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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여우의 서재입니다.

아저씨는 내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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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여우
작품등록일 :
2024.03.28 10:40
최근연재일 :
2024.06.28 00:35
연재수 :
92 회
조회수 :
9,303
추천수 :
214
글자수 :
337,038

작성
24.05.24 07:30
조회
46
추천
3
글자
7쪽

1석2조를 꿈꾸다

DUMMY

아저씨와의 퇴근길에 혜영이가 달라붙었다.


아저씨가 고기를 구워주겠다고 하셨단다.

혜영이 말로는 그랬다.

아저씨에게 물어보니 묵묵부답이시고.


이런 경우는 혜영이 이년이 우기는 게 틀림없다.

아저씨가 먼저 제안하셨다면 말을 안하실리 없으니까.


내일은 주말이고 2호점 인테리어를 하는 날이다.

에스지 본점 오픈준비할 때는 나와 아저씨가 다 매달렸는데, 이제 민지가 맡고 유리 언니가 돕는다.


혜영이가 기분이 좋을리 없고, 내가 너무한 감도 있어서 뭐라 더 몰아붙이지 못했다.


지금도 아저씨와 혜영이가 나란히 앞장서 걷고 있다.

내가 아무리 생각에 빠져서 천천히 걷고 있다고 하지만 아저씨가 너무한 거 아니야.


유리 언니에게 고열량식을 준비해달라고 아저씨께 부탁드렸더니, 카페에 근무하는 직원들 모두가 살이 붙었다.

민지, 이지 언니도, 혜영이도.


나 만 살이 안찌네.

내가 덜 먹는 것도 아닌데.


"아저씨, 마당에 살구 맺었겠어요."


"응, 빨갛게 열렸어. 다음주면 맛있게 익을거야."


"맛도 보고, 즙내서 머리도 감아보고 싶어요. 전 살구향이 좋아요."


아저씨가 재잘거리는 혜영이를 힐끔힐끔 쳐다보시고 계신다.


얼굴도, 가슴도, 허리도.


아저씨가 밉상짓을 하시네.

내가 뒤에서 따라오고 있는데, 눈이 아주 신나셨어.

나를 그렇게 봐봐라.


결혼한 여자들이 남편 보기를 개떡같이 보고, 막대하는 게 이런 이유 때문인 것 같다.

나는 이해가 안됐었거든.


나이가 한참 어린 여자들이 결혼만 하면 남자들에게 반말에 무시에 큰소리에 폭력에 함부로 남편을 대하는 게 정말 이해가 안갔었다.

그런데, 지금은 조금 알 것도 같다.


흑천을 건너는 현덕교가 나오자 혜영이 다리 난간을 잡고 용문쪽을 보며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있다.

그 바람에 가슴이 볼록 볼록.

혜영이가 몸에 살이 찌면서 유독 도드라져서 부럽고 탐나는 부위를 맘껏 과시하고 있다.


나쁜년, 못된 것 만 배워서 아저씨한테 써먹는 구나.

나한테 복수하고 있는 걸지도.


아저씨가 넋을 놓고 부풀었다 꺼지게 만드는 혜영이 숨쉬기를 보고 계신다.


나는 그들을 지나쳐 앞장서 걸었다.


"그래, 너 혜영이 가슴 커져서 좋겠다. 아저씨도 그렇게 신나?"


소희의 혼잣말을 들은 혜영이가 뻔히 들여다보시는 아저씨를 보며 활짝 웃었다.


"우리도 가요."


혜영이가 아저씨 팔을 잡아 끌었다.


"어어? 어."


소희가 힐끗 뒤돌아보니 혜영이가 아저씨 몸에 딱 붙어서 걸어오고 있다.


해보자 이거지.

어디 맘대로 해봐라.



혜영이가 마당에 들어서고는 매달린 살구를 따서 입에 바로 넣고 있다.


실텐데, 오늘 아침에도 출근하기 전에 살구를 입에 넣어 봤던 소희다.

향은 좋지만 맛은 아직, 좀 더 농 익어야.

일주일은 더 있어야 단맛이 날 것 같다고 아저씨가 말씀하셨었다.


"아! 달아요. 맛있어요."


"그래? 혜영이가 신맛을 좋아하는 구나."


그게 맛있을리 없잖아.

혜영이가 미각을 상실한 모양이네.


혜영이가 욕조에 몸을 담그고 싶다며 내 손을 잡았지만 나는 뿌리쳤다.


"너나 실컷 해!"


혜영이가 본채로 들어갔고, 아저씨가 따라들어 가셨다.


욕조 물에 풀을 입욕제를 챙겨준다나 하시면서.

누가 물어봤나.

뭐, 일일이 말씀을 하시나.


나는 본채에 들어가서 옷방에서 옷을 갈아입고 밖으로 나왔다.


안방 욕실에서 첨벙거리는 소리가 들리고, 혜영이가 아파하는 소리가 들린다.

아마 욕실 바닥이 미끄러워서 넘어진 모양이다.


쌤통이다.


나는 별채 부엌에 들어가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불놀이를 시작했다.


장작에 불을 지피고 타오르는 불꽃을 보고 있노라면 아무런 잡생각이 나지 않아서 좋다.

전에 두 시간 넘게 멍 때리고 있었던 적이 있었다.

아저씨는 옆에서 고개를 끄덕이며 졸고 계셨었고.


