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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부장 님의 서재입니다.

전함 백두산

웹소설 > 일반연재 > 전쟁·밀리터리, 판타지

개발부장
작품등록일 :
2021.07.26 15:00
최근연재일 :
2021.10.27 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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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8.22 1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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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임무종료 - 강평

DUMMY

200기의 공격대가 돌아가자 저녁놀이 잔잔한 파도를 황금빛으로 빛나게 했고, 그것은 곧 어둠이 되었다. 밤이다.


"아니 기술력 격차가 백 년도 넘는데 뭐 이렇게 일방적으로 처맞기만 하는거야?"


이현성은 피해 보고를 들으며 한탄했다. 결국 적 본대는 찾아내지도 못했고, 기껏 발견한 미끼 한 척조차 적 호위기들이 거의 우격다짐으로 바다매를 격추시키는 바람에 직격시키지 못했다. 게다가 말도 안되는 타이밍에 '행운'이 발생해서 40레벨대 함재기에게 폭격까지 당했으니, 커뮤니티에 소문이라도 돌면 부끄러운 나머지 게시판을 테러할지도 몰랐다.


지금 다시 전투로그를 보며 반성해보면 적기가 800기 이상일 것이라고 가정한 것이 문제였다. 그 후에도 별동대가 없다는 징후가 충분히 있었는데도 그것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존재하지 않는 별동대를 찾아 헤메다가 주도권을 빼앗겼다. 초수평선 탐색능력을 보유한 항모전단 상대로 주도권을 내 준 것은 치명적이었다.


그런 줄도 모르고 1, 2차 합해 600기나 되는 기계용을 물리친 방문자에게 적합한 존경하는 눈빛을 보내는 앨리스 공주와 더 열심히 아양을 떠는 뱀 누님 콜로넬 여백작의 거의 숭배하는 듯한 태도가, 지금의 이현성에게는 오히려 부끄러웠다.


"ㅅㅂ 다음번엔 절대로 탐색능력이랑 방공능력 강화하고 만다ㅅㅂ"


이현성이 투덜거리며 다음 인터미션에서의 전함 개조 플랜을 뒤적였다. 항공전함으로 개조하는 건 자원이 부족하고, 확 2번 포탑을 제거하고 수직발사대를 두배로 늘릴까?


그러던 차였다.


"경보! 경보! 적기 출현!"


"야간 공습!? 제정신이야?"


이미 밤이 깊어서 함교의 방탄창 너머는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어둠이었다. 함교의 방탄창은 야간에는 주야간 관계없이 밖에서 안으로만 빛이 들어가는 2050년대의 제품이라 함교에 불을 환히 켜 두어도 야간 등화관제는 완벽하다. 그러나 이 또한 공격대의 행운인지 제법 월령이 높고 하늘이 맑아, 무수히 많은 별빛이 바다를 비추고 있었다.


아무리 그래도 항공기에서 등화관제하던 한라산함을 육안으로 발견한 것은 거의 기적급의 사건이었지만... 이현성이 반사적으로 힐끗한 전술 스크린에는 '기적'이 일어났다는 안내문은 없었다.


"그럼 이게 진짜로 운빨이라고...?"


"적기 숫자는 10기 내외입니다. 최대한 접근하지 않고 수평선 부근에서 기웃거리고 있습니다."


이 야밤에 가상한 노력이었다만, 그게 생각처럼 될 리가 없다. 폭격으로 함교에 노출되어 있는 메인 레이더가 파손되었어도 포탑의 보조 레이더만으로 위치를 드문드문 포착할 수 있을 정도였다.


"일단 요격하고... 저자식들이 아침까지 우리 꼬리만 따라올 리는 없겠고."


제로센 한 대가 수평선 위에 좀 오래 나와 있다가 5인치 부포의 대공사격을 맞고 폭사했다. 나머지가 어마 뜨거라 도망치다가 다시 수평선 위로 나와서 힐끔힐끔 한라산함의 위치를 확인하는 것이었다. 잠시 고개를 내밀었다가 얼른 도망가 랜덤하게 회피기동을 하는 것이, 아침부터 밤까지 최소 800소티를 뛰고도 살아남은, 실전으로 다져진 엘리트들일 것이다.


- 펑!


그래봤자 3초 이상 수평선 위로 나오면 죽는다. 한라산함의 부포군에게는 사격 게임이나 마찬가지였다.


"우리 위치를 포착해서 뭘로 공격하려고...?"


그런 무의미한 죽음이었기에 이현성은 궁금한 것이다.


***


한국 해군 나가사키 파견대 소속 충무공 이순신함.


3차 공격대의 제로센들은 카이주의 정확한 위치를 확인하는 임무를 맡았다. 공격은 90레벨 구축함인 충무공 이순신함의 역할이었다. 지금까지는 제1 항공함대가 자유로이 적 전함을 공격하도록 했고, 일본 측도 스스로의 가치를 증명하기 위해 홀로 열심이었기에 참여하지 못했었었다. 충무공 이순신함의 함장 이순섭 대령은 방금 전 2차 공격대에 충무공 이순신함도 가세했으면 보다 유의미한 타격을 줄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하며 정부에서 나온 감독관을 슬쩍 흘겨보았다.


