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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여우의 서재입니다.

아저씨는 내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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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여우
작품등록일 :
2024.03.28 10:40
최근연재일 :
2024.06.28 0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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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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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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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4
글자수 :
337,038

작성
24.06.09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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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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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잠시 휴전되다

DUMMY

나는 보무도 당당하게 이해관계자분들이 모여 있는 텐트 안으로 들어갔다.


먹잇감을 노리는 하이에나 같은 형형한 눈빛을 내게 쏘고 계시는 10명이 넘는 어른들.


그래도 나는 무섭지 않아.

내가 먹여 살려야 할 사람들이 몇 명인데.


아저씨 만 먹여살리면 될 줄 알았는데, 도대체 딸린 식구들이 몇 명이 된거야.


"소희야, 여기 앉아."


소영이 이모가 내 자리를 챙겨주셨다.


"언니가 여기 앉아."


나는 자리를 유리 언니에게 양보하고, 멀리 떨어져 있는 의자를 가져와서 언니 옆에 놓고 앉았다.


자, 이제 해보자고요.


"허허엄, 오늘 잘 했어요. 관광객들 반응이 좋았어요. 여기 모이신 분들 모두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이장협의회, 부녀회 모두 수고 많으셨습니다."


시장 상인회 회장님의 말씀으로 돈 전쟁이 시작됐다.


"오늘 장날을 맞이하여 열과 성을 다해서 소고기 해장국 1,500인분을 준비해 주신 정소희 사장님을 비롯해 주소영님의 노고가 많으셨습니다. 또한, 물맑은 양평 쌀을 후원해 주신 강상 이장협의회 회장님 이하 관계자분들께 감사 말씀을 드립니다. 강상마을 부녀회 회장님 이하 회원님들께도 감사 말씀을 드립니다."


상인회 회장님의 말씀이 한없이 길어지셨다.


높으신 분이 말씀하시는데, 누가 어떻게 막을 수 없는 노릇이고 다들 고개를 숙이고 계신다.


"일단, 오늘 수고하신 분들의 노고에 수고비 정도는, 여기 계신 정소희 사장님이 챙겨 드릴 것을 믿어 의심치 않으나 직접 한 말씀 해주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모두의 시선이 나에게로 집중됐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한 말씀 드렸다.


"여기 계신 물맑은시장 상인회 회장님 이하 회원님들과 강상 마을 이장협의회 이장님들과 마을 회원분들, 부녀회 회장님 이하 회원님들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저는 여기 계시는 주소영님을 비롯해 주식회사 에스지 직원들을 대표해서 감사하다는 말씀을 먼저 드리고 싶습니다. 다 여러분들의 물심양면에 걸쳐 도와주신 덕분에 첫 5일장 소고기 해장국 장사를 별문제없이 끝낼 수 있었습니다.


여러 어려움이 있었으나, 우리 지역 물맑은 양평 쌀의 이미지 제고를 위하여 추가 공깃밥을 주문하시는 분들께 무료로 제공해 드렸으며, 아이를 동반하는 분들께는 무료로 국을 제공하였습니다. 오늘 일하셨던 직원들은 점심식사를 하지도 못하고, 밀려오는 관광객들이 불편하지 않으실까 노심초사하며 정성을 다해서 모셨습니다. 이는 저희 기업의 사적인 이익을 위했다기 보다는 양평 전통시장의 번영과 양평쌀과 개군 한우 이미지 제고에 방점을 찍고 손해를 보더라도 열성을 다해 보자고 하는 마음에서 였습니다.


저는 직원들을 독려했습니다. 회사의 이익보다는 지역의 발전을 위해서 일해 보자. 그것이 장기적으로 볼 때 우리 기업의 이익에 도움이 될거다. 이렇게 누누히 강조했기에 성공적인 마무리를 할 수 있었습니다. 제가 그랬습니다. 이제 해장국 장사를 그만하고 저보다 더 잘하실 수 있는 분께 맡겨드리자. 제 개인적인 이익을 위해서 꼭 쥐고 있기 보다는 지역 발전에 저 보다 더 열성적으로 임하실 수 있는 분께 넘겨드리자 이런 각오로 일했습니다. 그리하여.."


"잠시만요. 사장님?"


내가 하는 말을 상인회 회장님께서 끊어 오셨다.