아궁이에서 불꽃이 일어났다.

내가 숨을 불어서 피우는 불꽃.

꺼질랑 말랑 위태로이 붙어 있는 불씨를 내 숨을 불어넣어 피워내는 이 맛.


나는 타오르는 불꽃을 보며 장작더미에 등을 기댔다.

장작의 거친면이 내 등에 닿으면서 몸안에 있던 세포들이 아프다고 아우성쳤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몸이 곧 받아들일 거라는 걸 알고 있다.


몸이 참 특이해.

처음에 몸을 찔러 오면 못견딜 만큼 아픈데, 시간이 지나면 적응하고, 짜릿하고 기분좋은 전율이 찾아온단 말이지.


본채에 혜영이 입욕하는 거 도와준다며 따라들어간 아저씨가 늦으시네.

고기 궈 먹으려면 준비할 게 많으니까, 그것 준비하시나 보다.


아, 졸립다.


소희가 잠시 눈을 감았다.


아저씨가 고기 구워 먹을 준비가 되면 깨워 주시겠지.



얼마쯤 지났을까, 주변에서 두런거리는 인기척이 들려오고 바쁜 듯 빠르게 오고가는 움직임에 눈을 떴다.


아저씨가 아궁이에서 숯불을 담아 마당 옆 드럼통 화로에 옮기시고 계신다.

혜영이는 본채에서 쌈거리를 내오고 있고.


이제 준비하시는 구나.

시간이 얼마나 지난거야.

몸을 일으키니 잠시 눈을 붙였다고 몸이 개운하다.


혜영이는 화장을 지운 뽀얀 얼굴에 빠알간 빛이 볼에 떠 있다.

욕조물에 몸을 오래 담그면 몸이 붓고 얼굴도 달아오르지.

미련한 혜영이.


"아, 배고프다."


아저씨가 서둘러 철망을 올리고 삼겹살을 올려 놓으셨다.

그러고는 집게로 뒤집고 또 뒤집고.


아직 고기 겉면이 익지도 않았는데, 왜 이렇게 급하실까.

내가 배고프다고 말해서 그런 모양이다.


나는 나무 식탁 위에 앉아서 혜영이가 슬슬 깍아내 온 오이를 입에 넣었다.

쌉싸름한 맛에 나도 모르게 인상이 일그러졌다.


"아, 쓰다."


"난 맛있기만 한데?"


혜영이가 내 맞은편에 앉아서, 고기를 굽고 있는 아저씨 얼굴을 보고, 눈을 마주치고, 뭐가 그렇게 좋은지 웃음이 떠나질 않는다.


혜영이가 속이 참 좋다.

2호점을 민지에게 맡긴다고 할 때 혜영이가 나에게 강하게 따져들 줄 알았다.

나라고 해도 못 참을 일이니까.


그런데, 혜영이는 반발하지 않았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혜영이는 멀리 떨어진 곳으로 보내버릴 참이다.

2호점은 분식점에서 너무 가깝기 때문이다.


3호점은 규모를 좀 더 키워서, 혜영이가 의심을 품지 않을 만큼 멋드러진 카페로 만들어 볼 작정이다.

나는 1석2조의 꿈을 꾸고 있다.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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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 그놈이 문제야 NEW 10시간 전 4 0 7쪽
91 처음 안아 보시나 24.06.26 16 0 7쪽
90 너무 하긴요 24.06.25 14 0 7쪽
89 좋은 건 따라 하는 게 맞지 24.06.24 16 0 7쪽
88 부담은 나에게 24.06.23 18 0 7쪽
87 보내기가 쉽지 않네 24.06.22 18 0 7쪽
86 이 정도라? 24.06.21 15 0 7쪽
85 정말 괜찮은 거야? 24.06.20 18 0 7쪽
84 난 신입이니까 24.06.19 16 0 7쪽
83 내가 미안해지잖아 24.06.18 20 0 7쪽
82 도와줘 24.06.17 25 0 7쪽
81 결정권자 눈에 들어야 해 24.06.16 27 0 7쪽
80 엉덩이 한 대 맞고 얘기하자 24.06.15 26 0 7쪽
79 어색한 사이가 되는 건 피해야 한다 24.06.14 19 0 7쪽
78 내가 아는 게 없어 24.06.13 22 0 8쪽
77 번지수를 잘못 찾아 24.06.12 26 0 8쪽
76 나는 관대한 여자니까 24.06.11 32 0 9쪽
75 밀당하다 24.06.10 25 0 9쪽
74 잠시 휴전되다 24.06.09 29 1 9쪽
73 주제 파악 못하는 이모들 24.06.08 42 1 9쪽
72 나쁜 사람으로 만들지 말아요 24.06.07 44 2 8쪽
71 길이 어디까지 뚫린거야 24.06.06 45 1 8쪽
70 미쳤어 정말! 24.06.05 45 1 7쪽
69 그렇게 좋은 거야? 24.06.04 50 1 7쪽
68 왜 그러실까 24.06.03 31 1 7쪽
67 시샘한다고? 24.06.02 31 1 7쪽
66 왜 그러는 거야 24.06.01 45 2 7쪽
65 아프게 하지마 24.05.31 55 2 8쪽
64 그게 뭐라고 24.05.30 39 2 8쪽
63 넘사벽 소희 24.05.29 41 2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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