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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여우의 서재입니다.

아저씨는 내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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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여우
작품등록일 :
2024.03.28 10:40
최근연재일 :
2024.06.28 00:35
연재수 :
92 회
조회수 :
9,322
추천수 :
214
글자수 :
337,038

작성
24.06.04 07:35
조회
50
추천
1
글자
7쪽

그렇게 좋은 거야?

DUMMY

"너는 2호점 안가보니?"


이지 언니는 순수 직원이지만 혜영이는 어엿한 에스지 2대 주주인데, 2호점에 관심이 없다.


내가 본점에 있을테니까, 가서 보고 오라고 말해줬지만 미적거리고 있다.


그러고보니 오늘 분식집도 안들렀다.


"너 점심은 먹은 거야?"


혜영이가 고개를 좌우도 흔들고 말을 안한다.


이제는 답답하게 나오네.

이래도 밉상, 저래도 밉상, 한 번 밉상은 영원한 맙상인건가.


"너 내일부터 2호점에 8시까지 출근해서 유리 언니랑 닭발 양념 소분작업 같이 하고 본점으로 넘어 와."


"내가 그걸 왜 해. 민지한테 하라고 해야지."


"사장님은 품위 유지가 기본이니까. 그 시간에 손님이 오실 수도 있는데, 장갑끼고 빨간 양념을 얼굴에 묻히고 있으면 에스지 카페 이미지가 안좋아지잖아. 네가 하는 게 맞아."


"너 그러는 거 아니다."


"뭐가?"


혜영이가 말하다 말고 카페 문을 열고 나갔다.


"사장님, 제가 할게요."


눈치를 보던 이지 언니가 자원했다.


"안돼요. 일 많이 하면 언니가 지친다고요. 분식집 일을 도우시니까 그걸로 됐어요. 제가 미안해서 안돼요."


혜영이는 멀리 가지 않고 카페 문 밖에 서서 한가하게 하늘 구경을 하고 있었다.


우중충해서 비라도 쏟아질 듯한 새까만 하늘이다.


잠시후 하늘에서 빗방울이 하나씩 떨어진다.

그러더니 이슬비가 내린다.


혜영이가 비를 맞으며 하늘을 향해 두 팔을 벌리고 있다.


이년이 이제 하다하다 미쳐가는 모양이네.

청승맞게 왜 비를 맞고 지랄이야.

우수에 젖은 것 같이 보이잖아.

묘한 분위기를 풍기고.


나는 카페 밖으로 나가서 혜영이 뒤에서 번쩍 안아서 안으로 끌고 들어왔다.


"너 감기 들어."


"이거 놔. 나는 비 맞을 자유도 없는 거야?


혜영이가 눈에 힘을 주고 대들었다.

내 얼굴 가까이 붙어서, 씩씩거리며 내뱉는 거친 숨결이 느껴질 정도다.

혜영이 젖은 옷이 내 몸에 붙어서 몸서리가 쳐지고 있다.


"장사에 방해되니까 그러지. 왜 네가 문 밖에서 비디오를 찍어? 그건 여기 오시는 손님들이 그렇게 하셔야지."


그때 카페 문을 열고 한 쌍의 남녀가 들어오고 있는데, 여자에게 우산을 씌워 주고 남자는 옷이 다 젖은 채다.


"아! 다 젖었다. 왜, 갑자기 비가 쏟아질까?"


이미 새까만 하늘이 비를 예고하고 있었는데, 그건 무슨 소리인걸까.

이상한 언니가 들어오셨어.


대학생으로 보이는 언니가 카페안으로 들어와서 장대비로 바뀐 밖 시장거리를 지켜보고 있다.

키 큰 오빠는 언니 뒤에서 언니 옆얼굴을 뚫어져라 보고 있다.


언니 이마쪽에서 실오라기 같은 빗물이 입가로 흘러내린 것인데, 그걸 어떻게 오빠가 캐치했는지 손등으로 닦아주고 있다.

