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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부장 님의 서재입니다.

전함 백두산

웹소설 > 일반연재 > 전쟁·밀리터리, 판타지

개발부장
작품등록일 :
2021.07.26 15:00
최근연재일 :
2021.10.27 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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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0.14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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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MMY

하늘 위에서 이제나저제나하며 공격 명령만 기다리던 한국 공군 전투기들이 폭격 태세에 들어섰다. 무인기와는 비교도 안되는 화력을 탑재한 전투기들이 안전거리에서 미사일과 폭탄을 들이부은 것이다.


ㅡ 쐐애애액! 쾅!


폭탄보다 훨씬 빠른 대형 유도미사일은 비교적 효과가 있었다. 맹수 종족들조차 깨닫지 못할 먼 거리에서 발사된 미사일이 초음속으로 날아 고속도로를 따라 달리던 사자족 특수부대에게 떨어진 것이다. 미사일이 소리보다 빨랐으니 맹수의 청각으로도 알아차리는 것이 늦다. 맹수들이 달리는 한복판에 떨어진 미사일의 폭발은 그들을 한꺼번에 날려버렸고, 그 직후 1톤 유도폭탄이 날아들어 머리 위에서 폭발했다. 쾅!


"왕이시여ㅡ!"


이 넓은 길을 따라 빠르게 돌진하여 한국군의 방어선을 돌파하라는 지시를 받았던 용사들은 이 자리에 없는 그들의 왕을 외치며 죽었다. 왕이 가장 앞에서 돌격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길을 택한다 들은 순간 잠시 피어났던 의심이 마지막 순간에야 다시 살아났지만 그 의문은 더이상 이어지지 않았다.


쾅! 콰쾅! 퍼어엉!


한국 공군이 작정하고 퍼붓자 수십 발의 미사일과 폭탄이 경부고속도로의 한 부분을 완전히 뭉개버렸다. 이미 사자족의 신체능력을 감안한 대강의 시뮬레이션까지 마친 한국군이었으니 충분한 화력을 자유롭게 동원할 수 있는 한반도 안에서의 화력은, 말 그대로 파멸적이었다. 무인정찰기들이 고도를 낮추어 사자족들의 사망을 확인하고 나서야 헬리콥터를 탄 요원들이 투입되어 사체를 회수했다.


ㅡ 한라산에서 한국 정부에. 분산되어 백두대간을 따라 북상중인 사자족 특수부대를 포착. 위치정보를 전송한다.


그리고 한국군 정보요원들을 자괴감느끼게 하는 정보가 또 전해져왔다. 현재 대한연합 최대의 걸림돌인 카이주가 한반도에 침입한 사자족을 추적해서 알려주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상륙부대를 하나하나 제거해가면서 여유가 생긴 정부에서도 대한민국 우주개발의 요람인 나로 우주기지가 복구도 불가능할 만큼 박살이 났다는 소식에 재차 분노했지만, 딱히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


"하트 아저씨는 찾을 수가 없어요 죄송해요..."


포르모사에서 장거리 통신을 통해 앨리스 공주가 사과해왔다. 그녀는 대정령과 교신 가능한 성녀이며 이 세계에서 사실상 최강의 맹수인 사자족들마저도 찾아낼 수 있었지만 그 중에서도 최강이라 할 만한 하트 오브 라이언 경을 원거리에서 찾아내는 것은 어려웠다. 그렇잖아도 어린 시절 그녀를 귀여워해 주었던 먼 친척이라는 사실이 앨리스에게는 큰 부담이었다.


"뭐 나머지는 한국한테 알아서 하라고 하자. 아님 아예 여기다 앨리스를 태우고 한반도 연안을 한바퀴 돌까?"


"그했다가는 한국 정부가 붕괴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비서관 강유미 대위가 언제나처럼 차가운 목소리로 충고했다. 앨리스에게서는 보이지 않는 화면 바깥에서는 함장 이현성 대령의 나쁜손과 치열한 결투를 벌이고 있었는데, 분명 각도상 앨리스에게서는 보이지 않는 곳인데도 무언가 느꼈는지 그녀가 예쁜 얼굴을 뾰로통하게 했다.


