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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부장 님의 서재입니다.

전함 백두산

웹소설 > 일반연재 > 전쟁·밀리터리, 판타지

개발부장
작품등록일 :
2021.07.26 15:00
최근연재일 :
2021.10.27 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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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8.30 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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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견방송

DUMMY

"...이상입니다. 그러나 저는 누군가씨의 바보짓에도 불구하고 성녀님과 콜로넬 여백작 각하의 간곡한 바램에 따라 포르모사를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그렇게 말하며 이현성은 그의 녹화 동안 옆에 앉아 몇 번 맞장구를 쳐 주고 지금도 똘망똘망하게 눈을 빛내고 있는 성녀 앨리스 공주를 번쩍 안아들어 무릎 위에 앉혔다.


"와앗... 에헤헤♡"


인간종이 주류인지라 인간종의 미적 관점을 다들 이해는 하는 세계, 아리따운 공주님이 강력한 방문자의 가슴팍에 머리를 살며시 기대고 배시시 웃는 모습은 많은 수컷들을 분노시킬 것이지만, 강한 수컷에 대한 질투가 자유국 동맹 자체에 대한 불신을 잡아먹으면 그게 차라리 나았다.


...수컷은 어느 세계에서나 바보라는 증거도 될 것이다.


"아울러 본함을 찾기 위해 방금 전 포르모사에 떨어진 미사일과 유사한 순항미사일 80발 이상이 주변 상공을 맴돌고 있는지라, 방송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요청드립니다만, 한국군이 포르모사를 공격하는 것보다 저를 공격하는 것이 나으므로..."


이현성은 '배틀쉽 오버로드'에서의 버릇대로 모자를 눌러썼다. 그리고 콜로넬 여백작이 부르기를 '사자족 얼간이'가 이해할 수 있도록 확실하게 말해 주었다.


"내가 싸우랄 때 싸우고 입닥치고 있으라면 입다물고 있어라, 개자식아."


잠시 후 이 녹화파일을 전송받은 리우 오브 콜로넬 여백작께서는 사자왕 하트 경을 대놓고 도발하는 말투에 머리를 감싸쥐게 되겠지만 이현성으로서는 알 바 아니었고, 그리고 하트 경은 과격파가 아닌 일반 평민들에게 백안시를 당하면서 위엄을 유지하기 위해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 처지가 된다.


"수고하셨습니다. 녹화 종료입니다."


"관측반에서 보고드립니다. 적 순항미사일이 해역 내 섬들의 그늘진 곳마다 떨어지고 있습니다. 이대로면 본함에도 착탄당할 위험이 있습니다."


아직 녹화한 영상을 발신하지는 않았다. 그랬다가는 한국군 무인기의 전파 탐지기에 포착될 위험성이 있었다. 게다가 위장 그물을 뒤집어썼을 뿐인 무방비 상태로 현무의 500 킬로그램 탄두를 얻어맞으면 꽤나 아플 것이었다. 전함의 중장갑으로 적의 공격을 튕겨내는 시대는 이미 지나버렸다.


...그러나 전함 한라산은 패배하지 않는다!


"기동 준비. 엔진가동 후 최단시간에 최대 출력으로, 주포 및 부포 방공전 준비."


"예!"


숨죽이고 숨어 있던 전함 한라산은 함장의 명령대로 전투 준비를 시작할 준비를 마쳤다. 위장 그물 아래 숨어 있던 상태에서 최단시간 안에 전투 준비를 마쳐야 사방에서 몰려올 현무-3 순항미사일의 집단을 막아낼 수 있다. 왜 아무도 위장 그물을 쓰지 않는지 알게 해주는 경험이다.


"레디..."


함장의 명령에 전함 한라산의 모두가 긴장했다. 마치 약실에 장전된 총탄마냥 삐걱삐걱 소리가 날 정도로 힘을 모았다.


"...스타트!"


그리고, 시작되었다.


"엔진 점화! 안전점검 1에서 16까지 생략! 17에서 32까지 생략! 출력전개, 급속 기동!"


