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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여우의 서재입니다.

아저씨는 내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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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여우
작품등록일 :
2024.03.28 10:40
최근연재일 :
2024.06.28 0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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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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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23
추천수 :
214
글자수 :
337,038

작성
24.06.18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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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7쪽

내가 미안해지잖아

DUMMY

돗자리를 두 장 가져다 펴고 앉았다.


관문사거리 앞 신축건물 1층은 그야말로 텅텅 비워져 있는 가게.


정희 이모가 잔잔하던 호수에 돌을 던지셨다.

별말이 없었다면 30평 잡아서 식품제조가공업 신청으로 갔었을 것을, 면적이 좁다고 또 도심 밖에서 크게 해야 한다고 주장하셔서.


분식집에서 설겆이를 끝내고 온 수연이 언니에, 정희 이모가 트집을 잡았던 지예 이모에, 소영이 이모까지 오셨다.

거기에 나와 유리 언니까지.


갑론을박.


그야말로 난리통이 뭔지를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목소리도 크고, 중구난방에 사설이 난무하고 있다.

중간에 수다도 끼어들고 있고.


이 와중에 가장 힘들어하는 사람은 수연이 언니와 유리 언니였다.

이런 난장판을 경험하지 못해서인지 난감해 하고 있다.


나는?


나라고 별 수 있나.

낄 자리가 아직 아니다.

나도 아직 감을 못잡겠는데, 뭔 말을 할 수 있나.

사장이라고 다 아나.

다 안다고 사장 하나.


"국수리에 창고 싸게 나온 거 있어. 1,000평인데 말 잘하면 월 200만원에 쓸 수 있어. 하려면 제대로 해야지."


"거기로 누가 출근해, 네가 맡을래?"


"무슨 소리야. 전철역에서 500미터도 안떨어져 있는 곳이야."


"해장국 밀키트 바로 만들어서 팔려고 가게를 분할하는 거야. 창고는 나중이고, 이 가게를 활용할 생각을 먼저 해야지."


"아, 개군면 앙덕리에도 좋은 창고 있어. 거기는 더 싸다고."


"거기를 어떻게 다녀? 차 타고 움직여야 하는데."


누가 하는 소리인지 구분도 못하겠고, 따로 정해진 주제도 없었다.

몇 시간째 인지도 모르겠다.

아, 배고프다.


"참, 소고기는 개군축산에서 저번 장날 가격으로 해주겠데. 소희야?"


"예? 아, 예. 잘됐네요."


소영이 이모가 현실적인 문제를 하나 해결해 주셨다.


제 엉덩이를 때리실 것 까지는 없었다고요.

뜬금없이 어제 맞은 기억이 떠올랐다.


"즉판으로 준비해야 맞지?"


"작업 공간을 2미터 더 늘려야 해. 소희야?"


또, 나를 부른다.

정희 이모다.


"예. 유리 언니가 폭 늘려서 바꾸세요."


"즉석판매제조로 가면 공간을 완전분리할 필요 없어요. 벽으로 안 막아도 되요"


"자동주입기 소음도 있고 포장 작업을 해야 해서 홀에서 식사하시는 분들이 어수선해 하셔서 안돼."


"그래, 밥 먹으러 왔다가 시끄러우면, 이래서 싸게 파는구나 하고 생각한다니까."


"그래, 그러면 나라도 그 식당 안가지."


"맞아, 싼 가격으로 승부하는 집은 그런 거 조심해야 해. 싼게 비지떡으로 아는 사람들이 많으니까."


수연이 언니가 오랜만에 의견을 냈는데, 이모들이 반론을 연달아 내시고 있다.


잘들 하신다.

그래, 책으로 만 배운 사람 코를 납작하게 해 주세요.

여러 사람 말을 들어봐야 한다는 게 이런 경우를 말하는 구나.


"포장작업은 누구한테 맡길거야?"


"그거 알바 쓰면 안돼. 사고친다고."


"그래, 정직원으로 두고 숙련도를 높여야 해."


"몇 명이면 되지?"


"지예, 정희, 수지에 나까지 넷이니까, 한 명만 더 쓰자. 소희야?"


소영이 이모가 자꾸 나를 부르시네.


"생각나는 분 계세요?"


"해리 어때?"


"하려고 하려나? 성격이 꼼꼼해서 일단 일하면 잘할건데, 전화해 볼까?"


지예 이모가 휴대폰을 들고 잠시 가게 밖으로 나가셨다.


"장사는 바로 시작해도 되는 거 아니야?"


"카페하고 공장을 벽으로 분리하고 빨리 하지. 따로 인테리어로 돈들일 거 없잖아. 한우해장국은 싼 가격으로 가야 하니까."


"내일 벽 치고 모레부터 바로 해. 그 다음날 5일장날 장사도 준비해야 하니까, 그전에 시작해서 식자재 구입할 때 한꺼번에 구입해야 단가를 낮출 수 있으니까."


"그래, 소고기 말고도 대파, 무우, 배추, 쪽파, 우거지, 마늘을 대량으로 구입하면 좋지. 김치도 담가놔야 하니까. 소희야?"


소영이 이모가 또 부르신다.


"예. 그래 주시면 제가 고맙지요."


"배고프다. 밥 먹고 하자."


"그래, 나 짜장면 땅기는데?"


"분식집 거 팔아줘야 하는 거 아니야?"


"아니예요. 이모들 드시고 싶은 거 시켜 드세요."