"저 쓸쓸해요! 언제쯤 돌아오시나요?"


"글쎄, 미션 완수가 돼야 돌아가는데ㅡ"


평소처럼 한라산함에 앨리스 공주가 직접 승함하고 있었다면 알 수 있었을 것이다. 한국에 바쳐진 마법사들이 찾을 수 없는 사자족 상륙부대 대신 코드네임 카이주, 전함 한라산을 수색하고 있었던 것이다.


서울과 동경을 비롯해 각지의 주요 연구시설에서 점을 쳐서 삼각측량으로 위치를 찾아낸다. 정작 전파추적이나 항로 역추적으로 예상하고 있던 위치와는 전혀 다른 곳이어서 재차 정보요원들을 기죽게 만들었는데, 어쨌건 플러스마이너스 100킬로미터 정도로 한라산함의 위치를 찾아낼 수는 있었다.


"지금이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릅니다! 저 성녀라는 여자가 카이주에 있으면 점술로 찾아내려는 것도 감지하고 카운터칠 수 있다고 하지 않습니까!"


"하지만 지금은 이렇게 협력하고 있는 상태인데..."


"언제 협력해 달라고 했습니까 우리가?"


"..."


한국 공군과 육군이 상륙부대 사냥에 여념이 없는 와중에, 마침내, 한국 해군 예비함대 소속 세종대왕함에 명령이 떨어지는 것이었다.


"목표지점 입력, 클로버 패턴으로 반경 100킬로미터 영역 일대를 수색타격. 교란용으로 비행폭탄 500발을 연속으로 발사한다."


"비행 패턴 입력 완료."


"탄약고 탄약배정 완료되었습니다."


세종대왕함의 승조원들은 무언가 비열한 짓을 하는 것 같은 죄책감에 누군가 들을세라 작은 목소리로 보고했다. 세종대왕함이 보유하고 있는 탄약 3천 발은 대부분 고정표적을 공격하는 저가의 비행폭탄이지만 유사시를 대비해 200발 정도 대함유도형을 보유하고 있었다. 굳이 말하자면 단독으로 일본의 해자대 1개 호위대군을 박살낼 수 있는 수량인데, '전이'가 일어난지 5년이 지났는데도 아직도 그 기준이다. 거의 트라우마라고 하겠다.


지상에도 미사일 발사기지가 있고 차량화된 이동식 발사대도 있다. 하지만 그것들이 활발하게 움직이면 인공위성까지 운용하고 있는 카이주가 눈치채지나 않을까 두려워하며, 극비리에 명령문을 전달받은 세종대왕함은 겉으로는 아무런 움직임도 보이지 않은 채 발사 준비를 마쳤다. 서로를 마주보고 고개를 끄덕인 뒤, 명령이 떨어졌다.


"발사."


"발사!"


세종대왕함의 3연장 주포, 3연장 미사일 런처가 회전하고 단 12초만에 2톤짜리 미사일이 장전되었다. 그리고 발사!


투하악!


한라산함의 거대한 주포 발사음과는 전혀 다른, 하지만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길게 꼬리를 끄는 로켓 발사음과도 다른 폭발적인 부스터 추진음이 터져나오면서 세종대왕함을 하얀 연기로 뒤덮었다. 그러고 나서야 하얀 연기 속에서 시뻘건 불꼬리를 당기며 비행폭탄과 대함유도탄들이 치솟아올랐다.


***


"긴급 경보! 미사일 발사 감지!"


물론 수상함의 레이더나 센서는 수평선 아래에서 벌어지는 일을 감지할 수 없다. 그러나 한라산함은 사자왕군 추적을 핑계로 무인정찰기를 슬금슬금 한반도 쪽으로 들여보내고 있었고, 한국 공군이 정신없는 와중에 지시를 받은 일본군 제로센들이 어딜 기어들어오냐고 비행경로를 가로막고서 갈궈대는 중이었다.


