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남검신-서
서
끼익. 끼익.
물 위에 떠 있는 것이 신기하다 여겨질 정도로 부서진 소선(小船)은 한쪽이 검게 타 있었고, 화살이 곳곳에 박혀 있었다. 소선에 걸려 있는 깃발도 반이나 타 그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었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남색 바탕에 물결무늬가 그려진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소선의 뒤에서 노를 잡은 청년은 서 있는 것이 용해 보일 정도로 비쩍 말라 있었다. 며칠 동안 물 한 모금 못 마신 것처럼 비쩍 마른 청년의 모습은 보는 것만으로 안쓰러움이 느껴질 정도였다.
그러나 청년의 눈에는 단단한 결의가 보였다.
그런 청년의 눈에 저 멀리 섬이 보이기 시작했다. 청년은 섬을 발견하자 손에 더욱 힘을 주어 노를 저었다. 좌우로 휘청거리면서도 소선은 꾸준히 섬을 향해 다가갔다.
“아버지. 돌아왔습니다.”
탁하게 갈라진 목소리. 청년은 배의 중앙에 남색 장포로 덮은 시신을 내려다보고는 다시 노를 힘주어 저었다.
저 멀리서 종소리가 울리더니 곧 쾌속선 세 척이 빠르게 다가왔다. 금세 거리가 좁혀지자 쾌속선들이 소선의 좌우로 붙었다.
그제야 청년은 노를 젓는 것을 멈췄다.
쾌속선에서 훌쩍 뛰어오른 무인들은 짙은 남색에 가슴에 해(海)자를 자수로 새겨 넣은 무복을 입은 이들이었다.
해남파의 무인들.
배를 건너온 다섯 명 중 세 명이 청년의 앞에 가서 섰다.
함께 건너온 이 중 날카로운 인상의 중년인, 위백풍의 시선이 남색 장포로 덮어놓은 시신을 향했다.
위백풍은 말없이 다가가 남색 장포를 걷어 그 아래 누운 시신을 살펴보았다. 왼쪽 가슴부터 오른쪽 옆구리까지 길게 베인 검흔(劍痕)을 바라보던 위백풍의 전신에서 거센 기세가 일었다.
숨이 턱 막힐 정도의 기세가 어깨를 짓누르자 청년이 그 기세에 휘청이며 한쪽 무릎을 꿇었다.
“사숙.”
위백풍은 사질의 부름에 퍼뜩 정신을 차렸다. 고개를 들어 보니 노를 잡고 있던 청년이 무릎을 꿇은 채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홀쭉한 것을 보니 그간 고초가 얼마나 심했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미안하구나.”
위백풍은 허리를 숙여 시신을 직접 안아 들었다. 위백풍은 청년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사제를 데리고 돌아와 줘서 고맙다.”
“···제가 할 일이었습니다.”
청년의 눈빛은 단단하기 그지없었다. 그 모습에 슬쩍 고개를 끄덕인 위백풍이 입을 열었다.
“돌아간다.”
위백풍이 사제를 안은 채 뛰어오르자 청년의 곁에 서 있던 이들 둘이 그를 부축한 채 뛰어올랐다. 그렇게 쾌속선으로 옮겨 탄 청년은 그제야 안도하며 눈을 감았다.
그런 청년에게 한 사내가 다가왔다. 조금 전 위백풍을 불러 주위를 환기했던 사내로 해남파의 다른 무인들과 다르게 유독 새하얀 피부에 빼어난 외모가 인상적인 미장부였다.
해남파의 대제자 송영걸이 청년에게 다가와 물주머니를 건네주었다.
청년은 물주머니를 받아서 천천히 입을 축였다. 송영걸은 그런 청년의 복색을 살폈다.
여기저기 찢기고 구멍이 나 있었지만, 팔꿈치까지만 내려오는 남색의 옷은 해남파의 사공들이 입는 복색이었다.
“백랑호(百浪號)의 사공이었나?”
“예.”
송영걸이 청년의 어깨를 가볍게 쥐었다.
“다친 곳은 없는가?”
“소 장로님 덕분에 무사할 수 있었습니다.”
송영걸은 어찌 된 사정인지 묻고 싶었지만, 지금 청년의 상태가 길게 대화를 나눌 상태가 아님을 알고는 물었다.
“고생했네. 그래. 이름이 무언가?”
“소위건이라 합니다.”
- 작가의말
열심히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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