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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여우의 서재입니다.

아저씨는 내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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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여우
작품등록일 :
2024.03.28 10:40
최근연재일 :
2024.06.30 06:35
연재수 :
9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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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92
추천수 :
214
글자수 :
343,310

작성
24.06.25 22:35
조회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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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글자
7쪽

너무 하긴요

DUMMY

"뭐야, 왜 이래?"


분식집 앞에 웨이팅 줄이 서 있다.

나는 분식집을 닫고 아저씨랑 퇴근하려고 온건데..


"은지 언니가 여기 있으면 어떻게 해요? 민지 혼자 있는 거예요?"


"민지 사장님께 보고 드렸어요."


"답답하시네. 얼른 가요."


은지 언니가 자기가 뭐를 잘못한건지 모르겠다며 한쪽 눈을 찡그리고 있다.


답답한 언니.


컵밥은 오래할 게 아니라고요.

일일이 말을 해 줄 수도 없고 참 답답하네.


"아저씨, 몇 개 나간거야?"


"내가 아나?"


"그러면 누가 알아?"


답답한 아저씨.


오늘 장사해서 돈이 남았는지 모르겠네.


***


"아저씨, 분위기 좀 잡아 봐라."


"응? 무슨 얘기야?"


"누구 남편은 아내한테 잘 보이려고 노력한다던데?"


"나는 24시간 그러고 있는데, 뭘 더 어떻게 하라고 그러니?"


나는 진심 놀랐다.

아저씨가 말도 안되는 생각을 하고 있다니.


"무슨 노력을 하고 있는데?"


"나는 항상 네 생각 밖에 없으니까."


말이 되는 소리를 하셔야 내가 믿지.


"지금 나보고 웃으라고 하는 소리야?"


"그럴리 있니? 나는 진심이야."


나는 생각을 해 보려고 노력했다.

과연 아저씨가 말하는 24시간 내 눈치를 본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를.


아무리 생각해봐도 모르겠어서 짜증이 난다.


아, 짜증나.


"누가 그러더라? 한 달에 한 번 그거 한데. 그러면 둘이 사이가 더 좋아진다고 하네. 우리도 한 번 해보자. 어때?"


나는 아저씨 점프력이 그렇게 좋을지 몰랐다.

펄쩍 뛰셨다.

거의 2미터는 뛴거 같다.


"어떤 년이 그런 소리를 한거야? 내가 알기만 하면, 그냥 가만둘 줄 알아?"


"아저씨가 뭐 어떻게 할건데? 이모 남편도 엄청 좋아하신다는데."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 한 달에 한 번이 말이 돼?"


아저씨가 엄청 흥분하셨다.


아, 짜증나.

대화가 왜 이렇게 안되는 거야?

내가 얘기를 하려는 게 이런 쪽이 아닌데..


"에이, 답답해라."


나는 그대로 앞으로 달려나갔다.

물소리 길을 달릴 때면 내 기분이 좋아진다.

숨이 가쁘게 뛰고 나면 아무 생각도 나지 않고 곤한 잠에 빠져들어서 좋다.


아저씨는 항상 뭐가 불만이람?

뭐, 대화가 되야지.


저녁식사로 맛있는 거 먹자는 얘기였는데, 내 마음을 그렇게 몰라?

치킨에 생맥에 당겼다고요.


***


나는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서 바로 집을 나섰다.

어제 집에 돌아와서 아저씨랑 한마디도 안했다.


당연히 저녁 밥도 안먹었고 잠도 따로 잤다.


아, 배고파.



해장국집 문을 열었더니 먼저 오신 이모가 계시다.

해리 이모다.


어, 7시 조금 넘은 시간인데, 왜 이렇게 빨리 출근하셨데?


"너, 밥은 먹고 나왔니?"


"저야 뭐.."


이모가 혀를 차시고 있다.


내 입장에서는.


이모가 '저를 걱정할 처지가 아닌 거 같은데요'라고 말할 뻔 했다.


8시 30분이 오픈 시간이었지만 준비가 일찍된 관계로 문을 열었더니 손님들이 들어오신다.


하루 벌어 하루 사시는 분들이었다.


인력시장에 나오셨다가 공치고 들어가시는 분들이 계셨고, 간밤에 새벽장을 보고 오신 분도 계셨다.


또, 간밤을 지새우셨는지 머리스타일이 엉망인 언니 오빠가 식사하러 오셨다.


"소희네? 이 가게도 하는 거야?"


해장국집 건너편 길가 과일가게 김씨 아저씨셨다.

분식집에 가끔 오시는 분이시다.

새벽에 농수산시장에 화물차 몰고 가셔서 과일을 떼오시는 분.


"오늘 수박 가격 좋아요?"


"안좋아. 너무 세. 소희 너는 우리가게 과일 안사더라? 나는 맨날 팔아주는데."


"비싸서요. 한 통에 2만원인데 어떻게 사먹어요?"


"그렇게 팔아도 내가 남는게 없어. 기름값 생각해 봐라. 그리고, 내가 새벽 3시에 가락동에 나간다고."


내가 직접 해장국을 내드렸다.


"어여 드세요. 알겠어요."


"수박 사겠다는 얘기가 없네?"


"이 아저씨가 정말? 비싸서 못 먹는다니까요."


김씨 아저씨가 고개를 좌우로 내저으셨다.


