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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부장 님의 서재입니다.

전함 백두산

웹소설 > 일반연재 > 전쟁·밀리터리, 판타지

개발부장
작품등록일 :
2021.07.26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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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27 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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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8.26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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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리환초 학살사건

DUMMY

전함 한라산이 출항한 직후. 포르모사의 어느 곳.


남들의 눈을 피해 맹수들이 모였다. 이상할 것은 없는 것이, 육식동물은 피식자들의 눈을 피해 숨어들어 기습하는 것이 전문인 경우가 많다. 이 세계에서 사실상 가장 강한 종족인 사자족과 무리지어 사냥하는데는 사자족조차 능가한다는 늑대족, 그 외의 몇몇 맹수들.


일본군이 쳐들어오기 전만 해도 무서울 것 없던 이들은 맹수답게 연약한 일본인들을 비웃으며 공격했다가 구식 경순양함과 구축함들의 포격에 늘씬하게 얻어맞기를 반복해 왔고, 자신의 세력권에서 쫓겨나 이곳 포르모사에까지 밀려나버린 신세였다. 그들은 일본이나 한국에 일찌감치 항복한 연약한 종족들에게조차 웃음거리가 되어야만 했다. 명예와 공포를 되찾기 위해 바다로 싸우러 나가서도 일방적으로 처맞다가 방문자 이현성이 보낸 수하들이 지켜주는 와중에야 숨죽이고 포르모사로 되돌아왔으니, 승리를 축하하는 축제와는 별개로 그들의 명예는 바다 속에 처박힌 신세였다.


"모두 모였는가."


마치 토끼 한마리를 눈앞에 둔 듯이 고요한 무리들 가운데에 사자왕의 낮은 울음소리가 울려퍼졌다.


종족을 나누어놓고 보면 기본적으로 과격파인 맹수 종족들 중에서도 가장 과격하고 적극적인 이들만을 끌어모았다고 하겠다. 이 위험한 무리의 한가운데에 자리잡은 사자왕 하트오브 라이언 경은 정상적인 의미의 정치는 서툴렀지만 맹수의 무리를 이끄는데는 재능이 있었다.


"여기 모인 자들은 가장 명예를 아는 이들이다. 우리 맹수들이 언제까지 하찮은 인간종 따위가 고개를 들고 있는 꼴을 두고 보아야 하겠는가?"


그르릉, 어둠 속에 작은 신음소리와 함께 희번덕한 안광이 빛난다. 맹수들은 분노하고, 그리고 흥분하고 있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약한 것들을 무리지어 제멋대로 굴고 있는 뱀족의 마녀년이 한국놈들과 수작을 부리고 있다. 짐은 이런 꼴을 더이상 두고 볼 수 없다!"


"그으응!"


사자왕의 단호한 일갈에 맹수들은 동의했다. 그러나 맹수라 함은 동시에 사냥을 위해 영리한 법, 어리석은 맹수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검은 털을 가진 한 마리 늑대가 물었다. 왼쪽 눈을 길게 찢은 것은 맹수의 발톱이 아닌 일본군의 포탄 파편이었다.


"허면, 우리가 무엇을 하는 것입니까?"


"일본놈들은 연약한 주제에 강한 무기를 가지고 있을 뿐이지. 바다에서 일본의 강철배에 올라타는 것은 어렵다. 일본놈들의 감시망을 지나 배를 타고 놈들의 땅에 올라타는 것도 쉽지 않다... 하지만 방법이 있지."


씨익 웃는 사자왕의 등 뒤, 한밤중의 어두운 바다가, 갑자기 쑤욱 솟아올랐다.


밀리환초 학살 사건으로 일컬어지는 사건이 벌어지기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


***


한일 연합함대 75전단. 기함 독도함.

'카이주'와 장거리 탐지전을 펼친 직후.


"역시 함정이었습니다."


"여우같은 놈..."


이영훈 소장이 낮게 중얼거렸다. 지금까지 카이주는 남대양 일대를 돌면서 마치 과시하듯이 스스로를 노출시켰는데, 그것은 함정이었다.


