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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여우의 서재입니다.

아저씨는 내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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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여우
작품등록일 :
2024.03.28 10:40
최근연재일 :
2024.06.28 0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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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4
글자수 :
337,038

작성
24.05.30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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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쪽

그게 뭐라고

DUMMY

시장통 중앙광장 들통 앞에서 소희가 국자를 잡았다.

정량 배식을 하기 위함이다.


은지가 보조를 맡았고, 혜영이는 뚝배기 설겆이를 하고 있다.


아저씨는 분식집을 지키고 계신다.


해장국의 내용물이 충실했기에 웨이팅 줄이 생겼고, 기다리셨으나 못 드시는 분들이 생겨버렸다.


200인분을 준비했다고 했지만 정확히 몇 명의 손님을 받을 수 있을지를 가늠하지 못했다.


시장 상인회 분들은 틈만 나면 줄을 서고 계시는 손님들에게 모레 열리는 장날부터 양평 소고기 해장국이 판매될 거라고 홍보를 하셨다.


정작 주인은 가만히 있는데, 관계자들이 나서서 등 떠밀려서 하게 생겼다.


선택이 아닌 강요.


국밥 장사가 마무리 되자 축산 관계자 분을 소개시켜 주시겠단다.


타이틀이 '양평한우해장국'이니까, 한우를 구입해야 될 거 아니냐면서, 신나서 연락을 하셨다.


"1,500인분을 5,000원에 팔면 식자재 구입비로 얼마를 써야 하지?"


내가 설겆이를 마치고 한숨을 돌리고 있는 혜영이에게 물어봤다.


"안하면 안되니? 나 혼자서는 200인분 설겆이도 버겁다. 5명은 붙어야 해. 서빙보는 분들도 또 그만큼 필요할거고, 돈을 남길 수 있을까?"


5일 마다 하루 종일 해장국 장사를 해야 하고, 10명의 알바를 써야 하는 일.


이 일을 이 지경으로 만든 당사자에게 물어볼 심산으로 소영이 이모를 찾았다.


소영이 이모는 천막 아래서 이모들하고 수다를 떨고 계셨다.


손에는 에스지 카페에서 사오신 듯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들고 계신다.


그렇지. 커피는 에스지 커피지.


"이모! 덕분에 정신없는 하루였어요."


소희가 수다떨고 계시는 이모들 속으로 들어갔다.


"그래. 내 덕분에 장사 잘 했지? 나 커미션 좀 떼어줘야 하는 거 아니니?"


"제가 이모가 드신 국밥 돈 안받았어요."


소희의 말에 이모님들이 꺄르르 웃으셨다.


"소희가 피도 눈물도 없다니까."


"너무 박한 거 아니야?"


"200명이면 2시간 만에 50만원은 벌었을 텐데."


한동안 이모님들이 장사 관전평을 늘어놓으셨다.


정리를 마친 은지 언니가 슬그머니 내 옆으로 와서 앉았다.

언니가 내 머리를 만졌다.

뭐가 붙어 있어서 떼어낸 모양이다.


그리고는 기특하다는 표정을 짓고 있다.

2살 언니가 나를 보며 지을 표정은 아닌 것 같다.

위화감이 느껴진다.


그건 그렇고 일을 마무리해야 한다.

내가 둘러 앉으신 이모들을 보니 가게를 하시는 분은 소영이 이모 한분 이시다.

소영이 이모는 내일부터 백수가 되실 예정이시고.

15년 동안 일을 하셨으니 1주일 간은 아무 것도 안하신다고 말씀 하셨었다.


나머지 세분 이모님들은 시장회 관계자 아저씨들 부인들이셨다.

아마도 남편들한테서 시장에 와서 국밥 먹으라고 전화를 받으신 것 같다.


"소영이 이모, 모레부터 저 좀 도와주세요."


"내가 1주일 동안 백수생활한다고 했잖아."


"이모가 일 만든거 책임지셔야죠. 모레 장날 하루 맡으시고 노시면 되겠네."