ㅡ부르르르릉, 하고 엔진이 작동했다. 기관장이 직접 출력 레버를 천천히 밀어 올리자 그 짧은 시간 동안도 정성껏 점검받은 전함 한라산의 엔진은 이상없이 안정적으로 회전수를 높이다가 어느 순간부터 오히려 조용해졌다. 엔진 출력이 제로에서 로우, 아이들링, 크루즈, 밀리터리를 거쳐 맥스 파워에까지 도달한다.


"위장 그물 제거!"


ㅡ펑! 펑!


함교 위에까지 덮여 있던 위장 그물의 고정쇠가 작은 폭약으로 풀려나면서 소형 로켓으로 발사되어 확 열렸다. 후방으로 최대한 멀리 젖혀져서 스크루에 걸리지 않게 하는 배려까지 되어 있었다. 한라산함의 웅장한 선체가 드러난다.


"스크루 피치 플러스 2! 사이드 스러스터 작동!"


7만 6천 톤짜리 함선이 옆으로 움직여 바싹 붙어 있던 절벽에서 떨어져나온다. 그리고ㅡ


"레이더 가동! 방공전 개시!"


막대한 고출력 레이더파가 사방으로 뿜어져나가 반경 500 킬로미터 이내의 모든 항공표적을 추적했다. 스텔스 디자인으로 설계된 순항미사일도 무인기도 30년 앞서있는 레이더 앞에서는 존재를 감추지 못했다. 당연히 한라산함의 위치도 반경 500 킬로미터, 아니 그 이상의 모든 레이더 감지 센서를 지닌 유닛에게 백일하에 드러났다. 대공반의 오퍼레이터가 목이 터져라 외쳤다


"레이더 컨택!"


"오픈 파이어!"


9문의 16인치 주포와 20문의 5인치 부포가 한꺼번에 불을 뿜었다.


***


한국 해군 75전단, 독도함.


"고출력 레이더파 감지! 카이주입니다! ...카이주 대공사격 실시, 현무 7기와 무인기 및 디코이 17기 피격! 적 잔여 무인요격기가 접근중!"


"본 함대와의 거리는!?"


"거리 약 150 해상마일!"


약 270킬로미터. 현무-3 순항미사일을 '거의' 다 소모한 75전단에게는 아직 해성-2 경량형 대함미사일이 다수 남아있었지만 아슬아슬하게 사거리 바깥이었다. 이번 공격이 실패하면 어떻게 할까를 고려해야 하는 이영훈 소장은 결국 결심했다.


"구축대 전진, 총력을 다해 카이주를 타격한다! 각 항모들은 요격전 준비! 쏘고 나서 총알같이 튀자! 그리고, 금성산!"


할 수 있는 것은 다 하되, 무리하지 않는다. 그의 명령에 따라 75전단은 둘로 나뉘어져 구축함들은 대함미사일 사거리까지 약 20킬로미터를 최고 속도로 전진하고, 항공모함들은 카이주의 무인기들을 뿌리치고 이탈하기 위해 제로센들을 준비시켰다.


그런데, 75전단이 보유한 현무-3 순항미사일은 각 40발씩 3척 120발.


4발 단위로 분산하여 포르모사를 향해 발사했다가 한라산함의 철매 무인요격기에 요격당한 것이 16발씩 2회 32발.


한라산함의 디코이를 일제 공격했던 것이 80발. 그중 17발은 디코이함에 속아넘어갔고, 63발이 남아 지금까지 8발이 수상한 위치를 타격하는 데 활용, 그리고 한라산의 최초 대공포화에 7발이 요격당했다. 잔여 48발. 이들은 아직 저고도에 숨어서 카이주의 위치를 입력받고 공격 명령을 기다리고 있다.


...그래서, KD-2A 1번함 금성산의 수직발사대에는 아끼고 아낀 순항미사일 여덟 발이 아직 남아있었다. 카이주의 포르모사 방어가 흐트러지기만을 기다렸던 마지막 칼날이었다.


"금성산 함장 대령 남진호!"