경험 많은 해군 장교들의 위기감을 기반하여 무인초계기를 슬며시 접근시켜보자 아니나다를까 전혀 다른 위치에서 장거리 대공미사일이 날아왔다. 게다가 대공미사일 발사점조차 엉터리였다. 그 정도는 미리 예측해 둔 상황 중 하나였고, 75전단은 그 함정으로 함재기를 쏟아부어 카이주를 제공권으로 압도할 작정이었다. 그러나...


"합참에서 연락입니다. 밀리환초의 일본군 기지에 현지인 맹수 종족이 침입. ...전멸당했습니다."


이영훈 소장은 회의실의 대형 모니터에 떠오른 자료사진에 얼굴을 일그러트렸다. 작전참모들도 마찬가지였는데, 기본적으로 해군 장교인 그들은 원거리에서 일방적으로 공격하는 만큼 이렇게 엉망진창인 시신을 보는 경우가 드물었다.


하지만 지금 모니터에 띄워진 사진을 보면 일본군 육군의 참전 경험자들이라도 구토했을지도 모른다. 일본군 군복을 입은 병사들의 몸이 기지 외벽에 줄줄이 걸려 있었다. 상반신만, 수십 구나. 쩍 벌어진 입에서 튀어나온 혀가 시퍼렇게 변색해서 축 늘어져 있는데 사람 혀가 이렇게 길었던가 싶을 정도였다.


"생존자의 보고에 따르면 현지인 종족들이 느닷없이 기지를 습격해서 학살극을 벌였다고 합니다. 기습받은 거야 경계에 실패한 것이니 어쩔 수 없다고 쳐도, 기지 사령관이 협정에 따라 항복했지만 산 채로 팔다리를 뜯어냈다고까지..."


"뗏목이라도 타고 왔나? 왜 몰랐지?"


"...카이주에게 밀려서 해상 순찰이 어긋나 있었습니다. 그 빈틈을 찔린 듯 합니다."


보고를 들은 이영훈 소장은 입 속으로 작게 욕설을 내뱉었다. 해상초계전력이 카이주에게 집중되어 있었다고는 해도 밀리환초 기지는 매우 중요한 대형 기지였다. 그곳에 이렇게 소리없이 침투를 허용했다는 것은 카이주와 이 학살자들이 조밀한 협조관계를 가지고 의도적으로 기습작전을 벌였다는 것이다.


"카이주 이 개새끼. 군사력 시위를 하려는 것처럼 떠벌여놓고 과격파 놈들과 아주 사이좋게 놀아났다 이거지? 대책실에선... 아니, 합참이나 청와대에서는 명령 없나? 이대로 작전을 진행할 처지가 아니다."


카이주 대책실은 이현성이 온건파인 리우 오브 콜로넬 여백작과 가까운 사이이며 이번 도발도 협상의 이니셔티브를 잡기 위한 정치적 공세라고 판단하고 있었다. 그 정도라면 한국 정부에서도 상대해 줄 수 있어서, 75전단이 카이주를 격침시킬 수 있으면 최상, 데미지를 입혀 판정승만 해도 협상장에서 콜로넬 여백작을 밀어붙일 수 있고, 설령 진다 해도 "어이쿠 졌습니다!" 하고 적당히 이권을 챙겨주는 정도로 합의를 볼 생각이었다. 대화가 통하는 상대는 정말로 반가운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대놓고 시신을 모욕하는 놈들과 협상을 할 수는 없었다. 이 세계에서조차 맹수 종족들은 말을 할 수 있는 종족은 잡아먹지 않았다. 그것이 다양한 종족이 뒤섞여 살아가는 이 세계의 최소한의 도덕이었다. 그런데ㅡ!


독도함의 작전회의실에서 75전단의 지휘부가 결정했다.


"대응작전 중지. 상부의 명령을 기다린다. 타이밍으로 봐서 여기서 전면전으로 몰아가는 것이 카이주의 목적일 가능성이 있다."


군인은 정치에 신경쓰면 안된다지만 소장쯤 되면 정치를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적어도 군사적 행동이 어떤 정치적 영향을 끼치는지를 생각할 줄 알아야 한다. 카이주가 아군의 초계기를 공격하고 함대를 함정으로 끌어들어려는 찰나에 과격파 맹수 종족의 기습, 그리고 모욕적인 시신 훼손.


