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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부장 님의 서재입니다.

전함 백두산

웹소설 > 일반연재 > 전쟁·밀리터리, 판타지

개발부장
작품등록일 :
2021.07.26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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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27 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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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8.28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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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도탄 요격

DUMMY

대한민국 남부, 고흥 우주기지의 인공위성 발사장에서 거대한 불꽃을 남기고 대형 로켓이 날아올랐다. 그것을 한라산함이 지구저궤도에 발사한 소형인공위성 1호가 관측하고 있었다.


"탄도미사일 경보! 비행경로 역추적, 발사지점 역산ㅡ 한반도 남해안 고흥 우주기지!"


"이 타이밍에 정찰위성을 발사하는 건 아니겠지?"


"가장 가능성이 높은 것은 포르모사를 향한 중거리 탄도미사일, 큰 격차로 본함을 노린 대함 탄도미사일입니다."


"고고도 돌파, 1단 로켓 분리!"


이현성이 스크린을 바라보는 사이 한국제 로켓은 1단의 굵은 엔진을 떨어트리고 가벼워진 몸으로 재차 가속했다. 뭐건간에 상대방이 하려는 걸 방해해주는 게 전쟁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요격해 버리고 싶지만 지금 요격할 대상이 그것만이 아니라는 것이 문제였다. 소형인공위성 1호도 항공반이 관리하지만, 항공반의 옆 파트에서는 무인기들을 운용한다.


"현무 순항미사일 네번째 그룹 발견, 총 16발입니다."


"적 항공기 집단이 작전해역을 강행정찰중!"


"고흥 우주기지에서 두번째 발사염! 소형인공위성 1호가 작전지역 상공에서 벗어납니다. 더이상 정찰할 수 없습니다!"


순항미사일 16발이 포르모사를 향해 날아가고, 한국군 항공기 집단은 바다 위를 샅샅히 뒤지며 한라산함을 찾아내려 하고 있다. 그와 동시에 대한민국 본토에서의 탄도미사일 공격이 시행된다. 어느 하나조차도 놓칠 수 없는 표적이었다. 그렇다면ㅡ


이현성은 결심했다. 이 '결심'이란 일반적으로는 행동이나 태도를 분명하게 정한다는 의미지만, 군사용어로는 지휘관이 상황을 판단하여 그의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최선의 방책으로서 의도하는 바를 6하 원칙에 의거 명확하고 간결하게 진술하는 것을 말한다.


"대공 탄도미사일 추적! 2번 포탑에 대위성포탄 장전! VLS에서 무인요격기 발사, 목표 순항미사일 및 적 항공기! 부포군은 방공전 준비!"


"아이, 써!"


원래 대위성포탄은 인공위성 요격을 위해 장비된 것이고 전문적인 탄도미사일 요격용 무기가 아니었지만 아무튼 2015년에 전이해 와서 5년이 지났다는 대한민국의 기술력은 아주 잘해봤자 2020년, 120레벨 내외로 추정되며 152레벨인 한라산함보다 30년은 뒤떨어져 있다. 그것을 기대하며 이현성이 명령하자 전함 한라산은 함장의 명령에 따라 전자의 눈으로 하늘을 올려다보며 전자두뇌를 맹렬하게 가동시켰다. 한국군 무인기 집단에게 노출당하는 것은 각오했다.


"무인요격기 데이터 입력 완료, 발사!"


- 슈아아악! 슈아악! 슈악!


2052년의 기술력으로도 탄도미사일 요격이 숨막히는 미션인 데 비해 철매 무인요격기의 발사는 훨씬 간편했다. 주된 목표와 예정 작전공역을 입력하고 나면 콜드런칭 방식의 발사대에서 튕겨나온 2톤짜리 무인요격기 컨테이너 8기가 간단한 엔진을 가동해 초음속으로 멀어져간 뒤, 각각 6기씩 철매 무인요격기를 살포했다. 총 48기 중 절반은 순항미사일 요격에, 나머지 절반은 적 항공기 요격에 투입될 것이었다.


각 요격기의 무장은 소형 대공미사일 2발. 6기씩 서로를 지원하도록 프로그램된 철매 무인요격기들 4개 집단 24기가 현무 순항미사일이 포착된 마지막 지점으로부터의 예상 위치로 날아가 저고도로 질주중이던 침입자들을 찾아냈다. 탑재된 미사일의 적외선 센서가 기이잉, 짐벌을 움직이며 눈꺼풀을 깜박였다.


