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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원의 모두가 원하는 세상

해남검신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다원.
작품등록일 :
2023.05.22 18:44
최근연재일 :
2023.07.28 06:00
연재수 :
7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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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3.05.31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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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8쪽

해남검신-출수

DUMMY

출수




무공 한 자락 배운 적이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것들을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자신이 단 한 놈이라도 놓치면 뒤에 있는 이들이 위험했다.


기괴한 소리를 지르며 달려드는 해적들.

그들의 살의가 고스란히 전해졌다. 온전히 전해지는 살의에 소위건은 저들이 어떤 자들인지 새삼 깨닫는다.


사람을 사람으로 보지 않는 자들.


속에서 끓어오르는 분노에 여의일기공이 반응했다.


해적들이 활을 들어 시위에 화살을 거는 것을 보면서 발끝에 힘을 준다.


한 걸음. 또 한 걸음.


빠르게 주위의 모든 것이 뒤로 밀려나고, 해적들이 당황하며 서둘러 시위를 놓았다. 하지만 제대로 조준조차 하지 않은 화살에 당하지 않았다.


단번에 좁혀진 거리.


처음은 아버지에게 배운 대로 한다.


내뻗은 걸음과 뻗어내는 장력.


달려오던 해적의 가슴이 움푹 들어가면서 뒤로 튕겨 날아가면서 우르르 쓰러졌다. 일렬로 달려오던 자들이 우르르 쓰러지며 길이 열렸다.


기합을 내지르며 기세 좋게 달려오던 해적들이 그 모습에 움찔 몸이 굳었다.

그런 그들을 향해 소위건이 뛰어들었다. 적들 사이로 뛰어드니 화살이 날아들지 못했고, 그 사이에 소위건이 날뛰기 시작했다.


찔러오는 창을 걷어내고 불쑥 다가들어 주먹을 날렸다. 제대로 무공을 배우지 못했음에도 뻗어내는 주먹에 강력한 힘이 실렸다.


빠각!


해적의 얼굴이 움푹 안으로 꺼지며 뒤에 서 있던 자와 함께 나뒹굴었다. 그 모습에 해적들이 주춤주춤 물러나기 시작했다.


소위건은 주먹을 움켜쥔 채 해적들을 쏘아보았다.


여의일기공 덕분에 괴력을 손에 넣었지만, 내력을 온전히 쏟아낼 수 있는 것은 아버지가 보여주신 장법밖에 없다.

하지만 그게 없어도 부상당한 해적 정도는 얼마든지 상대할 수 있었다.


소위건이 한 걸음 앞으로 나서자 해적들이 움찔하며 뒤로 한 걸음 물러났다.

그때 용문도의 언덕 중 가장 높은 곳에 지어진 삼 층 전각에서 나오는 자 중 눈에 띄는 자가 있었다. 갑옷을 입은 자는 밖으로 나오더니 주위를 둘러보고는 허리에 차고 있던 장검을 들고 앞에 있는 자의 등을 베었다.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쓰러진 자를 밟고 선 자가 소리쳤다.


“뭣들 하는 거냐! 죽여라!”


해적들이 눈을 붉게 물들인 채 달려들기 시작했다. 찔러오는 창을 옆으로 흘리고 차낸 발차기가 해적 하나의 목을 꺾었다. 그러나 해적들은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눈에 가득 광기를 내뿜으며 달려들었다.


달려들어 무기를 휘두르는 자들. 그 중심에서 소위건은 창을 피하고, 찔러오는 검을 뛰어넘으며 주먹을 뻗고 발을 차 냈다.

어떤 해적도 소위건의 일격을 받아내지 못했다.


그의 주위로 원을 그리며 쓰러진 해적들이 쌓여갈 때 해적이 도끼를 들고 달려들었다. 도끼를 피해내고 주먹을 내뻗는 찰나 해적의 가슴을 뚫고 나오는 검이 있었다.

생각도 못 했던 기습에 소위건이 황급히 몸을 틀었지만, 검의 속도가 예상을 한참 웃돌았다.


왼쪽 어깨를 파고든 검.


찰나 소위건은 그대로 한 걸음을 내디디며 가슴이 뚫린 해적을 향해 장력을 뻗어냈다.


쿵!


가슴이 뚫린 해적이 소위건의 장력에 맞아 뒤로 날아가 검을 찔러넣은 자와 부딪혔다. 갑옷을 입은 자는 뒤로 다섯 걸음이나 물러났다.