그러면서 조각조각 포착된 영상정보를 취합하여 정보로 가공하는 것이다. 강유미 대위는 세종대왕함 안에서 정신없이 발사 준비가 이루어지는 것은 포착하지 못했지만 거대한 발사연이 피어오르는 것은 확인했고, 솟아오른 미사일들이 사자왕군이 있을 한반도 내륙이 아니라 남쪽으로, 디코이함들이 있는 곳조차 아니라 한라산함을 향해 직선으로 날아오는 것을 검증했다. 곧이어 연달아 쏟아지는 미사일들의 숫자를 세었다.


"미사일 발사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도달까지 6분 이내, 현재까지 1,027발! 계속 발사중! 일본 열도의 사자왕군을 공격한 하이다이브 순항미사일로 추정됨!"


"이 시발놈들이!?"


지금까지 티격태격 싸워왔지만 학살에 식인까지 하는 용서할 수 없는 적을 상대로 화해하고 손을 잡는다, 는 전개가 안이하지만 좋지 않은가, 하고 생각하고 방심했던 이현성이 이를 바드득 갈았다. 반사적으로 명령했다.


"보복 타격!"


"사거리 밖입니다...!"


한라산함의 주포는 장거리 유도포탄이라 해도 사거리 560킬로미터 정도. 보다 사거리가 긴 순항미사일로 VLS를 가득 채우고 왔지만 나로 우주기지를 타격하느라 전부 써버렸다. 게다가 포착되는 한국군의 미사일은 점점 더 늘어나고 있었다.


"7시, 11시 방향에서도 미사일 접근중! 현무-3 계열입니다!"


"방공전 준비! 모든 포텐셜을 하드킬에 전용!"


"방공 모드 오토스페셜!"


미사일 1천 발 이상이라니, '배틀쉽 오버로드'의 상위 티어에서도 잘 일어나지 않는 현상이다. 이쯤되면 연막이나 위장망으로 숨는 것도 의미가 없다. 해상을 수색하는 미사일이 너무 많아서 언젠가는 들키게 되어있다. 접근하기 전에 모조리 날려버리는 수밖에 없다!


전함 한라산은 더이상 인간의 승인 없이 작동한다. 모든 고삐가 풀어지고 주포 9문과 부포 20문이 자동으로 각각의 하늘을 겨누고 일제히 포격을 시작했다.


하지만 미사일이 너무 많았다. 고고도, 중고도, 저고도에서 초음속과 아음속을 뒤섞어 다가오는 미사일들의 폭발광이 점점 가까이 다가온다. 다가온다. 다가온 끝에, 수백 발의 미사일을 요격했지만 그럼에도 아직도 백 발 이상이 남아서 한라산함을 향해 접근해온다. 그 하나하나가 500킬로그램 대요새 탄두를 장비하여 한라산함의 주장갑대를 관통할 수 있는 파괴력을 지니고 있었다.


"방공 성공율 0.002%. 퇴함을 권고드립니다."


마치 불소나기가 바다에서 하늘로 거꾸로 쏟아지는 것 같은 대공포화와, 시야에 들어오는 하늘 전체가 폭발광으로 뒤덮인 것 같은 요격 장면을 뒤로 하고 비서관 강유미 대위가 권고했다. 6분 동안 함장석 손잡이를 톡톡 두들기며 분노를 참고 참았던 이현성이 으르렁거리며 내뱉었다. 사자족처럼 듣는 이들을 꼼짝도 못하게 할 저주파 포효는 아니었지만 담겨 있는 분노는 결코 뒤처지지 않았다.


"...퇴함한다."


그 순간, 이현성의 눈 앞이 깜깜하게 픽 꺼졌다.


***


이현성은 이 배틀쉽 오버로드 성인 모드에 갇히고서 잠시 고민했었다. 여기서 탈출하려면, 자침하거나 패배해서 격침당하면 되지 않을까?