"잔여 현무로 포르모사를 타격하게."


후배인 남진호 대령이 대답하는 짧은 사이에 숨을 돌린 이영훈 소장이 명령하자, 최고 속력으로 카이주를 향해 돌진하던 와중에도 금성산함의 VLS 커버가 벌컥 열렸다. 또다시 거대한 화염과 함께 발사된 8발의 순항미사일이 세 번째, 탄도미사일 공격까지 포함하면 네 번째로 포르모사를 향했다. 카이주의 무인요격기들도 모조리 모함을 지키기 위해 날아들고 있으니, 이번에야말로 아무 방해 없이 포르모사를 타격할 수 있을 것이었다.


***


기세 좋게 달려나온 전함 한라산은 조금 당혹해하고 있었다. 위치를 노출시키면 주변을 돌아다니고 있는 현무 순항미사일들이 우르르 달려들 것이라고 각오하고 최고속도로 대공전투 준비를 마쳤는데, 그러지를 않는 것이었다. 수평선 아래에서 곡사 대공포격에 당하지 않도록 랜덤하게 방향을 바꾸어가며 선회하고 있는 것을 보면 무언가 명령을 기다리고 있음이 확실했다.


"...일단 초수평선 요격 실시."


한라산함은 바다매 무인정찰기를 발사해서 초수평선 시야를 확보한 뒤 주포발사 대공미사일로 현무 순항미사일을 요격했다. 지속적으로 회피기동 중인 현무들은 대공포탄으로 맞추기는 무리였지만 대공미사일로는 충분히 요격이 가능했고, 9문의 주포가 불을 뿜자 잠시 후 현무 순항미사일 9발이 공중작렬에 휩쓸려 산산히 박살났다. 주포 재장전이 이루어지고 바다매가 재차 목표를 지정한다. 저 멀리에서는 치열한 전투를 마치고 살아남은 철매 무인요격기들이 호출에 따라 한라산함 쪽으로 다가오고 있다. 이대로라면 무사히 전탄요격 가능할 듯하다.


그래서 이현성은 포르모사를 향하는 순항미사일 여덟 발을 눈치채지 못했다.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총력을 다해야 하는 이 와중에 미사일을 빼돌려 포르모사를 공격할 것이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덤으로 여유가 생겼으므로 방금 전 촬영한 영상 메시지를 압축해서 전송했다.


***


한편, 포르모사에서는 이현성이 남겨준 장거리 암호화 통신기로 압축 전송된 녹화 파일을 받아본 콜로넬 여백작이 머리를 감싸쥐고 있었다.


자유국 동맹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마력사용자들은 전파를 직접 감지할 수 있다(그리고 전자파에 의해 교란되기도 한다). 기초적인 감지능력만 가졌더라도 이름높은 방문자 이현성의 목소리는 알아들을 수 있고, 중급 마법사 정도면 영상까지 받아볼 수 있을 것이었다. 즉 이걸 암호 풀고 방송하기만 하면 자유국 동맹의 모두가 듣고 볼 수 있다는 의미다.


게다가 대놓고 하트 오브 라이언 경을 비난하는 내용이다. 이렇게 떠들어대면 방문자 이현성의 속은 시원하겠지만 하트 경을 더욱 과격한 행동으로 몰아붙이게 된다.


"방금 전 그 붉은 눈알 같은 게 여든 발..."


그러나 그것들은 둘째치고, 영상 메시지의 마지막에 남은 말은 대담한 그녀조차 두렵게 만들기 충분했다.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두려운 붉은 눈알, 그것이 여든 개나 하늘에 떠올라서 그녀를 내려다보는 장면을 떠올리기만 해도 풍만한 젖가슴 아래 뱀의 심장이 꾹 조이는 것만 같은 감각이다.


하지만 그는 포르모사를 지키기 위해 그것들과 싸우려 하고 있다ㅡ


붉은 눈알 한 방에 자유국 동맹이 정신적으로 흔들리고 있는 지금, 그것은 더없이 매력적인 카드였다. 물론 지면 끝장이지만 어차피 끝장나게 생긴 상황인 것이다.