바닥에 족적이 남을 정도로 뒤로 밀려나던 자가 인상을 구긴 채 검에 꿰인 해적을 옆으로 던져냈다.


그렇게 열린 틈으로 소위건이 파고들어 다시 일장을 내뻗었다.


황급히 몸을 틀지만, 이미 늦었다.


쩌엉!


갑옷이 박살 나며 해적이 피를 토하며 뒤로 날아갔다. 바닥에 튕겨 떠오르는 모습을 보고 해적들의 고개가 따라갔다.


그렇게 해적들의 시선이 위를 향했을 때 소위건이 움직였다.


왼팔을 다친 지금 이들을 놓치게 되면 탈출한 이들이 위험해진다. 그 꼴을 볼 수 없었기에 소위건은 풍차처럼 움직였다.


일반 해적들이 상대할 수 없는 괴력으로 주먹을 뻗고 발을 차내니 추풍낙엽처럼 해적들이 튕겨 날아갔다.


무사로 보이던 자가 죽고 나머지 해적들이 우수수 죽어 나가기 시작하자 놈들이 겁을 먹고 주춤주춤 뒤로 물러났다.


남은 것은 고작해야 열 명. 그러나 어깨에서 흐른 피가 어찌나 많았는지 눈앞이 침침해지기 시작했다.


소위건이 이를 악물고 재차 달려들려고 할 때 그 어깨를 잡는 손길이 있었다. 소위건이 반사적으로 어깨를 털며 주먹을 뻗었을 때 태연히 그 주먹을 받아낸 이가 씨익 웃었다.


“고놈 주먹 하나 맵네.”


물에 빠진 생쥐 꼴을 하고도 사람들의 시선을 한번에 잡아끄는 절정의 미남자.

송영걸은 소위건을 지나쳐 가며 검을 뽑아 들었다.


“기다려라.”


그리 말한 송영걸이 등을 보인 채 뛰어 들어가 단숨에 남은 해적들의 숨통을 끊어 놓았다.

해남파 일대제자. 차기 해남제일검인 그의 검 앞에서 해적들은 무공 수위와 상관없이 평등하게 죽음을 맞이했다.

가볍게 검을 털어낸 송영걸은 뒤돌아 소위건을 바라보았다.


어깨에 난 상처를 감싸 쥔 모습을 보고 다가온 송영걸이 품에서 금창약을 꺼내 뿌리고는 무복의 소매를 잡아 뜯어 상처를 감쌌다.


“이러시지 않아도 됩니다.”

“헛소리 마.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덧난다.”


송영걸은 상처를 싸매며 소위건을 빤히 바라보았다.


소용돌이에 빠졌을 때 저항하는 것을 포기하고 귀식대법을 펼쳤었다. 살아남기 위한 유일한 방법이라 여겼는데 정신이 들어 보니 처음 보는 배의 갑판 위에 있었다.

갑자기 배에 오른 이들의 기척에 본능적으로 검을 뽑았던 송영걸은 그들이 용문도에 잡혀 온 이들이라는 얘기를 들었다.


그때 굉음이 들리기에 벌떡 일어난 송영걸의 눈에 해적들의 틈에서 주먹과 발을 차내는 소위건이 눈에 들어왔다.


다케다를 죽일 때 보여주었던 장법을 보고 무공을 익혔나 했는데 무식하게 주먹질과 발차기를 날리는 모습에 가볍게 혀를 차고 몸을 날렸다.


놀라운 괴력을 발휘하고 있었지만, 무공 한 자락 제대로 익히지 못한 소위건이 상대하기에 적이 너무 많았다.


무엇보다 삼 층 전각에서 나와 아군 해적의 등을 베어버린 자를 보니 저런 어설픈 주먹질이 통할 상대가 아니었다.


동영에서 사무라이라고 일컬어지는 자들.


소위건이 위험했다.


황급히 발에 힘을 주는데 귀식 대법에서 강제로 깨어난 탓에 경력이 제대로 돌지 않았다. 마음은 이미 달려가고 있는데 몸이 따라주지 못했다.

도끼를 든 해적 하나가 소위건을 노렸고, 그자의 뒤에서 무사가 해적을 뚫고 소위건을 찔렀다.