'순항미사일 1발 발견. 요격한다. 신궁 발사.'


발사된 두 발의 소형 대공미사일은 서로 유도되어 뱀처럼 불꼬리를 꼬으면서 날아가 프로그램된대로 가장 뜨거운 배기구로부터 2미터 앞을 조준해 폭발했다. 수백 개의 파편이 길쭉한 미사일의 동체를 난도질하고 작은 날개를 갈기갈기 찢었다. 날개를 잃은 순항미사일이 비틀거리다가 바다에 처박혔다. 그러나 아직 포르모사를 향하는 16발 중 한 발을 요격했을 뿐이다. 4발씩 무리지어 비행하더라는 사전정보와 달리 주변에 다른 순항미사일은 보이지 않았다.


'광역 수색 모드로 전환. 데이터 공유.'


무인요격기들이 직접 눈으로 보고 기억한 작은 지도들이 한데 모였다. 탐색 범위가 늘어나고, 순항미사일은 발견되지 않아도 순항미사일이 없음이 확인된 공역이 넓어져간다. 철매 무인요격기들은 각각 흩어져서 아직 수색하지 않은 공역을 수색한다. 철매의 비행가능시간은 최대 24시간. 그 동안에는, 그들은 절대로 포기하지 않는다.


'...찾아냈다. 공격 요망.'


4발씩 4개 그룹으로 나뉘어 있던 순항미사일들은 적 항공기의 요격이 시작되자 각각 분리하여 일부를 미끼로 남겨두고 침투를 계속했었다. 무인요격기 집단은 순항미사일이 모두 16발이라는 초기 정보에 따라 조직적으로 수색을 계속해 포착하는 속속들이 파괴한다. 인간은 전혀 개입하지 않는 기계들끼리의 전쟁이었다.


***


한편 하늘 높은 곳에서 한라산함의 대공 레이더로 추적당하던 대형 로켓은 중간에 2단 로켓마저 탈거하더니 탄두부를 분리하여 대기권 재돌입을 시작했다. 공기에 맞닿은 뾰족한 재돌입체가 시뻘겋게 달구어지고 부르르 떨며 진동한다. 비행 거리가 비교적 짧기 때문인지 재돌입 속력은 탄도미사일 중에서는 그다지 빠르지 않은 소리의 열 배, 한라산함 주포에서 표준형 1.2톤 철갑탄이 발사되는 순간의 세 배였다.


빠르지 않다고는 해도 설령 바로 코앞에 대공미사일을 가져다놓고 폭발시켜도, 신관에 전기신호가 보내지고 신관이 작동해서 탄두의 폭약에 전기적 충격을 가하고 그 자극으로 폭약의 화학성분이 급격히 산화반응을 일으켜 부피가 수만 배 증가하여 외피를 깨부수고 파편으로 만들어 흩뿌리는 찰나의 시간 사이에 수백미터를 지나가 버리는 속력이었지만.


"목표포착 완료했습니다! 궤도 트래킹 완료, 조준 보정 끝!"


"2번 포탑, 장전 완료! 사격준비 끝!"


비서관 강유미 대위가 힐끗 현성에게 시선을 주었다가 그가 고개를 끄덕이자 함교를 단단히 딛고 서서 명령을 전파했다. 그럴 때마다 그녀의 젖가슴이 출렁이고 어깨견장의 장식술이 흔들린다.


"발사!"


"대위성포, 발사!"


- 쿠우우웅!


한라산함의 16인치 주포는 1.2톤급 철갑탄을 발사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 거대한 포성과 함께 발사된 것은 단 100킬로그램짜리 대위성포탄, 즉 인공위성 요격용 직격충돌체였다. 인공위성도 저궤도에서는 초속 8킬로미터, 즉 마하 23이라는 미친 속도로 날아다니고 있으니 파편을 뿌리는 것으로는 영 부족하여 직접 들이받는 무기다. 덕분에 탄도미사일 요격에도 그럭저럭 쓸만하다. 다만 지금 낙하하는 중거리 탄도미사일은 비록 속도는 인공위성의 절반 정도여도 대기권으로 돌입하는 만큼 미세하게 진동하고 흔들려서 맞추기가 쉽지 않았다. 마하 10으로 떨어지면서 공기와의 마찰로 미세하게 떨고 있는 직경 1미터짜리 탄도미사일 탄두를 1미터 이내의 오차로 명중시켜야 한다는 미친 난이도를 자랑하기에, 한라산함의 메인컴퓨터도 맹렬하게 연산을 계속한다. 탄도미사일 탄두와 대위성포탄인 접근한다, 접근한다, 접근한다...


