맞은 입장에서는 설득력이 있었다. 그만큼 원한도 있었지만 일단 국민의 생명을 위협하는 상륙부대를 찾아내서 제거하는 것이 먼저다.


벌써 수십 개 무리로 분산되어가는 상륙부대를 저격하기 위해 저격팀이 급속하게 배치되었다. 한일 양국의 활주로에서 작게는 KF-1 제로센이, 크게는 F-15K 슬램 이글이 같은 1천 파운드 유도폭탄을 발톱에 움켜쥐고 날아올랐다. 일본군의 기계화 여단이 도쿄를 떠나 남부로 달려가고, 한국군은 심혈을 기울여 개발한 대인공격용 드론 부대를 출격시켰다.


사냥의 시간이 왔다.




추천과 선작과 댓글은 글쟁이에게 큰 의욕을 줍니다. 잠시만 시간을 내주세요.


작가의말

백신을 맞았습니다. 근육통이 좀 있네요.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전함 백두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50 밀레니엄 보복작전 +2 21.10.27 181 6 11쪽
49 전함 백두산 +4 21.10.21 177 8 12쪽
48 배신 +2 21.10.14 119 4 12쪽
47 세종대마왕님께서 기상하셨습니다 +2 21.10.06 141 5 13쪽
» 오월동주 +1 21.09.28 144 4 12쪽
45 사냥작전 +1 21.09.24 154 5 13쪽
44 서울 폭격 +4 21.09.15 177 5 17쪽
43 병행타격 21.09.12 152 4 14쪽
42 침투 vs. 경계 21.09.09 151 4 11쪽
41 외나로도 발사기지 파괴작전 21.09.06 156 6 14쪽
40 프로파간다(2부 끝) +2 21.09.01 178 4 19쪽
39 대공무장 완전자동 21.08.31 185 4 15쪽
38 정견방송 +4 21.08.30 169 5 12쪽
37 속고 속이고 +2 21.08.29 170 5 14쪽
36 탄도탄 요격 +2 21.08.28 192 5 13쪽
35 포르모사 전략폭격 21.08.27 160 3 13쪽
34 밀리환초 학살사건 21.08.26 173 5 12쪽
33 한일 연합함대 출동! 21.08.25 192 5 11쪽
32 제해권 장악작전 +1 21.08.24 187 6 15쪽
31 인터미션 - 포르모사의 스파이 +2 21.08.23 185 6 11쪽
30 임무종료 - 강평 21.08.22 197 5 12쪽
29 난타전 / 3차 공격대 출격 +1 21.08.22 183 4 14쪽
28 두더지잡기 +4 21.08.22 187 6 13쪽
27 공중전 II +2 21.08.21 204 6 15쪽
26 섬멸, 또는 학살 +4 21.08.20 208 5 14쪽
25 근접전투 +2 21.08.19 210 6 15쪽
24 정면격돌 21.08.18 218 7 14쪽
23 기적이 일어나다 21.08.17 222 7 13쪽
22 포르모사 방공전 +3 21.08.16 238 8 13쪽
21 요격기 발사 21.08.15 237 4 14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