굳이 그럴 필요가 없을 것 같은데.


언니가 오빠 손길이 느껴지자 가볍게 몸을 떨면서 오빠를 잠시 쳐다보고는 예쁘게 웃어주고 있다.


"나 머리 망가졌지?"


언니가 손거울을 꺼내서, 이미 예쁘지만 더 예쁘게 꾸며서 오빠에게 보여주고 싶다는 마음을 담아 얼굴 상태를 체크하고 있고, 오빠는 그런 언니를 물끄러미 보고 있다.


"나 머리 오래 한건데, 비가 밉네."


언니가 하늘이 원망스럽다는 듯 고개를 들어 올렸다.

그러자 하얗고 가는 목 선이 드러났다.


시간이 정지된 듯 남자가 동상처럼 몸을 굳히고 있다.


이 언니는 왜 카페 문 앞에서 저러고 있어.

정도껏 하셔야지.

하아, 못 봐 주겠네.


카페는 비가 오면 장사가 잘된다.

커피 생각이 없는 분들도 비를 도망쳐서 들어오시곤 하니까.


문을 열고 또 한 쌍의 손님이 들어오시면서 상황이 정리됐다.

각자 앉을 자리를 찾아간 것이다.


나는 멍하니 서 있는 혜영이 어깨를 툭 쳐줬다.

일하라고.


방금 들어온 두 쌍 중 남자 2명이 커피를 내려 보겠다며 팔을 걷어붙였지만 안해본 티가 역력하게 드러나고 있다.

핸드 드립 커피가 맛있게 내려져야 오빠 손님들이 여친을 데리고 우리 가게를 또 찾아오게 된다.

그러자면 옆에 붙어서 커피 내리는 법을 살짝 알려줘야 한다.

말을 해 주던, 하는 방법을 보여 주던.


보통은 옆에 손님이 능숙하게 커피를 내리면 곁눈질을 하면서 커피를 내리는데, 지금은 생초보 두 분이 버벅거리고 있다.


혜영이가 다가갔다.

늘 하는 일이다.

혜영이가 남자들 자존심이 상하지 않게 커피 드립용 테이블 위를 가리켜줬다.


나무 테이블 위에는 커피내리는 방법이 그림으로 가늘게 음각되어 있다.

자세히 안보면 그냥 지나칠 수 있는.


남자들의 손짓에 자신감이 묻어나고 있다.

얼굴도 환해졌다.

이 또한 에스지 카페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그림이다.


이 남자분들이 만족스런 체험을 해야 단골손님으로 이어지게 된다.


나는 우산 하나 챙겨서 카페를 나섰다.


소영이 이모 입이 또 나와 있겠네.

왜, 비가 오고 난리야.

천막이 쳐져 있나 모르겠네.



분식집 가면서 중앙광장 쪽으로 걸어가는 데, 멀리서 내 아저씨가 비를 맞으며 천막을 치고 계신다.

그 뒤쪽으로 작은 투명 우산을 쓰고 계시는 소영이 이모가 보인다.

도와주실 만 한데 지켜보기만 하고 계신다.

뒤쪽으로 별이가 도우려고 나서지만 이 마저 손으로 막고 계시다.


안돼.

아저씨 감기 들어.


나는 아저씨를 향해 뛰어가서 비를 맞고 계시는 아저씨 머리 위로 우산으로 씌워 드렸다.


아, 차가워.

내 얼굴로 장대비가 쏟아져 내렸다.

나 다 젖겠네.

아, 몰라.


"소희야, 너 감기들어. 우산 쓰고 있어."


아저씨가 우산을 내 머리 위로 바로잡아 주신다.



결국 비에 젖은 생쥐꼴이 되고 말았다.

아저씨도 나도.


소영이 이모는 아저씨가 천막을 치고 무쇠 솥을 천막 안으로 들이고 나서야 움직이셨다.