"적기 수평선상에 출현! 목격당했습니다... 철매가 요격에 성공!"


그 와중에 철매 무인요격기와 치열한 공중전을 벌이는 제로센들의 틈새를 강행돌파로 빠져나온 한국군의 무인정찰기 한 대가 마침내 전함 한라산을 포착했다.


ㅡ그것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려든 철매 무인요격기에게 미사일을 얻어맞고 격추당했으나 내부의 전자회로와 통신장비가 파괴되기 직전에 한라산함의 위치를 마구 떠들어대는 데 성공했다.


ㅡ자신을 추격하던 제로센을 무시하고 시저스 기동에서 이탈하여 위험도가 높은 무인정찰기를 먼저 격추한 철매는 뒤를 쫓아온 제로센의 50구경 기관총탄을 뒤집어쓰고 공중에서 폭발했다.


ㅡ연약한 일회용 동체가 분해되어 팔랑거리며 떨어지는 주익이 햇빛을 반사해 반짝반짝 빛났지만 아무도 보아주는 이 없었다. 하늘이 기계의 비명과 흩뿌려지는 윤활유로 더럽혀진다. 의외로 인간의 피는 별로 흐르지 않았다.


***


"카이주, 발견했습니다...! 대출력 지향성 레이더파 확인, 탄도미사일 요격을 시도중인 것으로 보입니다!"


"공격하라!"


일회용 무인기들의 죽음을 무릅쓴(?) 헌신적인 봉사의 결과는 한국해군 75전단에게로 통보되었다. 그리고 세 척의 신형 금성산급 구축함들이 남아있는 88발의 현무-3 순항미사일을 한꺼번에 쏟아부었다. 전방 64셀의 VLS중 40셀이 일제히 열리고, 2초에 1발 간격으로 40발 전탄발사에 걸린 시간은 겨우 80초. 항모 아카기와 카가에서 공격대를 발함시키려고 했다면 아무리 빨라도 한 시간은 걸렸을 것이다.


두께 5미터의 철근 콘크리트 요새 외벽을 관통하고 들어가 안에서 폭발할 수 있는 메피스토 탄두를 장비한 현무-3 순항미사일 88발이 무리지어 카이주 예상 해역을 향해 날았다. 부채꼴로 넓게 흩어진 그들은 각각 해상을 수색하여 목표를 찾아내, 다같이 달려들 것이었다.


***


전함 한라산의 부포와 수직발사기는 침묵했다. 발사의 진동과 충격이 연산중인 프로세서를 흔들어서 자칫 에러를 일으켜, 탄도미사일 요격을 방해할까 두려워서였다. 이런 점을 생각하면 대형 이지스 전함을 만드는 것보다 이지스 구축함과 구형 전함을 따로 만드는 것이 효율적일 것이다.


"탄도미사일 요격에 모든 프로세서 할당! 아직 시간이 있다!"


대위성포탄, 인공위성 요격용 직격충돌체. 고도 40킬로미터 도달. 그것은 눈을 떴다. 다시 말하자면 듀얼 센서 보호용 커버를 벗겼다.


이 높은 고도에는 공기가 매우 희박했지만 표준 철갑탄보다 가벼운 대위성포탄의 속도는 마하 5, 얼마 안되는 공기 입자와 마찰해 표면을 빵굽는 오븐 이상의 온도로 가열하기에 충분했다. 대위성포탄 내부의 냉각장치가 필사적으로 작동한 덕택에 살아 있는 듀얼 센서에 더욱 시뻘겋게 달아오른 탄도미사일이 포착되었다. 그것은 직접추돌체가 보기에 약간 비스듬한 각도로 포르모사를 향해 떨어지고 있었다. 거리가 가까워졌다.


'목표포착...'


고열로 내부 제어회로의 연산속도가 느려져 있었다. 그럼에도 대위성포탄은 더이상 한라산함의 지시에 따르지 않고 스스로의 판단으로 방향을 미세하게 틀었다. 떨어져내려가는 탄도미사일이 공기와의 진동으로 조금 비껴났기 때문이다. 거리가 더 가까워졌다.