그때 소위건이 장력을 뻗어내 해적과 무사를 동시에 뒤로 물린 후에 재차 달려들어 무사의 가슴에 일장을 때려 박았다.

다케다를 쓰러트린 그 일장.

과연 무사도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절명했다.


해적들의 시선이 돌아간 사이에 소위건이 멈추지 않고 손을 쓴 것 또한 칭찬받아 마땅한 대응이었다. 다만 점점 움직임이 느려지는 것을 보니 상처가 생각보다 위중해 보였다.

그제야 도착한 송영걸은 소위건을 대신해 해적 잔당을 모조리 처리했다.


듣고 싶은 말이 한가득하였지만, 일단은 상처를 치료하는 것이 우선이다. 상처를 싸맨 송영걸이 입을 열었다.


“이제 어떻게 할 생각이냐?”

“사로잡힌 이들이 있었습니다. 혹 그런 이들이 더 있을 수 있으니 일단 뒤져보죠.”

“좋은 생각이다. 그럼 여기서 쉬고 있어라. 내 금방 찾아볼 테니.”


소위건은 싸맨 어깨를 움직여보고는 답했다.


“두 발은 멀쩡하니 사람을 찾는 정도는 어렵지 않을 겁니다.”


송영걸은 소위건의 눈빛이 물러날 기색이 없는 것을 보고는 씨익 웃었다.


“그래. 그럼 함께하자.”


반 시진을 들여서 섬을 뒤진 결과 서른두 명의 장정들을 찾아낼 수 있었고, 지금까지 훔쳐온 물건들을 찾아낼 수 있었다.

산처럼 쌓인 재물을 보고 송영걸이 입맛을 다셨다.


“정말 이거 못 가져가냐?”

“더는 무리입니다. 지금도 배가 무거워져서 자칫 잘못하면 섬 밖으로 나가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다행이라면 장정 중 사공이 둘 있었고, 조무사들도 있었다. 다만 조무사의 수가 너무 적었다. 조무사가 스무 명뿐이라 두 척의 상선에 나눠 탄다면 열 명씩밖에 되지 않는다.


손발이 안 맞는 이들이 노를 저으면 용문도를 벗어나기 전에 죽을 수 있었다. 그러니 손발이 맞는 이들을 데리고 움직여야 했다.


“항로를 찾고 나면 해남파의 배들을 이용해서 가져가면 됩니다. 마음 같아서는 다 놓고 가고 싶은데.”


소위건의 대답에 송영걸이 입을 비죽 내밀고는 말했다.


“알았다. 가자.”


소위건이 송영걸과 함께 탄 소선의 노를 슬슬 저어 앞으로 나가자 해적들이 노획한 금화상단의 상선들이 그 뒤를 따라왔다.


소선을 타고 용문도의 길을 따라 나오니 용문도 주위를 포위한 채 떠 있는 해남파의 배들이 눈에 들어왔다.

송영걸이 그 모습을 보고는 어느 정도 회복한 내력을 담아 소리쳤다.


“해남파 대제자 송영걸. 해남파 해선창 소속 천랑호 사공 소위건 무사 귀환했습니다!”


우렁차게 뻗어 나가는 목소리에 해남파의 선단에 정적이 휩싸였다. 그리고 잠시 후 손원일의 목소리가 들렸다.


“무사했구나!”

“예. 장문인!”

“격랑은 그쳤지만, 항로가 뒤바뀌었다고 하더구나. 나올 수 있겠느냐?”


소위건은 송영걸이 돌아보자 고개를 끄덕여 대답을 대신했다. 송영걸은 그 모습에 미소를 짓고는 힘차게 대답했다.


“예! 나갈 수 있습니다!”

“좋아. 기다리마. 그런데 뒤에 상선은 뭐냐?”

“용문도에서 구한 이들입니다. 항로를 찾아 데리고 나가겠습니다.”

“잘했다. 무사히 빠져나와라.”


송영걸은 손원일과 대화를 마치고는 소위건을 돌아보았다.


“부탁한다.”

“그럼 갑니다.”


소위건은 힘차게 노를 저어 앞으로 나아갔다. 몇 개의 암초를 베어내면서 바뀐 해류를 읽어내면서 나아가던 소위건의 안색이 미미하게 굳어졌다.

소위건은 뒤를 돌아보았다. 상선이 그의 뒤를 따라 항로로 접어들고 있었다.


“모두 배를 물리세요!”