얼굴에는 비장함 마저 어려 있었다.


무슨 상황인거야.

소영이 이모가 이런 분이 아니셨는데, 이렇게 지독하게 삐치신 모습은 처음 보네.


투두두둑.


비가 천막을 마구 때리고 있다.

천막 안에는 네 명이 서 있었다.

그중 여자 셋은 하늘을 쳐다보고 있었고, 아저씨는 나를 보고 계셨다.


내 옷이 다 젖어 있는데, 가려주거나 수건을 좀 챙겨주실 것이지. 보고 만 계실 게 뭐람.

하여간 눈치가 지독하게 없으신 아저씨다.


여자 옷이 비에 젖으면 아저씨 만 보기 좋은 게 아니야.

정신차려요.

여기는 우리 집이 아니고, 시장통 거리 중앙광장이라고요.


중앙광장에 큰 천막이 쳐 있자, 비를 피한다고 들어오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모두가 남자들이다.

둘이 되고, 셋이 되고.


그제서야 아저씨가 정신을 차리셨다.

남자들이 모두 젖은 나를 보고 있었기에.


아저씨가 우산으로 나를 씌워서 급하게 분식집 안으로 잡아 끌었다.


왜, 내 젖은 몸을 온세상 남자들이 다 볼 수 있게 내버려 두시지.


아저씨가 내 뒤에 서서 남자들 시선을 차단하고 계시다.


왜, 아저씨는 정신을 잃는 거야.

젖은 김에 흠뻑 젖고 싶다.

보는 사람이 없으면 비 속에 서 있고 싶어.

아저씨 앞에서.

아까 정신없이 나를 쳐다보던데.


그렇게 좋은 거야?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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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92 그놈이 문제야 NEW 10시간 전 4 0 7쪽
91 처음 안아 보시나 24.06.26 16 0 7쪽
90 너무 하긴요 24.06.25 14 0 7쪽
89 좋은 건 따라 하는 게 맞지 24.06.24 16 0 7쪽
88 부담은 나에게 24.06.23 18 0 7쪽
87 보내기가 쉽지 않네 24.06.22 19 0 7쪽
86 이 정도라? 24.06.21 15 0 7쪽
85 정말 괜찮은 거야? 24.06.20 18 0 7쪽
84 난 신입이니까 24.06.19 17 0 7쪽
83 내가 미안해지잖아 24.06.18 20 0 7쪽
82 도와줘 24.06.17 25 0 7쪽
81 결정권자 눈에 들어야 해 24.06.16 28 0 7쪽
80 엉덩이 한 대 맞고 얘기하자 24.06.15 26 0 7쪽
79 어색한 사이가 되는 건 피해야 한다 24.06.14 20 0 7쪽
78 내가 아는 게 없어 24.06.13 23 0 8쪽
77 번지수를 잘못 찾아 24.06.12 27 0 8쪽
76 나는 관대한 여자니까 24.06.11 33 0 9쪽
75 밀당하다 24.06.10 25 0 9쪽
74 잠시 휴전되다 24.06.09 30 1 9쪽
73 주제 파악 못하는 이모들 24.06.08 43 1 9쪽
72 나쁜 사람으로 만들지 말아요 24.06.07 45 2 8쪽
71 길이 어디까지 뚫린거야 24.06.06 46 1 8쪽
70 미쳤어 정말! 24.06.05 46 1 7쪽
» 그렇게 좋은 거야? 24.06.04 51 1 7쪽
68 왜 그러실까 24.06.03 31 1 7쪽
67 시샘한다고? 24.06.02 32 1 7쪽
66 왜 그러는 거야 24.06.01 46 2 7쪽
65 아프게 하지마 24.05.31 56 2 8쪽
64 그게 뭐라고 24.05.30 40 2 8쪽
63 넘사벽 소희 24.05.29 41 2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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