"너 그러는 거 아니다. 서로 돕고 살아야지. 내가 한통 당 1,000원 만 붙일테니까 수박 좀 팔아줘라."


"아저씨가 오늘 왜 그러신데?"


"싸게 사려는 욕심으로 물량을 많이 받아와서 그래."


"그래서 통당 얼만데요? 5kg 짜리요?"


"15,000원이야. 아니, 16,000원."


나는 아저씨에게서 등을 돌려버렸다.


흥정을 그 따위로 하는 법이 어딨어.

성의도 없고 진정성도 안보이네.

아저씨가 나를 속이려고 드는 거야.

내 나이가 어리다고, 어른들이 나를 무시한다는 말이지.


"소희야? 내가 잠시 착각한거야. 1,000원 붙인다고 했잖아."


"그만 두세요. 1초도 지나지 않아서 1,000원을 올리는 사람하고 뭔 거래를 해요?"


후우우.


김씨 아저씨가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쉬셨다.


"알겠어. 오늘은 15,000원으로 해줄게. 100통 받아줄래?"


100통?


에스지 카페 생과일 주스용으로도 매점당 10통은 쓰고 있고.

어제 시세로 20,000원에 받아 왔고.

시장마트에서 22,000원에 팔고 있던데, 15,000원을 받으면?


"한 통 따세요. 먹어봐야 알지요."


김씨 아저씨가 바로 일어나 길 건너 가게에서 수박 한통을 들고 오셨다.

그리고는 칼을 갖다대니 쩍하고 수박이 벌어졌다.

속이 꽉 차고 선홍빛 속살에 노란 꿀점이 점점히 박혀 있다.


"이모~"


해리 이모가 수박 맛을 보셨다.

나는 이모 얼굴을 보면서 눈을 찡긋거렸고.


해리 이모가 말씀하셨다.


"나쁘지 않네."


김씨 아저씨 얼굴이 환하게 펴지셨다.

그러게 왜 그렇게 질러요.

팔 만큼만 떼어 오셔야지.


"소희야?"


"왜요."


"너 과일 소매 해볼래? 내가 싸게 줄게."


"아저씨 가게에서 파시지. 왜, 그러세요."


김씨 아저씨가 구구절절 말씀 하셨다.


수박 사오는 단위가 200통은 돼야 DC가 적용된다고, 아저씨 가게에서만 팔면 100통만 사와야 하는데, 통당 2,000원 차이가 난다고.


그래요?


에스지 카페에서 파는 과일주스에 들어가는 수박을 동네 하나마트에서 사오고 있는데, 개당 20,000원에 받아오고 있다.

비싼 날에는 25,000원에도 받아오고.

맛 없어도 말할 데도 없고.


"그러면요. 가락동 가시는 김에 멜론 두 개 들이 세 박스, 레몬 한 박스를 사다 주실래요. 그러시면 하루에 수박 100통 받을게요."


"박스당 3000원!"


"아니요. 2,000원 만 떼시면요."


"기름값도 안나와."


"그러시면 다 없는 걸로 하세요."


나는 수박 한 쪽을 입에 물고 고개를 돌렸다.


수박이 다네.

참 맛있어.

한 통 사서 아저씨 드려야지.


"너무 한다."


너무 하긴요.

아저씨도 물량으로 가격 딜 하실 수 있잖아요.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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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 나이든 사슴이지만 NEW 13시간 전 8 0 7쪽
93 생각이 많은 언니야 24.06.29 12 0 7쪽
92 그놈이 문제야 24.06.28 17 0 7쪽
91 처음 안아 보시나 24.06.26 31 0 7쪽
» 너무 하긴요 24.06.25 17 0 7쪽
89 좋은 건 따라 하는 게 맞지 24.06.24 18 0 7쪽
88 부담은 나에게 24.06.23 20 0 7쪽
87 보내기가 쉽지 않네 24.06.22 21 0 7쪽
86 이 정도라? 24.06.21 17 0 7쪽
85 정말 괜찮은 거야? 24.06.20 21 0 7쪽
84 난 신입이니까 24.06.19 19 0 7쪽
83 내가 미안해지잖아 24.06.18 22 0 7쪽
82 도와줘 24.06.17 27 0 7쪽
81 결정권자 눈에 들어야 해 24.06.16 29 0 7쪽
80 엉덩이 한 대 맞고 얘기하자 24.06.15 29 0 7쪽
79 어색한 사이가 되는 건 피해야 한다 24.06.14 21 0 7쪽
78 내가 아는 게 없어 24.06.13 24 0 8쪽
77 번지수를 잘못 찾아 24.06.12 27 0 8쪽
76 나는 관대한 여자니까 24.06.11 33 0 9쪽
75 밀당하다 24.06.10 26 0 9쪽
74 잠시 휴전되다 24.06.09 30 1 9쪽
73 주제 파악 못하는 이모들 24.06.08 44 1 9쪽
72 나쁜 사람으로 만들지 말아요 24.06.07 46 2 8쪽
71 길이 어디까지 뚫린거야 24.06.06 48 1 8쪽
70 미쳤어 정말! 24.06.05 49 1 7쪽
69 그렇게 좋은 거야? 24.06.04 54 1 7쪽
68 왜 그러실까 24.06.03 34 1 7쪽
67 시샘한다고? 24.06.02 33 1 7쪽
66 왜 그러는 거야 24.06.01 47 2 7쪽
65 아프게 하지마 24.05.31 57 2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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