정상적이라면 당연히 게임이 종료되고 적어도 선택 모드로 돌아갈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시나리오 모드에서 로그아웃이 불가능하게 된 만큼, 자칫하면 플랫라인 현상이 일어날 수도 있다. 가상현실 게임에 로그인했던 사람이 게임 속에서 사망하자 실제로 죽어버렸다는, 정작 증명된 사례는 한 건도 없지만 꼰대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그런 자살 게임은 하지 마라." 라고 충고하는 근거다.


아울러 그런 어른들이 맹신하는 플랫라인 사건은 게임 속에서 죽어서 플레이어도 사망한 사례가 아니라 게임하다 심장마비나 기타 기저질환으로 사망한 사례였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무서운 건 무서운지라 이현성은 게임 속에서 자살을 하지는 못했다. 게임 자체가 성인용에 전투 시나리오도 꽤 재미있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런데 기껏 협력 모드 분위기 내 놓고서 배신은 아니지, 배신은.


이현성은 눈을 떴다.


드높은 천장의 환한 조명등 수십 개. 그의 자취방이 아니고, 한라산함의 함교도 포르모사의 그의 나무 빌딩도 아니었다. 여기는ㅡ


"마더베이스..."


"반갑습니다 함장님. 함정을 선택해 주십시오."


게임상에는 존재하지 않는 그의 기지다. 아무튼 '배틀쉽 오버로드'에 상대방의 마더베이스를 공격하는 미션은 존재하지 않는다. 수십 개의 도크가 늘어서 있고, 그 하나하나마다 지금껏 이현성이 만들었던 전함들이 정박해 있었다. 그리고 맨바닥에 누워 있는 이현성을 내려다보고 있는, 황금빛 마이크로 비키니 수영복 차림의 비서관 강유미 대위. 그 복장은 이 성인 모드를 처음 시작했을 때 이현성이 그녀에게 강요했던 것이었다.


게임 속에서 죽어도 플랫라인으로 뇌사를 일으키지는 않았다. 하지만 모드 밖으로 나가지도 않았다. 무엇보다, 보통은 걸레짝이 된 모습으로 정박해 있는 한라산함의 도크가 완전히 비어 있었다.


"...이 시박새키들 해보자 이거지?"


이현성은 자신의 전함 명단에서 한라산함이 진짜로 없어져버렸다는 사실에 잠시 하늘을 우러러 한탄한 뒤 이를 바드득 갈았다.


문제는, 한라산이야말로 이현성이 가장 심혈을 기울여 자원을 때려박은 최강함이었다는 사실이다. 지금 남아 있는 배들은 다들 풀개조는 되어 있지만 한라산에 비하면 많이 부족했다. 그렇다면ㅡ




추천과 선작과 댓글은 글쟁이에게 큰 의욕을 줍니다. 잠시만 시간을 내주세요.


작가의말

원래 계획에서는 락판-스제거 중위가 제트팩으로 날아가 하트 경과 정면승부 끝에 승리를 거둘 예정이었지만 생략되었습니다 흑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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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포르모사 전략폭격 21.08.27 160 3 13쪽
34 밀리환초 학살사건 21.08.26 173 5 12쪽
33 한일 연합함대 출동! 21.08.25 192 5 11쪽
32 제해권 장악작전 +1 21.08.24 187 6 15쪽
31 인터미션 - 포르모사의 스파이 +2 21.08.23 185 6 11쪽
30 임무종료 - 강평 21.08.22 197 5 12쪽
29 난타전 / 3차 공격대 출격 +1 21.08.22 183 4 14쪽
28 두더지잡기 +4 21.08.22 187 6 13쪽
27 공중전 II +2 21.08.21 204 6 15쪽
26 섬멸, 또는 학살 +4 21.08.20 208 5 14쪽
25 근접전투 +2 21.08.19 210 6 15쪽
24 정면격돌 21.08.18 218 7 14쪽
23 기적이 일어나다 21.08.17 222 7 13쪽
22 포르모사 방공전 +3 21.08.16 238 8 13쪽
21 요격기 발사 21.08.15 237 4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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