소위건의 외침에 상선이 멈췄다. 금화상단의 유설화가 선수로 나와서 물었다.


“무슨 일이시죠?”

“상선의 폭보다 좁은 구간입니다. 들어오면 해류에 휘말려 소용돌이에 빠집니다. 물러나세요.”


유설화가 뒤를 돌아보며 고개를 끄덕이자 천천히 상선이 뒤로 물러났다.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더 깊이 들어갔다면 어지간한 사공의 실력으로는 뒤로 물러나는 것도 어려워 옴짝달싹 못 했을 테니까.


소위건은 상선들이 물러나는 것을 확인하고는 해류에 집중하며 노를 저었다.


항로는 오히려 더 짧아졌다. 몇 개의 암초를 베어낸 덕에 항로가 짧아져 밖으로 나오는 데는 이백 장 정도만 이동하면 되었다.

문제는 항로의 폭이 상선이 나올 수 없는 구간이 세 곳 정도 생겼다는 점이었다. 무슨 수를 써도 상선은 빠져나올 수 없었다.


정확히는 해남파의 중형 선박도 저곳은 지나가지 못한다. 지나갈 수 있는 것은 쾌속선 정도밖에 되지 않는 좁은 협로(狹路)였다.


소선이 도착하자 천랑호에서 밧줄이 내려왔고, 그걸 잡은 송영걸과 소위건이 오르자 손원일이 말없이 다가와 둘을 덥석 끌어안았다.


“장문인?”

“잘했다. 잘 돌아와 주었어.”


손원일이 그들의 등을 두드려주더니 물러나 소위건을 바라보았다.


“그런데 상선은 왜 뒤로 물린 거냐?”


소위건은 솔직히 답했다.


“항로가 좁아져 중형 선박은 지나갈 수 없습니다. 쾌속선 정도만 저 항로로 지나갈 수 있습니다.”

“그래? 그럼 어쩔 계획이냐?”

“쾌속선을 이용해서 사람들을 구출해야 할 것 같습니다.”


소위건의 대답에 손원일이 고개를 돌려 원종도를 바라보았다.


“항로는 다 그렸소?”

“예. 준비되었습니다. 서두른다면 완전히 해가 지기 전에 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구해낸 인원이 얼마나 되나?”

“마흔일곱 명입니다.”

“그럼 쾌속선 다섯 척만 보내도록 하지.”


송영걸이 그 말에 얼른 끼어들었다.


“안됩니다. 모든 쾌속선을 동원해야 합니다.”


손원일이 인상을 찌푸려서 바라보자 송영걸이 얼른 답했다.


“구한 인원은 마흔일곱 명이지만, 용문도 안에는 와카미츠 해적단이 지금까지 구한 재물이 있습니다. 그것들을 회수해와야 합니다.”


손원일이 한숨을 내쉬며 답했다.


“본문이 돈이 부족한 적이 있더냐?”


위백풍이 무슨 소리냐는 듯 따져 물었다.


“무슨 소리 하시는 겁니까? 그 재물을 회수해와서 해적들에게 피해당한 이들을 구호 해야 할 것 아닙니까?”


손원일은 위백풍의 말에 헛기침하고는 명령을 내렸다.


“모든 쾌속선을 이용해서 용문도로 들어가라. 우선해야 할 것은 생존자 구출이고, 그다음이 와카미츠 해적단이 노략으로 얻은 재물 회수다. 서둘러라. 해가 지기 전에 모두 마쳐야 한다.”

“예!”


힘찬 대답과 함께 쾌속선들이 모여들었다. 인원과 재물을 구하기 위해 배를 움직일 수 있는 최소의 인원만 남기고 무인들은 중형 해적선으로 옮겨타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바라보고 소위건이 다시 나서려고 하니 원종도가 그를 막아 세웠다.


“어딜 가려는 거냐?”

“제가 인도하겠습니다.”


원종도가 그 말에 고개를 내저었다.


“사공들을 믿어라. 너처럼 바다의 소리는 듣지 못해도 눈으로 본 항로 정도는 얼마든지 따라갈 수 있는 이들이다.”


해남파 해선창 소속 사공들이 얼마나 뛰어난 이들인지는 알고 있었다. 새로운 항로는 찾지 못해도 이미 찾은 항로 정도는 실수 없이 운항할 수 있는 이들이었다.

원종도가 소위건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말했다.