카이주의 함정에 뛰어들어 그 함정 자체를 꺠부수고 미사일을 퍼부어줄 생각이었던 75전단은 작전을 중지하고 후퇴했다. 이현성이 오지 않는다고 짜증을 내던 시점에, 한국과 일본 양 국 정부는 불같이 화를 내고 있었다.


***


포르모사에서, 통신을 통해 항의를 받은 콜로넬 여백작에게는 경악스러운 일이었다. 엉망진창으로 훼손되어 있는, 심지어는 사자와 늑대의 잇자국까지 남아 있는 일본군의 시신 사진이 한국 외교부에서부터 직접 전해져왔다. '말할 수 있는 종족은 잡아먹지 않는다'는 최소한의 도덕조차 더럽힌 것이다.


"이게 무슨 짓입니까!"


"뭘?"


콜로넬 여백작이 문을 벌컥 열며 외쳤지만, 자기들끼리 모여 있던 맹수들이 소리 없이 그녀를 노려보는 가운데 가장 거대한 맹수, 사자왕 하트 오브 라이언 경이 전혀 모르는 일이라는 듯 딴청을 피웠다. 분노한 - 정확히 말하자면, 분노하였음을 의도적으로 표출하고 있는 - 콜로넬 여백작이 마력을 휘저어 시신들의 영상을 전송하자 이번엔 거대한 사자가 코웃음을 쳤다.


"흥, 꼴 좋군. 이 세계를 더럽힌 놈들에게 어울리는 꼬라지다."


"그 무슨...! 말 못하는 짐승으로 돌아가고 싶습니까?"


말하는 종족은 잡아먹지 않는다는 것. 그것은 서로 먹고 먹히는 종족이지만 대화를 할 수 있다는 특이성 속에서 얻어낸 최소한의 선이었다. 먹히는 쪽만이 아닌, 먹는 쪽에 있어서도 말을 하는 상대방을 먹는 것은 어딘가 불쾌함을 느끼게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 과격파는 선을 넘었다.


"닥쳐!"


사자왕이 포효했다. 물리적인 것은 아니지만 마력이 잠시 폭풍처럼 콜로넬 여백작을 밀어붙였다. 뱀족의 수장이 체내의 마력을 끌어올려 버텼지만, 평소에도 창백한 하얀 이마가 파랗게 식었다.


"도덕? 일본놈들은 보이지도 않는 저 먼 곳에 숨어서 자신의 힘도 아닌 무기로 용맹한 맹수들을 살해했고, 한국놈들은 거짓말과 속임수로 우리 무리를 찢어놓았다. 이런 놈들에게 도덕?"


키 2미터 반, 그 키가 작아 보일 정도의 근육덩어리. 몸을 일으킨 사자왕은 허리를 굽혀 뱀족의 수장에게 얼굴을 가져다대고는 으르렁거렸다.


"크르릉... 그동안 건방진 소리를 하는 것을 눈감아 줬지만, 더이상 용납하지 않겠다. 뱀족의 천것. 일본놈들도 한국놈들도 전부 죽인다. 힘없는 년들은 구경이나 하고 있으면 돼!"


바싹 들이댄 사자의 얼굴이 뱀의 세로 눈동자를 가득 채운다. 그 입에서 풍기는 악취가 시체의 냄새인 것 같아 콜로넬 여백작은 부르르 몸을 떨었다. 맹수에 대한 본능적인 공포와 함께, 포르모사를 감싸고 있는 마력 교란 현상을 한국이 돌파할 수 있다는 사실이 재차 그녀의 머릿속에 떠올랐다.


"...그들은 하려고만 하면 포르모사를 직접 폭격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 되면 어찌 책임질 겁니까?"


그렇게 될 경우, 자유국 동맹이 한국과 일본에 맞서 자신들의 권리를 지켜줄 수 있을 것이라고 믿고 모여 있는 약소 종족들이 일제히 흔들릴 것이다. 그리하여 하나 둘씩 부족들이 탈퇴하고 나면 한국과의 협상력도 뒤흔들린다. 사자족조차 일본군에게 몇 번이나 패배하고 포르모사에 쫓겨온 몸, 자유국 동맹이 해체되면 사자족들이라 해도 일본군의 포화 앞에 또다시 쫓겨나게 될 것이기에, 콜로넬 여백작은 당혹해졌다.


