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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부장 님의 서재입니다.

전함 백두산

웹소설 > 일반연재 > 전쟁·밀리터리, 판타지

개발부장
작품등록일 :
2021.07.26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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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27 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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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9.24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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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냥작전

DUMMY

"야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난 거냐?"


한라산함에서 발사한 화살 초음속 순항미사일 두 발이 기어코 대한민국 본토 방공망을 뚫고 수도 서울 상공에서 에어쇼를 하고 사라지자, 서울 시민들 사이에는 불온한 분위기가 감돌기 시작했다.


'전이' 라는 비현실적인 사건이 일어난 지 5년. 기러기 가족부터 그 시기 해외에 여행이나 출장을 나가 있던 사람들은 졸지에 이산가족이 되었고, 그 뒤에는 세계 경제 네트워크에서 북한 이상으로 처절하게 고립된 경제공황이 일어났다.


가장 먼저 연료가 통제되었고 그 다음은 식량이었다. 심지어 근로기준법이 임시 정지되고 '인적자원 재배치' 라는 명목으로 파산한 기업의 전직 회사원들이나 가정주부들까지 공장으로 내몰렸을 때는 꽤나 분위기가 삭막해졌다.


그런 와중에 대한민국이 견뎌낼 수 있었던 것은 세 가지 덕택이었다.


우선 70년간 전쟁 준비를 해 온 전시국가라는 정체성.


어느 밤 요란한 비상벨이 울리고 지금 누리고 있는 모든 것이 사라질 수도 있다는 사실을 한국인들은 당연한 진실로 인식하고 있었다. 어느새 북한 정도로는 미사일을 쏘건 핵을 실험하건 '또 쌀 떨어졌냐?' 라는 분위기가 되어 버렸지만 그렇다 해도 극동이 언제 폭발할 지 모를 핵저장고라는 사실을 모두가 알고 있었다.


그랬으므로 정말로 모든 것이 사라졌을 때, 한국인들이 받은 충격은 심대했지만 파멸적이지까지는 않았다. 한국인 개개인의 정신도 한국이라는 국가 시스템도 준비가 되어 있었던 것이다.


두번째, 모든 것이 파괴되는 전쟁이 일어나더라도 어떻게든 자식들만은 살리겠다는 의지.


백년 전 일제 강점기의 독립군들이 그랬고 70년 전 내전의 한복판에서 막노동을 하던 피난민들이 그랬고 50년 전 근로기준법따위 무시당하던 시대의 노동자들이 그랬고 20년 전 IMF 경제공황 속에서 모든 부모님들이 그랬듯이, 자식들에게만은 보다 나은 삶의 기회를 물려주겠다는 의지였다.


'자식들을 의해서라면 희생할 수 있다.' 라는 무의식적인 합의는 잔혹한 전체주의가 되었다. '우리의' 아이들을 위해서라면 희생은 감수할 수 있었고, 따라서 희생을 거부하는 자는 '우리' 가 아니었다. 선진 민주주의 국가이면서도 지극히 전체주의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한국인의 기저심리가 오직 생존을 위한다는 방향으로 발동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압도적인 승리가.


2차대전보다 과거인 일본과 중세 수준이라는 현지인의 군대를 가차없이 때려부수는 군사력이야말로 "조금만 버티면 된다." 라는 희망의 근원이었다. 그 희망이 있었기에 도덕성 따위에는 모두 눈을 감았다. 중국에서 날아오던 미세먼지를 능가하는 폐기물이 쏟아지는 것에도, 한달에 수백 건씩 안전사고가 일어나는 것에도 눈을 감을 수 있었다.(여담으로 자살자나 사고자, 질병사 등과 중복되어서 의외로 사망자 총수는 그다지 늘어나지 않았다. 삶의 질이 개판났을 뿐.)


그랬으므로, 서울 한복판을 제멋대로 헤집고 날아간 '적' 의 미사일은 지금까지의 승리가 모두 거짓말이었을 수도 있다는, 대한민국의 의지와 희망에 떨어진 거대한 폭탄이었다.