이모님들 웃음보가 또 터지셨다.


"소영이가 소희한테 꼼짝을 못하는구나."


"소희는 네 딸이라며?"


"붙잡혀서 일하게 생겼네. 불쌍해서 어째?"


소영이 이모가 나를 딸같이 생각하시는 줄은 알았는데, 온동네 이모들한테 내 딸이라고 자랑하고 다니신 모양이네.

내가 소영이 이모 딸이라.


"조금 있다가 축산하시는 분 오실거예요. 이모가 동석하세요."


"얘 봐라. 나는 아직 한다고 얘기도 안했어. 왜 그래?"


"제가 장날 하루 인건비로 이모한테 100만원 드릴게요."


소영이 이모가 눈을 크게 뜨고 나를 보셨다.


"정말?"


"알바를 몇 명을 쓰시건 상관안하고 무조건 100만원 드릴테니까, 이모가 5일장 해장국 장사 맡아주세요."


소영이 이모가 입을 꾹 다물고 계산에 들어가셨다.


"맡는다는 게, 당일 해장국 끓이고 장사만 하면 되는 거야?"


"아니죠. 그날 쓰일 식자재 구매까지 하셔야 맡는다는 표현을 쓸 수 있는거죠."


이모가 눈쌀을 찌푸리셨다.


사실 그렇게 되면 양평한우해장국은 소영이 이모가 혼자서 책임진다는 말이고, 그러면 나를 거칠 것 없이, 소영이 이모가 단독으로 시장상인회에 오일장 자리를 신청해서 할당받아서 직접 해장국 장사를 하시는 편이 낫다.


소영이 이모는 장날 장사에 빠삭하신 분이다.

15년 동안 옷가게 하시면서, 오일장이 열리는 날이면 가게 앞에 난전이 열리고 외지에서 온 상인들이나 지역 농부들 장사하는 것도 다 지켜보신 분이시니.


이모가 내 얼굴을 골똘히 보셨다.

예전에 이모 집에서 9년 동안 얹혀살 때 이 표정 후에는 항상 큰소리가 따라 붙었었다.

나를 혼내기 바로 전에 나를 노려보는 버릇이 있으시다.


아이, 무서워라.

사람들 많은데서 혼내시지는 않으시겠지.

12살 때 까지는 내 엉덩이도 많이 때리셨었는데.


"좋아. 10만원 만 더 줘. 내가 맡을 게. 사람들 쓰면 간식이 필요하니까."


"알겠어요."


소영이 이모 덕분에 5일 마다 가외수입이 짭짤하게 생기게 됐다.

아니, 아저씨 덕분인건가.


그런데, 매출은 분식집으로 잡히는 거잖아.

에스지가 아니고.

아, 할일이 하나 더 남았구나.

내가 다 먹으려면.


소희 눈에 저멀리 떨어져서 이쪽을 보고 계시는 아저씨가 눈에 들어왔다.

은지 언니가 내 시선을 따라서 아저씨를 보고는 흥미롭다는 표정을 지었다.


내가 의자에서 일어나자, 은지 언니가 엉덩이 쪽 주름잡힌 치마를 펴줬다.

쓰다듬어 주는 것 같기도.


그래도 기분 나쁘지는 않았다.

언니 손에 정이 담겨 있어서 그런 것 같다.

본지 얼마 안됐는데, 품에 꼭 안기고 싶다는 생각이 가끔 들어서 당황스러울 때가 있다.


나는 아저씨께 다가가서 팔짱을 끼면서 몸을 붙였다.

이렇게 하면 아저씨가 좋아하시니까.


"아저씨, 에스지가 2호점 내면서 돈이 많이 들어가고 있잖아."


"응, 그렇지."


"그래서 그런데, 장날 해장국 장사 에스지가 맡으면 어떨까?"


나는 의심치 않았다.

아저씨는 내가 원하는 걸 말하면 거절하시는 법을 모르시는 분이다.