“고생했다. 선배들을 믿고 쉬어라.”


소위건이 뭐라 답하기 전에 손원일이 먼저 입을 열었다.


“잠깐 안으로 들어오너라.”


소위건과 송영걸이 손원일을 따라 그의 선실로 들어갔다. 위백풍도 따라 들어오자 손원일이 의자를 권했다. 소위건과 송영걸이 자리에 앉자 위백풍이 먼저 말을 건넸다.


“어떻게 된 건지 자조치종을 듣고 싶구나.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냐?”


송영걸은 그 말에 고민도 하지 않고 답했다.


“자세한 상황은 저도 이해를 못 하겠지만, 와카미츠 해적단을 모조리 수장시킨 것은 여기 사공 소위건이 한 일입니다.”

“하긴 검강을 다룰 수 있는 것도 아닌데 중형 해적선을 두 쪽 내지는 못했겠지. 네가 한 일이 아닐 거라고 생각은 했다.”


위백풍의 말에 송영걸이 입을 비죽 내밀었지만, 손원일과 위백풍의 시선은 그에게 머물지 않았다. 손원일이 소위건을 바라보며 물었다.


“한 가지 짚고 넘어갈 것이 있다. 내공을 익힌 것이냐?”


소용돌이를 벗어나 솟구쳤던 소선의 움직임은 아무리 신기에 가까운 항해술을 지녔다고 해도 그건 내력이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었으니까.


손원일의 물음에 위백풍의 분위기도 일변했다. 송영걸이 인상을 굳히며 자세를 바로 하는 사이에 소위건은 순순히 인정했다.


“예.”

“자세히 설명해 보아라.”


송영걸은 그제야 이번 일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깨달았다. 본문의 허락 없이 외인에게 무공을 전수해 주었다면 가벼이 넘길 일이 아니었다.

소위건은 가슴을 펴고 앉아 단전에 오른손을 올렸다.


“소문경 장로께서 여의일기공으로 만든 내단을 제게 전해 주셨습니다.”


소위건의 손이 단전에서 가슴으로 올라왔다. 심장에 손을 올린 소위건은 그 두근거림을 느끼며 말을 이었다.


“아버지께서 이르시길 내단의 효용은 모르나 이것이 있다면 무공을 익힐 수 있을 거라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여의일기공의 구결을 남겨 주셨고, 대주천을 마치기 전에는 문파에도 이르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손원일이 팔짱을 낀 채 그 말을 듣고 있을 때 위백풍이 입을 열었다.


“뭐 솔직히 여의일기공은 해남파의 무공이 아니기는 했지. 당시까지만 해도.”


손원일이 쏘아보았지만, 위백풍은 어깨를 으쓱이는 것으로 답을 대신했다. 손원일이 다시 돌아보자 소위건이 말을 이었다.


“대주천을 이뤘지만, 저는 이 복수전에 꼭 참여하고 싶었기에 사공으로 이 자리에 참석했습니다. 복수가 끝나면 사실대로 말씀드릴 생각이었습니다.”


손원일은 그 말에 팔짱을 낀 채로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모두 숨을 죽인 채 바라보느라 선실에는 침묵이 내려앉았다.


손원일이 불쑥 손을 뻗어 소위건의 맥문을 움켜쥐고 내력을 주입했다. 그냥 보아서는 내력이 느껴지지 않았는데 그렇게 내력을 주입하자 저 안에서 느껴지는 단단한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여의일기공을 이용해 만들어낸 내단. 사제 소문경이 평생을 고련하여 모아온 내력을 이용해 만든 내단을 마주한 손원일은 그의 말이 사실임을 알 수 있었다.

기해혈을 다쳤다고 해도 내단이 있다면 무공을 익힐 수 있다. 단전을 대신할 수 있으니까.

그제야 손원일은 사제 소문경이 여의일기공을 만든 이유를 이해할 수 있었다.


자신이 구해와 마음으로 키운 아들. 기해혈을 다친 아들에게 무공을 전수해 주기 위해서 만든 심공. 다만 그걸 전하기 위해서는 결국 누군가 내단을 만들어서 전해줘야만 했다.


왜 칼에 맞아 죽었으면서도 웃으며 죽을 수 있었는지도 이해가 됐다.


자신의 모든 것을 소위건에게 전해 주었던 것.


손원일은 마음을 정하고는 소위건을 바라보았다.