그렇게 해서 중국집 음식으로 점심식사 메뉴가 정해졌다.

유리 언니가 이모들 드실 메뉴를 받아 적었다.


그러세요.

드시고 또 한바탕 하시라고요.


나는 자리를 떴다.

유리 언니 만 남겨놓고, 어리벙벙한 수연이 언니와 함께 본점으로 향했다.


뒤로, 벽 분리 공사 업체 얘기가 나오고, 시멘트 업체에 바닥 방수업체 얘기가 들려오고 있다.

그리고, 가마솥 얘기까지.

소영이 이모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마당발이신 소영이 이모.


***


유리 언니는 본점으로 보내서 혜영이에게 교육을 맡기고 나는 분식집으로 돌아왔다.


배 고프다.


나는 아저씨에게 말했다.

고추장에 밥 비벼먹고 싶다고.


오늘 분식점의 백반 메뉴는 돼지 두루치기였다.


내가 직접 냉면 그릇에 밥을 퍼담고 있자 아저씨가 그릇을 빼앗더니 내 등을 미셨다.

가만 앉아 있으라고.


내 몸을 건드렸어?


내가 아저씨를 노려봤다.

건드리지 말라고.


아저씨가 한숨을 내쉬셨다.


"내가 해줄게. 그만 화 풀어라."


"이번에는 쉽게 넘어가지 않을거야."


나는 아저씨께 한마디 해주고 의자에 팔짱끼고 앉았다.


가게 안은 돼지 두루치기의 고소한 냄새가 진동하고 있었다.

다들 맛있게들 드신다.

그러니까, 나도 먹고 싶어졌다.


"아저씨, 나도 그거 한 국자 올려줘. 비벼 먹게."


"그럴래?"


아저씨는 비빔밥에 올려줄 달걀 프라이를 하는 중이셨다.


아저씨 어깨가 처진 것이 보기가 안좋네.

그러게, 왜 나쁜 짓을 하고 다니래?


"아저씨 김밥 두 줄 주세요."


"예. 잠시만요."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김밥을 말았다.

그러고보니 오랜만에 김밥을 만다는 생각이 들었다.

먹어본 적도 꽤 지났고.


내가 분식집 일을 요새 안도와 드렸나?


나는 김밥을 말고 또 말았다.

아저씨가 준비됐다고 식사하라고 또 내 어깨를 건드리셨다.

나는 뒤돌아서 한 번 더 노려봐 드리고 김밥을 더 말았다.

10줄을 만들어 쌓아 놓고 보니 기분이 한결 나아졌다.

왜, 기분이 나아졌는지는 모르겠다.


나는 내가 만 김밥 한 줄을 접시에 담아서 테이블 위에 올려 놓고 돼지두루치기 덮밥과 같이 점심식사를 했다.

아저씨가 내 옆에서 얼쩡거리시길래 김밥 한 알을 입에 넣어드렸다.

노룩 패스 기술을 썼다.


아저씨가 급히 받아 먹었는지 내 손가락까지 깨물었다.


"아야~ 정말! 이럴거야?"


"맛있다. 정말 맛있어. 얼마만에 소희가 만든 김밥을 먹어보는지 모르겠어."


하도 좋아하시길래 김밥을 한 알 더 입에 넣어드렸다.


그렇게 좋아하실 건 뭐래.

그러니까, 내가 조금 미안해지잖아.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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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 처음 안아 보시나 24.06.26 16 0 7쪽
90 너무 하긴요 24.06.25 14 0 7쪽
89 좋은 건 따라 하는 게 맞지 24.06.24 16 0 7쪽
88 부담은 나에게 24.06.23 18 0 7쪽
87 보내기가 쉽지 않네 24.06.22 19 0 7쪽
86 이 정도라? 24.06.21 15 0 7쪽
85 정말 괜찮은 거야? 24.06.20 18 0 7쪽
84 난 신입이니까 24.06.19 17 0 7쪽
» 내가 미안해지잖아 24.06.18 21 0 7쪽
82 도와줘 24.06.17 25 0 7쪽
81 결정권자 눈에 들어야 해 24.06.16 28 0 7쪽
80 엉덩이 한 대 맞고 얘기하자 24.06.15 26 0 7쪽
79 어색한 사이가 되는 건 피해야 한다 24.06.14 20 0 7쪽
78 내가 아는 게 없어 24.06.13 23 0 8쪽
77 번지수를 잘못 찾아 24.06.12 27 0 8쪽
76 나는 관대한 여자니까 24.06.11 33 0 9쪽
75 밀당하다 24.06.10 25 0 9쪽
74 잠시 휴전되다 24.06.09 30 1 9쪽
73 주제 파악 못하는 이모들 24.06.08 43 1 9쪽
72 나쁜 사람으로 만들지 말아요 24.06.07 45 2 8쪽
71 길이 어디까지 뚫린거야 24.06.06 46 1 8쪽
70 미쳤어 정말! 24.06.05 46 1 7쪽
69 그렇게 좋은 거야? 24.06.04 51 1 7쪽
68 왜 그러실까 24.06.03 31 1 7쪽
67 시샘한다고? 24.06.02 32 1 7쪽
66 왜 그러는 거야 24.06.01 46 2 7쪽
65 아프게 하지마 24.05.31 56 2 8쪽
64 그게 뭐라고 24.05.30 40 2 8쪽
63 넘사벽 소희 24.05.29 41 2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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