'접근... 접근중... 데이터 검산... 냉각장치 출력 한계...'


대위성포탄은 자신보다 수백 미터 떨어진 곳에서 백업을 위해 또 한 발의 동료가 따라오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관심은 없었다. 이 임무에 협력은 없다. 그저 자신이 할 일을 할 뿐이다. 거리가 더 가까워졌다.


접촉ㅡ


"대위성포탄 1번 빗나갔습니다! 2번 접근중!"


"제발 맞아라!"


한국이 발사한 중거리 탄도미사일은 두 발. 그것을 대위성포탄 세 발로 요격해야만 했다. 두번째 대위성포격을 가할 시간적 여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탄도미사일이 개발된 것이 2차대전 중이었는데, 탄도미사일 요격은 21세기가 되어서도 앞길이 막막할 따름이다.


"2번 접근중... 접촉!"


대위성포탄 2번이 레이더 화면 위에서 내리꽂히던 중거리 탄도미사일과 교차했다. 대위성포탄 2번의 듀얼 카메라 영상을 그대로 보여주던 화면은 픽 꺼졌다. 대위성포탄이 직격충돌체라는 이름 그대로 직접 부딪쳤으면 탄도미사일이 완전히 박살나 흩어지는 장면이 레이더에 포착되었겠지만 그런 징후는 보이지 않았다. 대신ㅡ


"탄도미사일 1번, 낙하 코스를 벗어나고 있습니다! 명중했습니다!"


"좋아!"


이현성은 주먹을 꽉 쥐었다. '배틀쉽 오버로드'에서 탄도미사일은 중장갑 이동표적인 전함에는 적합하지 않은 무기였던지라 몇 번 공격은 받아 봤어도 이렇게 긴장하지는 않았다. 직격충돌체가 직격하지는 못했지만 살짝 스친 것 만으로 탄도미사일의 재돌입 기제를 망가트린 모양이다.


"대위성포탄 3번, 탄도미사일 2번에 접근중!"


이현성이 조용히 기뻐하는 와중에도 기계는 스스로의 일을 했다. 두 번째 탄도미사일에 대한 요격 시도가 계속되고 있었다. 지금까지의 성공률은 50퍼센트, 5할 타자면 공포의 외인구단 급이라고 할 것이다.


"3번 접근중... 접촉!"


이번에도 직격은 실패했다. 방금 전처럼 코스가 어긋나가기를 기대했지만, 탄도미사일은 예정된 낙하경로를 그대로 진행하고 있다. 낙하 예정 시간을 표시하는 타이머가 맹렬한 속도로 줄어들고 있는데 더이상 한라산함이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낙하경로의 끝에는 포르모사가 있다.


타이머가 00:00:00을 표시하고는 마이너스로 전환되어 계속 흘러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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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외나로도 발사기지 파괴작전 21.09.06 156 6 14쪽
40 프로파간다(2부 끝) +2 21.09.01 178 4 19쪽
39 대공무장 완전자동 21.08.31 185 4 15쪽
38 정견방송 +4 21.08.30 169 5 12쪽
37 속고 속이고 +2 21.08.29 170 5 14쪽
» 탄도탄 요격 +2 21.08.28 193 5 13쪽
35 포르모사 전략폭격 21.08.27 160 3 13쪽
34 밀리환초 학살사건 21.08.26 173 5 12쪽
33 한일 연합함대 출동! 21.08.25 192 5 11쪽
32 제해권 장악작전 +1 21.08.24 187 6 15쪽
31 인터미션 - 포르모사의 스파이 +2 21.08.23 185 6 11쪽
30 임무종료 - 강평 21.08.22 197 5 12쪽
29 난타전 / 3차 공격대 출격 +1 21.08.22 183 4 14쪽
28 두더지잡기 +4 21.08.22 187 6 13쪽
27 공중전 II +2 21.08.21 204 6 15쪽
26 섬멸, 또는 학살 +4 21.08.20 208 5 14쪽
25 근접전투 +2 21.08.19 210 6 15쪽
24 정면격돌 21.08.18 218 7 14쪽
23 기적이 일어나다 21.08.17 223 7 13쪽
22 포르모사 방공전 +3 21.08.16 238 8 13쪽
21 요격기 발사 21.08.15 237 4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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