"제가 드릴 말씀이 아직 남아 있습니다 만."


"소희 사장님 말씀은 알겠고요. 다음 장날 준비를 어떻게 할지에 대해 의견을 나눴으면 좋겠습니다."


"회장님이 원하시는 것은 3,000인분의 해장국이라는 걸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오늘 모두 겪어 보셨겠지만 장소가 협소하여 웨이팅 줄이 100미터까지 늘어섰음을 아실겁니다. 그래서 장날에 팔아보겠다고 멀리서 오신 할머니, 할아버님들의 장사에 차질을 빚게 한 것을 아실 것입니다.

해장국 장사 취지가 양평 전통시장의 전체 파이를 키워보고자 하는 상인회 전체 회원님들의 열의에서 비롯됐음을 알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3,000인분을 소화하기 위해서는 오늘의 미흡함을 시행착오 삼아서 상인회가 장사 면적을 확대해 주셔야 할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에헴, 에에, 그러니까요."


이번에는 이장협의회 회장님이 내 말을 끊으셨다.


"오늘 수고 많이 한 소희에게 박수 먼저 쳐줍시다."


짝짝짝.


부녀회장님이 나서서 박수를 치셨다.


"그러니까, 다음 장날 해장국 3,000인분 준비할 수 있나요?"


상인회 회장님이 물어 보셨다.


"해장국을 끓이기 위해서는 축산마을에서 저가로 공급해 주시는 양질의 개군 한우 앞다리 살과 내장과 선지가 필요하고, 상인회에서 협조해 주시는 천막설치와 질서유지에 필요한 자원봉사자 지원과 이장협의회에서 후원해 주시는 물맑은 양평 쌀이 큰 도움이 되었으며 강상마을 부녀회원분들의 아낌없는 지원에 힘입은 바 있습니다. 그러해서 다음 장날에도 오늘과 같은 지원과 협조가 필수적일 것이라 생각하며, 만약 차질이 생긴다면 성공적인 해장국 판매를 장담 할 수 없으며.."


"잠깐만요."


부녀회장님이 내 말을 막아섰다.


"정소희 사장님이 오늘 열심히 하시는 거 모두 봤잖아요. 양평 지역 발전을 위해서 열심히 뛰시는데, 모두 도와줍시다. 안그래요? 회장님들?"


"아니, 누가 안도와준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장사를 해서 큰 돈을 벌었으니.."


"이장 협의회는 오늘과 같이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겠습니다. 해장국 판매에 들어가는 쌀을 모두 지원함은 물론이고 증정용 샘플 100그램들이 쌀을 3,000개 준비하겠습니다. 모두 지켜보셨을 겁니다. 정소희 사장님이 손해를 감수하고 손님맞이에 열성을 다하셧슴을요. 어떤 다른 사업자가 이렇게 지역 발전을 위해 일하겠습니까. 저는 정소희 사장님을 믿을 겁니다."


"에에, 그러면요. 무료 봉사를 하신다고요?"


"지역 발전을 위해서고, 정소희 사장님이 돈을 벌면 그게 다 지역사회에 환원될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회의가 길어지면서 하품을 하시는 분들도 생기고 있고, 두 분 회장님이 나에게 호의적인 말씀을 많이 해주셨다.


상인회 회장님 만이 머리를 갸우뚱하고 계셨는데, 그때 아저씨가 자리에서 일어나 한 말씀 하셨다.


"그만하고 막걸리 한 잔 하십시다. 뭐, 장날에 해장국 팔아서 돈벌려고 하겠습니까. 뒤로 까지는 게 더 많지요. 다들 수고하셨고 성공적으로 마무리가 됐으니 자축하는 의미로 한 잔 하시자고요."


아, 창피해 죽겠다.

갑자기 그런 소리를 하면 어떻게 하냐고.

얘기가 다 끝나지도 않았고, 상인회 회장님은 원하시는 게 따로 있는 거 같은데.


"그래요. 막걸리 한 잔 합시다. 다들 수고 하셨어요."


이번에는 소영이 이모가 나서셨다.


이게 먹힌다고?

왜들 이러실까.


"아~ 그래. 그럽시다. 다른 분들 이의 없으시면 오늘은 막걸리 한 잔 하고 파하고, 다음 장날 다함께 힘을 보탭시다. 어떠세요?"