“복수는 이뤘다. 그것도 네 손으로.”


소위건이 아무런 말 없이 바라보자 손원일이 말을 이었다.


“와카미츠 해적단 전부를 수장시킨 공이 크다. 원하는 것이 있나?”


소위건은 그 말에 자리에서 일어나 포권을 취하며 답했다.


“아버지께서는 제가 해남파에 들기를 원하셨습니다. 가능하다면 해남파에 들고 싶습니다.”


손원일은 그 말에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여의일기공은 이제 해남파의 무공이다. 그런 무공을 지닌 이가 밖으로 나도는 것은 아무리 사제 소문경의 뜻이라고 해도 들어주기 힘든 일이었으니까.


“좋다. 여의일기공의 연구도 필요하니 해무각주 임 사제의 제자로 받아주마.”


소위건이 그 말에 놀랐다. 형인 소위강이 이대 제자인데 자신이 장로의 제자로 들어가 일대 제자가 될 수는 없었다.


“과합니다. 이대 제자로 들겠습니다.”

“아니다. 너는 장로 소문경의 진전을 고스란히 물려받았으니 일대 제자로 들어오는 것이 옳다.”


족보가 꼬이게 됐다.


작가의말

분량 조절 실패입니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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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해남검신-독존 +17 23.06.27 10,762 283 13쪽
39 해남검신-본진 +18 23.06.26 10,447 288 12쪽
38 해남검신-백경 +12 23.06.25 10,263 276 12쪽
37 해남검신-발각 +10 23.06.24 10,463 269 11쪽
36 해남검신-동행 +8 23.06.23 10,829 280 13쪽
35 해남검신-대원상단 +10 23.06.22 11,341 256 13쪽
34 해남검신-무단 외출 +10 23.06.21 11,260 284 14쪽
33 해남검신-허위 +8 23.06.20 11,445 280 12쪽
32 해남검신-신니 +10 23.06.19 11,462 299 13쪽
31 해남검신-괄목상대 +11 23.06.18 11,422 298 13쪽
30 해남검신-소봉 +12 23.06.18 11,585 287 12쪽
29 해남검신-찾아오는 이들 +11 23.06.17 11,714 290 13쪽
28 해남검신-별호 +13 23.06.16 11,863 294 13쪽
27 해남검신-날아올라 +14 23.06.15 11,686 303 11쪽
26 해남검신-충돌 +15 23.06.14 11,768 298 12쪽
25 해남검신-혈경단 +12 23.06.13 12,536 277 12쪽
24 해남검신-합류 +9 23.06.12 12,869 298 12쪽
23 해남검신-격돌 +9 23.06.11 12,859 314 13쪽
22 해남검신-검의 +10 23.06.10 13,031 321 12쪽
21 해남검신-태풍 +12 23.06.09 12,933 340 12쪽
20 해남검신-해답 +10 23.06.08 13,338 328 11쪽
19 해남검신-깨달음 +11 23.06.07 13,561 345 12쪽
18 해남검신-출항 +13 23.06.06 13,563 352 11쪽
17 해남검신-재회 +12 23.06.05 14,128 333 12쪽
16 해남검신-흑룡호 +15 23.06.04 14,278 356 12쪽
15 해남검신-벌써 일 년 +12 23.06.03 14,738 357 12쪽
14 해남검신-다짐 +10 23.06.02 14,632 371 12쪽
13 해남검신-소속 +16 23.06.01 14,901 369 13쪽
» 해남검신-출수 +14 23.05.31 14,947 394 18쪽
11 해남검신-구출 +12 23.05.30 14,915 358 13쪽
10 해남검신-나아가다 +12 23.05.29 15,132 380 13쪽
9 해남검신-격랑 +14 23.05.28 15,160 391 12쪽
8 해남검신-각오 +16 23.05.27 15,766 387 12쪽
7 해남검신-만해방 +12 23.05.26 16,195 386 12쪽
6 해남검신-용문도 +11 23.05.25 16,816 402 16쪽
5 해남검신-출항 +13 23.05.24 18,149 408 14쪽
4 해남검신-부재 +17 23.05.23 19,362 440 11쪽
3 해남검신-선 넘네 +17 23.05.22 21,990 475 13쪽
2 해남검신-사공 소위건 +18 23.05.22 26,128 498 15쪽
1 해남검신-서 +17 23.05.22 31,069 512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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