그런 그녀의 어깨를 사자족의 두툼한 손이 꽉 눌렀다. 아픔에 미녀의 고운 미간이 찌푸려진다.


"크핫핫핫! 그야 네년이 알아서 해야지! 껄껄껄!"


뱀족의 눈동자가 경악으로 가장 가늘게 조여졌다. 이 사자왕은 깨달은 것이다. 미친 짓을 저지르면 상황이 완전히 깨져나가기를 원하지 않는 누군가가 뒷수습을 할 것이라는 벼랑끝 전술을.


'이 얼간이가 정치를 알았으면 했지만 이따위 것부터 깨달을 줄이야!'


바드득 이를 갈며 자신을 올려다보는 온건파의 수장. 지금껏 콜로넬 여백작에게 골칫거리 취급으로 무시당해 왔던 하트 오브 라이언 경은 그녀의 분노와 혐오조차 즐거웠다.


앞으로 어떤 난동을 벌여도 이 건방진 암컷이 오만한 방문자들을 어떻게든 진정시키고 수습할 것이다. 어떤 종류의 신뢰마저 가진 채, 사자왕은 이번 작전의 성공에 기뻐하고 있는 맹수들에게로 돌아갔다.


일본의 주요 기지에 침투하여, 모조리 죽이고 시체마저 능욕한 뒤, 들키지 않고 빠져나왔다.


지금까지는 어떻게 접근해서 일본군 병사를 몇 죽이더라도 곧 포격을 얻어맞고 도망쳐야만 했던 맹수 종족들에게는 너무나 달콤한 승리였고, 재차의 공격에 참여하고 싶다는 지원자들이 줄을 잇고 있었다.


'크크크... 역시 맹수라면 이래야지! 하지만 이 근처 놈들을 족쳐봤자 끝이 없어. 그렇다면...!'


하트 오브 라이언 경은 맹수로서의 본능으로 다음 공격 목표를 정했다. 일본 해군의 경계망을 뚫고 침투할 수 있게 된 이상, 단번에 적의 목줄기를 물어뜯는다. 그것이 맹수의 본능이었다.


'일본... 아니, 한국을 직접...!'


사자왕의 커다란 가슴에 꿈이 가득해졌다. 한국인들을 학살하고 그 살과 피를 먹어치운다는 목가적인 살육의 꿈이었다.


***


대한민국 정부는 보복을 결의했다.




추천과 선작과 댓글은 글쟁이에게 큰 의욕을 줍니다. 잠시만 시간을 내주세요.


작가의말

수정안내: 이전화에서 한국이 위성 발사 능력이 없다고 명시했었습니다만, 제한적으로 발사능력을 보유한 것으로 수정하였습니다.

즉 좀 있으면 중거리탄도탄이 날아온다는 뜻이죠.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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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대공무장 완전자동 21.08.31 185 4 15쪽
38 정견방송 +4 21.08.30 169 5 12쪽
37 속고 속이고 +2 21.08.29 169 5 14쪽
36 탄도탄 요격 +2 21.08.28 192 5 13쪽
35 포르모사 전략폭격 21.08.27 160 3 13쪽
» 밀리환초 학살사건 21.08.26 173 5 12쪽
33 한일 연합함대 출동! 21.08.25 192 5 11쪽
32 제해권 장악작전 +1 21.08.24 187 6 15쪽
31 인터미션 - 포르모사의 스파이 +2 21.08.23 185 6 11쪽
30 임무종료 - 강평 21.08.22 197 5 12쪽
29 난타전 / 3차 공격대 출격 +1 21.08.22 183 4 14쪽
28 두더지잡기 +4 21.08.22 186 6 13쪽
27 공중전 II +2 21.08.21 204 6 15쪽
26 섬멸, 또는 학살 +4 21.08.20 207 5 14쪽
25 근접전투 +2 21.08.19 210 6 15쪽
24 정면격돌 21.08.18 218 7 14쪽
23 기적이 일어나다 21.08.17 222 7 13쪽
22 포르모사 방공전 +3 21.08.16 238 8 13쪽
21 요격기 발사 21.08.15 236 4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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