그리하여 리우 오브 콜로넬 여백작은 이현성의 영상 메시지를 방송하기로 결심했다. 다만, 마지막에 하트 경을 직접적으로 비난하는 것만은 중간에 건너뛰기로 하고. 나중에 그가 화내면 몸으로 사과하기로 하자. 그렇게 생각하며 콜로넬의 리우는 영상을 발신하기 시작했다. 뱀족의 마녀라고까지 불리는 그녀의 입술이 자기 수컷을 자랑하고 싶어하는 암컷처럼 히죽히죽 웃고 있다는 사실을, 그녀는 몰랐다.


그녀의 개인실로 사자족의 얼간이가 몰래 다가오고 있다는 사실도 깨닫지 못했다.


***


여덟 발의 현무-3 순항미사일이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고 포르모사를 향해 날고 있었다.


***


"적함 발견, 거리 240 킬로미터! 충무공 이순신급 구축함 3척!"


한시라도 빨리 주변을 돌아다니며 기다리던 현무 순항미사일들을 요격하기 위해 바쁘게 움직이던 바다매 무인기들 중 한 대가 문득 수평선을 넘어오고 있는 대형 수상함을 발견했다. 그 원거리 영상을 전송받은 한라산함에서는 외형이 워낙 유사했기에 충무공 이순신급으로 판단했는데, 포착한 것과 거의 동시에 한국제 대해궁 함대공미사일이 음속의 3배 속도로 날아와 바다매를 격추시켜 버렸기에 더 자세히 알 수도 없었다.


그리고 다른 바다매를 이동시키기도 전에 세 척의 KD-2A 금성산급 구축함들은 후방의 단축형 K-VLS 16셀 중 12셀의 커버를 열었다. 그 안에는 해성-2 경량형 대함미사일이 장전되어 있었는데, 크기를 약간 줄이고 날개를 접어서 수직발사기 한 셀에 4발씩 집어넣을 수 있도록 개량한 버전이었다. 용적이 줄어든 만큼 사거리가 줄어든 것은 탄두중량을 줄이고 하이다이브 방식을 채택해서 상쇄시켰다.


12셀 x 4연장 x 3척 = 144발.


한라산이 미처 대응하기도 전에 100킬로그램 반철갑탄두를 장비한 대함미사일 144발이 1초당 1발씩 3척에서, 48초만에 쏟아져나와 초음속으로 내리꽂혔다. 그리고 아직도 20발 이상 남아있던 현무-3 순항미사일들이 결정타를 먹이기 위해 뒤따랐다.




추천과 선작과 댓글은 글쟁이에게 큰 의욕을 줍니다. 잠시만 시간을 내주세요.


작가의말

주인공을 너무 너프하고 있는 게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드네요. 매화 당하고만 있는데 이거; 독자분들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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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대공무장 완전자동 21.08.31 185 4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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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탄도탄 요격 +2 21.08.28 193 5 13쪽
35 포르모사 전략폭격 21.08.27 160 3 13쪽
34 밀리환초 학살사건 21.08.26 173 5 12쪽
33 한일 연합함대 출동! 21.08.25 192 5 11쪽
32 제해권 장악작전 +1 21.08.24 188 6 15쪽
31 인터미션 - 포르모사의 스파이 +2 21.08.23 186 6 11쪽
30 임무종료 - 강평 21.08.22 197 5 12쪽
29 난타전 / 3차 공격대 출격 +1 21.08.22 183 4 14쪽
28 두더지잡기 +4 21.08.22 187 6 13쪽
27 공중전 II +2 21.08.21 204 6 15쪽
26 섬멸, 또는 학살 +4 21.08.20 208 5 14쪽
25 근접전투 +2 21.08.19 210 6 15쪽
24 정면격돌 21.08.18 218 7 14쪽
23 기적이 일어나다 21.08.17 223 7 13쪽
22 포르모사 방공전 +3 21.08.16 238 8 13쪽
21 요격기 발사 21.08.15 237 4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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