정치적인 이유가 있다고는 해도, 원래 정치가 군사보다 앞서는 것이 당연하다고 해도, 일본에 대해 한국인으로서 자연스러운 유감이 있다고 해도, 무선으로 들려온 일본 해군의 분투와 희생은 감동할만한 것이었고 그들의 희생을 조장한 것만 같아 기분이 좋지 않았다.


"목표 데이터 입력되었습니다."


그가 명령했다.


"좋아, 발사!"


- 콰아아아아!


한라산함의 VLS와 달리 핫런칭 방식인 K-VLS는 마치 화산이 터지는 것 같은 불꽃을 배 한가운데에서 뿜어냈다. 밤의 어둠을 하얗게 밝히는 그 불길을 배경으로 현무-3 순항미사일 16발이 차례차례 발사관을 빠져나와 밤하늘로 솟아올랐다.


부스터로 발사되어 엔진을 작동시킬 때까지 조금 상승했던 현무 순항미사일들은 고도를 낮추어 해수면에 붙었다. 그리고 가속ㅡ


현무-3의 대함모드는 각각 웨이포인트를 지정해 표적을 사방에서 덮칠 수도 있지만 이번 목표는 사방에 구축함 주포급 부포를 덕지덕지 박아넣은 전함이다. 포위 공격은 오히려 방공화력을 마음껏 사용하게 해 줄 뿐이다.


그런 전함을 상대하기 위한 집단운용 모드로 지정된 미사일들이 서로 속도를 조절하여 일렬로 늘어섰다. 적함 입장에서는 수십 발의 미사일이 날아오고 있고 수십 발을 동시에 요격할 능력도 있는데 보이는 건 단 한 발 뿐이라는 상황이다. 요격을 할 때마다 거리가 가까워질 것이니, 이것으로 카이주의 방공능력을 재차 시험할 요량이었다.


낮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을 미사일들의 붉은 불꼬리가 마치 뱀처럼 줄지어서 어둠을 향해 날았다. 그 너머에 표적이 있다.


***


- 펑!


수평선 위에서 얼쩡거리는 제로센을 노린 이번 사격은 빗나갔다. 포탄이 수평선에까지 도달해 터지는 그 시간 동안, 적기가 한라산함의 표적기동예측을 벗어난 기동으로 움직인 것이다.


하지만 어쨌건 이 야밤에 한라산함을 스토킹하고 있는 적기는 겨우 10여대. 이걸로는 전함을 어찌할 수 없다. 이미 다섯 대나 5인치 부포의 저격에 격추당한 상태였다. 그래서 어두운 바다를 내다보며 고민하던 이현성은 방공반에서 대함미사일 경보를 내렸을 때 오히려 반가워졌다.


"대함미사일 경보! 8시 방향 1발... 다수! 측정 불능! 속도 500노트!(약 926km/h, 마하 0.87)"


"현무잖아."


이현성은 중얼거렸다.


상황은 심각했다. 메인 레이더는 원시적인 40레벨대 적기에게 폭격당해 파손당했고, 적 미사일은 시스키밍으로 해수면에 착 달라붙어 날아오니 이미 거리가 40킬로미터도 안되고, 한라산함에서 보기에는 한 발밖에 안 보이지만 아마 여러 발이 줄지어 날아오고 있을 것이다. '배틀쉽 오버로드'에서 미사일을 쓰는 변태들이 애용하는 공격수단이다. 상황이 이런데 어찌 심각하지 않겠나.


"방공전 개시! 목표포착, 배분! 각포 목표조준!"


그러나 한라산함의 레이더는 하나가 아니다. 부포의 보조 레이더가 수평선을 향해 집중적으로 레이더파를 조사하고 열영상 장비가 밤의 어둠을 꿰뚫어보았다. 해당 방향을 사격 가능한 5인치 부포 8문이 일제히 포신을 지향했다.


"해치워."


"사격 개시!"


한밤중의 시커먼 바다에서 날아오는 미사일은 마치 도깨비불처럼 보인다. 엔진이 뿜어내는 불길이 시퍼렇게 타오르는데 그 한가운데를 미사일 동체가 가리워서 검은 구멍이 나 있는 것 같다. 혹은 불타는 눈의 시커먼 눈동자가 나만을 노려보고 있는 것 같다.


그 눈동자를 향해 5인치 포탄이 날아들었다. 쾅! 152레벨의 화기관제는 일직선으로 날아드는 미사일 쯤은 설령 초음속 미사일이라도 요격할 수 있다.


쾅!


음속에도 안 닿는 저고도 순항미사일은 더욱 쉽다. 5인치 포탄이 공중작렬해 날아오는 현무의 코앞에 파편을 흩뿌리자, 최선두의 현무가 스스로의 속도로 파편들에게 후두두둑 충돌했다. 조정익이 깨진 현무 미사일이 비행 고도를 잃고 바다에 처박히며 박살났다. 탄두의 안전장치가 작동하고 있어서 폭발은 일어나지 않았다.