해일은 먼 바다에서는 느껴지지 않는다. 그러나 해저 지진 등의 거대한 충격이 만들어낸 충격파는 해수면을 타고 뻗어와 해안가에 닿은 순간 응축되어 거대한 물의 벽으로 솟아올라 모든 것을 휩쓸어버린다. 지금 대한민국에 정신적인 대지진이 일어났다는 사실을 정부와 군은 깨닫고 있었다ㅡ


"급보입니다! 큐슈 남부에 현지인 상륙부대가 상륙! 수백 이상으로 포착되었습니다! 일본 연안마을 두 개가 초토화!"


그랬으므로 이 보고가 올라왔을 때, 대통령이 무릎을 치며 외쳤다고 한다.


"이제 한국은 살았다!"


청와대에서 행정지시와 협조요청이 쏟아져나왔고, 한국보다 선진국이 없어서 매국이 불가능했기에 군과 정부의 눈치를 보던 언론은 시키는대로 나발을 불었다. 진짜 기자는 '전이'가 일어나기 오래 전에 남산 지하로 끌려가거나 부끄러워 펜을 꺾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


신생 일본국은 대한민국을 종종 '본국'이나 '상국'으로 부른다. 메이지 유신 이후 쌓아올린 한국 멸시론은 5년 전 한일전쟁에서 미친듯이 처맞은 후로 저 깊숙히 꼬리를 감추었고, 언론은 한국을 '(자세히는 알 바 아니고) 아시아의 자랑' 이며 '(작정하고 일본을 착취하고 있지만) 믿고 따라야 할 스승' 이라고 노래를 부른다. 강력한 정신교육이 시행되고 있는 신생 일본군은 그 이상이어서 특히 한국군에게서 교육은 받은 중하급 장교들의 충성심과 신념은 오히려 대한연합군 사령부 요원들이나 주일 한국군 병사들도 놀랄 정도였다.


그랬으므로 지금 일본군은 수백 발의 포탄이 쏟아진 피해를 수습하는 한편 감히 일본 열도를 지나쳐 한국을 공격한 악적 카이주를 찾아 헤매고 있었다.


"포착했다! 카이주다!"


"접근하지 마라! 수평선 아래로 숨어!"


강력한 요격능력을 지닌 카이주에게 들이미는 것은 자살행위고, 신생 일본군은 그런 행위를 용납하지 않는다. 카이주에 대한 대응수단도 열심히 연구되어 교육되고 있었으므로 운 좋게 카이주를 발견한 정찰기 조종사들은 얼른 고도를 낮춰 수평선 아래로 숨었다. 부정기적으로 방향을 바꾸어가며 슬쩍슬쩍 수평선 위로 올라가 카이주를 확인하고 다시 숨으면서 동료들이 도착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다.


아니나다를까, 얼마 지나지도 않아 지상기지에서 훈련중이던 수백 기의 제로센들이 몰려왔다. 해군부는 파괴당했지만 대한연합군 총사령부는 무사했기에 연합사령관의 지휘를 받으며 그들은 일제히 수평선 너머로 돌격했다.


"교란탄 발사!"


"발사!"


우선 선두에 선 기체 수십 기가 지금까지 지극히 효과가 좋았던 다파장 복합 교란재를 탑재한 로켓을 마구 퍼부었다. 그것만도 수백 발이었고, 하늘의 한 구석이 레이더파도 적외선도 가시광선도 뚫어볼 수 없는 연막으로 가로막혔다. 그리고 그 연막 아래로 폭탄을 장비한 제로센들이 뛰어올랐다.


"본관이 선두에서 돌격한다! 본관이 격추당하면 그 그림자를 이용해서 한 발짝 더 돌격해라!"


"대장님...!"


"나를 따르라! 돌격!"


지휘관들은 전근대적인 지휘관 선두의 정신을 되살렸다. 한국군이라면 이럴 필요가 없겠지 하는 서글픈 생각을 하면서도, 한국군들에게 일본 남아의 의기를 보이고야 말겠다는 '곤조'였다.


"엥?"


그랬으므로 대포 한 발 쏘지 않고 무방비인 카이주에게 접근해서 고중저 동시 폭격을 퍼부어 박살을 내고 나자 그들은 분노할 수밖에 없었다.


"칙쇼! 또 가짜입니다! 속았습니다!"


"비겁한 놈! 그 덩치를 가지고 어디까지 쥐새끼처럼 숨어 다니는 거냐!"