"나도 원하는 거 하나 말해도 될까?"


"뭐? 설마 나하고 딜하자는 거야?"


나는 잡고 있던 아저씨 팔을 뿌리쳤다.

새침하게 토라지는 시늉을 낸다고 고개까지 돌렸다.


고개를 돌렸더니 의미심장한 눈을 하고 지켜보는 은지 언니가 보여서 웃음이 슬금 나왔지만.


"소희가 받아들이기 어려운 요구는 아니야."


"뭔데 그래."


"각방쓰자는 말 만 말아 줘. 그런 날이면 상실감이 느껴져서 내가 아주 미치겠으니까."


내 얼굴에서 고소가 나왔다.

뜻밖의 얘기에 은지 언니가 눈을 커다랗게 떴다.

은지 언니는 아직 아저씨와 나와의 관계를 몰랐을테니 놀라는 것이 당연할 수도.


"안돼! 그건 내 무기야. 전쟁터에서 무장해제를 하라는 요구가 어딨어?"


"소희야, 말이 심한 거 아닐까? 전쟁터라니."


"날마다 엎치락뒤치락 싸우는 건 맞잖아."


아저씨가 힘이 쭈욱 빠지시는 모양이시다.

어깨가 축 처지셨다.


은지 언니 얼굴은 발그래 물들었고.


"내가 인심 썼다. 장날 해장국을 에스지로 주면, 아저씨가 나를 화나게 해도 일주일 동안은 각방 쓰자는 말 안할게. 어때?"


내가 아저씨 허리에 팔을 둘렀다.


아저씨가 좋아서 입꼬리가 승천하셨다.


그게 뭐라고, 그렇게 좋을까.


은지 언니가 입모양으로 나를 리스펙한다며 말하며 엄지 손가락을 들어 올렸다.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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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 그놈이 문제야 NEW 10시간 전 4 0 7쪽
91 처음 안아 보시나 24.06.26 16 0 7쪽
90 너무 하긴요 24.06.25 14 0 7쪽
89 좋은 건 따라 하는 게 맞지 24.06.24 16 0 7쪽
88 부담은 나에게 24.06.23 18 0 7쪽
87 보내기가 쉽지 않네 24.06.22 18 0 7쪽
86 이 정도라? 24.06.21 15 0 7쪽
85 정말 괜찮은 거야? 24.06.20 18 0 7쪽
84 난 신입이니까 24.06.19 17 0 7쪽
83 내가 미안해지잖아 24.06.18 20 0 7쪽
82 도와줘 24.06.17 25 0 7쪽
81 결정권자 눈에 들어야 해 24.06.16 28 0 7쪽
80 엉덩이 한 대 맞고 얘기하자 24.06.15 26 0 7쪽
79 어색한 사이가 되는 건 피해야 한다 24.06.14 20 0 7쪽
78 내가 아는 게 없어 24.06.13 23 0 8쪽
77 번지수를 잘못 찾아 24.06.12 27 0 8쪽
76 나는 관대한 여자니까 24.06.11 33 0 9쪽
75 밀당하다 24.06.10 25 0 9쪽
74 잠시 휴전되다 24.06.09 30 1 9쪽
73 주제 파악 못하는 이모들 24.06.08 43 1 9쪽
72 나쁜 사람으로 만들지 말아요 24.06.07 45 2 8쪽
71 길이 어디까지 뚫린거야 24.06.06 46 1 8쪽
70 미쳤어 정말! 24.06.05 46 1 7쪽
69 그렇게 좋은 거야? 24.06.04 50 1 7쪽
68 왜 그러실까 24.06.03 31 1 7쪽
67 시샘한다고? 24.06.02 32 1 7쪽
66 왜 그러는 거야 24.06.01 46 2 7쪽
65 아프게 하지마 24.05.31 56 2 8쪽
» 그게 뭐라고 24.05.30 40 2 8쪽
63 넘사벽 소희 24.05.29 41 2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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