상인회 회장님의 말씀을 끝으로 전쟁이 잠시 휴전됐다.



나는 어른들 술자리가 무르익을 때 자리를 빠져 나왔다.


"언니, 이제 퇴근하세요."


"아까 연설하신 거 준비하신 거예요?"


"내가 그걸 준비할 줄 알았으면 언니 학교에 들어갔겠죠."


"준비도 안하고 어떻게 그런 말이 줄줄 나올 수 있어요?"


나는 도대체 유리 언니가 이런 말을 왜 하는지 이해를 못하겠다.

정말 몰라서 물어보는 건가.

학교에서는 뭐를 배우는건데?

이런 걸 모르면 되나.

답답한 유리 언니.


나는 말을 많이 했어서 갑자기 피곤이 몰려왔다.

10여 명의 어른들이 나를 쳐다보며 뭔가 헛점을 잡아내려고 눈을 초롱초롱 뜨고 보시는데 내가 긴장 안될 수 있나.


"얘기 안해 주세요?"


"내가 얘기해 줄 의무가 있어요?"


나는 분식집으로 들어가서 퇴근 준비를 했다.

아저씨는 술 한잔 하고 계시니 뒷정리는 나의 몫.


유리 언니는 분식집 안 의자에 앉아 있다.


"거 참, 퇴근 안해요?"


"답을 들어야 가죠."


"언니는 대학교 교수님한테도 이렇게 꼬치꼬치 물어요?"


"그럴 수 있나요?"


"참 답답하시네. 그러면 언니는 S대 들어가서 뭘 배운 건데요. 어른한테 눈을 치켜뜨고 따져 묻는 건 누구한테 배웠어요?"


"어른요?"


하아, 정말 답답한 언니네.

내가 열심히 가르친다고 바뀔 수 있을까?

왜, 이렇게 애 같을까.


지금도 그래.

내가 하는 말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표정이야.

내가 나이가 어리다고 그런 모양인데.


그러면, 이 나라 대통령은 이 나라에서 제일 나이가 많아?


유리 언니는 정말 답답한 언니야.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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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 그놈이 문제야 NEW 10시간 전 4 0 7쪽
91 처음 안아 보시나 24.06.26 16 0 7쪽
90 너무 하긴요 24.06.25 14 0 7쪽
89 좋은 건 따라 하는 게 맞지 24.06.24 16 0 7쪽
88 부담은 나에게 24.06.23 18 0 7쪽
87 보내기가 쉽지 않네 24.06.22 18 0 7쪽
86 이 정도라? 24.06.21 15 0 7쪽
85 정말 괜찮은 거야? 24.06.20 18 0 7쪽
84 난 신입이니까 24.06.19 17 0 7쪽
83 내가 미안해지잖아 24.06.18 20 0 7쪽
82 도와줘 24.06.17 25 0 7쪽
81 결정권자 눈에 들어야 해 24.06.16 27 0 7쪽
80 엉덩이 한 대 맞고 얘기하자 24.06.15 26 0 7쪽
79 어색한 사이가 되는 건 피해야 한다 24.06.14 20 0 7쪽
78 내가 아는 게 없어 24.06.13 22 0 8쪽
77 번지수를 잘못 찾아 24.06.12 27 0 8쪽
76 나는 관대한 여자니까 24.06.11 33 0 9쪽
75 밀당하다 24.06.10 25 0 9쪽
» 잠시 휴전되다 24.06.09 30 1 9쪽
73 주제 파악 못하는 이모들 24.06.08 43 1 9쪽
72 나쁜 사람으로 만들지 말아요 24.06.07 44 2 8쪽
71 길이 어디까지 뚫린거야 24.06.06 46 1 8쪽
70 미쳤어 정말! 24.06.05 46 1 7쪽
69 그렇게 좋은 거야? 24.06.04 50 1 7쪽
68 왜 그러실까 24.06.03 31 1 7쪽
67 시샘한다고? 24.06.02 32 1 7쪽
66 왜 그러는 거야 24.06.01 46 2 7쪽
65 아프게 하지마 24.05.31 55 2 8쪽
64 그게 뭐라고 24.05.30 39 2 8쪽
63 넘사벽 소희 24.05.29 41 2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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