이현성이 들으면 비서관 강유미 대위를 성희롱하면서 "와 패배자의 넋두리는 참 듣기 좋다 야" 라고 대답했을 만한 포효였다. 대한연합군 총사령부에서도 필살의 집중공격이 또 헛손질이었다는 보고에 뒤이어 여기저기에서 카이주가 발견되었다는 보고가 올라오자 헛웃음을 지어 보이고 말았다.


"이 시박새키 진짜 해도해도 너무하네. 소서스는? 위성은?"


"두 개 더 포착되었습니다. 앗, 적 무인요격기 출현 경보! ...하지만 놈들의 작전반경상 그 일대의 카이주가 실체일 것이라고는 확신할 수 없습니다. 아군 정찰전력을 유인하기 위해 반대 방향에서 공중전을 걸어왔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운좋게 포착이 됐는데 그렇게 생각하길 기대하고 무인요격기로만 요격하는 걸수도 있지. 투입해! 일단 밀어붙여!"


"제5 항공대에 요격전 명령. 적 무인기를 요격하고 정찰을 지속하라."


피해를 무릅쓰고 카이주의 무인요격기를 돌파하라는 명령은 아니다. 카이주의 무인기를 차근차근 요격해서 반응을 이끌어내라는 의미다. 카이주의 장거리포 사거리와 이동속도를 감안하여 그것이 존재할 것으로 추정되는 범위, 도쿄 반경 800킬로미터를 일본군 조종사들은 어디서 나타날 지 모를 무인요격기를 경계하면서 샅샅히 뒤져서, 발견되는 카이주의 디코이함마다 목숨을 걸고 폭격을 시도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카이주는 발견되지 않았다.


***


"비상! 비상! 사자족 특수부대가 남부 해안으로 상륙했다!"


일본의 수도권 내 주요 군사시설이 아작이 났지만 지방의 하부 군사기지들은 상대적으로 무시당했는데 그곳에 비상이 떨어졌다.


기본적으로 한국에 의해 새로이 육성된 일본 육군은 해외기지나 조차지 경비가 주된 임무다. 따라서 보병 중심이지만 습격을 걸어오는 현지인들은 기본적으로 괴물 수준으로 강력한 만큼 장갑차량도 그럭저럭 갖추고 있었다. 게다가 사자족의 일본 본토 상륙 가능성이 제기된 뒤로는 이런 시골구석에도 구형이나마 기동전력이 배치되어서, 5분 대기조를 실은 트럭들이 정신없이 좁은 도로를 달렸다. 그리하여 해안가 마을에 도착한 그들은 코에 훅 풍겨오는 피비린내와 그것에 섞인 지독한 구린내에 얼굴을 찌푸려야만 했다.


"하차! 하차하라!" "빨리빨리 움직여 병신새끼들아!"


그리고 대열을 갖추어 마을 안으로 진입한 그들은 물고기와 어초로 비참한 삶을 이어갔었을 촌로들의 모습을 보고는 바닥에 토악질을 해 버리고 말았다. 초라한 집들은 대충 박살이 나 있고, 마을 가운데에는 보란 듯이 수십 구의 시신이 엉망진창으로 쌓여 있었다.


배가 갈라지고, 목이 뜯어지고, 팔다리가 끊어진 시신들이 수습할 엄두도 못 낼 만큼 뒤섞여 있어서, 포식중이었던 파리들이 윙 날아오르자 마치 안개가 피어오르는 듯했다. 그 가장 앞에서는 촌장의 머리가 눈알을 뽑혀 텅 빈 눈구멍에서 피를 흘리며 왜 이제야 왔냐고 묻는 듯 일본군 장병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버지...! 어머니!"


이 마을 출신의 병사 하나가 비명을 지르더니 우헤헤 웃으며 비트적비트적 자기 집 쪽으로 걸어가려 하는 것을 병사들이 서둘러 억눌렀다. 하지만 군대에 들어오니 배불리 먹어서 좋다며 항상 헤헤 웃던 이등병의 얼굴에는 평소와는 전혀 다른 미친 웃음이 떠올라 있었다.


ㅡ 으르르릉.


"전투준비!"


저 멀리에서 울음소리가 들린다. 한국은 일본 육군을 재건한 뒤로 '해수구제작전'을 벌여서 일본 내의 맹수들을 싹쓸이했지만, 그 때문에 무리지은 들개들은 실로 위험한 존재였다. 그런데 그 들개들이 으르렁거리면서도 이쪽으로 다가오지는 않았고, 눈 좋은 특등사수가 보고했다.