두 번째 미사일이 모습을 드러냈고, 또다시 5인치 부포의 저격을 받았다. 세 번째, 네 번째 미사일이 요격당하는 동안 한라산함까지의 거리는 20킬로미터로 줄어들어 있었다.


"괘, 괜찮은 거에요...?"


전투중에는 입을 꼭 다물고 있던 앨리스 공주가 떨리는 목소리로 중얼거린다. 어떻게 봐도 적의를 지닌 불덩어리가 이 쪽으로 날아오고 있고, 그것을 한라산함이 쏘아 터트리고 있지만 그럴 때마다 그 뒤에서 새로운 불덩어리가 나타난다. 그 요격되는 위치가 점차 가까워지고 있으니 떨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지금 한라산함은 완전자동으로 포신을 조작해 미사일을 요격중이다. 그래서 딱히 할 일이 없었던 이현성은 앨리스 공주의 머리를 슥슥 쓰다듬어 주었다. 가느다란 머리카락의 부드러운 촉감이 기분좋다.


"아이..."


소녀가 이런 긴박한 상황에서 손장난을 치는 남자에게 귀엽게 앙탈을 부렸다. 이현성도 점차 다가오고 있는 현무-3을 보며 가슴이 졸아들고 있어서 안 그래도 미인인 앨리스가 더욱 사랑스러워 보였다.


"CIWS 가동합니다!"


어느덧 현무-3 순항미사일 집단은 CIWS의 사정거리인 3킬로미터에까지 접근했다. 드르르륵, 쾅! 드르르륵, 콰쾅!


그리고 또 한 발의 현무가 함교를 노리고ㅡ 드르르륵!


퍼어어엉!


한라산함 단 300미터 앞에서 마지막 현무가 요격당해 폭발했다. 거리가 너무 가까워서 충격파가 한라산함을 뒤흔들고 함교의 두께 20센티짜리 두꺼운 방탄창에 쩌적 금이 갔다.


"어머나."


"꺄악!"


앨리스가 놀라서 현성에게 달라붙고 콜로넬 여백작도 흠칫 놀랐다. 그러나 천만다행히도 그것이 마지막이었다. 현무-3 열여섯 발을 결국 모두 요격한 것이다.


<< 축하합니다! 당신은 제1 항공함대의 모든 공격을 저지했습니다! 포르모사는 안전하며, 자유국 동맹은 당신에게 감사하고 있습니다. 부디 그들의 환대를 즐기며 휴식을 취해 주세요. 전장이 곧 당신을 부를 것입니다. >>


그 때 이현성의 머릿속에 미션 완수 문구가 떠올랐지만 이현성은 전혀 기쁘지 않았다. 포르모사 방어 임무라고 해도, 함재기 200대로 포르모사를 폭격했으면, 아니 이제 와서라도 저 현무를 그 나무 도시에 처박았으면 그 즉시 미션 실패로 끝났을 것이다. 방금 전의 200기 편대에 저 현무가 같이 날아왔어도 꽤나 데미지를 입었을 것이다. 기술력 격차가 100년인데 비해서는 피해가 너무 컸다.


"발사점은?"


"불명입니다."


마지막까지 일방적으로 공격받기만 하다가 끝났다. 진 것 같아서 불쾌하기 그지없었다. 한라산함은 7만 6천 톤인데 적 항모 6척의 배수량만 해도 20만톤 이상이라라는 가능성 따위는 이현성의 상처입은 자존심을 위로해 주지 못했다.


"귀환한다. 지휘권 인계."


"네 함장님. 지휘권 인계. 휴식하시겠습니까?"


트리거 해피인 비서관 강유미 대위가 묘하게 촉촉한 눈빛으로 함장석에 미끄러져서 길게 늘어져 있는 그녀의 함장님을 내려다보았다. 얼굴은 발갛고, 호흡이 습하다.


그 옆에서 두근거리는 표정을 하고 있는 귀여운 미소녀와 그리고 섹시한 누님을 흩어본 이현성은(이하생략)




추천과 선작과 댓글은 글쟁이에게 큰 의욕을 줍니다. 잠시만 시간을 내주세요.


작가의말

이것으로 1부 끝. 주말을 매우 보람차게 보냈습니다.


실제로 충무공 이순신함은 현무-3 순항미사일 16발을 장비합니다만, 현무-3에 대함 모드가 있는지는 알려진 바 없습니다. 근데 화력만세 해군 취향을 봐서는 대함 모드가 없을 것 같지는 않아요. 진짜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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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한일 연합함대 출동! 21.08.25 192 5 11쪽
32 제해권 장악작전 +1 21.08.24 188 6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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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무종료 - 강평 21.08.22 198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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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두더지잡기 +4 21.08.22 187 6 13쪽
27 공중전 II +2 21.08.21 204 6 15쪽
26 섬멸, 또는 학살 +4 21.08.20 208 5 14쪽
25 근접전투 +2 21.08.19 210 6 15쪽
24 정면격돌 21.08.18 218 7 14쪽
23 기적이 일어나다 21.08.17 223 7 13쪽
22 포르모사 방공전 +3 21.08.16 238 8 13쪽
21 요격기 발사 21.08.15 237 4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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