"저놈들, 꼬리를 가랑이에 말고 있습니다. 여기서 사자나 늑대 냄새가 지독하게 나나 봅니다."


"씨발..."


시신을 이렇게 쌓아놓고 거기다 오줌까지 싸고 갔을 것이라고 은유하는 보고에 소대장은 욕을 했다. 현지 놈들은 정말 야만적인 괴물이었다.


뒤늦게 도보로 행군해 온 본대가 도착하면서 본격적인 사냥 작전이 시작되었다. 이를 대비해 일본 육군 지방대는 사냥꾼들과 사냥개 수십 마리를 동원했고, 동시에 강력한 97식 전차와 99식 박격포들이 전개했다. 그럼에도 이것만으로는 부족해서 병사들의 얼굴은 밝지 않았다.


"사자 괴물들은 전차를 들어서 던진대."


"너무 빨리 달려서 총으로는 맞출 수도 없어. 달려들면 우리 머리 위로 대포를 쏜대나봐."


"차라리 그게 나아. 저놈들은 사람을 잡아먹는다고."


"쿠소..."


물론 이 일본에도 가난과 기아와 죽음은 만연해 있다. 한국이 간신히 숨을 돌리고 해외진출을 한 뒤로는 앞뒤 가리지 않는 착취가 조금 잦아들었지만 그 다음은 한국의 대기업들이 앞뒤 가리면서 체계적으로 착취했기 때문이다. 보통 한국인들이 일본의 망언이나 혐한 장사꾼들 때문에 감정적인 불쾌감을 가지고 있다면, 전이 전까지 일본과 거래하던 기업들의 적개심은 착취당하는 빚쟁이가 돈놀이꾼에게 갖는 감정이었다. 대충 그런 관계였으므로 한국의 대기업들은 "늬들에게 산업화따윈 필요없다!" 라는 자세로 일본을 털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잡아먹지는 않았다.


그런 일본군 병사들을 안심시킨 것은, 사자족 게릴라들을 제거하기 위해 한국군 특수부대와 공격헬리콥터 부대가 날아왔다는 사실이었다. 군복에 총 한자루 든 자신들과 달리 온갖 첨단 장비를 주렁주렁 매단 특전사 요원들을 바라보는 일본군 병사들의 눈에는 선망과 함께 공포심마저 섞여 있었다.


"저게 진짜 사람인가...?"


"우릴 잡아먹는 건 아니겠지...?"


병사들 중에는 잡아먹지 말아 달라고 합장을 하는 순박한 바보도 있었다. 사자 괴물들과는 달리 일단은 우리편 아닌가.


(계속)




추천과 선작과 댓글은 글쟁이에게 큰 의욕을 줍니다. 잠시만 시간을 내주세요.


작가의말

결국 날이 지나 버렸네요. 엔딩까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힘내서 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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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정견방송 +4 21.08.30 170 5 12쪽
37 속고 속이고 +2 21.08.29 170 5 14쪽
36 탄도탄 요격 +2 21.08.28 193 5 13쪽
35 포르모사 전략폭격 21.08.27 160 3 13쪽
34 밀리환초 학살사건 21.08.26 173 5 12쪽
33 한일 연합함대 출동! 21.08.25 193 5 11쪽
32 제해권 장악작전 +1 21.08.24 188 6 15쪽
31 인터미션 - 포르모사의 스파이 +2 21.08.23 186 6 11쪽
30 임무종료 - 강평 21.08.22 198 5 12쪽
29 난타전 / 3차 공격대 출격 +1 21.08.22 183 4 14쪽
28 두더지잡기 +4 21.08.22 187 6 13쪽
27 공중전 II +2 21.08.21 204 6 15쪽
26 섬멸, 또는 학살 +4 21.08.20 208 5 14쪽
25 근접전투 +2 21.08.19 210 6 15쪽
24 정면격돌 21.08.18 218 7 14쪽
23 기적이 일어나다 21.08.17 223 7 13쪽
22 포르모사 방공전 +3 21.08.16 238 8 13쪽
21 요격기 발사 21.08.15 237 4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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